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자 : 권정희, 김산옥, 김종춘, 신선호. 송순희, 이명희, 오봉희, 유지혜, 정연경, 조영아, 최명순 때 : 2004년 9월 9일 목요일 장 소 : 경기도 여주시 여주군 북내면 중암리 500번지 마을회관(채점순씨댁) 목 적 : 구비문학 현장조사를 위하여 |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출발하니 정오가 되어 도착하였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고 약속장소에 들어가려 했는데 작은 어머니는 이틀 전부터 우리 점심을 위해 준비하셨다 한다. 그것도 도토리를 손수 따시고 갈아서 도토리묵과 두부를 만드셔서 점심을 준비하신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잘 차려진 점심상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인정이 많은 한국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점심상은 상다리가 부러지라 밥그릇을 놓을 곳이 없었다. 토속음식인 도토리묵밥에 반찬은 상에 가득하다. 묵밥을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은 신기하고도 맛이 있다고들 더 먹었다. 묵밥은 소화가 잘되고 위가 좋지 않은 사람한테 좋다고 한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마친 후 조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도움을 주실 할머니들과 우리는 한 방으로 모여 인사를 드리고 우리의 목적을 말씀드리고 나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신지 서로 미루시다가 녹취했던 노랫가락을 들려드렸다. 그때서야 할머니들의 입이 트이면서 한분씩 본인이 알고 계신 노랫가락을 들려주셨다. 노랫가락이나 끝말잇기 등이 이어지고 우리는 열심히 녹취하고 사진을 찍고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은 한사람씩 할머니한테 붙어 앉아 한 소절 한 소절 받아 적었다. 풍년가 같은 민요는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민요는 우리 전통적인 한국인의 시집살이와 남편에 대해 서러움이 가슴에 절여 구슬퍼지고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시울을 접시는 대목도 있다.
제보자 성명: 채점순 성별: 여 나이 68
고향은 강원도 영월군 상동에서 여주군 중암리로 시집옴
마을회관에 살면서 회관관리와 마을일을 내일처럼 적극적으로 처리하며 마을 어른신들을 잘 대접해 드리며 주로 부녀회장직을 맡고 계신다. 이번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해 주셨으며 정선아리랑과 남편을 기다리면서 부른 노래와 몇 편의 민요를 구연해 주셨다. 한국 고유의 인정을 물씬 풍기며 넉넉한 시골인심을 읽을 수 있었다.
♥ 제보자 : 채 점 순 (68세) 오른쪽에서 첫번째
오늘 갈 렬지 내일 갈 렬지
정수정망이 없는데
울타리 밑에 털 봉선화는
왜 심어 놓았는지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어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정선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낮이매 맛만 같다면
고것만 뜯어 먹어도
올 봄 살아나네요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어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세요.
☞ 1절은 가부댁 신세타령
2절은 나물 뜯으면서 부르는 정선 아리랑
님 오실 때 되었는데
못 쓸 놈의 비바람
임 가신 곳을 알아야만
나막신 우산을 보내주지
에 헤요 에 헤요
에 헤라 난다
에 헤라 난다.
☞ 남편을 기다리면서 부른 노래
바늘같이 연약한 몸에
황소 같은 병이 들어
임 오시라 편지를 해도
임은 비록 아니 오고
약만 지어 보내었 구나
이 약을 대리지 말고
약 이름이나 짓고나 보자
늙지 마라 불로초요
죽지 말라는 불사약이다.
☞ 남편과 헤어져 있을 때 몸에 병들어도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서러워 부르는 노래
여주이천 쌀이 좋다고 전국에 알려졌어요.
여주군네에 고구마 땅콩이 정말 맛이 좋아요.
☞ 1990년 이후로 여주쌀과 고구마를 선전하기 위하여
부려졌던 것으로 보임.
제보자 성명: 김영순 성별: 여 나이: 69
고향은 강원도 원주에서 여주군 중암리로 시집옴.
차분한 성격이시며 아주 어렸을 적 5.6세때 부르던 노래며 끝말잇기를 기억하시고 계시며 이런 저런 민담을 많이 지니고 계신 분이시다.
