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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어떤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이었다.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9일까지 호주에서 열린 '비비드 시드니 2014'는 시드니라는 도시의 품격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흥미로운 축제였다. 사진 왼쪽의 하버 브리지를 물들인 색색깔의 조명과 오른쪽 오페라 하우스 지붕을 뒤덮은 홀로그램 영상 등 서큘러 키 일대 워터프론트는 물과 빛, 사람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인디고 포토그라피 제공 |
6월 호주는 계절적으로는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이지만 여행하기에 나쁘진 않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 2014' 덕분에 시드니의 밤 정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빛의 캔버스'가 된 시드니는 도시의 품격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뉴사우스웨일즈의 주도 시드니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만난 대자연은 호주 여행의 또 다른 백미였다.
■시드니의 밤, 생생 컬러를 입다시드니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지구인 서큘러 키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는 많은 사람들로 복작대는, 활기 넘치는 공간이다. 여행자의 로망, 현지 공연까지 관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될 땐 '내부 투어'로도 위안을 삼는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페라 하우스는 하루 7회(한국어 통역)의 투어를 하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수놓는 화려한 홀로그램
브리지 등반 뒤 134m 상공서 본 야경에 '와!'
그림 같은 해변 본다이~브론테 6㎞
푸른 파도·기암절벽 벗 삼아 걷는 재미
캥거루 옆 사파리텐트에서의 하룻밤
자연이 주는 최고의 휴식 속으로…
해거름이 되고 밤이 찾아왔다. 비비드 기간, 시드니는 오후 6시 전후로 다시 태어나는 듯했다. 오페라 하우스뿐 아니라 하버 브리지, 현대미술관, 서큘러 키 일대의 초고층 빌딩, 옛 세관과 같은 고건축물 외벽, 심지어 바다에 떠 있는 유람선까지 천연색의 레이저 빔을 시시각각 쏟아냈다. 특히 돛 모양을 형상화한 오페라 하우스 지붕을 장식한 홀로그램 영상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밤거리는 사람들로 넘쳐 났고, 주말이 겹친 축제 기간엔 주 도로인 조지 스트리트까지 교통 통제가 이루어져 인파가 거리를 점령했다.
시드니 항 134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을 즐기기 위해 시도한 '브리지 등반'은 3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하버 브리지(길이 1.15㎞)의 아치형 철제 구조물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이 '등반'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지만 시드니 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화려한 도시 야경을 즐기기엔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최 측의 준비 과정에 깜짝 놀랐다. 원래 브리지 등반은 다리의 유지·보수를 위해 만들어진 좁은 길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인데 몸에 지닌 건 동전 하나까지도 다 내려놓게 한 뒤 인솔자를 따라 나섰다. 그 전에 지상 예비 훈련도 30여 분간 진행했다. 각자에게 제공되는 물품은 안전장비 외에 안전복, 그 위에 입는 두꺼운 외투, 헤드라이트, 야광조끼, 비니(모자), 심지어 손수건 등으로 다양했다. 아침과 낮, 밤 등반이 있으며, 체험 비용은 198~348호주달러(한화 약 19만~33만 원)로 좀 센 편이다.
밤이 지나고 또 다시 시드니에서 아침을 맞는다면 해변 트레킹도 해 보자. 시드니의 대표적인 해변 본다이와 브론테 비치를 잇는 6㎞ 남짓 트레킹 구간은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어서 산책 코스로는 일품이다. 간간이 바다를 굽어보며 서퍼들의 파도타기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다.
만약, 여행 기간 중에 주말이 겹친다면 본다이 비치 공립학교 안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들러서 현지인이 살아가는 모습도 지켜 본다면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다. 쇼핑의 재미까지 곁들이고 싶다면 멋진 부티크 숍과 유적 건물이 즐비한 '더 록스'를 찾아가 보자. 주말 '록스 마켓'에선 신예 디자이너들의 패션과 액세서리 등이 넘쳐나 관광객들도 주머니를 열지 않을 수 없다. 쇼핑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버스킹 구경도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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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도시 이미지와 대자연의 넉넉함이 공존하는 호주의 다양한 볼거리들. 시드니 명물 '록스 마켓' 풍경. |
■호주 대자연을 만끽하다.
이제 시드니 도심을 떠나 대자연의 품에 안길 차례다. 흔히 처음 호주를 찾는 사람은 시드니 다음으로는 '블루 마운틴' 관광을 1순위로 떠올리지만 최근엔 뉴사우스웨일즈 남부 해안 지역으로 많이 향한다고 현지 가이드 강신호 씨가 설명했다.
남부 관광은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울런공에 위치한 '심비오야생동물공원'에서 주로 시작된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은 캥거루와 코알라, 웜뱃, 카카투, 화식조까지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캥거루한테 직접 먹이까지 건네줄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동물원이다.
