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계절인 만큼 한 해를 결산하는 모임들과 행사가 많이 열리는 시기이다.
나이도 있으며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이기에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기에,
필자의 경우에도 2주 전의 63동기회를 비롯하여 7일에는 재경예천중학 동문의 밤,
8일의 63회 강남.서초.동작 점심모임, 11일 시골 초등학교 송년회, 12일에는 집안 조카
결혼식이 있었으며, 22일은 31주년 결혼기념일 그리고 6반 반창회 점심모임,
23일에는 63회 강서.고양.인천 저녁모임, 25일 예쁘고도 착하며 살림 잘하는 며늘애기의
생일과 개인 친목모임 00회 정기총회, 26일에는 조카손녀의 돌잔치, 28일은 재경예천읍민회
송년의 밤의 일정이 잡혀있고, 바로 오늘(19일)은 우리 산우회의 송년 산행 및 정기총회일.
올해 1월 북한산 비봉을 오르며 새해 각오를 다진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아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 산행을 사랑하고 정겨운 산우회
친구들과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산행 후에는 정기총회가 이어지기에 좀 더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장소를 물색한 끝에, 관악산 등정을 마치고나서 시골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만찬장을 잡게 되었다. 그러기에 ‘바로 2주 전에 동기회 산행을 관악산으로 했는데
또 관악산이냐’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회원이 계시다면 양해하여주기 바란다.
더구나 지난 2주 전의 자랑스런 우리 63회 동기회 총회에서 별 능력 없던 필자가 총무로
선임되는 영광을 얻은지라,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하며 지금까지 잘해왔던 전임(前任) 총무들
에게 누(累)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앞서고, 소모임인 산우회의 총무자리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63동기회 총무로 급작스럽게 영전(榮轉)을 한 것이라 두렵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중책을 맡았으니 동기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비록 2년 동안 맡았던 산우회 총무직을 떠나나 항상 마음은 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하며
열정적인 산행 참가에도 변함이 없을 것을 다짐한다.
지난주에 시골 초등학교 우리 기수만의 재경동창회 송년회 모임이 있었다.
남녀 모두 23명이 사당동의 한 볼테기찜 전문식당에서 요란스러운 모임을 가졌다.
이 동창회는 1996년 여름, 당시에는 나름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좋았던 필자 등이 주축이
되어서 만든 모임 이었는데 서울에서 매년 3차례의 정기모임을 갖고 있고, 1년에 한차례씩은
고향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전국각지에서 모이는 약 150여명의 동기들과 총동기회 모임을
가지고 있다. 서울 모임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남학생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별 재미도 없었고, 노래방에서의 댄싱타임 때에는 수놈끼리 부여안고서 블루스를 추는 볼 상
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는 했었는데, 최근 몇 년 전 부터는 드디어 여학생 참여숫자가
남학생을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날 모임의 참석현황을 잠시 파악해보면 남자 10명에 여자 13명.
이번에도 역시 남학생이 여학생을 고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 결과 짝짓기에 성공하려는 여학생들 간에 피 튀기는 암투(暗鬪)가 있었으니...
‘오늘 우리 신랑 1박 2일로 지방 출장 갔다~’
‘나는 오늘 낮의 계모임에서 찜질방도 갔다 오고, 곗돈도 탔는데...’
‘나 요즈음 굶었더니, 고기(?)가 아주 많이 먹고 싶네...’
심지어 어떤 여학생은 남학생의 무릎 위에 앉기까지 하는 육탄(肉彈)공세까지 과감하게
펼쳤으나 졸지에 당한 남학생 왈(曰),
“야, 비켜~... 그나마 서 있던 것도 오히려 죽겠다~~”
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결국 짝을 찾지 못한 외로운 기러기는 2차의 노래방에서도 구석에 쳐박혀서 있다가
‘외로운 여자’, ‘날 버린 남자’, ‘그놈한테 복수할거야’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리고 여학생끼리 블루스를 밟으면서 고독하고 외로운 몸과 마음과 달랬다나 어쨌다나...
그렇다.
우리 대다수의 남학생들은 이미 그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 참가한 여학생들을 여자로
보고 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근거는 댈 수가 없겠지만 여학생과 남학생의 참가
숫자가 역전되었던 그 순간부터가 아니었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남녀 차별 없이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잔대 보쥐~’ 건배(乾杯)를 수시로 하였던 그 자리
에서도 음담패설들은 난무했다. 아니 여학생들이 어디서 주워들은 것들을 아주 태연하게
이야기하고는 깔깔대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중년 아줌마들의 뻔뻔함을 확실하게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그리 싫게 비쳐지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날아 다녔으나, 그 중 탤런트 전원주에 버금가는 웃음소리를 보유
하고 후덕한 몸매를 지닌 權모 양의 산(山)에 대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옮긴다.
