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440번째 글입니다. 예년에 보기 힘들었던 무더위 탓에 뮤클 합창단도
연이은 방학에 들어갔었는데, 오늘 징검다리 휴가를 끝내고 비교적 간만에 모인 자리입
니다. 그런데 왠 일일까요? 예전에는 방학을 마치고 모일 때면 눈에 뜨일 정도로 인원이
쑥쑥 빠짐이 보통이었는데, 오늘은 연이은 휴가를 보내고 난 뒤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간
만에 20대에 이르는 숫자의 인원이 모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소프라노 5, 앨토 8, 테너
3, 베이스 4 모여서 모두 20명이 되었습니다. 파트별로 고루 모인 것도 고무적이지만 남
성 파트에서 7명이나 모이었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입니다. 지금 바라옵건데 대략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연습을 하고 40명 정도가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연습은 푸치니의 [글로리아 미사곡]으로 일관되었는데, 그것도 <키리에>와 <글로
리아> 전반부까지의 연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연습 내용으로 보아서도 특이한 것이 한
동안 쉬고 나왔으면서도 불구하고 의외로 좋은 소리를 내어주어 지휘자로 하여금 “앞으
로 격주로 연습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겠다”며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양호한 결과
를 낳았습니다.
지휘자는 이제 상당히 심도 있게 곡을 파고 들어갑니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발
성 연습으로 목소리의 길을 틔운 뒤 그 목소리 그대로 노래에 임하도록 합니다. <키리에>
는 상당히 거친 느낌의 자음으로 시작되는데, 그 자음 소리가 지나치게 튀지 않도록 모음
소리 위주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씁니다. 지금 현재의 상태를 점검해 보
면 지휘자가 조금씩 뒷받침을 해 주면 무난하게 흘러가지만 곡 전체로 어떤 일관된 흐름
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의 엄밀성을 지켜 나가기는 역부족이고 올바른 발성의 문제에 가면
더더욱 문제는 까다로워집니다. 지금 단원들 사이에서 무대에 설 인원 확정도 잘 되어 있
지 않고, 지금 현재 나오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사정상 앞으로 빠져야 할 사람도 있고
해서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각자 탄탄한 개인 연습 아래 파트연습을 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 각 파트별로 탄탄하고 견실한 그리고 일관된 소리틀을 만들
어내기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리라 봅니다.
[글로리아 미사]곡은 다른 부분보다도 <글로리아> 부분과 <크레도> 부분의 비중이 높아
서 사실상 곡 전체라고 해야 할 정도의 비중을 가집니다. 그래서 지휘자나 단원이나 각별
히 신경을 써야 할 도리 밖에 없는데, 그래서 오늘 <글로리아> 연습에 들어가면 예외없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지휘자는 지금까지의 뮤클 합창단 연주에서 소프라노에 너무 치중
된 듯하다는 세평이 있느니만큼 남성 파트에서 좀더 힘있게 나서 주기를 강력하게 주문
하는 바인데, 이를테면 <글로리아> 17마디에서 여성파트를 받아 남성 파트가 치고 나가
는 부분에서 아직도 베이스의 음정은 불안합니다. 나는 중간 휴식 시간에 반주자의 도움
으로 선행하는 반주음으로 음을 잡는 연습을 해 보았는데, 그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만 여
전히 그 부분에 오면 음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아 계속 소리가 불투명해집니다. 첫 출발이
불투명해지면 그로부터 대여섯마디는 그냥 무너져 버립니다. 그리고 차후로도 완벽하게
곡을 불러보려는 의욕이 꺽이어버리게 되고요. 이건 앞의 음을 참조하거나 반주음을 참
조할 것이 아니라 아예 음을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나 자신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글로리아>의 베이스 부분은 반주부의 저음부에서 상당히 많은 참조 항을 갖고는 있지만
애매한 음정 진행으로 다른 파트의 틈 사이로 자기 나름의 박자를 짚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푸가 부분은 마치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 조금의 빈틈도 없이 딱딱 들
어맞게 소리를 내어야 하는데, 이건 정확한 음정 뿐 아니라 자기 자름의 속도에 따른 정
확한 박자 감각으로 자신있게 치고 나가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다른 파트에 신
경을 쓰지 않고 자기 파트의 박자 흐름에만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파트의 소리와 서
로 아름답게 어울리는 다른 파트의 소리가 들리는 역설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그것이 합
창의 진정한 즐거움을 이루게 됩니다.; 지휘자는 구절구절 연습을 시킬 때마다 매번 각
파트에게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계속 물어 보는데, 난 아직도 “대강은 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듯도 한데 여전히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은 들
지 않는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이 그러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자는 오늘의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방식의 경이감을 표
현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나온 조금 어정쩡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오늘의 연습 수준이
상당히 양호하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은 아직 확신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지휘자의 이런
반응은 일단은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열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
는 것이 이게 어느 시기에 또 우리 내부에 잠재헤 있는 맹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휘자는 지금 각자 연습 수준에서 상당히 많은 격차를 지
니고 있으니까 연습을 할 때는 비교적 연습이 잘 된 사람과 연습이 부족한 사람이 한 조
가 되어서 연습을 해야지, 연습 안된 사람끼리 붙어 서서 연습을 하면 연습 하나마나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금 지휘자가 친절하게 경로를 짚어가며 연습을 하
기에 망정이니 만약 이대로 리허설식 연습을 하면 또 어떤 이변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릅
니다. 그 이변을 예방하는 방법은? 최소한 각 파트에서 두 세명 정도는 음과 박자를 확실
하게 잡고 다른 사람들을 확실한 방식으로 이끌 능력이 있어야 하며 평소에도 그런 식으
로 이끌고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지휘자가 우리 베이스에 에이스가 없다는 점을 참 아쉽
게 여기었는데, 지금 그 상황은 거의 호전되지 않았으니 방법은 각자 첣저한 개인연습밖
에 없을 듯 합니다.
내가 연습일지를 쓸 때마다 반복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 개인연습의 필요성은 사실
공연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지금 전체 연습에 나오고 지휘자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가
상당히 중요하고 핵심적이기 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공연의 골격을 이루는 것
이지만 그골격을 보다 더 단단하게 근육으로 감싸주고 살을 붙일 수 있는 것은 개인 연습
입니다. 전체 연습이 공연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전체 연습에서의 과제가 완벽한 형태로 완수되는 것은 개인 연습을 통해서입니다.
이제 다음 주가 9월이니까 문화회관에 대관신청을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연 날
짜가 ‘확정’될 것입니다. 저의 연습일지는 공연 날짜를 향한 카운트 다운을 시작할 것이
고요. 이번 공연에 초빙할 테너 솔로는 한국을 대표할 정도의 유명 인사로 확정되었다는
데, 그 분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도 우리의 연습은 최고의 수준을 획득해야 합
니다. 벌써부터 지휘자는 행여나 그분한테 우리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안절부절입니다. 이제 우리도 확정된 공연 날짜에 맞추어 그리고 우리가
모시게 될 훌륭한 솔로의 최고 기량 발휘를 보장하기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겠다는 일
념으로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
첫댓글 20명만 모여도 참 행복하게 연습이되네요...소중한 한사람,한사람 ..... 정기연주회를 위해 하나씩 잘 점검해 나가야겠습니다^^
연습의 필요조건 충족이 충분조건 충족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