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은 데뷔작인 '바이 준'과 '닥터 K'가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자 전업 영화배우로서 성장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일단 TV 드라마를 통해 지명도를 얻고 이를 발판으로 좋은 영화를 선택할 기회를 잡겠다고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그 첫번째 결과가 SBS 16부작 미니시리즈 '해피투게더'에 출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김하늘이 출연한 TV 드라마를 열거하면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햇빛 속으로', '비밀', '피아노' 그리고 '로망스' 까지 총 다섯편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16부작 미니시리즈라는 것이다. ('비밀'은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2회가 추가되어 18부작이 되었다.)
미니시리즈는 다른 형식의 드라마와는 달리 16회로 고정된 방영 횟수에 아무리 시청률이 저조해도 예정된 횟수를 채우는 특징을 갖고 있어 출연하는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스케쥴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고 (최근 수목드라마 명성황후의 방영횟수가 예정보다 늘어나자 중간에 자진 사퇴한 이미연의 경우를 보라.) 다른 포맷의 드라마 보다 내러티브의 완결성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출연한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
드라마 작가의 입장에서도 16부작 미니시리즈는 스토리를 선형적(Linear하게)으로 전개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므로 플롯의 정교함과 복잡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으며 트랜디한 캐릭터의 창조와 디테일의 보강을 통해 내러티브의 상투성을 무난하게 포장할 수 있고, 주말극이나 대하드라마에 비해 많지 않은 집필 분량은 작가 자신의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고 드라마를 끝낼 수 있는 여유를 주므로 선호하는 포맷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미니시리즈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 작가군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쨌던 현존하는 TV 드라마 포맷 중에 가장 높은 드라마적 밀도와 완결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미니시리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화의 경우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 긍정 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상이 되듯이 TV 드라마 중에서는 미니시리즈가 이러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드라마를 이해하는 4가지 열쇠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많이 있겠지만 결국 캐릭터, 내러티브, 디테일 그리고 스타일 등으로 압축될 것 같다. 이들 4가지 요소 각각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드라마를 살펴보면 좀더 재미있는 감상과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순전히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토막지식이라서 완전히 믿을 건 못된다. ^^;)
캐릭터 구축이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성격 부여를 말하는데, 캐릭터 구축 여부에 따라 인물들의 행동, 행위에 개연성과 설득력이 부여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잘 구축된 캐릭터는 그 자체가 내러티브를 끌어내고 지배하게 되기도 하는데 '로망스'의 후속으로 방영되고 있는 '네 멋대로 해라'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미니시리즈는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구축이 놀랄 정도로 신선하고 생동감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구축된 캐릭터 간의 충돌과 조우에 의해 여러 개의 사건이 생성되고 이것들이 인과관계로 연결되면서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내러티브(Narrative)란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작가나 감독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story)를 말한다. 이야기는 여러 개의 사건들로 구성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건들을 무작위적으로 연결한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나 시간 또는 공간의 관계를 추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파악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건들을 식별하고 원인과 결과,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것들을 연결시킴으로써 내러티브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내러티브를 관객이나 시청자에 전달하는데 있어 몇가지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상영(또는 방영)시간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량, 너무 많이 모방되고 인용되어서 식상하고 뻔한 내용, 관객(또는 시청자)의 집중력과 인내심의 한계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제약조건을 극복하여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재배치(생략, 암시, 전개순서의 변경, 플래시백의 삽입, 미스테리 구조의 도입 등)하는 판짜기가 필요한데 이것을 '플롯'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고 듣는 모든 정보는 '플롯'이다. 그리고 이 '플롯'을 바탕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서 추론하고 재 구성된 스토리를 내러티브라 한다. 누구나 그 결과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에 번번히 빠져드는 것은 바로 이 '플롯'의 힘 때문이다. '플롯'의 정교함은 내러티브의 완성도를 높이고, 내러티브의 전형성과 상투성을 극복하도록 해 준다.
