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1. 이지영, 정규 1집 ‘Something New’ 발매를 기념하며(12주년 기념)
[부제] 앨범 전체를 그림으로 가득 채운 이지영 그녀의 세상을 담은 이야기
계속 들어야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깊이가 있는 명반
- 서(序) -
'고산유수(高山流水)'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자성어가 있다. 자연 경관을 의미하는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서로 이어 만든 명사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그 뜻은 자연 풍경과는 관련이 적다. 주로 현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할 때 쓰이는 이 말에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잠시 배운 ‘지음’과 관련된 '백아와 종자기' 일화로 설명할 수 있다. 높은 예술적 경지를 추구했던 고대 문인들의 정신과 친구 간의 우정을 나누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잠시 인용하여 당나라의 문장가인 한유(韩愈)라는 학자는 전국시대에 말 감정을 잘 하기로 유명했던 '백락(伯樂)'이란 인물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먼저 백락이 있고, 이후에 천리마(千里馬)가 생겨났다. 천리마는 흔하지만, 백락은 흔하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명마라 하더라도 백락의 눈에 들지 못하면 천리마의 이름을 얻지 못하고 마부의 손에서 온갖 홀대를 받다 평범한 말들처럼 마구간에서 죽어갈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에서도 고산유수의 고사와 관련한 기술이 나온다.
“거문고는 곡조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 외에도 이것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이 사회에 현인과 달인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보고 예를 갖춰 대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다해 충성을 바치겠는가?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현자(賢者)와 지자(智者) 모두 지기를 만나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다. 따라서 왕과 신하, 나라와 백성, 장군과 병사 간에도 이처럼 지음을 통해 도타운 감정을 쌓아야 한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士為知己者死)’, ‘지우지은(知遇之恩)’ 등의 말이 가리키는 바도 여기에 있다.”
돌아와 이 '고산유수'는 아티스트인 이지영 님과 참 어울리는 것 같다. 좋은 곡을 들려주는 아티스트와 그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팬들을 본 성어에 비유하자면 맞겠다.
서두가 조금은 벗어난 주제였지만 오늘은 빅마마 이지영 님의 솔로 1집 앨범을 기념해보려 한다.
- 본(本) -
앨범 기념글에 앞서 이지영 님에 대한 코멘트를 간단히 해보려 한다.
형제자매에서 '둘째'라는 포지션은 참 애매한 위치이다. 완전히 카리스마있는 리더의 성격인 '맏이'도 아니요, 그렇다고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도 아닌 중간의 위치에서 그 사이의 조율을 잘 해야하는데, 빅마마의 20년사에서 나이로 '둘째'인 이지영 님은 그 중간의 역할을 100프로, 아니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 이 글을 읽는 팬분들은 이 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중간'의 포지션은 가장 어려운 역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지영 님은 정말 잘 어울린다.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이지영 님은 빅마마에서 미술과 음악의 관계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멤버이자, '아티스트는 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의 딱 알맞은 정의를 내려준 보컬리스트라 할 수 있다.
음악만을 잘해도 엄청날진대 그녀는 그림에 대한 이해와 수준이 매우 높아, 마치 음악에 대한 철학을 도화지에 표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둘 다 그것을 잘할 수 있으니 가히 진정한 '예술인'이라고 칭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접한 음악인 중에서 가장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그래서 그녀가 그리는 그림이 주로 생각을 요하는 '추상화'의 종류인 것은, 그 신중함에서 나오는 기풍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음을 잘 내는 가수가 환영받는 한국 사회의 음악풍조에서 중-저음의 보이스를 전문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보컬은 정말 보기 드문데, 이러한 모습에서 이지영 님의 활발한 행보는 현시대에 참으로 중요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지영 님의 그동안 써온 글들을 읽어보면 정말 생각의 깊이가 남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본인이 가장 와닿은 글 하나가 있었다.
