아름다운 인생 내 가슴 속 낭만 하나 ‘樂器’ | |||||||||||||||||||||||||||||||||||||||||||||||||||||||||||||||||||||||||||||||||
소개팅 상대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 건 인생을 건 질문이다. 누구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데,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줄 취미 생활 하나 없는 사람이라면 0.5초도 생각할 것 없이 탈락이다. 요즘 악기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가슴에 촉촉한 봄비를 내려주며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드럼 가게에서는 우두두두두두두 챵!!! 북과 심벌을 때리는 소기가 요란하다. 한쪽 기타 파는 집에서는 머리가 치렁치렁한 남자 손님 한 사람이 산타나의 유로파 인트로 부분을 연주하고 있다. 관악기를 주로 판매하는 악기점에서 30대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알토 색소폰을 구경하고 있었다. 부인인 김정옥(34세, 인천시)는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일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며 벌써 행복한 표정이다. “제가 피아노 좀 치거든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하기 싫었거든요. 엄마 성화에 의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배웠어요. 솔직히 지금은 엄마가 고마워요. 입학 전에 몇 년 배우다 그만 두는 바람에 시간과 돈만 날리는 사람도 태반이잖아요. 결혼할 때 엄마가 주신 피아노는 내 인생의 아름다운 색깔이랍니다. 남편은 통기타를 좀 치는 편인데, 색소폰 배워서 저랑 2인조 밴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아마추어 밴드요. 남편은 색소폰 불고, 저는 피아노나 오르간으로 반주 해주는 부부 밴드요. 레퍼토리 한 열 곡 쯤 만들어 발표회도 가질 생각이에요. 가족들 앞에서요… 호호호.” 이렇게 낙원 악기 상가를 찾는 사람들은 하루 2000여 명. 그 중 20~30% 정도는 음악 전공 학생이나, 음악이 꿈인 중고등학생 그리고 현업 연주가들이다. 밴드 뮤지션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클래식 전공자부터 국악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문가들을 포함한다. 나머지 70~80%는 일반 고객이다. 즉 악기 하나 배우기로 결심하고 찾아 온 감성파 고객들인 것이다. 그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경기도 나쁜 이 마당에 왜 사람들은 악기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중앙악기의 정재성 과장은 그 이유를 ‘사람들의 즐거움 찾는 방식의 변화’로 진단했다.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 왕년에 잠깐이나마 음악을 했던 분들, 워낙 끼가 있었지만 자기 취미를 찾지 못하며 살았던 낭만파들 그리고 음악 경험이 전혀 없지만, 뒤늦게나마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서, 술 그만 마시고, 낭만을 마시고 싶어서, 부인이나 남편의 권유로… 그런 이유들이세요. 사람들은 막연하게 돈만 좇거나 술로 세상을 잊어왔던 습관에서 벗어나 세상살이의 즐거움을 취미생활로 찾으려는 생각의 변화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에도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해서 하루에 100여 분이 찾아오시는데, 모두들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요?”
그런데 최근 다시 개인 악기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계음의 한계, 멀티미디어의 과다 권력화에 대한 심리적 반격 현상과 함께 최근 세상 돌아가는 꼴에 실망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라는 게 문화계의 진단이다. 공연기획자 이상호 씨(두드림엔터테인먼트)는, ‘이런 현상은 그 어떤 일보다 생산적인 현상으로, 더욱 권장하고 확산되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돈, 부동산, 주식, 교육 등 내 마음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을 우리는 파랑새처럼 좇으며 살아왔습니다. 경제적 독립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에 올인해서 남는 것은 더 커진 탐욕 또는 실망감뿐입니다. 21세기가 문화 전쟁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1980년대부터 있어왔던 일입니다. 그만큼 세상이 팍팍해질 것이라는 우려였거든요. 세상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될 무엇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그 역할의 대부분을 공연이 제공했다고 봅니다. 이제 사람들은, 구경꾼으로서의 문화인이 아닌, 적극적 참여자가 되려 하는 것이죠.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 앞에서, 친척 앞에서, 친구들을 초청하거나, 작은 소극장 하나 빌려서, 자신의 낭만을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신나고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일들이지요.” 그러나 가슴 속에 실현 가능한 낭만 코드 하나를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자신과 맞는 악기를 선택해야 하고 구입해야 하며,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수업을 받아야 하고, 혼자 연습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더라도 실력을 늘리기 위한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쉬운 편에 속하는 악기라 하더라도 3~6개월 정도의 교습 기간을 가져야 하고, 어느 정도 연주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3~6개월이 필요하다. 1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그 악기가 당신의 것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단 정복하고 나면, 당신의 삶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색소폰 Saxophone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색소폰은 폴모리아, 야마하, 셀마, 야마히로, 브레싱 등이 있다. 가격은 신제품 경우 50만원대에서 1000만 원 이상 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초보자가 배우기에는 70만원~100만 원대가 적당하다. 클라리넷 Clarinet