디테일 (Detail)은 캐릭터와 내러티브의 허구성에 리얼리티를 부여해 줌으로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허준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가 디테일 묘사에 치중함으로써 멜로영화의 한계인 내러티브의 상투성과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리얼리티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뇌종양 선고를 받은 고복수(양동근)가 미래네 집 옥상에서 빨래줄을 잡고 울부짖다 문득 바닥에 떨어져 더러워진 빨래를 보면서 " 다시 해야겠네.." 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우리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엄혹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사소한 일상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되는데, 이런 디테일 묘사를 통해 고복수라는 캐릭터와 그가 처한 상황에 리얼리티가 부여되고 우리는 진심으로 그의 처지를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일( Style)은 미장센이나 편집, 조명, 음향 등을 이용해서 영화나 드라마에 고유의 특징과 색깔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최근 MTV의 영향으로 영화에서 내러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스타일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고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에는 영화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내러티브와 캐릭터, 디테일의 대부분을 작가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연출자가 자신의 역량을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스타일 밖에 없으므로 자연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커 질 수 밖에 없다.
16부작 미니시리즈의 경우 기본적으로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이다. 또한 충분한 방영 시간으로 인해 내러티브의 전개를 순차적으로 할 수 있어서 플롯의 정교함이 크게 요구되지는 않는다. 또한 연출자의 역할 보다는 작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며 연출자의 능력은 스타일의 창조와 디테일의 보강에 의해서 우열이 가려진다. 어쨌던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된 4가지 요소 (캐릭터, 내러티브, 디테일, 스타일)중 어느 한가지라도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물론 모두 다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걸작이 탄생하는 것이고... (가을동화나 겨울연가 같은 경우를 보라. 닭살 돋는 캐릭터, 진부한 내러티브, 구름잡는 디테일.. 하지만 후까시 만빵인 스타일 하나로 희대의 명작인양 칭송받지 않는가 ?)
오종록 PD의 존재는 90년대 초반 '사랑은 없다'라는 주간 연속극을 통해 인식하게 되었다. 황신혜, 최명길, 이진우, 이효정 등이 나온 이 드라마는 카톨릭 사제를 사랑하는 두 여자와 그들을 사랑하는 두 남자 (조직폭력배, 운동권출신 신문기자)의 엇갈린 관계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사랑의 비극을 그린 드라마인데 당시 큰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극한적인 상황까지 밀어붙이는 연출자의 뚝심과 역량이 인상 깊었다. 그 후 95년에 나온 한재석과 정성환의 데뷔작인 '째즈' 에서는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테리한 설정과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빚어낸 추악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동성애 코드와 섞어 감각적으로 연출하면서 파격적인 소재를 능숙하게 다루는 연출자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오종록 PD의 작품들은 대부분 트랜디 드라마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비주류적 감성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는다. 영화와는 달리 TV 드라마는 작품 속에 연출자의 역량이 발휘될 여지가 많지 않으며 제한된 예산, 촉박한 일정, 열악한 제작여건 등의 이유로 작가가 쓴 대본을 영상화하기에 급급한 실정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오종록 PD는 드물게 자신의 색깔과 감성을 작품 속에 반영시킬 줄 아는 연출자 중의 한 사람이다.
# 배유미 작가는...
오종록 PD와 비교적 호흡이 잘 맞는 작가들 중의 한명이 배유미 작가인데 98년의 '내마음을 뺏어봐', 99년의 '해피투게더', 최근 MBC에서 방영한 '로망스' 와 같은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의 사랑을 감각적이고 파격적으로 표현하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마음을 뺏어봐'란 꽤 참신하고 수준있는 드라마를 써서 상당히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매너리즘에 빠진듯, 점차 내리막길을 걷는 인상을 주고있다.
그녀의 작품은 설정의 참신함 (특히 튀거나 극한적인 설정을 좋아한다.)과 다채로운 캐릭터의 배치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데는 성공하지만 산만한 전개를 수습하지 못하여 항상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약점이다.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개별 에피소드의 창조와 감각적인 대사의 구사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에피소드 자체의 잔재미에 치중하다 에피소드 간의 인과관계와 개연성 유지에 곧잘 실패하곤 한다. '해피투게더'의 경우 극적인 설정에 비해 이야기의 전개는 평범하고 풀리기 어려울 것 같은 갈등요소를 의외로 안이하게 풀어버리는 마무리의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악습은 '로망스'에서 더욱 심해진다.)