10대 금강산 : 함부로 올라가면 총 맞는다.
20대 설악산 : 사시사철 올라가도 색다른 맛이 난다.
30대 지리산 : 골짜기도 깊고 물도 많다.
40대 북한산 : 이놈 저놈 다 올라가고, 먼저 오르는 놈이 임자다.
50대 남 산 : 가까이 있어도 올라가려하지 않는다.
60대 뒷동산 : 산 같지도 않아서 올라가지 않는다.
70대 에베레스트 : 올라가면 살아 내려올 수 없다.
25명이 참가한 오늘 산행에서 1명을 제외한 모두(미리 올라가 대기 중이었던 경철 그리고
바쁜 일과를 끝내고서 뒤풀이 장소로 부지런히 달려온 착한 언표 제외)가 집결시각인
9시 30분을 지켜서 서울대입구역에 모여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으나, 딱 1명은 시계를
잘못 봤대나 어쨌대나 하면서 지각을 하여서 필자와 경수 회장의 마음을 졸이게 하였으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바로 뒷 버스를 타고 서울대학교의 정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공학관
옆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쨌든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여 좋았고, 오랜만에 참석한 상창이의 구수한 입담으로
지난 달 한 자리 숫자의 참석으로 인해 다소 의기소침했던 분위기가 단박 활기를 띄기
시작했으며, 거의 모두가 이쪽 코스로는 초행인지라 예쁜 바위와 아기자기한 경치를 보면서
감탄사를 쏟아냈다.
“야~, 이쪽 코스도 상당히 좋은데~”
“(8봉 쪽의 왕관바위를 가리키며) 저 예쁜 바위 이름은 뭐냐?”
“산을 타는 맛이 쏠쏠한데~”
모두가 고조된 기분으로 웃고 떠드는데 입을 굳게 다물고, 그러나 결코 화는 나지 아니한,
조용조용하게 산을 타는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는 봉진. 앞으로 그가 유쾌하게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경품이라도 주어야겠다. 갈림길에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상인이 있었는데 동작 빠른 상창이가 어느새 구입했는지 깨엿을 분질러
주면서 소리친다.
“야~ 엿 먹어라~~”
“그래, 고맙다 친구야. 너도 엿 먹거라이~”
로프도 두 차례에 걸쳐서 타면서 또 기면서 드디어 연주암에 닿았다.
바위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있는 연주대를 바라보며 우측 샛길로 빠지니 옛날 절터
자리가 어느새 점심을 해결하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우리도 한 쪽에 자리를 잡고서 판을 쫘~악 펼쳤다.
김밥, 정갈한 한정식 도시락, 각종 과일, 막걸리 그리고 오랜만에 홍어(紅魚) 등장.
하도 홍어를 먹어본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 내가 어제 채린 공주집에 들렀다가 근처
도매시장에 들러서 구입하였는데, 그 때 판매하는 총각이 말했었다.
“아저씨, 이거 칠레산인데요.
아르헨티나産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어요.
아주 잘 숙성도 되었고요. 색깔 좀 보세요.
얼마나 예뻐요...”
그랬다.
펼쳐놓은 홍어의 색깔은 정말 분홍빛을 띄고 있는 것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고왔고
맛도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참석하여 정회원의 자격을 겨우 통과한(?) 동환 회원은 연신,
맛이 최고다~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은 참석자로 인해 돌아가는 양이 다소 아쉬웠으리라 여겨지며,
그 아쉬움을 ‘홍어X’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면서 달래고자 한다.
홍어 암치는 넓적한 몸뚱이에 꼬리 하나가 달렸고, 수치는 그 꼬리 양 옆으로 길쭉한
생식기 2개가 늘어져 있다. 같은 홍어라도 암치와 수치의 값이 다르니 홍어 잡는 어부의
눈에는 수치가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수치의 생식기는 잡아 뜯어내기도 쉬워,
홍어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생식기만 뽑아 암치로 속여서 파는 못된 상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의 출발점은 암컷에 비해 모든 게 모자란 수컷의 비애 때문이었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던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두 날개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암수가 교미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 낚시를 문 암컷을 수컷이 덮쳐
교합하다가 함께 잡히기도 한다. 결국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어
음(淫)을 탐하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라고 적혀있단다.
“평소 조그만 수치를 무시하던 암치는 좀체 몸을 허락하지 않는데, 암치가 미끼에 혹해
낚시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수컷이 이때다 싶어서 달려들었다가 함께
잡혀버린다는 이야기”라고 하니, 수컷의 수치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말 만만하기
그지없는 놈이다.
