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일기 ... 대학로 가는 길
2024년 5월 26일 일요일
1.
모처럼 서울 나들이 하러 전철을 타고 혜화동 대학로로 갔다.
큰여동생의 큰딸이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을 함께 보기 위해서였다.
몇년 째 해마다 했다는데 이제야 우리도 가서 보게 되었다...
큰여동생은 아침에 대구에서 올라오고 있었고, 일산에 사는 막내여동생도 온다고 했으니
행복한 세자매의 시간이겠다 .
조카 덕에 우리 세자매가 이렇게 종종 서울에서 만난다. 다들 집콕을 좋아해서 멀리 나가는 거
잘 안 한다.
나는 이곳에 이사온 이후로는 서울에 나가려면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아마도 그 이상 걸릴는지도.
그때도 두 시간 반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섰다.
수지에서 살 때는 M4101 버스를 타면 편하고 빠르게 서울역으로 갈 수 있었는데,
아직 이곳에서는 버스 노선을 모르다 보니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보평역이 가까이 있으니 지하철 타기가 수월하기도 하다.
2.
갈아타는 거 귀찮아서 기흥역에서 왕십리역까지 앉아서 갔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였던지
다리가 아팠다. 10시 16분에 보평역에서 에버라인 꼬마전철을 타고, 12시 가까이 되어서
왕십리역에 도착하여 2호선으로 갈아타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서 다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와... 정말 멀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귀찮더라도 중간중간 갈아탔더라면 12시엔 도착했을텐데...
시간 여유가 많아서 그런 일도 생겼다.
어쨌든 서울역은 너무 멀다.
나중에 GTX구성역이 개통되면 서울역에 빨리 가겠지?
3.
12시 20분.
드디어 서울역 도착.
큰여동생이 동대구에서 KTX 타고 올라오는 시간과 같다고 하더니...
30분에 동생과 만나서 혜화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 조카도 만났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카페로 갔다. 2시에 공연 시작이기 때문에 커피 마실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할까. 막내여동생은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무렵에야 왔다.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셨어도 딸들을 두고 가셔서 우리는 이렇게 만나 반갑게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늘 카톡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서로의 살아가는 상황은 다 알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는 기쁨에 비하겠는가!
4.
뮤지컬 '삼거리 슈퍼스타' 에 대한 내용은 굳이 적지 않으려 한다.
뮤지컬 자체보다 조카 덕에 우리 세자매가 만나서 얼굴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이야기도
하는 것이 더 좋았으니까.
물론 80분 동안 내내 젊은 네 명의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을 보며,
젊은 그들에게는 안개처럼 어렴풋하고 불투명한 미래가 언젠가는 연결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또한 젊음과 청춘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는 말은 해야겠다.
내게는 까마득하게 멀어져간 젊음이고 청춘이겠으나 미래는 여전히 내 앞에 존재하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지금이 좋다.
5.
대학로에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은 후, 지하철을 타고 막내여동생은 일산으로 바로 가고,
조카 부부와 우리 둘은 다시 서울역으로 갔다.
사람들이...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일요일 오후여서 더 붐볐던걸까.
기차 시간까지는 2시간 가까이 남아 있어서 앉아 있을 만한 자리를 찾았는데,
카페마다 사람들이 넘쳐나서 조카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그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하고 싶기도 했고, 내가 동생이 기차를 탈 때까지
같이 있어 주면 되니까.
우리는 둘 다 답답한 실내보다는 바깥이 바라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좋았다.
배가 불러서 커피 마실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마침 그런 곳이 있었다!
서울역 전체 중에서 이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다고 할까...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까.
마치 어디 먼 데 여행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유롭게 앉아서 뭔가 먹기도 하고 뭔가 들으며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끊임없이 지나가는 여행객들... 기차 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거실 쇼파에 앉아서, 혹은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려다보며 꼬마열차가 지나가거나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나는 그 사람들 속에서 동생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두시간은 참으로 짧았다.
집으로 가는 두 시간도 그렇게 짧을까......
6.
정말 산뜻한 외출이었다.
큰여동생 기차 시간 기다리면서 서울역에서 함께 앉아 있던 마무리가 참 재미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서울역 - 4호선 충무로 - 3호선 신사 - 신분당선 미금 - 분당선 죽전 -
수인선 기흥 - 에버라인 보평역
그렇게 거의 두 시간 걸려서 왔다.
첫댓글 날짜로는 어제로군요.
어제 낮에 마트에서 큰일날 뻔했습니다.
이것저것 장 보고 무겁게 들고 나오면서 무심코 입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승용차 한대가 바로 내 앞에서 멈추지 않겠어요~!
운전자가 젊어보이는 여성이던데... 많이 놀랐을 거에요.
1차로 내게 책임이 있으니 내가 미안하다 했지요.
마트 건물 앞으로 나오면 주차장인데 ... 사람이 걷는 길이지만 차도 다니니까
좌우를 살펴야 하는데 나는 무조건 앞으로만 갔으니...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세 자매가 똘똘 뭉치는 이상 세상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지 싶습니다.^^
정말이지 그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동생들과의 시간은 늘 짧아서 더 그랬을까요...
하루가 대단한 파노라마입니다.
정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다른 사람들에겐 부러움입니다.
대학로에는 30대와 40대 시절에 참 많이도 나갔더랬어요.
그때는 그래도 젊었는데...
이제는 그저 "만나는" 것이 좋군요.
그곳이 어디든...
이제는 그저 만나는 것이 좋군요.
그곳이 어디든....
문협회원이 된지 7년이 되었지만
일년에 두 번씩 가는 문학기행을 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회비를 꼬박꼬박 내고도 가지 못하고 문학기행 간 회원들이 올리는 행복한 모습의 사진을 볼때면 때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문학기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여동생이
선뜻 따라가 주겠다고 했습니다.
혼자만 가도 설레는데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콩 뜁니다.
소엽님이 느꼈던 행복함 저도 느껴볼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 문학 기행 가시는군요.
참 좋습니다.
더구나 동생과 함께 가는 문학기행이니 얼마나 기다려지고 설레일까요...
언제 어디로 가세요?
잘 다녀오시고 후기 꼭 들려 주세요 망고님!
@소엽 서을 문화예술회관으로요.ㅎ
뭉크의 절규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