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었지만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조이플은중]

1밀리미터라고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 -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을 읽고.hw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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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밀리미터라도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을 읽고

 솔직히 나는 지금 좀 삐딱하다. 분명 선생님들과 같은 책을 읽었는데 왜 나는 서문을 제외한 여러 본문 내용이 와닿지 않는가? 번역서이기 때문인가? 혹시 난독증인가? 여러 질문을 던져본다. 그 원인을 깨닫길 바라며 나름의 분석을 해본다. 어쩌면 나를 위한 변명일 수도 있겠다. 이왕 삐뚤어지는 김에 좀 멀리 나가보자.

 혹시 내가 얼렁뚱땅 읽은 건 아닐까, 다시 읽을 챕터를 찾기 위해 목차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궁금한 부분부터 펼쳐본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155p 독창적으로 생각하기를 예를 들어 읽어보자. 

155p, 독창적으로 생각하기, 이 챕터에는 명언이 세 개나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비결은 아이디어를 있는 대로 생각해낸 다음 나쁜 것을 버리는 것이다.”, (라이너스 볼링, 1901~1994, 노벨화학상 수상자), “글쓰기 경주에서는 재빠름이 아니라 독창성이 승패를 가른다.” (윌리엄 진서, 1922~1915, 기자) “글을 가장 빠르게 쓰는 방법은 세상의 모든 시간이 내 것인 양하는 것이다.” (필립 제라드, 1955~2022, 작가)

저자는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독서와 지적인 탐구가 있는 것 같다.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부터 기자, 작가, 때로는 18세기 미국의 작가이자 국제적 혁명이론가(토머스 페인, 1737-1809, 217p에 인용구절 있음)의 문장까지 있다. 그 문장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때로는 이 문장이 왜 여기에 배치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155p의 마지막 인용구가 그 예이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수많은 문구 중 들어보기라도 했던 이름은 간디, 틱 낫 한, 칼 세이건, 귄터 그라스, 톨스토이 같은 초 유명인밖에 없다.

그래서, 독창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계속 읽어본다. 명언 뒤에 이어진 첫 단락 문장에서 맨 앞의 문장

“글을 쓰려면 대담해져야 한다.”

만 이해가 되고 그 뒤의 내용들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로 성공하길 원한다면 좀 더 나은, 좀 더 다른, 아니면 최초의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글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기를 원한다. 지금 순간을 스승처럼 신뢰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분명 한글로 적혀 있는데 명확하게 해석이 안된다. 그래도 나름 이해를 해보자면 “작가로 성공하길 원한다면 남들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써야 한다.”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 뒤의 문단의 첫 문장에서는 Cruise Control(자동 속도조절 장치)을 장착한 것과 같은 순항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창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디부터 나오는 것인가?

“차근차근 주장을 전개하다가 불현듯 의식이 날아올라서 시적 감응이나 개인적인 공상의 날갯짓에 휘말릴 때가 있다 ... 그 ‘딴생각’이 금광일 때가 많다. 진짜 딴생각은 나중에 골라내면 된다.”

드디어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마디로 생각이 충분히 가지를 뻗게 한 후 필요 없는 부분은 골라내면 된다는 이야기다. 영어 원문 표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은유적 메시지와 이미지화를 과하게 한 듯하다. 차라리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암튼, 챕터 주제와 맞는 내용이 나왔다. 그런데 다음 문단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중략) ‘그래 그렇긴 하지만’이라는 의심이 반복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됐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다. 사소한 불일치를 들여다 보면 논리의 커다란 허점이 드러나곤 한다. 지엽적으로 보이는 단서를 쫓다 보면 허술하게 짜인 주장의 빈칸이 메워져 훨씬 촘촘하고 탄탄한 주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앞에서는 생각의 가지를 뻗으라고 했고,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라고 한다. 주류의 생각이나 이론이라 할지라도 내용(논리)에 반박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면 잘못된 것일 수 있으니,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따져나가다 보면 나만의 독특함이 있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맞는가? 여전히 나에게는 뜬구름처럼 어렵다. 앞 단락과 연결부분에서도 ‘그러나’, ‘그리고’와 같은 접속사를 써서 앞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다른 내용이 나온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글 문장인데도 나에게는 번역이 필요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주류 심리학계에서는 여자 비행청소년 문제가 역기능 가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봤지만, 저자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반대의 목소리를 듣고(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원인이 다른 데 있음을 (문화 전반에 의해 발생된 문제)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챕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도록 한 뒤 정리하고, 주류 논리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고 난 후에도 글의 핵심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 원제는 “Writing to Change the World”로 비교적 거창하고 한국어 제목도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리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많은 유명인의 명언은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했고 작가의 경험을 기술한 문장 부분에서는 문화 차이 때문인지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물론, 힘든 글쓰기를 헤엄에 비유하여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는 과정, 물과 친해지는 과정, 헤엄치는 과정으로 한 전개는 독창적이었고, 10장의 고쳐쓰기 부분은 매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함께 읽은 선생님들이 찾은 명언들은 정말 보석 같았다. 그것들을 스스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퇴고중입니다.)

[안정인]

맞아요. 번역서는 그런 허들이 있더라고요. 문화적 배경도 다르고... 그래도 저는 구석구석 너무 좋았는데(수많은 글쓰기 격언조차도...), 선생님께는 혼돈이었다니 아쉬워요 힝... ㅠㅠ

[송미소]

오~ 저도 은중샘이랑 비슷하게 느꼈어요. 번역자의 역량이 좀 아쉬웠어요. 영어식 표현, 반복적으로 나오는 '나는', 뚝뚝 끊기는 단문들이 어색했어요. 너무 많은 인용문도 흐름을 잃게 했구요. 좀 더 간결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영경]

오~ 매끄럽지 못하다고 따져 묻는 은중 쌤!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저는 쌤처럼 깊이 있게 생각하진 않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글을 써라, 글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면서 다양한 쓰기 방법과 사례를 풀어 놓은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안정인]

저도 영경쌤처럼 이해했어요. 근데 진짜 은중쌤의 이런 비판적 사고도 배워야 함! 리스펙!!

[고재순]

선생님,
저도 글을 읽으며 부분, 부분 저자에게 '물어가며' 읽게 되는 지점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공적인 글을 쓰는 노워리 기자단을 시작하고 처음 이 책을 만나,
어쩌면 0.1밀리미터라도 좋은 세상이 되는데 내 글이 쓰여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보이네요^^

실용서는 읽고 나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내 문장'을 만나면 그것으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임혜경]

"왜 나는 서문을 제외한 여러 본문 내용이 와 닿지 않는가?" 완전 동감하는 바입니다ㅜㅜ
저는 분석해 볼 생각은 못 했는데, 이렇게 은중쌤께서 분석해 놓으신 글을 읽으니 제가 왜 책을 읽으며 답답하고 몰입이 되지 않았는지 속 시원하게 이해가 되네요!
명쾌하고 날카로운 분석 감사합니다!
저도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을 꼭 한 번 써보고 싶어졌어요 >.<

[김진원]

삐딱한(^^) 샘의 분석글을 잘 읽었습니다. 원인을 찾기 위한 샘의 집요함과 비판적 사고능력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