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영화 <기생충(Parasite)>으로 92년의 오스카 역사를 새로 쓴 한국의 봉준호 감독은 그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울러 봉 감독은 이 말을 들려준 할리우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이지(Martin Scorsese)’에게 경의를 표했다.
스콜세이지 감독의 이 한마디는 그가 영화 공부를 할 때 늘 가슴에 새긴 좌우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때마침 관중석에 앉아있던 스콜세지 감독을 카메라가 비추자 그는 벌떡 일어나 환하게 웃었고 관객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노장 감독에게 경의를 표했다.
한국영화 <기생충>은 세계 영화 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에서 언어의 장벽과 미국영화 위주의 오랜 오스카 전통을 뛰어넘어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것은 2003년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감독의 <그녀에게(Talk to Her)> 이후 17년 만의 쾌거다.
미국의 새로운 한해는 아카데미축제와 함께 열린다. 아카데미상(Academy Award ‧ OSCAR)은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 약칭 ‘아카데미’)’가 해마다 이맘때 수여한다.
한해 전에 발표된 미국 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우수한 작품과 그 밖의 업적에 대하여 해마다 봄에 시상한다. 초기의 아카데미상은 고작 20여 명의 멤버로 구성된 위원회가 12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출하는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인 1932년에는 100명의 위원들이 선출하는 대규모 시상식으로 컸다.
처음 15년간은 호텔에서 거행되다가 2002년부터 할리우드에 코닥 극장(Kodak Theatre)이 아카데미 전용 시상식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원도 3천명으로 늘고, 그들 모두가 한 표씩을 던져 뽑는 상이다. 아카데미상은 ‘상(賞)’이고 부상으로 주는 오스카상은 ‘상(像)’. 아카데미상을 받으면 34cm 높이의 金도금한 인간입상(人間立像)을 동시에 거머쥔다.
그래서 오스카상이라고도 부르는데 헷갈리기 쉽다. 오죽해야 “아카데미상과 오스카상 중 어느 것이 더 유명하냐?”고 묻는 농담까지 있었을까. 참고로 아카데미상 홈페이지는 ‘oscar.com’으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연말께부터 모니터를 해보면 어느 영화가 상을 받을지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다.
한때 “미국영화, 그들만의 잔치”라며 ‘너무 하얀 오스카(Oscar, so White)'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외국영화상 부문이 추가로 생겼다. 우리나라도 <마더>, <태극기 휘날리며>등이 나가 호평은 받았으나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등 이탈리아 영화가 한 때 독무대였다.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이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 관해 놓치고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영화 <기생충>만 놓고 보면 한국은 아시아판 브라질이나 남아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안 본 사람은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 한번 보라”고 권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