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단독 선두에 오른 창원 LG 세이커스(3-0)는 2위인 서울 SK 나이츠(2-0)를 상대로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지난 동부전이 단독 1위로 치고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경기였다면, 이번 SK전도 마찬가지로 선두 수성이 걸려있어 놓칠 수 없는 경기다. LG와 SK전은 1위와 2위의 맞대결인 동시에, 유이한 무패팀들 간의 정면승부여서 더욱 관심이 가는 경기다.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어서 많은 칭찬을 하기에는 강을준 감독의 말 그대로, '시기상조'다. 하지만 이유 없이 3연승으로 순위표의 맨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장 고무적인 것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15명 가운데 10명이 새 얼굴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선수들과 영입된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자신이 코트에서 뛰고 있던지, 아니면, 벤치에 있더라도 서로가 동료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벤치의 선수들도 웬만해서는 자리에 잘 앉지 않는다. 이도 강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이지만, 벌써 따로 얘기가 없어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코트에서 뛰어다니는 동료들이 더 힘을 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는 일종의 치어리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 프로농구(NBA)에서는 팀마다 그런 것을 즐기는 선수가 꼭 있는데, LG의 전 선수가 자신이 뛰고 있지 않을 때는 치어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적인 면에서 이유를 찾아보면, 자유투를 빼놓을 수 없다. LG는 3경기에서 총 63개의 자유투를 던졌고, 그중 46개를 성공시켰다. 73%(4위)로 준수한 편이다. 자유투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하는데, 초반이라 해도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
LG는 창원 홈 개막전에서 울산 모비스 피버스를 연장 접전 끝에 꺾었고, 안양 KT&G 카이츠와 동부도 잇달아 제압했다. 모비스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팽팽한 경기였다면, KT&G와 동부전 내용은 미묘하게 비슷했다. 전반에는 상대를 압도하며 점수차를 벌렸지만, 후반 들어서는 기습적인 수비에 당황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맹추격을 당했다. 속공이 잘 나오지 않았고, 시간에 쫓겨 외곽슛을 던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후반에 다소 집중력이 저하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자농구에서 전반 15점 정도는 안정권이 아니다. 절대 안심해서는 안될 점수차다. 점수차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던대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리바운드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LG가 현재까지 기록상으로는 리바운드 전체 1위 ㅡ 공격 및 수비리바운드, 팀리바운드까지 ㅡ 지만, 중요한 순간에 볼을 상대에게 빼앗기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공격에서 던진 슛이 들어가지 않아서 수비리바운드를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수비하는 입장이 되어서 잘해놓고 상대에게 공격리바운드를 내주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격리바운드를 전혀 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리바운드의 기본인 박스아웃을 철저히 해야 한다. 박스아웃을 하되, 상대 선수들이 뛰어들어오는 온다는 것도 체크가 되어야겠다. LG는 특히, 상대가 자유투를 놓쳤을 때에 리바운드를 확실히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될 부분이다.
SK는 LG보다 1경기를 덜 했지만, 벌써부터 '주희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주포인 방성윤과 김민수 등, 전 선수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주희정이 만들어내는 찬스에서 득점을 올리고 있다. 완전한 찬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신인 변현수와 김우겸도 잘해주고 있다. NBA 출신 사마키 워커,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조 대버트도 괜찮다. 거의 매 시즌마다 선수구성이 화려했던 SK. 비록 팀의 미래라 여겼던 김태술을 떠나보냈지만, 주희정의 가세로 다른 선수들까지 소위 농구하는 맛을 비로소 알게 된 듯한 모습이다.
LG는 4연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창원으로 가겠다는 생각이고, SK는 선두 탈환을 노리고 있다. 포인트가드 전형수와 김현중, 이현민이 주희정을 얼마나 괴롭혀주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역시 많은 포워드라인의 선수들이 방성윤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SK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공격에서는 역시, 문태영과 조상현, 강대협, 기승호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백인선과 이창수가 김민수를 상대로 공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관심이다. 동부를 상대로 17득점 20리바운드(공격리바운드 9개)에 달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며 맹활약을 펼친 크리스 알렉산더가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전포인트. 강을준 감독이 동부전에서 아예 기용하지 않았던 크레익 브래드쇼는 어떻게 활용할지 역시 마찬가지다. LG는 개막 4연승과 함께, SK전 3연승도 노린다. 동부를 잡고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멀기만 할 뿐만 아니라, 험난하다. 초반, 홈경기가 많지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LG다. 철저한 체력관리가 필요하고 또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창원 LG 세이커스 명예기자 전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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