(*2009년 3월 12일자, 내용이 길어 밑의 링크를 게시하겠습니다.)
https://cafe.daum.net/mamadoongji/F5ST/1375
'대학생 때 집안사정이 너무 힘들었던 시절에도 음악이 너무 하고싶어 중간중간 창고에서 몰래 노래를 부르고 연습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대략의 내용이 있다. 물론 이 일화는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거기서 더 인상깊었던 것은 지금 시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느 날 그녀가 집안의 다용도실에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당시에 다용도실에서 보컬연습이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이지영 님의 답글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노래연습은 다용도실이라도 저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어디든 노래를 할 수만 있다면 다용도실이라도 좋아요."
예전에 방영된 인간극장(2005. 7. 4. ~ 7. 8.)에서는 연습실의 화장실에서까지 노래연습을 하는 이지영 님의 열정을 보았는데, 그렇다. 이렇게 무엇이든 미쳐야만 성공한다는 것은 살면서 참진리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열정과 집념으로 만든 앨범이 바로 이 'Something New'인 것이다.
*솔로이기 전에 이지영 그녀는 '그룹 빅마마'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보다도 빅마마 팀을 아끼고 충성하며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그린 위 ‘Big mama’ 그림을 보라. 그간 빅마마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Track List] 'Something New' 코멘트
들어가기 전에 이지영 님의 앨범은 2011년 6월 21일 정규 발매 전인 2010년 하반기부터 3개의 트랙이 담긴 싱글 앨범 1개와 몇 개의 디지털 싱글곡들을 추가로 발매했는데, 그것을 본 정규 1집의 신곡들과 함께 종합한 것이다.
비유하여 싱글로 발매한 곡들이 '자(子)회사'라면, 이 정규 앨범은 '모(母)회사'라고 할 수 있다. '빅마마'라는 단어와도 연관이 된다. 정말 멋진 귀결이 아닐 수 없다.
01 여행을 떠나자(싱글 '여행을 떠나자' 2010. 12. 13. 1번 곡)
기차를 타고 삶은 계란과 사이다 음료를 먹으며 창가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그 기분을 당신은 아는가? 이 곡을 같이 들어본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지금 집에 있다면, 어디든 가보자. 그것이 곧 여행이다. 이 곡을 들으면서. 이지영 님의 후반부 스캣 부분은 분명 당신을 포근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뮤직 비디오 링크 : https://music.bugs.co.kr/mv/81437
02 오늘도(타이틀 곡)
우연히 당시에 뮤직비디오를 채널 엠넷에서 본 적이 있다. 탤런트 정준 님과 이지영 님의 이별 씬이 여운을 남겼던 곡. 차 안에서 깊은 수심에 잠긴 이지영 님의 모습과 표정을 보았을 때, 사실 본인은 ‘이별’에 대한 부분보다는 '빅마마의 구성원으로서의 '나'와 솔로로서의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이 곡은 뮤비를 겸해서 들어보시기 바란다.
*뮤직 비디오 링크 : https://music.bugs.co.kr/mv/106797
03 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처연하게 표현한 곡. 예전에 딱 나의 상황이 그러해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던 곡이기도 하다.
굿바이라 말해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가사에서의 역설적인 표현이 긴 여운을 준다.
04 사랑하기 좋은 계절(싱글 2011. 1. 25.)
음악을 잘 모르지만 이러한 곡이 '보사노바'의 형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싱그럽다. 그리고 뒤에 많은 곡이 남아있다 생각하니 심리적으로 즐겁다.
사랑하는 법을 이 곡의 가사처럼 실현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싱글을 낸 시점이 겨울이니 사랑하기 좋은 계절은 겨울이라고 결론짓겠다.
뮤직 비디오 링크 : https://music.bugs.co.kr/mv/88896
05 붉은 왈츠
관현악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 곡을 이지영 님과 협연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곡.
거기에 발레리나 분이 나와서 이 곡을 장식하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만하다. 더 표현할 방법이 부족하니 들어보시기 바란다.
06 송년회(싱글 '여행을 떠나자' 2010. 12. 13. 2번 곡)
지금도 코어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중의 하나. 중저음의 마스터인 이지영은 고음까지 잘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노래.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최근의 2022년 발매된 싱글 댄스곡 'Queen'처럼 이지영 님이 가진 것을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이 있다고 본다.