저 건너 저 노인 쉰 늙은이 희기도 하지
희면.....................구부러지지
구부러지면............질맛가지
질맛가지면.............네구멍이지
네구명이면..............동시루지
동시루면..................검지
검으면......................까마귀지
까마귀면....................놀지
놀면...........................무당이지
무당이면...................두둘기지
두둘기면....................대장이지
대장이면....................찝지
찝으면........................게지
게면............................굴에 있지
굴에 있으면................뱀이지
뱀이면.......................물지
물면............................범
범은..........................뛰지
뛰면...........................벼룩이지
벼룩이면.....................빨갛지
빨가면.......................대추지
대추면.......................달지
달면...........................엿이지
엿이면.......................붙지
붙으면.......................첩이지
☞ 아주 어렸을 적 5-7살에 사랑방에서 동무들과 놀면서 하던놀이.
달도달도 밝다 영창도 밝다
깨꼬실래 저고리 은행나무 질쌈에
향단이 겉옷고름 부전이 안옷고름
저놈의 집에 갔더니
암탉 수탉 잡어 놓고 오목조목 먹으면서
나 한 점 안 주더라 우리 집에 와 딴 봐라
수수팥떡 주나봐라
홍두깨로 때릴 년 방망이로 때릴 년
은가락지 낀 손으로
이 뺌치고 저 뺌치고
탈삭탈삭 때릴 년
하늘에다 잉에 걸고 구름에다 베틀 놓고
짤깍짤깍 짜다보니 재 넘에서 부서 왔소
한손으로 받어 다가 두 손으로 읽어보니
첩년 죽은 부서로다
아이고 고년 잘 죽었다.
☞ 옛날에 남편이 소실을 두면 큰 마누라가 베틀에 앉아
신세타령한것 임.
니나 내나 죽어지면 잣나무 장강틀에 전나무 연 촛대에
일곱 매끼 꼭꼭 묶어 공동묘지 가서 썩을 인생
이때 못쓰면 언제 쓰라!
☞ 장례식대 부르던 민요
♥ 제보자 : 김 영 순 (69세)
논 애벌 맬 때 선창 : 오- 하 올썬 단 허리야
후창 : 오-하 올썬 단 허리야
논 두벌 맬 때 선창 : 에-헤 골았네. 댕이나 슬슬 굴려라
후창 : 에-헤 골았네. 댕이나 슬슬 굴려라
동무동무 나물가세
배가 아파 못 가겠네
무슨 밴가..............자라배지
무슨 자라................윗 자라
무슨 윗지................무슨 끈 바닷 끈
무슨 바다.................심술바다
무슨 진주................매기진주
무슨 내기................질 내기
무슨 질....................만근 질
무슨 만근.................복만 근
무슨 독.....................처녀 독
무슨 두네 .................생판 두네
무슨 생판..................
무슨 버들...................벗 버들. 숫 버들
무슨 척......................방아 척
무슨 방아....................물방아
무슨 물......................한강 물
무슨 한강 때...........묵은 때. 조릿 때
무슨 조리..................말 조리
무슨 말......................참칫말
무슨 청.....................대청
무슨 대.....................나라임금 대
무슨 임금..................나라임금
무슨 나라..................개인나라
무슨 배......................쌀 배
무슨 쌀.....................보리쌀
무슨 보리....................가을보리
무슨 갈 떡.....................떡 갈
무슨 떡..........................개떡
무슨 개...........................사냥개
무슨 사냥.......................꿩 사냥
무슨 꿩..........................장 꿩
무슨 장...........................된 장
제보자 성명: 박옥순 성별: 여 나이 : 76
고향은 강원도 영월군 평창면에서 여주 중암리로 시집옴.
제보자 중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데도 성의껏 민요를 구연하시며 구성진 맛이 있고 많은 자료를 지니고 계시며 코밑에 손톱만한 덧 살과 귀 뒤에 손가락 삼분의 일 정도의 덧 살이 있고 주름이 크게 많이 있으며 전형적인 시골 분이라 피부는 검은 편이시다.
♥ 제보자 : 박 옥 순 (76세)
♥ 할머니의 풍년가에 흥에 겨워서 어깨춤을 추시는 동네 어르신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네 얼시구 좋다
명년 춘 삼월에 화류놀이를 가세
올해도 풍년이 왔네
명년에도 풍년이로구나
지화자 좋네 얼시구 좋다
구.시월에 단풍놀이나 가자
☞경기도 민요이며 사절가라고도 한다. 처음 광주산성의
성소리 패에 의하여 불린 것으로 굿거리장단에 맞추며
길나령 이라고도 하였으나 지금의 (풍년가)는 60여년전
구자하라는 소리꾼에 의하여 비롯된 것이며 처음과는
판이하다.
