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 정원
양순, 급히 뛰어 나오고
뒤따라 안성댁 나온다.
나희와 준태 들어온다.
양순 (나희를 보니 화가난다.)
(피를 토할 듯)도대체 우리 할머니한테 워뜨케 한거유!
(나희 팔을 잡고 흔들며) 우리 할머니한테 뭐라그런거냐구유!
우리 할무니가 왜! 왜 죽어유 왜 죽어!
나희 (죽었다는 말에 충격 받은)
준태 (죽었다는 말에 충격 받은)
양순 우리 할머니가 뭘 잘못했는데, 니가 뭔데 우리 할머니를 내쫓아 죽게 만들어!
나희 (양순의 팔을 뿌리치며) 너 미쳤어!
나 여태 까지 준태 오빠랑 있다 오는 거야.
지금 나한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이래?
양순 우리 할머니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여.
준태 (양순에게 냉정하게) 흥분좀 가라앉히지.
기태, 급히 뛰어들어온다.
양순 (나희 붙잡고 흔들며)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여.
니가 우리 할머니 죽인거여. 넌 살인자여.
나희 (살인자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양순의 뺨을 후려친다.)
양순 (대들 듯 노려본다)
나희 (한 대 더 때리려고 손 드는데)
기태 (나희 손을 잡는다) 너 뭐하는거야!
(잡을 손을 뿌리치듯 놓으며) 뭐하는 짓이야 이게.
나희 (약간 중심을 잃는다)
준태 (나희를 잡아준다)
나희 (당황해서 기태를 본다)
양순 (이를 악무는데 눈물이 자꾸 흐른다)
기태 (거칠게) 가자. (양순의 손목 잡고 간다)
양순을 데리고 가는 기태
그들을 보는 준태 나희.
나희 방
망연자실해서 들어오는 나희.
정신이 나간 듯 침대에 털석 앉는다.
인서트)
-나희 자신이 차로 양순의 할머니를 치던 장면.
-양순이 나희 자신에게 따지며 악쓰던 모습.
양순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여.
니가 우리 할머니 죽인거여. 넌 살인자여.
나희, 공포심에 입술이 덜덜 떨린다.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는 나희.
들어오는 준태.
준태 (평소 말투로) 괜찮니?
나희 으 응... 괘 괜찮아. 그 근데 뭐가?
준태 니네 집 가정부라는 애가 너한테 행패부린거 말이야. 걔도 갑자기 충격이긴 하겠지만 너한테 그런 심한 행패를 부리는건 안되지.
나희 어... 걔...걔 원래 그런 애야.
준태 그래. 신경쓰지말고 좀 쉬어.
나 간다고 인사하러 들어온거야. 나오지마. 간다.
나희 어.. 잘 가 오빠.
준태 나간다.
나희, 심장이 터질것만 같다.
도로-기태 차 안
달리는 기태의 차.
양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기태, 그런 양순을 보기가 속마음은 안쓰럽지만
표현은 거칠게 나온다.
기태 (클락션 거칠게 누르며 거칠게 운전한다.)
병원 응급실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서 양순을 보고있는 기태.
사망한 할머니가 누워있는 간이침대 앞의 양순과 경찰 2명.
양순, 할머니의 얼굴 확인하고 터질듯한 울음 참는다.
양순, 이를 악물고 울음 참으며
경찰 2명에게 할머니의 신원을 확인해준다.
기태 (그런 양순을 보고 안쓰럽다)
기태, 양순의 아픔이 자신의 기억속의 아픔으로 전해진다.
응급실 앞
양순을 끌고 나오는 기태.
양순, 다시 응급실에 뛰어들어가려하고
기태, 몸으로 양순을 막는다.
양순 (기태의 팔을 뿌리치며) 비켜. 비키란 말이여.
기태 진정해.
양순 니가 뭔데 그러는겨! 비켜!
기태 (소리지른다) 진정하란말이야!!
(더 흥분해서) 나도 지금 니 심정 다 안단말이야.
양순 알긴 뭘 알어?
우리 할머니 죽인게 누군데.
너도 똑같어. 있다고 유세부리고 없다고 무시하는 너도 똑같어. 니가 억지만 안부렸어도, 내가 우리 할머니 마중나갔고, 할머니 죽지도 않았어.
기태 (차마 대꾸하지 못하는)
양순 (잡아 흔들며) 대답해봐. 대답해보란 말이여.
(때리며) 왜 대답못하는겨. 왜. 왜.
기태 (그대로 맞고 서있다)
양순 (밀어내며) 가란 말이여. 가. 가.(실신할 듯 격앙된다)
기태 (발끈해서) 그래 간다구, 가!
양순 빨리 가.
기태 (본인도 답답해서 돌아서 간다)
양순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할머니. 할머니....
기태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이 씩씩대며 걸어간다)
기태 거실
(3일동안의 시간 흐름)
첫째날, 기태 출근 하는 옷차림으로
물고기 밥을 준다.
양순 (3부 18씬 대사) 느그들도 오늘 아침 식사 부턴 7시 정각에 끝내는 기여.
둘째날, 다른 색깔의 출근복을
입은 기태 물고기 밥을 준다.
셋째날, 또 다른 색깔의 출근복을
입은 기태 물고기 밥을 주려고
계단에서 내려온다.
물고기 밥을 들어 주려는데
그중 유일한 점박이 무늬 물고기 한 마리가 죽어서
물위에 떠있다.
기태 (흠칫하는)
양순의 모습 떠오른다.
양순 (2부 씬6, 기태거실) 집안에 살아 있는 거 있으면 좋잖아유.
기태 (뜰망으로 죽은 물고기를 떠낸다.)
회사현관
석구, 먼저 내려 차문을 연다.
내리는 문사장.
문사장 송기사, 오늘이 양순이 할머니 발인이지.
석구 예. 사장님.
문사장 양순이 차 필요하지 않겠어?
가서 도와 줄 거 있으면 도와줘.
석구 사장님 오산 공장에 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문사장 저녁에 출발 할거니까 그 동안에 가서 좀 도와줘.
아무도 없을텐데.
석구 예, 알겠습니다.
옥외 회사 주차장
기태, 양순에게 갈까말까 고민중이다.
차에 탔다 내렸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갈팡질팡한다.
영찬, 기태 차 뒤에 주차한다.
영찬 (기태의 모습 보고 의아해한다)
차에서 내린 영찬, 기태의 어깨를 친다.
영찬 여기서 뭐해? 너 이상한거 아냐?
기태 알어 나도 이상한거.
영찬 뭔 말 하는거야 지금....
야 야 이거좀 봐볼래?
가방에서 사진(A4용지크기) 꺼내는 영찬.
사진은 비포앤애프터 행사 양순의 사진.
(사진 10여장 보여주며) 저번에 행사했던 사진 나왔는데,이거 봐봐. 얘 진짜 용 되지 않았냐?
기태 (양순을 확인하고 밀치며) 야 저리 치워.
영찬 왜이래 얘 때문에 너 행사 잘해놓고.
그런데 어떻게 니가 이런 촌애를 아냐?
기태 (사진 획 가로챈다)
차 열쇠 줘봐. 오늘 나랑 차좀 바꾸자.
영찬 니 차 놔두고 왜?
기태 빨간색 차 갖고 가면 안돼.
영찬 아침부터 장례식장에라도 가냐?(열쇠 준다)
기태 (영찬의 차에 타며) 오늘 회사 못들어 온다.
(차 출발시킨다)
영찬 (기태를 이상한 듯 본다)
병원 영안실 앞.
영찬의 차를 타고 도착하는 기태.