그러나 클라리넷은 대중음악에 자주 노출되지 않은 만큼, 간혹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대중음악이나 연주 음악을 들으면 홀딱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멋진 소리를 갖고 있다. 또한 악기가 일자로 생기고 운지나 지공 공간이 협소한 이유로 연주자의 자태도 매우 단정해질 수밖에 없다. 클라리넷은 브랜드에 따라 20만 원 대에서 수백만 원 대까지 다양한데, 길게 보고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6개월 정도 열심히 교습 받은 뒤에도 꾸준하고 집중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일단 정복하고 나면 품 안의 악기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연주자가 될 수 있다. 우쿨렐레 Ukulele
오카리나 Ocarina
리코더를 배운 사람이라면 소리 내기도 굉장히 편하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사람 도나티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오카리나는 여러 가지 소재로 만들지만 지금은 도자기로 만든 수제품이 가장 보편적으로 팔리고 있다. 또한 도자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자신의 오카리나를 만들 수도 있다. 낭만적 디자인에 빠진 마니아들은 단순한 연주용 구입을 넘어 콜렉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오카리나는 수제품, 루마니아식, 페루식 등이 있는데, 10만원에서 50만원대까지 다양하며, 수제품의 경우 10만원대면 쓸 만한 악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기초를 다질 수 있고, 서너 달 연습하면 어지간한 곡을 연주할 실력에 도달할 수 있다. 아코디언 Accordion
아코디언은 1822년에 독일의 F.부슈만이 발명했으며, 그때만 해도 한트에올리네(Handaoline)라 불렸다. 그 후 1829년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C.데미안이라는 사람이 개량형을 개발, 아코르디온(Akkordio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든 악기가 그렇듯이, 아코디언도 악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코디언은 모든 음계가 버튼식으로 되었으며, 하모니카처럼 밀 때(날 숨)와 당길 때(들 숨) 소리가 달라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반음계식 아코디온은 크로마틱 아코디언이라 부른다. 구조는 똑같지만, 음역의 한계, 장식 소재의 수준, 만든 회사에 따라 30만원대부터 1500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이탈리아의 피기니, 소프라니 등이 있고, 한국 제품으로는 리베라 등이 있다. 교습은 주로 개인지로로 이루어지며, 3개월에서 6개월이면 혼자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 수 있다. 만돌린 Mandolin
국산 만돌린은 20만원대에서 70만원대까지 있으며 일본 제품은 100만원대에서 400만원대까지, 이탈리아 브랜드인 가라체 경우 300만원에서 1000만원선까지 있다. 30만원대 정도면 무난한 제품을 가질 수 있다. 3개월 정도면 혼자 연습할 수준에 이를 수 있고, 혼자 3개월 정도 연습하면 친구들 앞에서 폼 좀 잡을 수준이 가능하다. 하모니카 Harmonica
[품 안의 악기 배우는 법] • 악기를 구입한 곳에서 소개를 받아 개인 교습을 받는 방법. • 일단 배우고 싶은 악기 동호회에 가입, 동호회 안에서 펼쳐지는 거래를 통해 중고품을 구입하거나 선배 사용자들의 조언을 들은 뒤 구입하는 방법. • 악기를 구입하고 직장이나 집과 가까운 실용음악학원에서 배우는 방법. • 연주가 가능한 친구에게 일대일로 배우는 방법 • 인터넷 과외 사이트에서 지역, 성별, 가격(인터넷 과외 교습비는 대략 비슷) 비교 후 배우는 방법 [악기 구입 단계별 방법] 1. 나에게 음악적 소질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2. 내가 정말 연주하고 싶은 악기가 일 년 안에 정복될 수 있는 악기인지 확인한다. 3. 그 악기가 혼자 연주 가능한 것인지 확인한다. 4. 악기의 구조와 기능, 유명한 연주자가 누가 있는지 학습한다. 5.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악기의 종류가 가격대를 조사한다. 6. 특히 제작을 어느 나라에서 했는지 확인한다. 악기는 일반 제조업의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자)과 다르다. 악기 제작은 손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만들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7. 악기상가에 나가더라도 ‘AS’, ‘브랜드’, ‘생산지역’, ‘가격의 타당성’, ‘매장 신뢰도’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구입한다. 악기 구입을 잘 못하면 배우는 일도 실패하기 쉽다. 8. 영수증과, 판매자 이름, 보증서 등 구입 근거가 될 모든 자료를 챙겨둔다. 9. 악기를 산 악기점의 사장과 친해진다. 그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당신의 훌륭한 음악 조언자가 될 수도 있다. 악기점 사장이나 간부 직원들은 대부분 음악이 좋아서 그 분야에서 활동하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실제 연주 실력도 만만치 않다. 친한 고객(주로 호형호제하게 되지만)이 원하는 악기가 나오면, 매상을 떠나 먼저 연락해주는 사람들이다. [악기와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는 법] • 혼자 놀지 말고 동호회 활동을 통해 약간의 부담을 갖고 활동한다. • 동호회 활동을 하더라도 정기 연주회 또는 봉사활동하는 단체를 찾아본다. • 자신의 레퍼토리를 선정, 기간을 두고 연습한다. • 최종 목표를 음반 취입에 둔다. 돈벌이가 아닌 기념 앨범 차원이다. • 밴드 악기의 경우 꼭 팀을 만들어 일 년에 한번이라도 연주회를 갖는다. • 악기를 매일 꺼내서 닦아주고, 연주해보고, 닦아 준다. • 악기를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 ■ 사진제공 = 중앙악기 [이영근 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6호(09.02.23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