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제개편논의와 제주특별자치도(서울제주도민회신문(월간41호(2009.10))

[백승주]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와 제주특별자치도

최근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지방행정의 효율성과 지역주의 타파 등을 명분으로 불쑥 자율을 명분으로 한 인위적 지방자치단체간통합의 문제를 제기했다.

즉 오랜 역사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래로 주민생활의 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도장으로서 기능적으로 크게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현재의 지방행정체제를 새롭게 재편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또한 이에 뒤질세라 여야 모두가 관련입법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치단체장들도 주민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채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부각시키며 언론을 상대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정치권일각은 4개 시ㆍ군을 통합한 제주특별자치도가 향후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시금석이 되기에 충분하다면서 특별자치도가 앞으로 좋은 벤치마킹대상이 될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올해로 4년차를 맞고 있다. 그렇지만 당초의 기대와 희망대로 제주발전을 위한 핵심권한 이양도, 자주재정을 뒷받침할 만한 재정적 배려도 충분히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당초 도민들이 학수고대했던 새로운 특별자치도의 자율적 기능강화, 자족적 국제자유도시기반조성, 도민중심의 제주개발 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 종전 제주도체제와 비교하여 크게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는 한편으로 벤치마킹대상 운운하면서 한편으로는 특별자치도 설치 당시와는 현저히 다른 다분히 정치적인 부대조건, 즉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획기적인 제도적 안정장치의 구축, 기존 공무원신분보장 등의 소위“자율통합유도조건”을 내걸어 놓고 자율통합을 가장한 통합논의를 선점하고 있다. 즉 헌법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중앙정부에 의한 중앙정부를 위한 획일적 자율통합책략을 공개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어떻든 시범적 특별자치도가 특별한 지방분권 이양차원에서 거창하게 사람과 물건과 자본의 자유왕래를 전제로 설치되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특별법에 여러 가지 특례권한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응당 이런 특례권한들은 전향적으로 특별자치도에 이양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마냥 전국적 형평성 논리 등을 들어 대응하며 아직도 중앙정부는 도민과 도정의 마음을 흡족하게 배려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도정은 불가피하게 이를 핵심현안사항으로 다루면서 중앙절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매우 참고할 만한 지방행정구조개편 선례로서 선뜻 특별자치도 설치를 점지하고 나 선 것은 그 진의여부를 떠나 매우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ㆍ외 도민과 도정 모두가 이런 중앙정부의 의중을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쉽게 반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몇 개의 자치단체가 순수한 주민자치실현이나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동질성을 확실하게 보전하는 새로운 모델로서“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분권강화”차원에서 자치단체간의 통합을 시도하는 경우라면 특별자치도 설치사례가 그 벤치마킹대상으로 전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특별자치도 설치는 중앙권한과 중앙재정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모델이라는 점에서 외관상 드러난 순기능보다는 내재된 역기능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

다음으로 특별자치도의 설치 4년 차를 맞아 일각에서 중앙정부에는 지방분권의 치적을 쌓게 했고, 도정에게는 통제여부가 의심받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주었고, 공무원들에게는 일거리가 작아지는 천국을 만들었고, 그래서 도민을 위한 생활자치가 오히려 뒤죽밥죽 되버렸다는 푸념적인 평가가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건대 이번 중앙정부 주도의 통합논의가 내실있는 지방분권화를 재촉하기에 충분하고도 필요한 그러면서 통합시너지효과를 고양시킬 수 있는 촉매제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중앙집권화를 보다 고착시키고 마취된 자치단체장들에 의하여 현재의 지방과 중앙의 권한과 재정의 문제를 크게 호도케 할 환각제가 될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에 의한 특별자치도가 향후 통합모델로의 점지 또한 제주미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제주도정 또한 능력과 여건을 벗어난 많은 현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도정은 지속적으로 작지만 실속 있는, 게다가 설치취지에 부합하는 도민을 위한 지방정부로의 기능제고 차원에서 내부적 체제개편에 관심을 크게 두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능력 있고 비전 있는 개발동량 양성 등 내실다지기에 크게 진력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만한 조직을 유지하면서 거창한 현안들, 즉 국세자율권 부여, 헌법적 지위보장 등 중앙과 지방이 쌍방향에서 진지하고도 신중한 접근이 절대 요구되는 난제들을 쉽게 끌어안아 일방적으로 구애하듯 집착하고 있다.

어떻든 이번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자치단체 통합논의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 중 주목되는 것은 효율성과 경쟁력이 앞으로 중앙절충과정에서 모든 지방현안의 우선순위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과, 지방과 중앙의 의사결정구조 또한 주로 정치적ㆍ경제적 관점에서 쌍방향 또는 다자간 구도로 전환ㆍ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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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사설> 행정구역 개편 누구 입맛대로 하나

2009.11.14

지난 10일 발표된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 6곳 가운데 2곳이 제외되는 모양이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진주·산청과 안양·군포·의왕은 통합시 국회의원 선거구를 변경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2곳의 통합은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행정구역 개편작업을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행안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안 원내대표는 이 장관의 국회 발언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여론조사로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로,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안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의왕·과천으로, 만약 안양·군포·의왕이 통합되면 그의 지역구는 쪼개지게 된다. 진주·산청이 통합될 경우에도 산청·함양·거창인 한나라당 신성범 원내부대표의 지역구가 조정돼야 한다. 현행 선거법 제25조는 특정지역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이들 지역처럼 다른 시·군과 묶이면 선거법에 어긋난다.

이 장관 말대로 이 조항 때문에 2곳을 제외한다면 행안부는 그런 것도 모르고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했다는 얘기가 된다. 또 알고 있었다면 안 원내대표의 한마디에 국가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 셈이 된다. 이런 조직에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국가대사를 맡겨도 되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안 원내대표도 문제다. 여론조사로 통합 대상지역을 결정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되면 진작 협의를 했어야지 막상 자기 지역구가 대상으로 결정되니까 그런 이유를 들이대며 제동을 거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할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거구를 행정구역 개편의 상위개념으로 보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이 딱하다. 선거구는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변경하면 그만이다. 다른 지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구가 바뀌게 된다. 행정구역 개편은 정치인보다 주민이 우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