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 후반 대학원 유학 시절이었다.
그 당시 유학 경비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알바를 시도 했지만
몸만 힘들뿐 좋은 돈벌이가 되는 자리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박사 과정에 있던 선배에게
유학생 알바중 택시운전 알바가
가장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고...
몇 달 뒤 4단계의 택시 운전 면허 시험을
통과해서 무사히 영업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지금 같으면 유학생에게
택시 운전 면허 취득은 불가능 한 일이지만
30여 년 전이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
처음으로 택시운전 알바를 주말에 나갔다.
그곳의 시스템은 한국과 다르게
따로 고정급은 없었고
페이-인 (Pay-in) 이라고불리는 사납금과
사용한 연료비를 내고 남은 돈이
전부 내 수익이 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잘못해서 운행 수입이 없으면
알바 수익은커녕, 내가 내 돈으로
사납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그리 녹록하지 않은 알바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직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긴장하고 정신 없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속 운전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승객들이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았지만
그때는 신경 쓰지 않고 택시 알바를 했는데……
택시 알바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던 어느 날,
한 백인 승객과 작은 시비가 붙었다.
그것은 내가 너무 과속 운전을 해서
이런 택시 운전 기사에게는 요금을
줄 수 없다는 요지의 시비였다
물론 약간의 승강이 끝에 요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문득 내가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입장으로
과속 운행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이곳에서 소수민족인
동양인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을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내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승객들이 편안하게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여유롭게 운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각오를 해야 했지만.......
하지만 정작 여유로운 운행을 실천하자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전은 내 수입이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승객을 배려하며
편안하게 운전을 하자
예전에는 겨우 10% 정도 받던 팁을
20-30% 이상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추가로 너무 운전을 편안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승객들의 칭찬도 함께…
그 후에는 여유로운 운행이 내 운전 습관이 되었다.
물론 총을 든 택시 강도를 만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위험성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는지
유학시절 4년간의 택시 알바를 통해서
다른 별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학 경비를
충당해서 학위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회를 깊이 경험 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2023년 첫날 문득
젊었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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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이야기
나의 택시기사 시절 이야기
리스본
추천 1
조회 432
23.01.01 13:3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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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는 천직으로생각하고
30년넘게 하는일을
리스본님 은 젊은시절 알바로
하셨군요
그게밑거름이되어
오늘날 많은것을 이루어낸
리스본님 이되셨겠지요
뭐 저도 지금은
CEO라 생각하고 여유로운마음으로
운행합니다
난폭. 과속운행한다고
수입늘어나는것은
절대아니지요
30년경험으로. 체험했거든요
택시알바~
미국 지리도 어둡고,
영어도 미국사람만큼 잘 하진
못했을텐데,
대단하시네요.^^
그런 정신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보다 나은 삶의~
존경받는 삶의 주인공이 되었
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절의 경험담...ㅎ
리스본님의 바른 성향은
어디에서든 좋은 평가로 보여질꺼 같습니다...
젊었기에 용기내어
택시 알바하며 유학시절을
보낼 수 있었겠죠 고생 많았어요
젊은 날에 그대에게 박수 보냅니다
저도 그당시에 알비로 Liquor store 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바로옆에 주유소와 마켓은 강도를 당했는데
다행히 제가 일하던곳은 강도를 안당했어요
나중에 경찰이 와서 주의하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ㆍ
아주 오래전 기억을 리스본님덕분에
회상해 봅니다 ^^
몇 십년전
머나먼 타국에서 있었던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읽으니
가슴에 뭉클하고 감동이 일어나네요.
.
젊은시절 공부하면서 힘든 일을 찾아서 하고
큰 수입도 되는
일거 양득의 지혜.
진솔한 삶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불어온 바람이 어디서 왔을까 돌아보고
직진이 아닌 굽이진 길을 선택하신 용기, 대단하세요^^
열정도, 지혜도, 깊게 바라보는 것도
나이처럼 내 안 어딘가에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음.. 암튼 저는 그렇게 정신승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