넋나간 듯 멍하니 서있는 양순이 보인다.
양순, 하얀 소복 입고 있다.
기태, 차에서 내리려는데
안에서 나오는 보배 루비.
보배 양순아. 엄마 아빠 아직 연락 안됐어?
양순 (끄덕이는)
보배 (어깨 툭치며) 기운 좀 내.
루비 양순아 기운내.
보배 (루비 머리 치면서) 양순이한테 언니라고 부르라고 그랬잖아. 나는 2년 꿀었고, 얘는 호적 2년 늦었고, 너는 1년만 꿀었고. 확실하게 해.
루비 예. 언니.
양순언니 미안.
양순 고맙구먼. 니들 덕에 할머니 장례 잘 치뤘어.
기태 (차에서 내린다)
석구의 차 와서 양순 앞에 선다.
기태 (내리는 석구를 보고 다가가지 못한다)
석구 양순아. 할머니 운구차 지금 떠났어.
출발해야지.
양순 (눈물 난다)
석구 양순이 너 자꾸 울면 할머니 마음 안편하셔.
보배, 양순을 뒤에 태우고 앞에 탄다.
떠나는 석구의 차.
기태 (애꿎은 차바퀴 찬다)
회사 복도
오전무와 준태 걸어오고 있다.
오전무 기태를 망하게 할 신제품 준비는 잘 하고 있냐?
준태 예, 아버지. 기획서는 다 준비 됐어요.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어요.
오전무 그래. 그리고 하나 더, 회사를 완벽하게 우리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황후 제조법이 필요하다.
준태 '황후' 제조법은 기태형이라 문사장이 각각 한 권씩 가지고 있잖아요? 회사에서는 보안이 너무 심해서 빼낼수가 없어요.
오전무 한 권이라도 우리 손에 있다면 상황은 좀 더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오늘 문사장이 오산 공장에서 '황후' 전반기 공정 들어가는거 알고 있니?
준태 그렇다면 문사장님이 전반기 '황후' 제조법 문서를 가지고 오산으로 가시겠군요.
오전무 (의미심장하게 끄덕인다)
준태 아마도 내일이면 아버지 손에 있을 겁니다.
오전무 실수 없도록 해라. (준태의 어깨를 한 번 치고 간다.)
나희 집 앞
차에서 내리는 양순 보배 루비.
석구, 차에서 내린다.
양순 여러 가지로 너무 고마웠어유 아저씨.
보배 야 야. 우리 오빠한테 아저씨가 뭐냐 아저씨가.
그냥 오빠라고 불러.
석구 피곤할테니까 일단 좀 쉬어. 3일 밤을 샜잖아.
들어가서 지금부터 그냥 눈감고 자란 말이야.
양순 야. 지 알아서 할거구만유. 아저씨.
보배 어허 또 그러네. (따라하라는)오빠.
양순 야 오빠.
석구 (웃으며) 들어가.
양순 야. 참말로 고마웠어유.
보배야 루비야 너희들 고마워. 신세는 꼭 갚을거구먼.
보배 알았구먼. 빨리 들어가구먼.
양순 (인사하며 들어간다)
나희 거실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양순.
양순 앞에 책가방과 짐가방 툭 떨어진다.
양순 (놀라서 앞을 보면)
나희 신발 벗을 필요없어. 나가.
양순 (놀랍고 황당해서 보면)
나희 내말 못알아들어? 이 짐 들고 나가란 말이야.
양순 (너무 기가막혀 나희를 쳐다본다)
나희 뭘 쳐다봐? 나가라는데.
니가 나한테 한 짓 기억안나? 뭐? 살인자?
니가 나한테 그딴 말 내뱉고도 이집에 있겠다고 들어온거야?
양순 (대꾸 안하고 짐들고 들어간다)
나희 야! (가방 낚아채듯 잡으며) 나가. 나가란말이야.
양순 (가방을 확 끌어당기며 노려본다)
(단정짓듯)우리 할머니도 이런식으로 내쫓아서 죽게 만들었구만유.(방쪽으로 가는)
나희 (부르르 떨며 쳐다본다)
가정부 방
검은색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양순.
하얀 상복을 한쪽으로 치운다.
책가방에서 '스노이 공모전' 포스터를
꺼내서 본다.
이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나희.
나희 (양순에게 백만원 수표 9장 툭 던진다)
양순 (노려본다)
나희 너 구백만원 때문에 우리집에 들어왔다면서?
그거 백만원짜리 아홉 장이니까 갖고 어서 나가.
너 안본다고 생각하면 그까짓 구백만원 아깝지도 않아.
양순 (수표를 줍는다)
나희 그래 잘 생각했어. 빨리 가지고 나가.
양순 (담담하게 수표를 준다) 나도 이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유. 하지만 이 돈은 절대로 못받겄네유.
내 돈으로 깨끗하게 갚고 나갈거유.
나희 (수표 획 뺏으며) 니가 무슨 수로 빨리 돈벌어서 나갈건데?
(책상에 펼쳐진 포스터 보고) 나참 기가 막혀서.
(포스터 손에 들어서 흔들며) 너 혹시 이거 공모해서 상금받아가지구 나갈려구 그러니?
양순 (대답 않는다)
나희 그래. 니가 1등해서 돈 갚고 나가면 다행인데 1등 못하면 어떡하니?
양순 1등 할거구만유.
나희 못하면? 계속 우리집에 있을거 아니야.
이렇게 하자. 나도 공모에 작품낼테니까 내가 1등하면 너 당장 집에서 나가는 거야.
양순 좋아유. 그렇게 해유.
나희 거실
양순, 거실 청소하고 있다.
안성댁 아이구 할머니 장례 치르느라 고생했는데 빨리 들어가서 쉬어.
양순 괜찮아유.
나희, 외출복 입고 내려온다.
나희 괜찮으면 2층에 내 작업실 좀 치워놔라.
이따가 공모전 작품 그러야되니까 나 돌아오면 바로 작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놔.(나간다)
양순 (무시하고 계속 일한다)
나희 너 대답 안해?
양순 (반항적으로)알았구만유. 하면될거아니에유.
나희 '예'라고 짧게 대답하면 되거든? (나간다)
안성댁 쯧쯧쯧. 저 성깔 저거 저거.
양순아. 내가 치울테니까 방에 들어가 좀 쉬어.
양순 (2층으로 올라가면서) 괜찮아유. 다 할거구만유.
수족관
물고기 고르는 기태.
기태 아저씨. 저거 한 마리만 주세요.
주인 한 마리는 안팔아요. 세 마리 천원이예요.
기태 한 마리만 필요하다니까요.
주인 아 한 마리 3백원주고 팔아 그럼? 세 마리 천원이라니까요.
기태 (천원 툭 주며) 줘요.
주인 3마리 담아준다.
기태 (도로 2마리 어항에 담고 한 마리만 들고간다)
기태 거실
기태 어항에 물고기 한 마리 풀어주고 뿌듯하다.
기태 (물고기 마릿수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다시 야구팀 됐네?
기태, 시계 한번 보고 전화기 든다.
#0/ 나희 거실
전화받고 있는 안성댁
안성댁 예. 도련님. 나희 좀전에 나갔는데.
기태 (약간 머뭇거리는데)
안성댁 나희 들어오면 전화하라고 할까요?
기태 (건성으로 흘리듯이) 예.
근데 양순이 집에 왔어요?
안성댁 아유 예. (고자질하듯) 왔기는 왔는데요 나희가
일시켜가지구 일하고 있잖아요.
기태 (순간 화나서) 뭐요 지금 일을 해요?