단바구야 단바구야 구야 구야 단반구야
긴긴해 휠썬 단바구야
너네 흙도 좋다 더만 조선 흙에는 무엇 하려왔냐
단바구씨를 갖고 와서 오며가며
저 뭉턱밭에 던졌더니
겉잎 나고 속잎 나고
밤이면 찬이슬 맞고 낮이면 핵기빌려
황두 칼로 숭덩 썰어
영감의 쌈지도 한 쌈지 총각의 쌈지도 한 쌈지
저기 가는 저 아주머니 딸이 있거든 사위삼지
여보게 이사람 딸이 있긴 있다마는
나이가 어려 못 주겠네
참새가 적어도 알만 나요
제비가 적어도 강남가요
☞‘단바구’는 담배를 말한다. 담배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단바구가 담배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제보자 성명: 차영자 성별 : 여 나이 : 70
고향은 강원도 하월촌 양양이며 여주 중암리로 시집옴
나이 보다 젊어 보이시며 내지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 제보자 : 차 영 자(70세)
깨끼 깨끼 깨끼 저고리
북덕명주로 깃을 달고
팔월이라 열 나흔 날
새벽달밤에 내놨더니
만질 라네 손때 묻어
입을 라니 몸때 올러
횃대 부리에 걸러 놓고
들며 날며 볼랐 더니
열 살 먹은 시누님이
달기 바발로 짓어 놨네
☞ 고된 시집살이와 시누의 구박에 서러워 부른 민요.
바람이 불어 후여자 나무
봄비 온다고 일어나라
송죽 같은 굳은 절개
매 맞는다고 허락하랴
이 몸은 비록 기생일망정
절개조차도 읍슬소냐
☞ 기생의 신세타령을 노래한 민요
나비야 나비야 청산에 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다 못가면
꽃에 붙어 자구나 가세
꽃이라도 없었으면
잎에 붙어 자구가자
잎이라도 없으시면은
고무줄에 앉어 가세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 하겠네
아니 쓰지는 못 하겠네
☞노래제목은 할머니께서 고무줄 노래라고 하시는데
왜 고무줄 노래 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고무
줄 할 때 부르는 노래인줄 알았다.
♥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Ⅲ. 맺는말
현장조사를 위해 방법을 숙지하고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쳐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 우리가 조사하고자 하는 목적을 말씀드려도 목적에 맞지 않는 노래를 하시거나 이야기를 하실 때는 제지하기가 난감하며 노래 몇 가락을 하시면 힘들어 하신다. 노래의 전하는 의미 전달은 되는데 정확한 발음이 되지 않아 가사를 여쭈어 보면 노래로는 막힘이 없이 하시는데 가사를 순서대로 정확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어려워하신다.
구전되는 내용이다 보니 본인이 이해하기 쉽게 인식하고 계셔서 내용은 같지만 언어는 다르게 알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구연하시는 분들에게 “이런 민요를 며느리나 손자 손녀가 알고 부르고 있나
요?” 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회의적이셨다. 시대가 바뀌어 할머니들 말고는 젊은 사람들은 부르는 사람들이 없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고 하신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구비문학은 세월이 변함에 따라 내용도 자연스럽게 변하며 발전을 해야 하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옛날에 불리던 노래나 이야기가 큰 변화 없이 지금 생존해 계시는 분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구비문학은 우리문학의 근본이 되는 문학이다. 이런 중용한 의의를 갖는 구비문학은 많은 관심과 연구를 통하여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현장조사를 나갔을 때 제보자뿐만 아니라 동네의 다른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셨다. 이렇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진다면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조사는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학습한다는 역할로도 훌륭하지만 구비문학에 대한 관
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이유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번 조사를 통하여 현장에서 직접 접하고 듣고 나니 노래나 말이 전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서 구비문학을 보는 시각이 새롭게 열렸다. 이론적으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일반 대중이라는 민중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고 그 시대의 분위기와 생활을 알아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학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어 본다.
구비문학은 사라지고 생성되는 변화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알 수가 있었다. 구비문학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올바른 연구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장을 조하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번 조사에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성의껏 구연해 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제보자들과 현장조사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신 동네 어른신들과 우리의 모든 과정을 끝까지 협조해 주고 시골의 인정을 물씬 풍기시며 맛있는 점심을 해 주신 작은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드리며 현장조사에 대한 보고서를 마치고자 한다.
『지상강좌』 구비문학편
『구비문학개설』일조각,1971. 장덕순.조동일.서대석.조희웅
『조동일 구비문학의 세계』 새문사, 1981.
첫댓글 선배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못찾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ㅎㅎ 발빠른 선배님...(세심한 배려..ㅎㅎ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