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아! 이제 봄이 왔구나 하고서는 꽃소식이 어디까지 왔는지 잠시 뒤를 돌아본 사이 어느덧 꽃 지고 벌써 5월 첫날이다.
오늘 활짝 핀 등꽃을 보자 문득 보랏빛 인연이 생각났다. 대표적인 5월의 꽃인 라일락도 보라색이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좋아했던 색도 보라색이었다. 그래서 내겐 보라색이 그리움의 색이면서 운명적인 색이다.
지난 번 명랑운동회 때 보라색 조끼를 입은 범띠들이다. 작년부터 오프 활동을 시작한 나도 이 조끼를 처음 입어봤다.
누가 이 색으로 범방 조끼를 하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라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라는 원색적이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색이다.
일곱 가지 무지개 색에도 보라색이 들어가 있다. 무지개뿐 아니라 12색 크레파스에도 보라색이 들어가야만 최종 완성된다.
범띠방 조끼가 보라색인 것처럼 나는 보라색과 무슨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영국에서 15년 4개월을 살았고 영국 시민권자다. 내가 갖고 있는 영국 여권도 보라색이다.
나와 보라색이 운명적인 색이라고 하는 이유다. 자영업을 했다가 쫄딱 망해 알거지가 되었을 때 내게 손을 내밀어준 나라가 영국이다.
무슨 계획을 세우고 영국으로 갔던 것이 아니다. 친한 지인한테 제대로 뒤통수를 맞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는데 운명처럼 영국에 일자리가 나왔다.
내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탁월한 기술을 가진 고급 인력도 아니지만 꿩 대신 닭으로 갈 수 있었다.
일단 아내와 딸을 처갓집에 맡기고 혼자 영국으로 떠났다.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힌 배신감 때문에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
취업비자가 늦어져 관광 비자로 들어가 온갖 곡절 끝에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10개월쯤 홀아비 생활을 하고 나서야 가족을 데려올 수 있었다.
비교적 이민자에게 관대했던 영국에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점점 이민법이 강화되었다.
2년짜리 취업비자가 끝나고 연장 신청을 했는데 덜컥 취업비자가 거절되었다.
아내와 딸이 겨우 영국 생활에 익숙해졌는데 하늘이 노랬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가 생겨 영국 이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이민국에 소송을 걸어 승소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는 했지만 일단 모든 것을 걸었다.
한국으로 치면 베트남 이주 노동자가 한국 내무부를 상대로 취업비자 거절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한 셈이다. 지면 다음 날 바로 추방이다.
나를 채용한 사장에서부터 일본인 친구까지 발 벋고 나서 나를 도왔고 6개월 가까이 기나긴 싸움 끝에 결국 내가 이겼다.
취업비자로 6년을 일한 끝에 영주권 신청을 했다. 날이 갈수록 이민법은 점점 강화되어 영주권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서너 번은 떨어지고 나서야 합격한다는 영어 시험을 한 번에 바로 합격했다. 2년 후 시민권 받기는 더욱 힘들었다.
필기 시험은 합격했으나 인터뷰 시험에서 거절될 수 있다고 해서 잔뜩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인터뷰 시험도 무사히 통과,,
인터뷰 때 받은 질문은 영국 시민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민권을 받는 날, 영국 애국가를 부르고 여왕 초상화 앞에서 선서를 했다. 다음 날 바로 영국 여권을 신청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여권 사진을 보면 얼굴에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독(毒)이 잔뜩 올라 있어서 낯설다. 어쩔 때는 나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만드는 영국 여권인데 이발도 좀 하고 최대한 단정한 차림으로 찍은 사진이었으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당장 여권 신청하려는 생각에 당일 아침 속성으로 찍은 즉석사진이다. 그만큼 하루라도 빨리 영국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영국 여권으로 외국인 줄에 서서 입국 심사를 받고 한국을 방문하는 기분이 묘했다.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으나 2017년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해서 돌아왔다.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이기에 영국 국적을 버려야했다. 여전히 시민권은 살아있기에 이 여권을 다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한국은 내가 죽어 묻힐 나라이기도 하다. 뒤늦게 인연이 되어 멍석을 깐 범방이 보라색이어서 나는 참 좋다.
영국에서는 보라색을 신성한 색으로 여긴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왕실을 상징하는 색이 보라색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새로 왕이 된 찰스 3세도 대관식 때 보라색 옷을 입었다. 범방 조끼색과 같다.
왕관도 보라색이다. 이래저래 보라색은 나와 인연이 깊은 색이다.