안성댁 (맞장구치는) 네. 그렇다니까요 글쎄. 얼마나 힘들겠어요.
기태 (양순이 쉬게할 마음으로. 버럭) 그집 일은 안성댁
아줌마가 해야되는거 아니 예요? 여기도 할 일 많으
니까 지금 당장 양순이 이리 보네요.(전화 탁 끊는다)
안성댁 (전화 탁 끊으며) 년놈이 아주 똑같은 것들이야.
(2층에다 대고 소리지른다)
양순아!
#0/ 골목
양순, 보자기에 싼 사진액자와
새로 산 도화지, 포스터칼라, 파렛트, 붓등 든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온다.
골목에 숨어 있던 만복과 엄지.
만복은 양쪽 다리 모두 기브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다.
엄지가 휠체어를 밀고 온다.
만복 양순아!
엄지 양순아!
양순 (뒤돌아 본다, 만복을 보고 놀라는) 어무니, 아부지 이
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여유?
만복 (양복 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내는) 이거 지난 번 너의
주인 집 사진 액자 깨뜨린 값이구먼. (하다 양순 손에
들린 액자 본다)니가 유리 해 넣냐? 그럼 이 돈 필요
없건는디.... (도로 집어 넣는다)
양순 (화가 난다) 누가 돈 필요 하다고 했어유?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여유?
엄지 양순아 와 그러는데? 니 아버지가 다리까지 분질러
가면서 번 돈인데. 니 아 버지 얼마나 아파했는디.
만복 (엄살피우는) 어이고, 죽겠네.
엄지 화를 내면 너의 아버지가 얼마나 민망하겄냐.
양순 (버럭) 할머니 돌아 가셨시유. (눈물 난다)
만복 뭐라고 했냐?
양순 우리 할머니 죽었다구유.
만복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와 양순을 붙잡는다.
만복 우리 엄니가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여?
양순 (만복 멀쩡히 일어 나는 것 보고 기가차다)
인젠 딸한데도 사기쳐유?
만복 (갑자기 주저 앉더니 통곡한다.) 어머니~
엄지 여보. (같이 우는데)
양순 오늘 할머니 장례 치뤘구먼유. 내가 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유? (눈물이 난다)
만복 내가 줄을 놈이구먼. 에이구 불효자여. 그래
우리 엄니 어디다 묻었냐?
양순아! 양순 묻긴 어떻게 묻어유. 아무것도 없는디....
화장해서 고향 뒷산에다 뿌렸드렸구만유...
만복 우리 엄니 죽어서도 고향 산천 떠돌겠구만....
만복, 통곡하다 일어나서 기브스 한 발로 휠체어를 밀고 간다.
따라가는 엄지.
양순, 그런 부모 보며 억장이 무너진다.
#18-1. 기태 집 앞
양순, 집을 한 번 바라본다.
할머님 돌아가신 이후 처음 보는 거라 기태 보기가 좀 껄끄롭다.
#0/ 기태거실
들어오는 양순.
양순, 액자 내려놓고 어항의 물고기 밥준다.
양순 (물고기 세보며) 아홉 마리 다들 잘 살아있구먼.(하는데
이상해서 중얼거리듯) 한 마리가... (뭔가 의심스러워
기태 보며)분명히 밥도 안줬을텐디.
기태 (바라보다가 버럭) 오라고 한지가 언젠데 왜 인제 와?
양순 (사무적으로) 부모님 사진 액자 맡겼던거 찾아왔구요,
문방구좀 들렀다 왔구만요.
기태 앞으로 부르면 바로바로 와.
양순 시키실 일 있다믄서 뭔가유?
기태 (막상대답 못하고 멈칫)....
야! 너는 내가 언제까지 일 일이 니 일을 다 말해 줘야
하냐? 니가 알아서 못해?
양순 (기태가 왜 저러나)
기태 쇼파에 앉어.
양순 (쳐다보고 있는)
기태 앉으라니까.
양순 (쇼파에 앉는다.)
기태 꼼짝말고 니가 뭘 해야 되는 지 앉아서 생각해봐. 나
지금 나갈건데 그 동안에 해야 할 일 뭔지 확실하게 생각해놔. (나간다)
양순 또 억지 쓸려고 불렀구먼.
#0/ 백화점 음식코너
기태, 여기저기 음식코너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사고 있다.
손에 음식 포장 된 것 들고 있는 기태.
기태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게 뭐에요?
주인2 새우튀김이 가장 잘 나가는데요.
기태 그거 2인분 싸주세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도
2인분 싸주시구요. 기태, 포장하는 동안
그 옆집에 가서 다른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을 사면서 굉장히 흡족해 하는 기태.
#0/ 기태거실+주방
기태, 두 손 가득 음식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양순, 쇼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양순의 자는 모습이 측은하다.
기태, 봉지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양순이 몸을 뒤척인다.
기태, 양순이 잠에서 깰까봐 잠시
서있다 살금살금 걸어 주방에 사온 음식들을 가져다 놓는다.
#0/ 회사현관
나희, 준태를 기다리고 있다.
준태 서류봉투를 들고 나온다.
나희 오빠! 준태 오빠!
준태 (반갑게) 나희야.
나희 오빠 내가 부탁한 거 가지고 나왔어? 이거야?
준태 (주위 둘러보고) 나가서 이야기 하자.
#0/ 공원
나희와 준태 나란히 앉아 있다.
서류봉투에서 디자인 된 그림 한 장이 나온다.
(주제는 자연과 美. 상단에 <당신의 얼굴에 자연이 보인다.>
꽃으로 얼굴의 그림을 그렸다. 굉장히 모던하고 세련된 그림이다.
준태 아마 이 정도면 스노이 공모전에서 1등은 확실 할 거다. (그림 건내는)
나희 정말이지. 이거면 1등 할 수 있는 거지. 오빠 정말 고마워.
준태 우리 회사 2/4 분기 포스터 할려고 미리 작업해 놓은거야.
나희 전문가가 해서 그런지 정말 멋지다. 정말 오빠 밖에
없어. 근데 이거 엄마한덴 비밀이다.
준태 나도 이거 회사에서 꺼내 온거 알면 난리나. 근데
사장님 따님이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닐테고 공모전에 왜
작품을 내려고 해?
나희 그럴일이 있어.
준태 말 해 주면 안돼?
나희 (대답안하고) 오빠, 내가 대신 데이트 한 번 해줄게.
준태 (웃는다) 약속 지켜라.
나희 근데 기태 오빠는 사무실에 있어?
준태 (기태라는 말에 얼굴 표정 바뀐다) 오늘 회사 안 나
왔어. 인제 운전연습 안하 니? 운전연습할 때면 꼭 나 불러라.
나희 (당황해서) 아 아니 앞으로 운전 안할려구. 기태오빠
회사 안 나오는 병 또 도진 거 아니야?
#0/ 기태 거실
나희, 신나서 들어온다.
나희 기태오빠, 집에 있어?
양순, 곤히 잠을 자고 있다.
나희 (양순 보고) 어머 얘 좀 봐. 여기가 어디라고. 웃기지도
않아 정말. (양순 건드리며) 야! 야 일어나! 야.
양순 (피곤해서 정신을 못차린다)
나희 (버럭) 야!
#0/ 기태 2층 테라스
기태, 멀리 전망 바라보고 있는데
나희(E) 야 야. 일어나라니까. 니가 어디서 지금 잠을 자.
시끄러운 나희의 소리 들린다.
기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0/ 기태 거실
양순, 일어나 있다.
나희, 기가막혀서 보고 있다.
2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기태.
