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연극을 보고 나면 친구나 선배들과 함께
공연장앞에 모여앉아서 연극에 대해 느낀점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참 많았던것 같아요.
그때마다 저는 조잘조잘 이것저것 말은 참 많이 했었지만 끝마무리로는 늘
[제가 생각하는게 맞는지 잘..모르겠어요^^;;]였는데
그럴때면 누군가가 주제에 대한 팁도 던져주고
또 서로 머리맞대고 굴리다보면
그 속에서 희미하게 이 연극이 말해주고자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구요.
이번도 그러네요;;제가 생각하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절주절 올려볼게요^^
왜 말일까....왜...극작가는 말에게 신이라는 형상을 부여하고 싶었을까...라는 의문에서
다이사트의 대사중에 저 황량한 대지를 자유롭게 달렸다는 대사가 있던것 같던데
그 점에서 땅에 발을 닿고 있는 동물중에 가장 아름답고 자유로운 동물이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사자나 호랑이처럼 먹이를 찾아 쫓기위해 달려가는 먹이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단지 달리고 싶은 욕망...
자유롭고 아름다운 그 자태.
어찌보면 가장 인간과 닮아있는 동물. 알런은 말을 신격화시켜 그를 숭배하는 듯 보였지만
제가 생각할땐 오히려 말과 자신을 동일시 했던 것은 아닐가..싶어요.
(신=에쿠우스=알런, 즉 기독교의 삼위일체처럼요.)
자신과 에쿠우스는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질과의 관계에서 보통의 평범한 인간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말의 눈에 비쳐지자 영화관에서 나왔던 대사가 복선이 되어서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깨닫고 (즉 나 역시도 추악한 인간의 한부분이라는 것이라는 점을요)
그에 대한 회의로 말의 눈을 찔러버린거죠. 질에 대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말의 눈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비쳐주고 있다고하였잖아요.
자신만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열정과 순수한 땀방울로 말과 함께 달리며
말의 거친 숨소리에 감탄하던 알런의 내면속에서
자신도 똑같은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으로 육체적탐닉을 위해 땀을 흘리고 흥분의 거친 숨소리를 위해 신전(마굿간)으로 들어간
본인에 대한 괴로움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고 자신의 부끄러움에 눈을 떠 몸을 숨기듯..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말의 눈을......말에요.
판사가 알런을 데려왔다는 것과 법정의 배심원들과 같은 분위기의 일반 관객들 속에서
우리가 과연 알런을 심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하더라구요
엄마가 믿고 있는 기독교라는 신앙은 자식을 정신이상자로 만들어 버리고
다이사트가 믿고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는 부인으로 부터 멀어지게 하던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던 종교가
말의 재갈처럼 우리를 속박하고 사회라는 통념안에 묶어놓고 있지만
그 속에서 유유히 재갈(-칭클창클?)을 풀고 안장도 얹지 않은 채 말을 타고 대지를 달리던 알런을 통해 다이사트는 진정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와 철학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어느것 하나라도 제대로 된 진실이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밑의 후기중 하나가
혼자보면 정신이상자이지만 다수가 보면 종교가 된다는 말이..문득 떠오르기도 했구요.
확실히 1부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구요.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이 계속 왜?뭐?(so what?)라는 의문만을 들게하였지만
2부에서는 조금씩 이해도 가고....가끔 코믹적인 요소도 있고...
조재현씨의 연출이라 그런지 조재현씨만의 개그적 센스였던거 같아요.
(..아..개인적으로는 정극에 특히
에쿠우스 같은 연극에서 이런 부분은 좋아하지 않지만요^^ 극장씬도 나름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너무 가볍게 흘려버리신건 아닌지..
그래도 그 덕분에 많이 웃었네요^^)
저에게 있어서 에쿠우스는 어린왕자와 같은
연극이 될 것 같습니다. 어릴적 단순히 귀여운 그림과 단순한 문체로 독후감쓰기 편해서
좋아했던 어린왕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서히 알아갈 무렵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던 그 감동이
에쿠우스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아..최근에는 어릴적 몇번을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었던 유리동물원의 로라...인데요..
어느 한 순간 로라라는 인물이 마치 나와 같다고 느껴지던 그때 온몸을 타고 내려오는 그 희열에
소름끼치던 그때처럼 말에요.)
개인적으로는 류덕환과 송승환씨의 공연이 보고 싶었어요.
정태우씨는 사극에서 가끔 광기어리거나 죽거나;;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정태우씨의 알런은 머릿속에 그려졌는데
류덕환씨의 알런은 잘 상상이 되지 않더라구요.
동박골이나 마돈나에서 보여주던 목소리와 눈빛이라면 제가 바라는 알런이 나올거라 기대했었는데
지금 자료 찾아보니..발성이 좀 많이 약하시네요..그것만 제외한다면 정말 기회되면 또 찾아보고 싶어요.