대관식 때 찰스3세 보라색 복장
보라색이 들어간 영국 왕관
첫댓글 아~영국여권 색은 보라색이구나..ㅎ
지난번에도 듣긴 들었지만..과연 영국서 16년동안 무슨 일을 했을까..혹시 일반인들이 알면 다치는 특수임무~~ㅋ
ㅋㅋ 알면다쳐~
ㅎ 역시 호기심 많은 울 남동군은 치매 걸릴 일은 절대 없을 듯,,
특수 임무이긴 했어도 사람 죽인 일보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며 살았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쫓아 낼 때까지 버티는 인내심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네요
삶에 통달한 남동이 친구가 더 잘 알겠지만서도,,ㅎ
글 읽는 내내 제가 다 마음을 졸였는데
현덕님은 오죽하셨겠나 싶습니다.
참으로 바쁘게 현명하게
움직이신 모습 담은글
잘 읽고 마음 따뜻해지네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신
유현덕님 짝짝짝!!
수고하심에 박수 보내요
조금은 여유로움으로
느림의 행복도 가지시며
5060에 안착하심은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나도 보라색이 원픽인데
우리는 운명이었네 ㅋ
아내가 좋아했던 보라색이 원픽이란 방장님 말에 제일 먼저 공감합니다.
오늘 보라색 등나무꽃을 보지 못했으면 이 글도 쓰지 않고 지나쳤을 거네요.
꽃이 진다고 서러워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연달아 필 꽃들이 있어 위안이 됩니다.
희한하게 늦게 피는 꽃일수록 보라색이 많은 것도 울 방장님에게 종은 징조이네요.
일단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고 보자구요.ㅎ
연보라색을 저두 좋아합니다.
참 고급지고 뭔가 설레게하는 색이죠~^
딱 저 등나무꽃 색깔~
유현덕님을 위로해준. 착한 보라색들~^^
ㅎ 풍주방 러키님이 범방까지 오시니 저는 참 좋습니다.
보라색이 고급지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구요.
러키님도 연보랏빛 라벤더 향기처럼 고급진 분임을 알고 있지요.
이래저래 보라색과의 인연에 저는 마냥 기쁘네요.
러키님이 범방에 오시면 제가 무조건 반겨드리겠습니다.ㅎ
다시 한국 국적을 찾은데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그토록 버리고 싶었던 조국인데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걸
깊이 알게 되었네요
보라색은 환상적인 색 입니다
남자가 보라색을 좋아하면
바람둥이라는데~~~ㅋ ㅎ
현덕아우는 워뗘요?
본인이 생각할 때 ~ㅎㅎ
예리한 분석~~
맞아요.
현덕이 바람둥이 입니다.
그것도 연상만....
ㅋ,ㅋ
보라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보챙 누이의 반가운 댓글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을 밀어낸 것도 보잘 것 없는 저를 마지막에 받아준 것도 한국이었네요.
긴 외국 생활 끝에 깨달은 것은 조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기댈 곳이 한국이란 것을 제대로 안 것입니다.
글구 저는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바람둥이입니다.
보라색꽃 라일락을 좋아하면 더욱 더,,ㅎ
현덕 친구 덕분에 많은 공부 했네그려
나는 보라색과 연관 지으라면 옛날 애인 중의 하나가 징그럽게 좋아하던 색이란 거 ㅎㅎㅎ
ㅎ 보라색을 좋아하는 여자를 사랑했던 경험이 공통점이어서 그런가?
왠지 승갑이 친구는 나와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보랏빛 시절도 한때이니 사랑할 일이 생기거든 부지런히 움직이시길요.
나와 친해지면 손해 날 일 없어 더욱 좋고,,ㅎ
아ㅡㅡㅡ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대개 여자들은 보라색을 좋아 한답니다
길. 거리에. 철부턱 앉자서 댓글 답니다
길. 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들. 보면서 저 사람들속에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하는 엉둥한 생각에 잠겨 보네. 현덕 아우에게도 짐직 컨데 어려운 일이 많았구먼 다행인것은 한살이라도 젊어서 겪었던 일.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내가 나를 지커야. 한다는것을 이제사 느끼는 내가 미워 ㅡㅡ
https://vt.tiktok.com/ZSFwLNx1F/
길가에 앉아서 얼굴 마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보네
갑자기 김세환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
철푸덕 앉아서 댓글 단다는 구절에 제가 그만 감탄을 합니다.
마야 누이야 언제나 보랏빛처럼 밝고 활달하시니 그저 이 아름다운 시절을 즐기시면 되네요.
보라색은 나이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제가 겪은 지난 일은 보랏빛을 머금기 위해 견뎌온 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심란했던 마야 누이의 마음도 보랏빛으로 위안 받기를 바랍니다.ㅎ
보라빛 옆서에 🎶 실려온 향기는 당신의 🎷 눈물인가~~~
현덕이는 영어 쪼까 씨불이 줄 알것네 ~~ㅎ
다음에 보거등 우리끼리 영어로 야그 하장~~
방장.운영자 뒷담화 하자구...
