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영성 안에서 일치 기원 "
수원교구 손골성지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 현양미사 및 심포지엄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 전교 유적지인 경기도 용인 수지 손골성지(전담 윤민구 신부)에 17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성인 출신 교구인 프랑스 뤼쏭교구에서 성인 후손들과 교구 사제 등 20여 명이 성인을 현양하고 있는 손골성지를 방문한 것. 이들은 이날 성지에서 한국 신자들과 함께 두봉(전 안동교구장) 주교 주례로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 프랑스 순례단은 지난해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 순교 140주년을 맞아 윤민구 신부를 비롯한 한국 순례단이 프랑스 뤼쏭교구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날 미사 중에 앙투안느가니에(전 뤼쏭교구 총대리) 신부는 성인 고향인 프랑스 딸몽에서 가져온 흙을 봉헌하며 손골성지 흙과 함께 섞어 성인을 통해 맺어진 프랑스와 한국 두 교회가 형제적 사랑을 나누며 일치를 이룰 것을 기원했다. 또한 성인이 손골성지에서 사목할 당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3장을 성지에 기증했다.
순례단은 "한국 신자들이 신부님을 성인으로 모시며 현양하고 있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자주 교류하면서 성인 영성을 본받고 함께 기도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윤민구, 가스통비네(프랑스 딸몽본당 주임) 신부와 서종태(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 박사가 발제자로 나서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당시 조선시대 박해 상황과 서양선교사 및 파리외방전교회 진출 등에 관해 발표했다.
윤민구 신부는 심포지엄에서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103위 한국 성인 가운데 10위의 프랑스 선교사 성인들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한국천주교회는 한국 교회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프랑스 선교사들과 조선 신자들 모두의 노력의 결실이다"고 말했다.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를 주제로 발표한 가스통비네 신부는 "성인은 겸손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했으며 열렬한 신앙을 지닌 분으로 기억한다"며 "성인은 늘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해 희생하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성인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하면서 "신부님은 가난하고 누추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지만 프랑스 신자들보다 더 큰 열정을 가지고 기도하는 한국 신자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적어놨다"며 "신부님께서 지내던 곳에 이렇게 올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손골성지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낸 프랑스 순례단은 2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성인이 순교했던 서울 새남터를 비롯해 명동성당, 대전 갈뫼못성지, 민속촌, 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프랑스로 떠났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
1839년 프랑스 뤼쏭 딸몽에서 태어난 성인은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입학, 1864년 5월 사제품을 받았다.
서품 즉시 조선 선교사로 임명된 그는 1865년 5월 26살 나이로 조선에 입국했다. 6월부터 용인 손골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지만 병인박해가 일어나 이듬해 2월 손골에서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이후 3월 7일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조선에 온 지 약 9개월 만에 순교해 눈에 띄는 사목활동은 없지만 손골에 머물면서 가난한 신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미사 집전을 통해 하느님을 전했다.
[사진 설명 : 성 김도리헨리코 신부 현양미사에서 두봉 주교가 프랑스 순례단에게 받은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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