나희 너 누가 여기 와서 자고 있으라고 그랬어? 내가 시킨 일 다 했어?
내 방 치웠놨어? 내 작업 실에 그림 그릴 준비 다 해놨어?
양순 (아직도 잠이 깨지않는다)
나희 너 누구 믿고 이러는거냐?
기태 (내려오며) 내가 시킬 일이 있어서 오라고 했어.
나희 오빠 집에 있었어? 오빠 집에 있는데 얘가 지금
여기서 자고 있는거야? 기태 잠깐 나갔다왔는데 자고
있더라. 하도 기가 막혀서 그냥 2층에 올라가 있었다.
양순 (할 말이 없다)
나희 아무리 기가 막혀도 그렇지 오빠. 애 혼낼건 혼내야지.
얘 분명히 주방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자고 있을거야.
(주방으로 가는데)
기태 나희야.
나희 (멈춰서) 응?
기태 뭐 이런 일로 짜증낼 필요 있냐? 오랜만에 같이 바람
이나 좀 쐴까?
나희 (반색하며) 정말? 정말이야 오빠?
기태 나가자. (나간다)
나희 (따라나가며) 오빠. 양순이 쟤 어떻게 무슨 일이라도
시켜놓고 나가야지.
기태 양순이 너. 거기 앉아서 아까 내가 생각해보라고
한거 다시 한 번 생각 해봐. (나간다)
나희 (기태의 팔짱 얼른 낀다) 오빠 우리 저녁 뭐먹을까?
양순 (꼴보기 싫어서 외면한다)
#0/ 기태 정원
기태의 팔짱 끼고 나가는 나희.
나희 오빠. 양순이 쟤가 얼마나 웃기는 앤줄 알아? 쟤 진짜
황당하고 어이없어. 글쎄 지가 우리회사 ‘스노이
공모전’ 있지, 거기 자기 그림 내겠다는거야. 1등
하겠데. 미대 다니는 나도 어려운데, 어디 시골 고등
학교 다닌던게 주제를 몰라.
기태, 양순이 미술도구 봉지를
들고 들어오던 모습을 떠올린다.
기태 ....
나희 오빠 쟤 진짜 어이없지 않어?
기태 가자.
나희 오빠 나 먹고 싶은 거 생각났는데.
#0/ 고급 레스토랑
식사하고 있는 기태 나희.
나희 (맛있게 먹다가 기태를 보면)
기태 (딴생각에 빠져있다)
나희 오빠 왜 안먹어?
기태 응? 먹어. 먹어라.
나희 오빠 무슨 생각 하는데? 무슨 일 있어?
기태 빨리 먹어라.
나희 오빠. 나 있잖아. 나 스노이 공모전에 작품 낼거거든?
기태 그래? 니가 웬일이냐?
나희 그냥. 전공이니까, 그리구 우리회사 주최니까. 오빠 심사위원이지?
기태 그렇겠지뭐.
나희 오빠 나 1등으로 뽑아줘야돼?
기태 너 그거 1등해서 뭐할라구?
나희 이왕 응모하는거 1등해야 체면도 서고 좋잖아. 알았지
오빠? 꼭 나 1등 뽑아줘야 돼.
#0/ 기태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양순.
기태의 말이 떠오른다.
기태 꼼짝말고 니가 뭘 해야 되는지 앉아서 생각해봐.
기태 양순이 너. 거기 앉아서 아까 내가 생각해보라고
한거 다시 한 번 생각 해봐.
양순 (불쾌하다)생각하기는 뭘 생각하라는겨? 생떼를 써도
써도 워뜨케 그렇게 쓸까? 그런 생떼 생각해내기도 힘들겨.
양순, 그림 도구 들고 주방으로 간다.
#0/ 기태 주방
식탁 위에 도화지 펼쳐져있고
그림 준비 다 되어있다.
양순, 그림을 그린다.
도화지 위에 그려지는 여러 가지 포스터들.
#0/ 나희 집 앞(밤)
기태, 나희를 바래다 준다.
기태 들어가라.
나희 오빠 어디 가서 쫌만 더 놀면 안될까?
기태 너 공모전 준비한다면서? 지금 시간이 어디 있어?
나희 (얼버무리는) 응?...하면 되지 뭐. 미대 다니는
내가 양순이보다 못하겠어?
기태 나는 너 그림 그리는거 한번도 못봤다?
나희 왜이래 오빠? 나도 그려.
기태 그래. 그럼 어서 들어가서 그려라. 간다.
나희 오빠 밥 잘먹었어. 안녕. (기분 좋아서 들어간다)
#0/ 나희 방(밤)
진주 (의자에서 발딱 일어나며) 왜 이렇게 늦게 와. 연락
이라도 좀 하지. 핸드폰은 꺼놓구. 어디서 뭐한거야?
너무하잖아 이거.
나희 (들어오며 아무렇지도 않게)많이 기다렸어?
진주 5시간 넘게 기다렸어. 지겨워 죽는줄 알았잖아.
어떻게 된거야. 뭐야 정말.
나희 기다린 5시간도 일한 시간이라고 쳐주면 되잖아.
진주 (조금 누그러져서) 기다린 거도 일 한 시간으로 쳐 준다구?
나희 시간 당 5만원이면 이런 아르바이트 어디서 구하니?
진주 (더 누그러져서) 오늘은 무슨 일인데?
나희, 준태가 준 디자인 툭 던져준다.
나희 우리 전공 살리는 아르바이트야. 이거랑 비슷
하게 그려서 색칠 해. 똑같지만 않으면 돼. 비슷하면 돼. 알았지?
#0/ 기태 주방(밤)
양순, 테이블에 앉아서
그림에 쏙빠져서 그리고 있다.
거실에서 주방에 있는 양순을 보고 들어와서 지켜보는 기태.
양순, 기태가 온줄도 모르고 열중해있다.
그림은 양순이 출품을 결정한 그림으로 산골풍경을 바탕으로 한 포스터다.
거의 다 색칠이 되어있고 마무리 중이다.
기태 (바짝 뒤에 와서 그림을 본다)
양순 (뭔가 뒤의 느낌이 이상 해서 눈을 깜빡깜빡한다)
기태 (양순의 머리 뒤에서 눈 가늘게 뜨고 본다)
양순 (순간적으로 고개 획 돌린다)
양순의 코 바로 앞에 있는 기태의 얼굴.
양순 (순간 당황해서 눈만 깜빡깜빡한다)
기태 (역시 눈을 껌뻑껌뻑한다)
양순 (뒤로 펄쩍 물러나며) 엄마야!
뒤로 물러나는 양순의 팔이 테이블 위의 물통을 친다.
엎어진 물은 그림들을 다 적신다.
양순 (일어나서 그림들을 부리나케 들어올린다)
엄메 아부지. 이 일을 워쩌. 이 일을 워쩌.
기태 (자신도 모르게 허겁지겁 그림들을 들어올린다)
양순 (색이 번져버린 그림들을 보고) 워쩌 이걸 워쩌!!
이걸 어뜨케. 어뜨케. 내가 못살어 못살어. 어뜩하냐구유. 말 해봐유.
기태 (그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림 툭 내려놓는다) 야!
내가 쏟았냐? 니가 쏟아놓고 어따대고 소리를 질러?
양순 나 좀 가만 내비둬유 제발! 다 망쳐버렸잖아유. 이 일을
워쩐데요 워쩌! 공모전에 낼 그림이었단 말이유. 왜 나를
못잡아 먹어서 난리유 난리가!
기태 (발끈해서) 야! 망치나 안망치나 이게 그림이냐? (종이를
양순 얼굴 앞에 흔들며) 애들 장난이지 이게 그림이냐고?
