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결의 무효소송"이 갈길 바쁜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내년 3월 이전에 분양승인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재건축 결의 무효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자칫하다간 개발이익환수제를 비켜기 어려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존 조합과 이해를 달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재건축 결의 무효소송"을 선호하는 것은 법원 판례 때문이다.
법원은 비용 부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지 않은 재건축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 조합들은 재건축 결의 당시 관행적으로 "조합원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0개동 1천6백80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차관(AID)아파트는 30일 재건축 결의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건축 결의시 건물철거 및 비용분담, 신건물 구분 소유권 귀속 등에 대한 사항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재건축 결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강남구 대치동 도곡주공2차 재건축조합도 재건축 결의 무효소송을 당해 패소했다.
조합원 6백10명의 이주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패소를 당해 지난 8월로 예정됐던 일반분양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법원은 또 지난 5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에 대해서도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누락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상가 조합원들과의 내분이 심한 잠실주공1단지도 지난해 초 재건축 결의 무효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재건축 컨설팅업체인 토코마의 김구철 사장은 "상당수 재건축조합들이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 않은 채 총회를 한 상태여서 재건축결의 무효 소송에 걸릴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분쟁이 심한 단지의 경우 재건축결의의 "하자"를 보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구분 소유자 5분의 4 이상, 동별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반대파의 세력이 막강한 곳에서는 이 같은 동의를 얻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 서초구 반포3단지 재건축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관련 법조문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30일 반포3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최근 반포3단지 재건축단지 내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와 관련한 서초구청의 질의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조합측이 재건축단지 내 구청 소유 도로 등 정비기반시설을 매입해 기부체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건교부의 유권해석대로라면 조합은 1천2백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마련해 도로 등을 매입한 뒤 구청에 기부체납해야 한다. 따라서 2천4백명의 조합원은 1인당 3천만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포3단지 재건축사업은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이후 5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비기반시설"이란 단지 내 도로 공원 공동구 등의 시설물로 관련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기존 단지의 정비기반시설과 재건축을 통해 새로 생기는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으로 맞교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는 이번 서초구청의 질의에 대해 구(舊)법인 도시개발법에 따른 유권해석을 내려 혼란을 불러왔다.
업계관계자는 "건교부의 해석대로라면 조합측이 내놓는 시설물이나 토지는 기부체납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구청 소유땅을 받게 되면 돈을 주고 사야 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성급한 유권해석이었다"며 "이번 유권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난해 7월 시행된 도정법 적용을 받을 재건축단지 모두에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새로운 법해석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료원:한국경제 10. 1
철거작업을 거의 마치고 조합원 이주도 끝낸 서울 삼성동 영동차관아파트(일명 AID아파트)의 재건축 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상균)는 이 아파트의 재건축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고 평형배분의 형평성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1680가구에 이르는 차관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일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다른 재건축 단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차관아파트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조합 내 갈등에 따른 소송사태가 늘어날 수도 있다.
◆ 어떤 점이 문제였나=영동차관아파트는 30개동 1680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지난 1974년 10월 미국 차관으로 지어졌다. 지난 2001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현재는 철거작업이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30일 영동차관아파트 22평형 주민 126명이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등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영동차관아파트 재건축결의 및 재건축변경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사업추진에 무리한 부분이 있었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영동차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01년 5월 전체 80%의 소유자들에게 재건축결의 동의서를 받았고 2개월 뒤 재건축변경을 결의했다. 하지만 변경결의 과정에 전체 조합원 중 942명만 참여해 이 중 과반수 찬성으로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법원이 이에 대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무효판결을 냈다.
또 조합은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건물철거와 비용분담, 신건물구분소유권 귀속 등 동의서에 기재해야 하는 사항 중 일부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무효사유에 추가됐다.
법원은 "재건축 실행 단계에서 다시 비용분담에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분담액 또는 산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재건축 결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밝혔다. 비용이나 구분소유권 귀속 등의 문제는 재건축 동의에 있어 중요한 사항인데 이것이 명시되지 않은 채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결의부터 하면 추후에 소수 의견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주목받은 대목은 평형배분의 형평성 문제다. 22평형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은 "15평형 조합원에게 33평형을 배정했으면 지분 비율로 볼 때 22평형 조합원에게는 48.4평을 주는 게 마땅한데 43평형을 배정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재건축 변경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수의 15평형 조합원에 비해 22평형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신축건물 면적을 정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 재건축 소송 증가세=이번 판결로 영동차관아파트의 추후 사업이 지연되고 다른 아파트의 재건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단지에서는 비용분담 등 중요한 사항의 결정을 미룬 채 일단 동의서부터 받은 후 다수조합원의 힘으로 밀어붙여 사업을 진행시켜왔다. 그러나 동의서에 필수기재 사항을 명시하지 않으면 재건축 결의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라는 판결에 따라 이 같은 관행은 어려워졌다.
특히 철거 및 재건축 비용분담을 정할 때 특별정족수를 지키지 못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무효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조합원간 분쟁이 발생하면 소송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법원이 지분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평형배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다수 의견을 반영해 대략적으로 평형배분을 했던 단지도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높아졌다.
법원은 비록 원고들이 조합으로부터 이주비를 받고 퇴거했고 아파트 철거도 대부분 완료된 상태지만 그렇다고 원고들의 소송이 다른 조합원들의 이익을 무시 했다거나 신뢰 원칙을 어긴 것은 아니며 이들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단지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최근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간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해 중반에는 도곡동 주공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이 부담금 문제로 분쟁끝에 총회결의무효 판결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역삼동 개나리2차 재건축조합에서 로열층 입주문제 때문에 총회결의 무효확인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강남재건축을 둘러싼 조합원들의 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자료원:매일경제 2004.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