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심나루
최영욱
가슴마다에 꽃을 피운다는 것인가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인가
꽃보다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나루터에 서 보면
옛적 신작로를 휘적휘적 걸어서 오르내리던
웃어른들의 발자국들이 하얀 백사장에 남아 있을 것만
같고 강을 넘어오던 죽창의 기세 좋은 풍경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 모두 책에서나 읽은 것들이어서
불 냄새 섞인 손을 펴면 손바닥에서도 꽃이 필 것 같은 나루
화심나루
건너 매화마을은 지척이나 나룻배는
옛날에나 있어서 강을 건널 수 없는 나루는
강의 물살과 깊이 다 외고 있으나
나는 그를 읽지 못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노을에 젖는 매화 무더기만 바라볼 뿐이다
간혹 매화에 얹히는 노을의 무게가
꽃의 향기를 짓누르는 시간이 있는데
나는 그 시간이 좋아 한참을 사공도 배도 없는
빈 나루에 앉아 있었다
봄도 점점 두꺼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