양순 (속상해서)
기태 니 주제를 알어 주제를. 무슨공모전이냐 공모전이.
저녁이나 차려.(나가는데)
양순 (냉냉하게) 아까 저녁 잡수러 나가신다고 해서 저녁준비
안했구만유.
기태 자랑이냐? 먹을걸 안먹었다 그러냐? 저거 아까 내가 사다
놓은거 먹게끔 준비해. (나간다)
양순 (절망적이다)
#0/ 기태 마당(밤)
갈팡질팡 왔다갔다하는 기태.
양순의 행사 사진들 들고 보면서 왔다갔다 한다.
기태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왜이래?
무슨 마음 먹고 있는거야? 니 마음은 뭐고, 니 몸은 뭐야? 왜 따로 놀아?
양순 (현관문 열고) 식사 준비 됐어유.
기태 (얼른 등 뒤에감춘다) 뭐야?
양순 식사 준비 됐다니께유.
기태 안먹을거니까 그냥 놔두고 집에 가.
양순 야? 안먹는다구유?
기태 그래. 안먹어.
양순 (화가 치밀지만 참고)..... 참말로 너무 하시네요.
내일이 공모 마감날이구만유. 망친 그림은 망친 그림이구.
생각한 것은 머리에 남았으니께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그릴것이구만유. 때문에 시간가는 것이 아깝고 애가타서
안달이 날 지경인디, 이거 해라, 아니다 하지마라, 이게
너무하는거 아니냐구요 시방.
기태 안먹는다는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냐?
양순 (체념하듯)...알았구만유. 저녁 상 치우고 돌아가도
되겄지유?
기태 (짜증스럽다는 듯) 저녁 상 치우지마. 그냥 가.
양순 (또 뭐냐는 표정으로 본다)
기태 이따가 배고파질수도 있는 거잖아. 왜?
양순 (한숨쉬듯) 알았어유. 그럼가겄슈.(인사하는데)
기태의 등뒤에 감춘 양순의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진다.
양순 (사진을 보고 기태를 쳐다 본다)
기태 (마음을 들킬까봐 오히려 큰소리로) 야! 이 사진 갖고
가. 니 사진이잖아! 우리회사 행사했을 때 찍은 사진!
양순 (사진을 받아들고 이상하게 기태를 본다) 근디 워째 등
뒤에 들고 있어유 지 사진을?
기태 뒷짐지고 있었다 왜?
양순 그럼 가겄슈.
기태 (왠지 찜찜해서 양순을 깎아내린다) 야! 잠깐 서봐.
(얼굴 사진 한 장을 휙 뺏 으며) 너 이거 보고 사람들이
예뻐졌다고 하니까, 니가 원래 예쁘다고 생각하냐?
양순 전혀 그런 생각 없으니께. (귀찮아서) 하고 싶은 말
하세유.
기태 그림이 예쁜거는 도화지가 예뻐서 그런게 아니거든?
그 위에 칠한 색이 이쁜거지. 그러니까 니 얼굴이 도화지
고 그 위에 물감대신 화장품 으로 잘 칠했다 이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냐? 니 얼굴 안이쁘니까 착각하지
말라구.
양순 (뭐라고 얘기하든 한귀로 흘리겠다는) 그려유. 내 얼굴
도화지유. 가겄슈.(현관으로 간다)
기태 (마음을 들켰나 싶어 껄끄럽다)
#0/ 나희 거실(밤)
그림도구 들고 들어오는 양순.
나희,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나희 (매우 친절하게)늦었네? 너 기태오빠네 그림도구까지
들고 갔었니?
양순 걱정마유. 하나도 못그렸으니께.
나희 왜 좀 그리지 그랬니. (자신의 그림 보여준다)
나는 이건데, 어떠니?
양순 (좋은 그림에 기가 죽는다)
나희 니 눈에 봐도 괜찮지?
양순 혹시 시키실 일이 있어도 지금은 못해유. 어쨌든
그림은 그려서 낼거구만유.
나희 아니야. 나 너 일 안시켜.내가 상금타서 너 빚갚아
주고 이 집에서 나가게 해줄건데 뭐.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못볼건데 일 안시켜. 어서 들어가서 그려.
잘 그려.(간다)
양순 (절망적이다)
#0/ 어느 국도(밤)
달리는 문사장 차.
문사장 송기사. 오산 공장에 다녀 오는 날은 힘들지?
석구 아닙니다. 사장님.(하면서 백미러를 이상한 듯이 본다)
문사장 (무릎에 놓고 있는 제조법)
회사 금고에 다시 이 제조 법을 넣기 전까지는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잖아. 이것때문에 중간에 어디서
쉴 수가 있나. 이때 갑자기 앞에 가던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문사장의 차 급정거한다.
문사장 무슨 일이야? 왜이래?
석구, 서둘러 후진 기어 넣고 차를 뒤로 빼자마자 뒤에와서
밀어붙인 자동차의 범퍼에 닿는다.
석구, 앞을 보면 이미 앞 자동차에서
건달1.2. 내려서 차를 막아선다.
석구, 뒤를 보면 뒷차에서도 건달3.4.
내린다.
석구 사장님.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내리면 운전석으로 와서 차를 몰고 가십시오.
문사장 (불안한 표정)
석구 (내려서 잠금장치 잠그고 문을 닫는다)
건달 4명 석구를 에워싼다. 이들 뒤쪽 멀리에서 길가에 멈춰서있는 자동차.
그 자동차 안에 준태 타 있다. 석구, 덤벼오는 건달들과 맞서 싸운다.
석구의 주먹에 나가 떨어지는 건달들.
건달들의 주먹에 쓰러지는 석구. 건달들 문사장의 차문을 열려고 하면
석구 일어나서 건달들을 제압한다. 문사장, 차를 출발시킨다.
석구,떠나는 차에 간신히 올라타고 빠져나가는 문사장 차.
차 안에 앉아있던 준태,
화가 치밀어 핸들을 세게 친다.
#0/ 가정부 방(밤)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양순.
책상 위에 그림도구들.
양순, 도화지에 스케치 하고 있다.
양순 (답답해서 연필 놓으며 큰 한숨 내쉰다)
안성댁 (자다가 졸린눈으로) 아유 양순아 아직도 안자니?
몇시야 지금. 아휴 3시다. 너 안피곤하니? 빨리 자.
(돌아누워 다시 잔다)
양순 주무셔유. 죄송해유.(도화지 보고 다시 한숨쉬는데)
책상 머리맡에 있는 양순의 사진이 보인다.
양순, 무심코 들어서 본다.
기태(E) 그림이 예쁜거는 도화지가 예뻐서 그런게 아니거든?
그 위에 칠한 색이 이쁜거지. 그러니까 니 얼굴이 도화지
고 그 위에 물감대신 화장품 으로 잘 칠했다 이거야.
#0/ 동네 골목(밤)
양순 뛰어간다.
#0/ 기태 집 앞(밤)
환하게 켜진 기태 집.
양순 뛰어와서 벨 누른다.
#0/ 기태 마당(밤)
급히 들어오는 양순.
기태 졸린 눈으로 서있다.
양순 (급한 마음에 본론으로)아저씨. 죄송한대유. 지
화장품좀 빌려줘유.
기태 (비몽사몽) 너 지금 몇 시냐 몇시?
양순 야밤에 찾아와서 죄송해유. 화장품 좀 빌려달라
구유.
기태 (졸려서 짜증내며)가 내일 와. 내일.
양순 그걸로 그림 그리게유. 화장품에도 색깔 있잖유.