07 깊은 한숨을 만든다
이 곡을 들으면 '나로 사는 기쁨(6집, 2022)'이 생각될 정도로 조용히 시작하여 창대하게 끝을 맺는 과정은,
진정한 원곡자의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 도출할 수 있다. 깊은 한숨이 아니라 좋은 의미의 큰 숨을 내쉬어버린 효과.
08 예그리나(사랑하는 우리 사이) / 빅마마 '2ND T-Project' 2번 곡(2011. 5. 17.)
예그리나의 순우리말이 제목대로 '사랑하는 우리 사이'라고 한다. 정말 예쁜 단어이지 않은가.
카페에서 차 한잔을 시켜 창가 자리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듣기에 어울리는 곡. 우아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곡을 포함하여 두 곡이 담긴 위 앨범은 '2ND T-Project'의 일환으로 당시 오랜만에 그룹 빅마마가 참여하기도 했다.
*뮤직 비디오 링크 : https://music.bugs.co.kr/mv/100116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 4. 20. 개봉) 중에서
09 Over The Rainbow(Acoustic Ver, 원곡 빅마마 4집 5번, 2007 / 싱글 '여행을 떠나자' 2010. 12. 13. 3번 곡)
빅마마 4집을 접한 팬분들은 바로 알 수 있는 이지영님의 대표곡. 원곡에 이은 어쿠스틱 버전도 못지않게 좋다.
(위 영상은 4집 원곡임을 고지합니다.)
10 Mama
https://www.youtube.com/watch?v=Qk18D4yRWuE
이 곡을 듣고나면 왠지 눈물이 난다. 앞서 2집에서 언급했지만 신연아 님은 '외길'(2집, 2005)곡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표현한 것에 반해 이 곡은 이지영 님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가사를 보노라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더하여 마치 편지를 쓴 것 같은 문장의 형태를 띤다. 제목에서 ‘마마’라는 것, 이지영 님 본인이 곧 ‘빅마마’라는 것의 연계점을 갖고 만든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앨범에 그녀가 그린 6장의 그림이 가사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지영 만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사상적 철학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에 갓 삼십대(2011년)를 지난 나이에 이러한 의미깊은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녀의 음악에는 살아가는 것에 대한 행복이 묻어있고, 동시에 슬픔이 담겨있으며,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사를 통해 표면적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이야기처럼 의미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창작'이라는 것은 즐겁지만, 때로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엿볼수 있다.
온라인 음원매체로 쉽게 아티스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현재의 시대 속에서 실물앨범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향후 보유할 수 있다면, 이 앨범을 듣기 전에 자켓의 내용과 그림을 한 번 보고 본 곡들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 결어(結語) -
음악을 만들고 그 곡을 부르는 사람(화자)과, 그것을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청자)의 관계에서 맨 서두에 언급한 ‘고산유수’라는 성어를 빅마마 이지영 님을 보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오늘을 생각해본다.
‘Something New’ 앨범은 빅마마의 중간 지점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한번 더 생각을 해보는 중요한 기점에서 나온 앨범이라는 결론을 지으며 장황한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2023년이 되어서야 이러한 뒤늦은 앨범 기념일을 글로써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스스로가 이러한 기념글이 너무 늦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의 여러 글에서 밝혔듯이 누군가는 이를 재조명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내가 의무감이 들어서가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모든 팬들의 사랑을 담는 것이라고 해두겠다.
이 앨범뿐만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당시를 종합해보는 마치 조각들을 모아서 원래의 퍼즐을 완성해보는 필자만의 즐거움이 있다.
앞으로도 빅마마 이지영 님의 멋지고 좋은 행보를 응원한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추가하여)
당시 시기에 빅마마 소울 팀이 존재했다. 2011년 6월 15일에 앨범 '누벨'을 발매했는데 그것을 지나쳤다.
이 게시물을 빌어 같이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첫댓글 부족한 글이 아닌 정성과 사랑이 담긴 글이라서 정독하게 되네요
이지영님 빨리 오셔서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지영님이라면 감동 받을 것 같아요 김마마님 덕분에 몰랐던 부분까지 많이 알게 됐고 더 깊어졌어요 감사합니다
늘 답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
그저 지나가는 생각을 글로 표현해봤습니다. ㅎㅎ
와~이지영님 목소리 소울이 완젼 매력적이예요
맞아요. 정말 매력적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