# 올스타 캐스팅의 범작
주연급 배우로는 이병헌, 송승헌, 김하늘, 한고은에 조연급인 강성연, 전지현, 차태현, 조재현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이후 다시 이런 캐스팅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화려한 출연진이다. (물론 이 드라마를 찍을 때만 하더라도 차태현, 조재현, 전지현은 뜨기 전이었고, 김하늘은 영화배우로서의 지명도를 얻지 못한채 TV에 데뷔한 상태였긴 했지만...)
올스타 캐스팅에 오종록 PD와 배유미 작가라는 이름 때문에 시청률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지만 (당시 SBS 드라마로는 드물게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어릴때 헤어진 5남매의 상봉과 화해라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가 꽤 감동을 줄 만한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범한 플롯으로 인해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극한적인 설정과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주는 잔재미에 치중하는 범작으로 끝나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오종록 PD는 이 점이 못내 아쉬웠는지 해피투게더의 이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피아노'를 만들었나 보다.)
또한 내러티브의 한 축을 이루는 송승헌, 김하늘, 이병헌, 한고은이 엮어나가는 2중 삼각관계 (송승헌-김하늘-이병헌, 김하늘-송승헌-한고은)는 멜로드라마에서 끊임없이 우려먹는 진부한 스토리이므로 참신한 플롯과 디테일로 풀어나가길 기대했지만 클리셰(Cliche', 생각없이 반복되는 진부한 표현, 사상, 행동, 상투적 문구, 영화적 트릭 등)만 남발하고 말았다. 결국 드라마 '해피투게더'는 신선하게 출발했지만 상투적인 결말로 끝난 범작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유미 작가의 역량이라면 보다 신선하게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지..T.T)
# 이병헌, 김하늘, 송승헌 그리고 그들의 연기..
'해피투게더'의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중심 캐릭터는 전직 프로야구선수 '서태풍'이다. 백수에 가진것은 없고 더구나 딸린 애까지 있는 (이름이 서태지란다), 대책없이 낙천적인 인물인데 부모의 재혼과 갑작스런 사고사로 한 식구가 되었다가 다시 흩어진 동복, 이복 형제들을 다시 결합시키는 중심인물이다. 이 역할을 맡은 이병헌은 주어진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해 낸 것 같은데, 그의 연기를 찬찬히 보고 있자면 무언가 전체적인 배경이나 타 연기자들과 유리된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은 이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이병헌이 출연한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느끼는 점이다. 대사나 표정연기 등에서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는 것 같은데 어딘가 들떠 있어 ,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서태풍'이라는 캐릭터에 집중 하지 못하고 '저기 이병헌이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그런 연기를 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연기력의 유무를 떠나서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여 캐릭터와 동화되는 그런 능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김하늘은 그와는 반대로 (그동안 내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처럼..) 배역과 자신을 일체화시키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TV 데뷔작인 이 드라마에서는 대사 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보통 연극배우 출신들이 TV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면, 연극무대에서 체질화된 과장연기가 시청자에게 어색함과 거부감 (닭살 ^^)을 주지만, 반대로 TV 드라마 경력이 없는 영화배우 출신의 경우 발음이나 발성, 호흡 등 대사연기의 기본에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해피투게더'에서 김하늘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사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내러티브를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방법과 그것을 시도할 만한 여유가 있지만 , 드라마를 찍는 것은 속도와의 전쟁이므로 엄청난 대사량과 그것을 소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 때문에 영화배우 출신 연기자들은 이런 상황에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김하늘의 경우는 거기에 더하여 천성적으로 약한 목소리와 짧은 호흡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에게 더욱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목소리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익숙해진 다음, '해피투게더'를 다시 보면 이전에 느꼈던 대사연기의 어색함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게된다. 오히려 '진수하'라는 캐릭터에 김하늘 이외의 다른 연기자를 대입하기가 어려울 만큼 캐릭터와 동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진수하'라는 배역은 동화에나 나올법한 상투적이고 진부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가 되었고 식상한 이미지의 연기자가 맡았더라면 가식적인 느낌까지 줄 수 있는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래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마스크의 신인이 필요했고 김하늘이 이 조건에 딱 부합되었다.