기태 아 정말 짜증나서 잠 확깨네 정말.
양순 사정이 급해서 그래유. 공모가 내일 마감이어서
말이유. 사정좀 봐주세유.
기태 왜 내가 니 사정 봐줘야되냐?
양순 아저씨 화장품 회사 다니니까 화장품 많을 거 아니
여유. 청소 할 때 보니까 여기저기 많던디....
기태 그럼 나 한테 뭐해줄건데? 내가 원하는거 하나 들어 주냐?
양순 (잠시 생각하다) 좋아유. 아저씨 원하는 거 하나
해줄게유.
#0/ 기태 거실 (밤)
기태가 양순에게 색조 화장품 건내준다.
양순 (가지고 나갈려는데) 잘 쓸께유. 고마워유. 가유.
기태 야. 근데 지금 가서 그림 그리게?
양순 야!
기태 내 아침은?
양순 시간맞춰 차리러 올께유.
기태 왔다갔다 뭐하는 짓이냐? 너 안오면 아침 굶고
나만 손해잖아. 여기서 그려. 여기서.
양순 (좋아서) 진짜유? 그럼 저도 좋지유.
#0/ 주방 (밤)
양순, 기태가 준 화장품, 아이라이너 (리퀴드 용) - 검정, 보라, 파랑, 갈색등
아이라이너 (펜슬용 : 연필처럼 생긴 것) : 검정, 보라, 파랑, 갈색등 색깔별로 부채꼴 모양으로 놓아 주세요.
마스카라 : 와인, 검정, 초록 각종 색깔별
아이라이너 : (각 용기별로 들어 있는,색깔 별로)
아이라이너는 전문 매장에 있는 것처럼 종 색깔 30여가지 이상)
립스틱 : (각종 색깔 별로), 립라이너 (각종 색깔별), 립글로스
컨실러 (펜슬용), 파우더 (베이지, 진한 베이지 등)
각종 메이크업 붓 (아이브로우 브러시, 눈썹용 빗, 블러셔 브러시, 포인트 세도 블러시, 립 블러시등 각종 싸이즈의 붓들)
메니큐어 (색깔별로)
스폰지, 퍼브가 싸이즈별로 놓여 있다.
각 화장품들이 종류별로 놓여져 있다.
양순, 하얀 도화지 (4절지)를 펼쳐 놓는다.
아이라이너 (펜슬용)를 집어 들고 밑그림을 그리는 양순.
시골 동네의 자연 풍경이다.
메이크업 붓을 들고 아이세도우로 칠한다 .
파란색 아이세도우로 하늘 칠하고 초록색 아이세도우로 나무를 칠한다.
아이라이너 (리퀴드)로 나무 가지를 그리고 대지 (땅)를 퍼프에 파우더를 묻혀 칠하고 볼터치로 강조를 한다.
들에 핀 꽃들, 립스틱으로 칠하고 마스카라로 나뭇잎을 표현한다.
#0/ 기태방 (밤)
집안 곳곳을 돌아 다니며 기태 자지도 못하고 서성이다가
서랍을 뒤진다.
한 서랍에서 나오는 메니큐어 (색깔별)펄(반짝이), 펜슬용 립라이너,
색깔별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등잔뜩 찾아낸다.
#0/ 기태 주방 (밤)
괜히 투덜데며 양순에게 화장품을 던지는 기태.
양순, 고맙지만 던진 화장품에 맞고 째려본다.
양순, 기태가 가져다준 펄을 집어 들어 그림속의 하늘에다 뿌린다.
반짝 거리는 하늘.
#0/ 기태 집 외경 (새벽)
아침이 밝는다.
#0/ 기태주방 (아침)
양순, 3분의 2정도 칠한 상태이다.
양순, 시계를 보니 6시 30분.
양순 (시계를 보고 놀란다.)
아이고 벌써 6시 30분인디 어떻게 한디야. 성질 나쁜
아저씨 아침 안 해놓으면 또 이상한 억지를 부릴틴
디. 아침 부터 준비 해야 것구먼.
양순, 냉장고에 가서 양파, 계란, 햄, 빵등을 꺼낸다.
#0/ 기태 거실
양파 다지는 소리 들으며 주방으로 가는 기태
기태 얘는 그림 벌써 다 그린 거야, 뭐야?
#0/ 기태 주방
급하게 양파를 다지는 양순.
기태, 식탁위에 그림을 보니 아직 다 못 그린 것이 보인다.
양순, 급한 마음에 칼질 하다가 그만 손을 살짝 벤다.
양순 아! (손가락 지혈하는)
기태 (자신이 아픈 듯 얼굴 찡그린다.)(괜히 졸린
듯 하품하며 짜증을 낸다.) 야~ 야~
양순 (돌아보고 죄지은 듯) 아직 아침 준비가 다 안 됐는디....
기태 야 너 때문에 잠설쳐서 졸려서 밥 못먹어. 못먹어.
(하품 하는) 그냥 잘거니까 너 괜히 계약 위반이니 뭐니
하지 마. 알았어? (괜히) 내가 가정부 하나
잘못 만나서 무슨 고생이야 이게. (나간다.)
양순 (입 삐죽거린다.) 생때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구먼.
(얼른 자리에 앉아 다시 그림을 마무리 한다.)
#0/ 회사 현관 (아침)
문사장, 차에서 내린다.
출근하는 주수봉과 마주친다.
주수봉 (인사한다.)
이때 오전무와 준태가 온다.
오전무 (먼저) 사장님, 어제 큰일 당할 뻔하셨다면서요?
문사장 예.
준태 (아버지의 말에 놀라는)
오전무 어떤 놈들인지.... 요즘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
한게 보안에 더 신경 쓰셔야 될 것 같습니다.
문사장 그래도 어제는 송기사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주수봉 보며) 주팀장이 든든한 사람 소개 시켜줘서
(석구가리키며)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석구 (쑥스럽다.)
문사장 주팀장 고마워요. (간다)
주수봉 (괜히 자랑스럽다.)
#0/ 휴게실
석구와 주수봉 팀장 커피 마신다.
주수봉 석구 니가 우리 사장님 모신지도 2년이 됐구나.
우리 사장님 잘 모셔줘서 고맙다.
석구 제가 고맙죠. 선생님 아니었으면 지금도 뒷골목
생활이나 하고 있을텐데, 선생님 만나서 이렇게
사람 구실 하고 사는데요. 우리 보배도 보살펴 주시고
여러 가지로 감사해요. 주수봉 근데 너 운전기사도 좋지만.
한번 공부해서 나랑 같이 일해 보는 건 어떨까?
석구 제가 어떻게....
주수봉 내가 볼 때 너 돼. 왜? 성실하잖아.
#0/ 학교 교정
양순, 보배, 루비 모여 있다.
교복에 커프스 하얀 양말.
하얀 실내화 신고 있다.
양순의 그림 말아서 들고 왔다갔다 하고 있다.
보배 너 왜 그래?
양순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는) 사실 나 공모전 그림 그렸
거든 이거 오늘 한 시까지 접수 해야 하는디, 거기
갔다 오면 수업 시작 하잖여.
보배 어후 답답해. (시계보고) 이 바보야 벌써 1시 다
되가잖아. 스노이 화장품 회사 갈려면 30분은 걸리는데.
양순 그럼 어떡혀? 수업 있는디.
보배 바보야, (정곡을 찌르는) 너 돈 필요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양순 (그 말이 맞는데)
보배 힘들게 그렸으면 내야지. 수업이 대수야?
보배 전화기를 꺼내든다.