갸들은 꼬부랑 몰러...ㅎ
이 사람아 그럼 못 써 ㅎㅎㅎ
ㅎ 언제나 위트 넘치고 은근히 감성적이면서 예리한 심리 분석가 우리 새무기 친구님,,
나는 영어로 하는 대화 상대는 여자로 국한합니다.
행여 새무기 친구가 금발 가발 쓰고 보라색 구찌베니 바르고 오면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을런지,,
나 러시아 말도 좀 하는데,,ㅎ
@유현덕 지는 . 6개 국어 합니당 ~~~ ㅎ
@새무기
나는 3개 국어 하는데용~~~ㅎ
@보쳉 저는 미래를 위해서 외계인과의 대화를 연구하겠습니다 ㅎㅎ
댓글보다 웃음이 역시 새무기 센수쟁이
뒷담아 혀봐 내가 일러줄테니까~
현덕친구을
응원합니다
긍정의 모습
쵝오입니다
ㅎ 긍정의 모습으론 내전 친구님이 나보다 훨씬 윗길이지요.
표 안나게 열심히 사는 내전 친구도 내가 응원하겠소.
더불어 5월의 풀잎처럼 건강과 가정의 화목함이 가득하기를,,ㅎ
와우
이제서야 범방을 노크했네요
어제 단합대회 마무리로 ㅎ
안그래도 궁금 했는데 자세히 알고나니
앓던 이가 빠진 느낌 ㅋㅋㅋㅋ
비유가 쎄~~~하지만 리즈는 꼭 요래야 직성이
풀린다요
인간승리 현덕 님
한국으로 귀환은 정말 신의 한수 👍
글도 되지
인물 되지
암 ㅡㅡㅡ암
퐈이팅 이에요
운영자로 몸이 열 개라도 바쁠 텐데 이리 다정한 댓글을 놓고 가셨네요.
리즈향님은 우리 카페의 보배로 범방뿐 아니라 카페 전체를 빛이 나게 하는 분입니다.
카페를 위해 이리 바쁘게 살면 늙을 새도 없을 테고 모쪼록 즐겁게 카페 생활 하셨으면 하구요.
참으로 좋은 날들이라 눈도 부시고 마음도 부시고 그러네요.
나도 리즈님과 함께여서 참 좋다는,,ㅎ
보라색은 거의 모두가 좋아하는 색 일꺼라 생각합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에도 들어가잔아요? ㅎ
현덕 아우님의 이야기 잘 보았네요.
(절대로 아우님 앞에서는 영어를 이야기 하면 안 될듯....ㅋㅋ)
다시 한국에서 멋지게 정착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습니다.
앗! 반가운 쉼표 형님이시네요.
제 영어 실력은 중학교 맹탕 영어로 지금까지 버티는 정도입니다.
발음도 엉망이고 눈치로 때려잡는 서바이벌 영어지요.ㅎㅎ
보라색은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색이기도 하지요.
공감해 주신 쉼표 선배님 감사합니다.ㅎ
우연히 들어왔다 글읽고감~
나둥 보라색 좋아해 ㅋ
술술 글은 읽었지만 심장은 쫄깃
모든 고비 현명하게 잘 넘긴
현덕이 칭찬하고 앞으로도 응원해
민트향기 친구님 안녕,,^^
닉만을 봐도 웬지 보라색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역시 예감이 맞았군.
꼬이는 인생일수록 한방을 노리기보다 실타래 풀듯 하나씩 고비를 넘겨야 한다데요.
심성 고운 민트 친구님, 응원 고마워유.ㅎ
우와 멋진아우 앞은로는 탄탄대로 꽃길만 걸어요 횟팅!!!♡
ㅎ 반가운 노엘라 누이,,
누이와 댓글 소통이 무지 오랜만인 것 같네요.
탄탄대로는 아닐지라도 가능한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우리 범방에서 오래오래 함께 하자구요.ㅎ
믿은도끼에발등찍혀으니 얼마나 아파을까. 짠 .고향떠나. 죽기살기로. 버터낸세월.말이쉽지 타국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짠 지난이야기라 말하기 쉽지.. 노력에 노력 .이글쓰기까지..성공하셨습니다 박수를..~♡^,^♡~
ㅎ 유앤미 선배님이시군요.
와신상담까지는 아니었어도 재기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틴 세월이었습니다.
배신의 상처가 이제는 굳은살로 배겨 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고 있네요.
하자 투성이에다 부실한 제 삶에 응원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