다이사트역시 전 송승환씨의 분위기가 기대되었어요. 이 연극을 보면서 왜일까?라는 의문의 해답을
그 분은 풀어주실 것 같은 기분...
조재현씨는 오히려 형사처럼 취조하는 느낌이 더 들지 않았나요?ㅎㅎ
그리고..아..이래서 다들 말근육..말근육하시는구나...라고 알았어요
근데 정말 말이 보였어요. 동작 하나하나가..다...말이다...말이구나........정말 말이다.....
내가 정말 마굿간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
아..지금 생각해보니 마굿간이네요. 예수님이 탄생하신 그곳..
이것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네요..(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까요?)..뭘까요?
저는 질이 참 좋았어요...원래 그런 분위기의 밝은 여자가 좋기도 하구요(아..저 여자에욤^^;;아앗...저..남자좋아욧!!-ㅁ-;;)
아무리 배우라지만 여자라면 흔들렸을 부분이기도 한데 끝까지 질의 모습을 놓지않아줘서 고마웠구요
아버지보단..차라리 간호사가 더 나앗다고..;;;느꼈음;;
진실을 말하는 약...........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플라시보...
거짓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는 모순된 치료가 필요한 현실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나를 붙잡고 있는지..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도 했구요
아...역시나 오늘도 기승전결없이 마구마구 일단 내뱉고 보자라는 식의 후기....
저도 다른 분들처럼 예쁘게 쓰고 싶은데...늘 이러네요..;;ㅡㅜ
글 많이 읽으면서 더 많이 배우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아...그날 30명의 회원분들이 오셨다고 하셨는데..;;
저..;;기억하시나요?;;^^;;
저는 저에게 이름 알려주신 분들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____________________^ V 우훗~!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제가 생각하는게 맞았는지 모르겠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앗...정말루요?공연 시작전엔 기린님을 못본거 같은데;;공연 후에 기린님을 봤는데 사진찍구나니까 안보이시더라구요ㅎ 담엔 꼭 인사해욤^^
저두 너무 웃음 코드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했는뎅~~ ㅋ 웃기는 웃었으나 이건 아닌거 같은데 하는... ㅋ
저도 첨엔 너무 어렵다~ 생각했는데 나중엔 이해가 가기 시작 하더라구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것 까지 잘 설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극에서 수위높은 노출신~ 깜짝 놀랬는데 멋지게 해주신 배우분 정말 멋진거 같아요~ 좀 어렵긴 했지만 생각하게끔 하는 좋은 연극 이였던거 같아요~^^
후기 잘 읽고 가요. 공감하는 부분이 꽤 많아요...
말의 모습이 보이셧군여...전 왜 가끔 가들의 행동의 닭이 보였는지.......ㅠㅠ 특히 고개숙여 멀 줏어먹고 머리오려 흔들때..꼭 닭이 모이 먹은 직후의 모습인지라......ㅎㅎ
후기를 공감갈 수 있게 잘 쓰셨네요.. 저도 공감 많이 합니다.
제가 느끼는 부분과 많이 비슷하셨던 같군요. ^^;
제 생각에는요~ 말의 눈을 찌른 것이 신과의 접점에서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시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남 몰래 나쁜짓(?!)하는 것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랄까요? 물론 말이 신에 대한 다른 모습으로 투영되기도 했겠지만 알런에게 말과 하나가 되어 대지를 뛰어다니는 동질감을 느끼고 또한 에로스를 느끼는 대상이었잖아요. 신에 대한 경외심보다는 바람 피는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지 않겠나 싶은데요.
(말이 막 꼬이네요. 응? ㅋㅋㅋ)
앗..저도요...솔직히 사전시직 없이 본 것이고..제가 종교가 없어서 그런가..'신'이라기 보다는 욕망의 대상으로 이해했고..다른 대상에게도 욕망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도 질을 연기한 발랄한 김보정씨의 모습에 놀랍더군요.
그런데 공사하지 않았을까요? *-_-* 연극에서도 공사하는지 궁금한 1인입니다. (저 변x는 아닌데 이런게 궁금하면 변x가 되는 건가요? 흑... ㅡ.ㅜ)
우아~~ 저는 연극보고 와서 머릿속에서 뭔가 있는데 표현이 안되어서 빙글빙글 돌고 그래서 담날 막 찾아보고 그랬는데...
이렇게 정리가 되는 후기를 올리시다니...멋진걸요...^^
멋진후기네요. ^^ 생각을 그대로 옮겨본다는게 쉽진 않은 일인데.... ^^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에쿠우스.....ㅎ
오래전 조재현의 에쿠우스를 보고 청소년 시절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