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송승헌은 이때 이미 스타 연기자였지만 그의 연기는 스타란 소리를 듣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피아노매니아 카페에서 누군가 송승헌을 두고 한국의 키아누 리브스 라고 비꼬는 글을 보고 참 절묘한 비유라고 속으로 웃었는데, 이 키아누 리브스의 별명이 '데드마스크의 스타'라고 한다. 아역배우 출신임에도 지독하게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낙인찍혀 골든레즈베리상 후보에 두차례나 오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아이다호'에서 같이 공연했던 리버 피닉스가 그리 허무하게 세상을 버리지만 않았더라도 지금의 키아누의 자리에 있을 사람은 리버 피닉스일 것이다. 어쨌든 뻣뻣하게 경직된 한가지 표정만으로 정상의 자리에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리 오랜 연기경력을 가지고도 표정 하나를 바꾸지 못하는 것도 역시 놀랍다. 송승헌은 올 봄에 서울오디오페어에 가다가 코엑스 센터 앞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감탄할 정도로 무척 잘생긴 청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라도 한가지 표정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잘 생긴 얼굴만큼은 키아누에 비유되어도 괜찮겠지만 연기력 만큼은 앞으로 그에 비유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 한가지, 이 드라마에서 '조필두' 역을 연기한 조재현의 연기를 눈여겨 보라. 피아노의 '한억관'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2) 비밀 (정유경 극본, 김사현 연출, 김하늘, 하지원, 김민종, 류시원)
# 드라마 '비밀'의 진부한 내러티브의 매력
드라마 '비밀'은 참으로 진부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출생의 비밀과 뒤바뀐 자매의 운명과 같은 스토리는 이미 80년대에 '사랑과 진실'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었고 (언어의 마술사라는 김수현이 극본을 썼고 정애리와 원미경이 뒤바뀐 운명의 자매로 나왔다.) 이후에도 무수한 드라마에서 인용되고 모방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도 '사랑과 진실'이 70년대 '새소년'이란 잡지를 통해 연재된 '유리의 성(일본 만화를 번안한 것이다.)'과 설정과 내용전개가 흡사하다고 표절 시비가 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유리구두'라는 드라마도 비슷한 설정을 우려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써먹어서 진부해질만도 한, 하지만 여전히 효력이 있는 내러티브이다. 여기에 멋있는 주인공들의 삼각관계와 성공 스토리를 보조 내러티브로 활용하면 그럴듯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러티브가 반복되어도, 그래서 식상하고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툴툴거려도 여전히 끌리고 빠져드는 이유는 내러티브가 주는 즐거움이 꼭 몰랐던 이야기를 접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말이나 반전에서 충격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 자신의 소망과 줄거리를 일치시켜 함께 긴장하고, 슬퍼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뿌리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요컨데 이야기 속에 줄거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내러티브가 주는 매력이다.
# '비밀'의 김사현 감독과 정유경 작가
드라마 '비밀'을 만든 김사현 PD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며 이전에 어떤 드라마를 연출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비밀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 솜씨를 보면 드라마의 관습적 연출 기법에 무척 충실한, 특별히 튀지도 새롭지도 않으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며 무난한 운영을 해가는 능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에 거물 오종록 PD의 '줄리엣의 남자'와 맞대결을 하면서 초반에 시청률에서 밀리다가 후반에 역전에 성공한 것을 보아도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승부를 거는 타입인 것 같다.
정유경 작가는 김희선과 류시원이 나온 '세상 끝까지'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비극적 결말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이 인상적이었고, '비밀'에서도 결말에서 끝내 희정의 생모를 죽이는 결단을 통해 상투적인 트랜디 드라마라는 혐의를 벗으려고 애를 썼다. 전반적으로 드라마를 끌어가는 톤이 좀 어둡다는 느낌을 주는 작가로 내 취향에는 맞지만 대중적인 호응을 받을 만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내러티브를 창작하는 능력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세상 끝까지'는 실제 있었다고 하는 수기에 살을 붙인 경우이고 '비밀'의 경우는 앞서 얘기한 대로 이미 익숙한 스토리이다. 또한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경쟁 드라마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2회를 늘인 것은 작가 의식의 부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드라마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막판의 무리로 인해 주연배우인 김하늘을 탈진상태로까지 가게함으로써 이 드라마 이후 결과적으로 1년간의 공백을 초래하게 한 빌미를 제공했다.
