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울산시청에서 중앙지방협조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참석한 장관들에게 "지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그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하고, 중앙은 지방이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ㆍ도지사들이 건의한 내용을 한마디도 빼놓지 말고 정리해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선 8기 울산市政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현안 상당수가 중앙정부의 손끝에 달려 있는 만큼 대통령의 이런 공언이 울산시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가 지방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울산시는 개발제한구역(GB) 해제가 급선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선 8기 울산市政이 주요 목표로 제시한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인구 유출 방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단지를 넉넉히 조성해도 역외 기업들이 찾아 들어올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공장부지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 누가 울산에 넙적 투자하겠나. 김두겸 시장은 제1호 공약으로 GB 대폭 해제를 내걸었다. 5군데를 선정했는데 이곳이 반드시 풀려야 울산지역 일자리가 창출되고 밖으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여 올 수 있다. 그래서 김 시장은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GB 해제를 건의했다. 그때마다 들려온 소식은 대통령이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낭보였다.
지난달 개발제한구역해제 주무부서인 국토부 관계자가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시행하는 취지가 있기 때문에 전면해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관리도 광역적 차원에서 국가가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울산시가 건의한 내용들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장관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다그침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작 장관의 지시를 받아 이를 수행해야 할 실무자들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러면 대통령이 아무리 중앙ㆍ지방정부의 협조를 지시하고 지방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방정부의 주장과 건의는 묵살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울산 중앙지방정부협의회가 `제2 국무회의`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향후 `제2국무회의`에서 논의되고 건의ㆍ수용된 사안을 정부부서 실무진이 이래라저래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현장에서 장관들에 시도지사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지시한 만큼 울산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다시 제안돼야 마땅하다. 그것도 곳 중 2군데 정도라는 어중간한 선택이 아니라 울산시가 필요한 범위를 관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