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월요순례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을 위한 미사
"해고는 살인이요, 복직만이 살 길입니다"
강론 하춘수 신부(마산교구 용원성당)
쌍용자동차 노동자 여러분,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22번째 희생자 소식을 듣고서야 여기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서, 말을 열기가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1000날이 넘도록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안 됩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이 죽음들은 개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와락’ 치유 프로젝트를 통해서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해고의 칼날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지, 악몽과 죽음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입니다.’
‘노동헌장’ 반포 121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121년 전 당시 유럽의 노동현실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자본가들이 투자에 나섰지만, 생존하게 된 기업은 극소수였고, 자본은 집중되어 독점자본이 등장하고 국가권력에 대한 로비와 입법활동을 통해 기업활동이 극대화 되었습니다. 이로써 제국주의가 등장, 열강들은 약소국에 진출 자본으로 혹은 군사력으로 점령해 나갔습니다. 기업은 더 큰 이윤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노동시간을 요구하면서도 임금지불에 인색하였습니다. 미성년자에게 하루 10~15시간 노동을 강요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양극화가 심각했습니다.
이 심각한 사태로 인한 가톨릭교회의 선언이 바로 노동헌장, ‘새로운 사태’인 것입니다. 하루 8시간 노동, 최소한의 임금보장, 노동조건의 개선 등 오늘날 각국의 노동법의 근간개념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120년 지난 오늘날 한국노동자들의 현실은 썩 개선된 것 같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해고의 공포 속에 살아갑니다.
쌍용차의 경영부실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경제 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같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렸습니다. 2600여명의 해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조정 등 다각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로써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무엇을 한 것입니까? 회사와 노동자가 원만히 협상할 수 있도록 아무 기여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권력은 중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우리 노동자들을 무참히 탄압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전 쌍용차 진압 사례를 우수 사례로 발표하고 박수쳤다고 하는데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언론은 편파적이었습니다. 회사의 피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협력업체의 고충만을 인터뷰했고, 노동자들을 마치 자신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국가를 좀먹는 이기적인 집단인양 호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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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1년 뒤 해고노동자들을 재고용한다는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고노동자의 재고용 합의는 묵살해버리고, 신규채용 공고를 내는 기업가의 무자비함은 어디서 온 것입니까? 노동자들은 회사와 정부로부터 외면 받고 삶의 희망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쌍용차 사태를 두고 국가와 자본의 극심한 폭력성을 봅니다. 정치인과 자본가의 암거래는 민주주의를 붕괴 시킵니다. 죽음의 질주는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노동자는 사람입니다. 기업활동의 여러 요소들과 똑같이 볼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는 노동 노예가 아닙니다. 기계는 더더욱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사회의 동반자입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던 용산의 외침이 귀를 스칩니다. 기업과 정부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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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오월입니다. 아름답습니다. 겨우내 고통을 인내하며 마침내 봄꽃을 내는 꽃나무가 아름답습니다. 꽃보다 소중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이제 꽃피울 때입니다. 꽃피우고 열매 맺을 때입니다. 3년 동안의 길고 힘겨운 투쟁의 거름들이 이제는 꽃으로 잎으로 피어날 때입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살자”고. “살려 보자”고. “살아서 희망을 이야기 하자”고. 노동자가 살 수 있도록 일터를 되찾아 줍시다. 해고는 살인이요, 복직만이 살 길입니다.
“인간답게” 살아 봅시다. 이제 노동자를 한낱 노예처럼, 기계처럼 보지 마십시오. 노동자도 인간입니다. 우리의 이웃이고 동료입니다. 우리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성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함께” 인간답게 살아봅시다. 나만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천근만근의 황금을 쌓아 두고 산다하더라도 온통 사회적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나를 덮치려 한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쌍용차는 회사경영이 회복되었다면 이제 노동자들과의 약속, 재고용 합의를 당장 이행해야 합니다. 신규채용 이전에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먼저입니다. 기업의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십시오. 자본가와 부자들의 책임의식이 증가해야 합니다. 세계의 부자 워렌 버핏은 나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고 이야기 합니다.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기업의 윤리경영이 필요합니다.
정부 당국은 쌍용차 문제를 적극중재하고, 해고노동자들의 재취업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지난 수년간 보여준 노동탄압은 이제 중단해야 합니다.
쌍용차 노동자 여러분, 여러분의 손에 희망이 달려 있습니다. 끝까지 달려 절망의 공장에 희망을 심읍시다. 탐욕을 분쇄하고 함께 행복한 공감의 사회를 우리가 함께 일구어 갑시다. 저희가 함께 하겠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행동으로 성금으로 또 마음으로 온통 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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