# 비밀에서 김하늘의 연기, 그리고 하지원...
영화 '동감'을 통해서 연기에 자신감을 얻은 김하늘이 뒤이어 출연한 드라마가 '비밀'이었다. '햇빛 속으로'까지만 해도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드라마에서의 비중도 주연급이기는 하지만 극의 흐름을 책임질 만한 위치는 되지 못했지만 '비밀'에서 맡은 희정 역은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주연이었고 처음부터 망설임 없이 연기에 임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람들은 김하늘의 연기력이 '피아노'를 통해 일취월장 했다고 말하는데, '피아노'에서의 연기가 '비밀'에서 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비밀'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그 이전의 드라마에 비해 '일취월장'한 것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김하늘은 사랑 받는데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 사랑을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이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게 되기까지 긴 시간에 걸친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해 내고 있는데, 영민(김민종)의 끊임없는 구애에 계속 마음이 끌리지만 한번도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던 희정(김하늘)이 드라마가 거의 후반부 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억눌러 왔던 영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분출하는 장면 (13회, 40분 경에 나오는 카페 씬인데 희정의 미지근한 반응에 지친 영민이 먼저 카페를 나가자 잠시 갈등하다 영민을 쫓아 나와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장면)에서 멜로 연기에 대한 그녀의 잠재된 재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장면으로 인해 골수 김하늘 팬이 되고 말았다. ^^;)
멜로드라마의 히로인은 슬픈 상황에서의 감정 표현과 급격한 감정의 분출 (즉, 눈물연기)을 통해 보는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어 같은 감정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김하늘의 감정연기 (특히, 눈물연기)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상당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슬퍼서 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그 슬픔을 같이 느낄 수는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진심어린 동정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감정이 복받칠때 목소리가 잠기면서 맑은 하이 톤으로 올라가는 현상은 (요즘 조정린인가 하는 신인 개그우먼이 흉내내는 그 부분 ^^) 그녀의 감정연기에 리얼리티를 더하게 된다. 데뷔 초에는 그게 상당히 거슬리더니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지금은 오히려 그녀의 매력이자 연기의 리얼리티를 보강하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하지원은 영화 '동감'에 이어 '비밀'에서도 김하늘과 연기 호흡을 맞추었는데, 워낙 데뷔 당시 부터 다부지고 연기력 하나 만큼은 인정받는 똘똘한 배우여서 김하늘이 좀 치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연기도 잘하고 목표를 향해 집념을 갖고 접근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좋은 성격 배우가 될 자질이 있는 연기자이다.
3) 햇빛속으로 (이선미, 김기호 극본, 박성수 연출, 김현주, 김하늘, 차태현, 장혁)
# 뒤늦게 본 '햇빛 속으로'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햇빛 속으로'는 TV 방영 시에는 보지 않았던 드라마이다. '비밀'에서 김하늘의 팬이된 이후 IMBC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별로 좋지 않은 화질로 16부까지 감상했다. 그리고 '해피투게더'도 다시 보고, '바이준'도 비디오 가게에 먼지쓰고 있는 것을 구해보고 하면서 과거 김하늘이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들을 한꺼번에 섭렵했다. 갑자기 몰두하는 내 모습을 보고 와이프가 얼마나 눈총을 보냈는지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T.T
'햇빛 속으로'는 전형적인 트랜디 드라마이다. 차태현, 김현주, 장혁, 김하늘이라는 4명의 떠오르는 청춘스타를 간판으로 내세운 것 부터가 일단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트랜디 드라마가 그렇듯 감성적인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까지 가세하여 드라마라기 보다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성세대가 만든 모순 속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황하는 젊음과 사랑, 여기에 빈부의 극단적인 대조, 어김없이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나 신분의 격차를 초월한 사랑, 그리고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조직폭력의 세계 등이 버무려져 익숙하지만 여전히 효력이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다.
김하늘과 장혁 커플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맨발의 청춘'의 세기말 버전으로 보이고, 김현주와 차태현의 티격태격 사랑 만들기도 스크루볼 코메디의 공식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짜깁기한 내러티브 속에 어떤 메시지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겠으며 정교한 플롯이 왜 필요하겠는가 ? 그저 정형화된 캐릭터와 스타일 (비주얼, 음악, 빠른 편집 등), 드라마를 최소한으로 지탱할 만한 내러티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각적이다.