#0/ 회사 로비 접수 창구
<스노이 공모전 주제 ‘자연과 美’>
접수 창구라고 쓰여져 있다.
여직원이 그림 접수 받고 있고 옆에서 영찬이 감독하고 있다.
작품 내는 사람들. 한 쪽에는 그림들이 쌓여져 있다.
기태, 그림 접수자 명단을 보고 있다.
기태 (명단 손가락으로 훑으며)
차양순, 차양순.....
(끝까지 넘겼는데 이름 없다)
영찬 올해는 상금이 큰지 그래도 제법 많이 참가했다.
기태 (혼잣말) 얘는 밤새 그려 놓고 왜 안와?
이때 나희가 들어온다.
나희 오빠! 기태 오빠도 여기있네.
영찬 나희 너도 응모한다면서?
나희 나도 미대생이야. (그림 제출한다.)
기태 오빠 어때? 잘 그렸지?
영찬 어유 굉장한데?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낫지않냐?
나희 (기태에게) 오빠. 양순이 내고 갔어?
기태 (고개 젓는다) 아니.
나희 (빙긋이 웃으며) 포기한 모양이구나. 오빠 나 엄마
좀 만나고 이따가 오빠 사무실에 갈게.(간다)
기태 (시계 한 번 보고 양순이 걱정된다.)
이때 영찬의 전화 벨 울린다.
영찬 여보세요. 보배냐? 왜?
보배 오빠, 내 친구가 그림 접수해야 되는데 차가 좀 막혀.
접수 마감 시간 좀 늦쳐주라.
영찬 야 어떻게 내 마음대로 접수시간을 늘려주냐?
보배 힘 좀 써봐. 지금 간다니까. 10분도 못 기다려줘?
기태, 옆에 듣고 있다.
영찬 안돼. 규정은 규정이니까. 1분도 넘으면 안돼.
기태 영찬아 마감시간 30분만 연장해라.
영찬 어? 어. 알았어. (휴대폰에 대고) 그럼 20분안에 와. 빨리와.
#0/ 도로 택시안
양순, 보배, 루비의 순으로 뒷자석에 탄 세사람. 꽉 막힌 차들.
버스 전용 차선만 한가하다. 양순, 초조하다.
보배 (건들거리며) 아저씨 빨리 좀 갈 수 없어요?
택시기사 막힌거 안보여 학생?
보배 아저씨 (버스 전용 차선) 저기로 좀 가 주세요. 네?
너무 급해서 그래요. 예? 택시기사 요즘 단속이 얼마나 심한데....
보배 아저씨, 지금 (양순이 가리키며 협박) 얘 인생이 걸렸
어요. 인생이. 10분 안에 못 가면 얘 죽어요.
그러면 아저씨 책임지실 거에요? (애교) 아저씨....
택시기사 에이 참!
택시기사 버스 전용 차선으로 달린다.
한 참을 달리는데 앞에 경찰이 택시를 세운다.
모두들 난감하다.
양순 어떡혀?
보배 걱정마! 걱정마! (경찰에게)
아저씨 죄송해요.
지금 여기서 내릴려고 그랬거든요. 한 번만 봐주세요.
네? (택시문을 열고 루비를 밖으로 밀어버린다.) 루비 얼떨결에 밖으로 나가 떨어진다.
보배 (문닫고 손 흔든다.)
택시 아저씨 눈치껏 다른 차선으로 빠져 나간다.
택시기사 학생 대단하네.
보배 아저씨 빨리 다시 끼어 들어요.
택시 아저씨 전용차선으로 달린다.
앞에 공익요원이 택시를 세운다.
보배 (같은 수법으로) 아저씨 저 내릴 거거든요. 죄송해요. 아저씨. (문 닫으며) 양순아 파이팅!
#0/ 회사 공모전 접수 창구
기태 밖을 내다보며 기다리고 있고 영찬은 그림들을 보고 있다.
이때 문이 열리며 양순이 뛰어 들어온다.
양순 (숨차하며) 저 보배 친구 양순인디유 늦어서 죄송
해유.(인사한다.)
기태 (양순 얼굴을 보고 순간 얼굴이 환해진다. 곧 수습하는)
영찬 (놀라는) 어! 너 그때 행사장 촌스런 모델아냐?
양순 접수 되는 거지유? (그림 낸다.)
기태 (마음과 달리)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맨날 늦냐? 재주도 좋다.
양순 아저씨가 상관 할 바 아니구먼유. 아저씨 일이나 신경 쓰셔유.
영찬 (양순의 당돌함에 놀라고) 너 그래도 이 아저씨 아니면
작품 못냈다. 이 아저씨가 마감 시간 연장 하라고 안 그랬으면.
기태 쟤가 내러 올 줄 알았으면 내가 1시에 문 닫았다. 문 닫았어.
양순 (으그 어쩌면 저렇게 미울수있을까) 갈테니 문닫으셔유.
(영찬에게만) 안녕히 계세유.
기태 아휴 저걸....
#0/ 미대회 몽타쥬
- 빠른 몽타쥬 씬으로 미대회 진행 사항 보여준다.
공모전 접수 창구
- 회사 공모전 접수 창구에 마감이라는 팻말 놓여진다.
- 영찬, 여직원들 접수된 작품을 정리한다.
- 작품들을 가지고 복도를 지나가는 영찬, 여직원
회의실
- 포스터 작품들 책상에 쭉 놓여져 있다.
- 1차 심사를 하고 있는 기태, 준태, 영찬,주수봉
- 같이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은 바닥에 떨어뜨린다.
- 심사에서 떨어진 작품들 바닥에 놓여져 있다.
- 나희와 양순의 그림이 보인다.
나희 정원
- 자신만만한 나희의 모습.
- 준태, 양순의 그림을 집어 바닥에 떨어뜨린다.
학교일각
- 보배, 루비, 양순 모여 기도 하고 있다.
회의실
- 기태, 얼른 양순의 그림을 집어 올린다.
- 준태 아니라는 표정.
- 이때 주수봉이 와서 좋다고 표시한다.
- 기태 주수봉의 편을 든다.
- 1차 심사에서 최종적으로 보이는 10장의 그림.
- 바닥으로 떨어지는 8장의 그림.
- 나희와 양순의 그림만 남는다.
#0/ 문사장실
나희와 양순의 그림이 이젤에 세워져 있다.
오른쪽이 차양순, 왼쪽이 윤나희.오전무, 주수봉, 기태, 준태, 영찬
다른 임원 2명이 더 앉아 있다. (모두 8명, 영찬진행 7명이 심사)
영찬 (전체 행사를 진행하는) 전체 참가 작품 2049개
중에서 이번 스노이 공모전에 최종 1등 자리까지 올라온 두 작품입니다.
왼쪽이 2040번 윤나희 양 작품 오른쪽이 2049번 차양순 양 작품입니다.
문사장 두 작품 전혀 색깔이 다르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준태 2040번 작품이 왼쪽 작품이 훨씬 더 스노이 화장품의
컨셉과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전무 전문가 다운 터치와 색감이 세련되어져 보입니다.
주수봉 전 비록 어설퍼 보이기는 하나 화장품을 사용해 그린
2049번 차양순 양 작품이 훨씬 아마츄어적 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사장 그래요, 비록 이쪽이 내 딸 작품이긴 하나 차양순 양의
작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끼가 보여져요. 고정
된 틀에서 벗어나 남이 생각하지 못한 화장품 으로 그린
그림. 발상 자체가 다릅니다.
윤나희 양은 사람속으로 자연을 끌어 모았지만 차양순
양은 자연속에 사람을 포함 시켰어요.
갑자기 서로의 의견을 말하느라 웅성웅성 해진다.