울런공을 떠나 키아마로 내려가면서 바다절벽 시 클리프(Sea Cliff) 브리지를 지났다. 그보다 약간 앞서 '볼드 힐(Bald Hill)'에 올랐다면 남태평양과 시 클리프 해안 절경을 내려다보며 행글라이딩 비행 체험에 도전해 보자. 아니면,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 뒷자리에 앉아서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볼 수도 있다. 비록 동승하는 수준이지만 가죽 재킷과 헬멧까지 제공해 준다.
키아마에 도착하기 전 19세기 호주 개척기의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베리 마을에 들렀다. 베리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들과 트렌디한 인테리어, 빈티지 숍이 가득해 저절로 유유자적하게 된다.
키아마 블로 홀(Blowhole)에 닿았다. 블로 홀은 바다와 해안 바위 사이의 뻥 뚫린 천연 구멍인데, 그곳에서 바람이 일기라도 하는지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광경이 장관을 이루었다. 블로 홀 일대의 해안 풍경도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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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도시 이미지와 대자연의 넉넉함이 공존하는 호주의 다양한 볼거리들. 키아마 '블로 홀'에서 바라본 그림 같은 해안 마을 풍경. |
여기저기 들러서 각종 체험 활동을 즐기느라 어느새 캄캄해졌다. 이왕이면 제대로 호주의 대자연을 느끼자 싶어서 글램핑 캠핑장 '페이퍼바크 캠프'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순간이었다. 오리지널 사파리 텐트 1박에 395호주달러라는 금액은 만만찮았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나무 덱 위에서의 하룻밤이었다. 텐트 숫자도 많지 않아서 총 12개.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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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도시 이미지와 대자연의 넉넉함이 공존하는 호주의 다양한 볼거리들. 울런공 심비오야생동물공원에서 캥거루와 놀고 있는 아이. |
그곳은 와이파이는 고사하고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숲 속인 데다, 전력이라고는 태양광 전지로만 밝히는 침대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텐트 안에는 푸근한 침대와 뽀송뽀송한 리넨 타월, 샤워실까지 완벽하게 갖춰졌다. 모기나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그물망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향을 자연스럽게 실어 날랐다. 하나, 생경했던 경험은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텐트를 나서다가 열심히 풀을 뜯고 있던 캥거루 한 쌍을 만난 것. 인기척에 놀란 캥거루는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는데 순간 당황됐다. 심비오야생동물공원에서 먹이까지 챙겨주며 친근감을 과시했던 그 캥거루와는 달리 공격성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원래 그 숲 속의 주인은 캥거루였던 듯, 내가 그들을 방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자리를 피해야 했다.
남부 여행의 종착점 저비스 베이에선 '돌고래 관찰 크루즈'를 탔다. 바다에서 뛰어노는 돌고래를 지켜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저비스 베이 일대에서 서식 중인 120여 마리의 돌고래마다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다시 시드니로 되돌아오는 길엔 키아마 인근의 나이츠 힐(Knights Hill) 정상에서 '일라와라 플라이 트리탑 워크'를 했다. 임상에서 20~30m 공중의 우듬지에 1.5㎞ 산책로가 펼쳐지는데 이날 따라 짙은 안개가 몰려와 '전망'은 포기해야 했지만 신선처럼 강철다리를 걸었다. 하늘과 땅의 에너지를 제대로 느낀 호주 여행의 감동은 두고두고 지속될 것 같다.
시드니=글·사진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TIP
■교통편
인천~시드니 직항편이 대한한공은 매일, 아시아나는 화~일요일 운항 중이다. 비행시간은 10시간 30분 안팎.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호주 내 대중교통 요금은 매우 비싼 편이어서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하더라도 현지 일일투어 혹은 1박 2일 투어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뮤지엄역 인근의 시드니면세점에 가면 일일관광 예약이 가능하다.
■먹을 곳
호주의 해산물을 먹어 보고 싶다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전경을 즐길 수 있는 서큘러 키 서쪽의 '워터프론트 레스토랑'과 본다이 해변의 '노스 본다이 피시'가 있겠다. 호주 스테이크를 비롯, 다양한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옛 세관 건물 5층에 위치한 '카페 시드니'가 제법 유명하다. 만약 울런공에서 키아마로 넘어가는 길이라면 노스 울런공 바닷가에 있는 '노스비치 파빌리온'의 1m짜리 피자를 , 저비스 베이를 방문한다면 허스킨슨 항구 재향군인회관 2층의 '베이뷰 비스트로'에서 호주식 '피시 앤 칩스'를 간단하게 맛볼 수 있다.
■기타
콘센트가 다르기 때문에 멀티어댑터 준비는 필수다. 무료 와이파이 존은 많지 않아서 꼭 필요한 경우, 국내서부터 무료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가입해서 가는 게 낫다. 화폐는 18일 현재 1호주달러에 955.34원. 6월 호주는 겨울철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지만 한낮엔 섭씨 20도 이상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바람막이 같은 겉옷을 따로 준비하는 게 좋다. 호주는 비자도 필요하다. 여행 관련 문의는 호주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399-6502,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52-4131. 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