# 박성수 PD와 이선미,김기호 작가에 관해...
박성수 PD는 요즘 장안의 화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연출하고 있고, '맛있는 청혼',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미니시리즈를 만든 실력있는 연출자이다. '햇빛속으로'가 그의 첫번째 미니시리즈 연출작인데 비주얼에 상당한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인터넷의 저해상도 화면으로 본 것이기긴 하지만 중간 중간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는데, 현재 드라마넷에서 방영되고 있는 '맛있는 청혼'과 수목드라마 '네멋대로해라'에서도 가끔씩 영화같은 미장센을 보여준다. TV 화면이 1.33:1 스탠다드 포맷이라 영화의 비스타비전(1.85:1)이나 시네마스코프(2.35:1)의 화면비에 비해 좋은 구도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드라마의 분위기와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고, 주인공들의 캐릭터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미장센을 보여준다.
'햇빛속으로'에서 박성수 PD의 이와 같은 비주얼 감각에 가장 혜택을 받은 배우가 김하늘이다. '동감'과 '비밀'을 통해 그저 청순가련한 이미지만 가진 연기자로 알았는데, 박성수 PD에 의해 창조된 (혹은 드러난) 김하늘의 비주얼에는 매우 세련된 도회적 이미지에 반항과 우수가 함께 깃든 표정, 퇴폐미와 청순미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이 복합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이선미, 김기호 부부작가는 알고보니 '파일럿',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가슴에', '내일을 향해 쏴라' 등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미니시리즈 대본을 집필한 최고의 인기작가 였다. 한마디로 트랜디 드라마의 제조공식을 잘아는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망스의 김재원 처럼 당시 무명의 차인표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사랑을 그대 품안에', 안재욱을 중국에서 최고의 한류 스타로 만든 '별은 내가슴에', 유오성과 박선영이라는 참 괜찮은 배우들을 발견하게 해준 '내일을 향해 쏴라' 등은 이들이 쓴 극본인줄도 모르고 참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낯 간지럽고 닭살 돋는 부분도 많았지만 뽀사시하고 화려한 화면에 정말 새털처럼 가볍고 부담없는 주제의식, 그리고 군데군데 포진해 있는 코믹 캐릭터들이 던져주는 웃음, 주인공의 거칠 것 없는 사랑과 성공 스토리 등, 마치 무협소설과 할리퀸 로맨스 시리즈를 합체해 논 것 같이 재미있는 요소만 몽땅 긁어모은 트랜디 드라마의 전형을 제시한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트랜디 드라마의 반사회성이나 사치스러운 소비주의와 향락주의 조장 운운하면서 시비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재미 있으면 됐지, 상업 드라마에 도대체 그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
# 트랜디 드라마의 리얼리티에 관해
그런데 트랜디 드라마는 가벼워도 용서될 수 있고, 또 가벼워야 하지만 리얼리티까지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디테일을 강화하여 리얼리티를 확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시청자가 상식으로 알고 있고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준의 리얼리티는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다.
많은 트랜디 드라마들이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비즈니스 세계를 배경으로 전개하는데, 특히 기업이라는 조직사회 안에서 주인공이 거침없는 성공을 통해 지위와 신분의 급상승을 이루는 것은 대리 체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망판타지를 제공하는 효과를 주므로 말단직원이 허술한 사업 아이디어를 경영층에 직보하고 그것을 구현할 프로젝트 팀의 리더가 되는 것 따위는 실제 기업 사회에서 가당치도 않은 일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드라마의 관습으로 이해하고 넘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극의 흐름에 있어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되거나 그동안 쌓여온 여러 갈등 요소를 한번에 뒤집어버릴 결정적인 수단으로 기업의 활동의 요소 (인수/합병, 경영권 이동, 회계감사, 신제품 개발 등)가 드라마에 사용될 때는 최소한의 개연성이라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의 리얼리티는 확보해야 한다. 최근 '명랑소녀성공기'라는 해괘한 드라마는 트랜디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무슨 면죄부라도 된양,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과감히 뭉개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마 이것이 물꼬를 티우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 얼마나 더 황당한 드라마가 나올지 우려된다. '햇빛 속으로'가 트랜디 드라마로서 초반과 중반에 내용과 연출, 연기 등에 상당한 점수를 얻었고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욕을 얻어먹었던 이유가 기업 경영권의 이동과 관련한 막판 반전 스토리의 디테일과 리얼리티 부재 때문이었다.