- 한국일보 이성원記者의 글에서 발췌 -
세상엔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홍어 거시기는 만만하다.
모두가 ‘만만한 게 홍어X’이라고 말한다.
왜 홍어 그것은 만만할까?
홍어는 암컷이 맛있다.
살이 쫀득쫀득하다.
뼈가 부드러워서 오도독 뼈째 씹어 먹을 수 있다.
수컷은 살이 푸석하고 뼈가 뻐세다.
당연히 암컷이 비싸다.
일부 어물전에서는 아예 수컷 거시기를 없애 버려 한순간에 암컷으로 둔갑시킨다.
문제는 홍어 생식기가 암수 모두 두 개씩이라는 것이다.
어물전 주위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정말 만만한 게 홍어X이 된다.
- 동아일보 김화성記者의 ‘[아하, 이 맛!]코끝이 찡~ 눈물이 찔끔’에서 -
하산 후에 분위기 있는 연회장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1년 동안 우리 산우회를 훌륭하게
이끌어준 경수 회장이 유임되고 또 일부 회칙의 개정이 있었다. 효율적인 운영과 국제화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을 좀 더 슬림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여서 부회장 1자리를 줄이고,
회계의 업무는 총무가 겸임으로 하고, 홍보 자리는 없애되 그 역할은 자유롭게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새 집행부가 출범하였으니...
회장에는 장경수, 부회장에 김재일, 산행대장에 김경을, 부대장에는 윤경로 그리고 새로이
살림을 꾸려나갈 총무에게는 건욱이가 지명되었다.
물러나는 우연 부회장, 경문 회계, 기선 홍보와 총무였던 필자는 회원들의 정성이 담긴
감사의 뜻을 받았고, 우수회원에는 강우가 선정되었으며 행운품을 추첨하는
행사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모두가 기립하여 힘차게 반동을 하면서
교가를 제창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행사의 막을 내렸다.
참가자 : 25명
(장경수, 김재일, 윤우연, 김경을, 윤경로, 조경문, 정기선, 박호철, 이강우,
김재은, 김환열, 홍언표, 김제원, 김영호(7), 안계근, 조경철, 신명철, 조동환, 서백석,
이진희, 고명식, 윤길동, 윤상창, 정봉진, 박종구)
첫댓글 그 동안 수고 해주신 총무님께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한해를 함께한 인원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 합니다. 후기에 언급된데로 벌써 한해가 마무리되네요. 함께 해주신 산우회원님 새해에도 많은 성원 비립니다. 물론 산행 후기도 계속 되기를....
회장님, 새해에도 멋지게 산우회 이끌어 주세요~ㅇ.
수고했네. 산우회의 더 큰 발전을 위하여!!!!
건배~.
63산악회가 더욱발전하기를 기원함니다
환열 님도 열성회원이 되시길...
대성황 축하~새로운 임원진에 더 많은 성원을 바람니다
맞습니다. 새로운 임원들에게 힘을 팍~팍~.
항상하는 마음으로 산행후기를 올려준 호철 님 고맙습니다. 쭈욱 행복하소서
고맙습니다. 차차차차차차차기 회장님...ㅋㅋㅋ.
호철총무님 그동안 수고하셨구만요 고마워요
재일 부회장님 유임을 축하드리며 계속 수고를 부탁...
후기 누가 쓰지...
내가 쓰면 안 되나? 나 산우회 정회원인데... 은퇴하라는 얘긴가??? ㅎ.
산우회 내실을 기하던 박호철친구! 이제 63회에서 한껏 기량을 발휘할수 있도록 응원합시다^^*
고맙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맛깔스런 후기 잘 읽었고 지난 2년간 수고 많으셨네~
내년에는 건욱이가 써야지 ㅎㅎ
나 은퇴하지 않았다니까...
후기는 변함없이 정회원으로 돌아간 그대가 계속하여...ㅎ
그렇습니다. 난 정회원이지요...
마죠 ~~ 호철이는 영원한 산우회할배여 ~ 좋은글 감동과추억을 남겨주~
그대도 계속 멋진 사진을...
와~~ 나는 읽기도 힘든 양의 글을 어느새 그리도 잘 쓰셨나,
우리 호철 할배는 영원한 산우회 후기 담당이여!
나를 포함하여 우리 산우회원 모두가 그대와 그대의 글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게 ...
늘 보내주는 성원... 고마워요.
ㅎ ㅎ 수고 수고^^
새해에는 부대장님의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