영찬 그럼 이 자리에서 공개투표로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2040번 윤나희양 작품이 났다고 생각하시면 윤나희양 작품
쪽으로 2049번 차양순 양 작품이 났다고 생각하시면
왼쪽으로 서주십시오.
문사장, 먼저 양순 작품으로 이동한다.
준태, 나희 작품 앞으로 이동.
주수봉, 양순 작품 앞으로
오준태, 나희 작품 앞으로
임원1 나희 작품 앞으로
임원2, 양순 작품 앞으로 이동.
3대 3인 상황 중에 가운데 기태 만이 남는다.
기태 아무런 주저함 없이 양순 작품 앞으로 간다.
영찬 임원진 7분의 의견중 3대 4로 차양순 양의 작품을
1등으로 정하겠습니다. 문사장, 박수치고
기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다.
#0/ 회사복도
기태, 문사장 걸어 오고 있다.
기태 괜히 나희가 사장님 따님이라고 해서 양순이 작품
에 손들어 주신거 아닙니까?
문사장 그러는 넌? 결혼 할 사람 이라 손 못 들어 준거아니야?
기태 (말 없는)
문사장 양순이 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는지 몰랐구나.
제법이야. 내일 시상식에 나올 수 있도록 기태 니가
연락 해줘라. 집에 가면 볼테니까.
기태 네.
#0/ 기태 집 앞
기태 환한 얼굴로 급히 차를 몰고 집으로 들어온다.
#0/ 기태마당
기태 뛰어들어온다.
마당에 하나 가득 널려있는 하얀 침대 씨트.
양순이 빨래를 널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빨래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양순의 모습.
기태, 양순의 모습에 빠져서 본다.
기태, 빨래를 사이에 두고 양순의 앞에 선다.
양순, 기태가 온지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면서 빨래를 탁탁 털고 있다.
양순 (빨래를 제치고 가려다가 깜짝 놀라는) 어메! 놀래라.
(원래 양순이의 모습, 도끼 눈을 뜨고) 사람이 왔으면
인기척을 내야지 이게 무슨 경우래요. 깜짝 놀랬잖아유.
기태 내 집에서 내가 무슨 인기척이냐?
양순 근데 왜 걸리적거리게 여기 서있데유? 안들어가유?
기태 내가 걸리적거리냐? 그럼 나한테 궁금한것도 없겠구나.
(들어가려는데)
양순 아저씨. 아저씨. 저기 물어볼게 있는디.... (조심스럽
게) 혹시 오늘 스노이 공모전 결과 발표 났시유?
기태 (양순 얼굴 빤히 쳐다본다.) 났다.
양순 (긴장된 양순의 표정) 워뜨케 됐시유?
기태 (거만한 미소로 본다)
양순 답답해 죽겄네. 워뜨케 됐시유?
기태 (신나서 이야기 한다)땡이다. 너 떨어졌어. 떨어졌다고.
양순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야....
기태 기분 안좋냐? 기분 더럽지?
양순 (불쾌해서 쳐다본다)
기태 가자.
양순 가긴 어딜 가유? 일 없구만유.
기태 너 내가 화장품 빌려줄 때 내가 원하는거 들어주기로
약속한거 벌써 잊어먹었냐? 나가자구.
양순 (하는 수 없어서 불안하다) 어디를...뭐하러...간데유?
기태 나 지금 니가 땡 떨어져서 기분 되게 좋거든?
니 불행은 내 행복이니까. 너 공모 떨어진 축하하자는
거지. 나는 기쁘거든. 나와라. (나간다)
양순 참말로 나쁜 사람이여. (주먹으로 빨래를 친다)
#0/ 빌딩 옥상(밤)
동대문야구장이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좋은 곳.
불켜진 야구장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기태 양순.
기태 야, 공모 똑 떨어진거 말이다. 슬프면 울고 소리
지르고 싶으면 질러라. 뭐든지 해라. 여기서 뛰어
내리지만 않으면 된다.
양순 (당당하게) 됐구만유. 일 없어유.
기태 너는 실망같은거 안하냐? 울고짜고 해야 내가 기쁠거
아니냐. 첨에 요만큼 실망 하다가 마냐, 재미없게?
양순 실망을 뭐하러 해유? 지는 어차피 성공할건데.
기태 하이고... 잘났네. 자신감 만빵이고. 근데 왜 떨어져?
양순 워쨌거나 이런 기회에 말씀은 드려야겠네유. 우리 할머니...
병원까지 업고 가준거는 참말 고마웠어유.
고마운건 고마운거니께유.
기태 (어색하다).....
양순 그라고 떨어지긴 했지만 그림 그리라고 화장품
빌려준거도 참말로 고마웠어유.
기태 (말 돌리는)야 됐으니까.
양순 그라구유. 거실 어항에 있는 물고기 말이유.
기태 (찔린다) 물고기가 왜?
양순 그 물고기 아홉 마리 말이유.
기태 그래. 아홉 마리. 야구팀 딱 맞잖아. 왜?
양순 점박이 무늬가 한마리 있었는데 안보이데유? 워뜨케 된거유?
기태 (하는수 없이 당당하게 큰소리로) 그건 말이야!
선수교체된거야! 선수교체! 저기 봐! 야구장이 있잖아!
가보자! (피하듯이 간다)
양순 (기가 막혀서 본다)
#0/ 야구장(밤)
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야구장.
내야를 돌아서 홈인하는 기태.
홈플래이트 앞에 서있는 양순.
기태 (득점한 선수인양 두 손 들고 뛰며) 와. 와. 야구
안봤냐? 홈런 치고 들어 오면 손바닥으로 이렇게 해주는거다.
자 다시 홈인한다. 와 와.
양순 (하는 수 없이 하이파이브 해주고)
기태 기쁘게 해야될거 아니냐 기쁘게. 너 우리 편 맞냐?
양순 내가 공모 떨어진 것이 그렇게도 기분 좋아유?
워뜨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있어유?
기태 야.
양순 왜유?
기태 (망설이다가) 진짜 얘기해줘?
양순 또 뭘유?
기태 너 있잖냐. 1등이다.
양순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귀찮다는 듯) 그만 놀려먹어유.
기태 진짜다.떨어졌다는거 거짓말이고. 차양순이 스노이공모전 1등이다.
양순 야? 정말이유? 정말 내가 1등이유?
기태 그래.
양순 (껑충껑충 뛴다) 음마! 세상에!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먼.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아이구 고마워유.
참말 고마워유.
기태 (기뻐하는 양순을 보니 기분이 좋다)(표정 감추고)
너 상금 받아서 그렇지? 돈이 그렇게도 좋으냐? 쯧쯧.
양순 (기뻐서 흥분한 상태) 왜냐하면유. 그 상금 타면
빚을 갚을 수 있거든유. 빚 갚으면 가정부 생활
안해도 된단 말이예유! (하며 기태가 했던 것처럼
1루를 향해 내야를 돌기 시작한다)
기태 (뭔가에 세게 한방 맞은 얼굴이다)
내야를 껑충껑충 뛰며 돌고있는 양순 위로
양순(E) 빚 갚으면 가정부 생활 안해도 된단 말이예유.
기태 (뒤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에 멍하니 서있다)
양순, 3루를 돌아 홈인한다.
양순 (기뻐 어쩔줄 모르고) 홈런! 홈런!
(기태가 했던것처럼 하이파이브 손 드는데)
기태 (갑자기 뒤로 획 돌아서 간다)
양순 (머쓱한 표정으로 뒤에서 기태를 본다)
기태 (굳은 표정으로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