# 김하늘과 장혁
김하늘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함께 공연한 상대 남자배우를 열거해 보면 '바이준', '동감'의 유지태, '닥터 K'의 차인표, '해피투게더'의 송승헌, 이병헌, '햇빛 속으로'의 장혁, '동감'의 박용우, '비밀'의 김민종, 류시원, '피아노'의 고수, 김하균(오과장님! ^-^ v), '로망스'의 김재원 등이 있다. 김하늘이 드라마를 할때 마다 상대 남자배우와의 연기호흡에 대해 '너무 잘 어울린다', '천생연분이다', '스캔들 났으면 좋겠다' 등등 팬들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는데,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햇빛 속으로'에서 같이 공연한 김하늘-장혁 커플이 가장 어울렸던 베스트 매칭이 아닌가 한다. 이에 필적하는 매칭은 김하늘-유지태 커플인데, 만약 향후 다시 함께 하기를 바라는 커플이 있다면 단연 김하늘-유지태 커플이다. (최근 끝난 로망스와 피아노의 영향으로 김재원과 고수를 거론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김재원은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느끼하다. 고수는 김하늘과 어울리기는 하지만 장혁이나 유지태 만큼 그림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햇빛 속으로'에서 김하늘과 장혁 커플은 김하늘 매니아가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김현주-차태현 커플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장혁은 이 드라마에서 정우성 처럼 터프하면서도 미소년 처럼 앳된 이미지를 같이 보여주고 있는데 극중 '명하'의 캐릭터에 정말 잘 부합된다. 김하늘과 함께 엮어가는 사랑 이야기는 따지고 보면 청춘 드라마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나오는 뻔한 이야기지만 두 사람이 만드는 그림은 그런 진부한 이야기 조차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수빈'(김하늘)이 '명하'(장혁)의 집 앞 계단에서 기다리다 그를 만나 집에서 함께 라면을 먹는 장면이나 둘이서 영화를 보고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먹는 데이트 장면 등은 정말 매력적이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여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장혁은 체중 증가와 반복되는 다이어트로 인해 '햇빛 속으로'에서 보여 준 조각 같이 매끈하던 얼굴 선이 무너져 버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다. '명랑소녀성공기'에서 보여준 장혁의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남자배우를 두고 이 무슨 닭살 돋는 감상인지 모르겠다. T.T 와이프도 이젠 장혁에게 관심 없단다...) 반면 유지태는 나이가 들고 적당히 살이 붙으면서 더욱 멋있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봄날은 간다' DVD를 보면서 이영애가 있던 자리에 김하늘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기사 영화의 성격 상 김하늘이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지만...
4) 피아노 (오종록 PD, 김규완 작가, 조재현, 조민수, 김하늘, 고수, 조인성)
# 오종록 PD와 김규완 작가
피아노는 해피투게더와 묘하게 닮아 있다. 굳이 오종록 PD가 이 둘을 다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더라도 두 작품 사이에는 스토리와 시간의 흐름에 연결성이 존재한다. 오종록PD는 해피투게더에서 다 못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심 처절한 신파로 끌고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포장하기에는 시청자 거부감이 마음에 걸려 결국 아사다지로식 판타지를 내세워 '슈퍼 슈퍼 리얼리즘'이라는 그럴듯한 조어로 포장하게 되었다. 해피투게더에서는 배유미라는 꽤 역량 있는, 하지만 뒷심이 약한 작가와 호흡을 맞추었지만, 피아노에서는 김규완이라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작가와 작업을 했다. 어찌보면 모험이랄 수가 있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대본의 준비기간이 길어 제작 착수 당시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규완 작가가 쓴 대본과 그 속에 담긴 대사를 보면 결코 시간에 쫓겨 일필휘지로 써갈긴 것이 아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곱씹을수록 우러나는 맛이 있고 의미심장한데 무수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 피아노를 보면 왜 눈물이 나는가 ?
나는 이 드라마를 4번 보았다. '가슴 시리가'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이 현대판 신파 내지 초절정슈퍼리얼리즘 판타지 드라마인 '피아노'를 볼 때마다 같은 장면에서 자동누수현상이 초래되는, 가족들 보기 민망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처음 볼 때는 오랜만의 지방 프로젝트 땜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느라 마음이 약해져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 이후에도 볼 때마다 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처음에는 티슈나 손수건으로 슬쩍 찍어내며 주변사람들이 눈치 못채게 하려 했지만 곧 그런 시도를 포기했다. 그런 정도로는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울렸는지 모르겠다. 내 고향을 무대로 한 드라마라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인지, 조재현이 누구 말마따나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기 때문인지, '식초를 한 됫박 들어부은 듯' 절절한 김규완의 대사가 가슴을 시리게 해서인지, 드라마의 애잔한 오리지날 스코어가 나의 감정선을 자극해서인지... 한 마디로 딱 떨어지는 해답이 없다. 억관과 경호, 억관과 재수, 억관과 수아가 나오는 장면 장면, 주고 받는 대사마다 울컥 목이 메이고 눈물이 고인다. 따지고 보면 얼마나 비현실적인 장면인가 ? 이런 관계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가구 중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 억지스런 설정에 극단적인 캐릭터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그런 경험이 있었던 양 감정 이입이 되어 울고 있다. 나는 바본가 보다... T.T
# 자동누수 현상의 비밀
자동누수 현상의 비밀은 1~4부 까지 시청자의 머리와 가슴에 입력된 억관과 혜림의 만남과 사별로 이어지는 슬픈 가족사에 숨어있다. 이 부분이 시청자에게 너무 진한 주문을 걸어 놓았기에 5회 부터 16회 까지는 비슷한 암시가 나올 때마다 파블로프의 실험에 나오는 개처럼 연상작용에 의한 자동 누수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마치 내가 겪었던 일처럼 슬퍼서 말이다. 이 정도의 강력한 주문이 먹힐려면 1~4 부의 완성도가 절정에 달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피아노 초반 4부까지의 상황 설정과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다. 정상적인 접근 방법이라면 시청자들이 이런 상황을 쉽게 납득하고 수용할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황당하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설정이 리얼리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해답은 바로 디테일에 있다.
# 리얼리티와 디테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중 소설가는 공포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스티븐 킹이다. 우리나라에는 '캐리', '미저리', '샤이닝'과 같은 공포영화의 원작자로 알려져 있지만 '스탠바이미', '쇼생크 탈출', '돌로레스클레이본', '그린마일', 최근에 개봉한 '하트인아틀란티스' 등과 같은 휴먼 드라마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성이 뛰어난 장편이나 중편 소설을 써 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본령은 공포소설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그의 공포소설을 영화화해서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그의 공포 소설을 영화화한 몇 작품을 보고 있으면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상으로 가득찬 3류 영화에 다름 아니다. 스토리 라인이나 플롯이 너무 빈약해 도대체 원작 소설이 어떻길래 하는 생각이 절로 나게된다. 하지만 그의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무섭도록 치밀한 디테일 묘사를 통해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상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또 그것이 리얼리티를 획득한 순간 엄청난 공포가 밀어 닥치게 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스스로 아무리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치밀한 디테일을 만들어 냄으로써 말이 되는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그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가 되는 순간 살아있는 공포가 당신의 숨통을 조인다.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피아노' 1~4부의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가 조재현의 '아름다운' 연기나 김규완의 '가슴 시린' 대사나, 오종록의 '감성적' 연출에 기인한 것이지만 또하나의 성공요인은 억지스런 설정과 극단적인 캐릭터의 비현실성을 짐짓 모른체하며 우직하게 디테일을 만들어감으로써 (다소의 억지가 통할 것 같은 부산이라는 지역적 배경,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부산 사투리가 주는 중의적인 느낌, 억관의 벌레같이 비참한 삶의 모습들, 혜림과 억관이 아이들을 매개로 운명적으로 엮여가는 여러 에피소드, 이별에 관한 암시, 억관과 자식들과의 관계 등) 어느새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리얼리티 획득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것은 드라마를 보는 동안에만 유효한 리얼리티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사다 지로식 판타지라는 수법으로 그 공허함을 메우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 피아노에서의 김하늘
워낙 걸출한 조재현의 연기가 나를 사로잡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김하늘의 연기가 가려진 느낌이 있다. 고수나 조인성은 연기 경력이 짧은 연기자이다 보니 피아노의 호연이 금방 눈에 띄었지만 김하늘의 경우는 그들보다 연기 경력도 많고, 전작(동감, 비밀)에서의 연기실력 향상으로 이미 기대치가 높아져 있던 터라 그리 특출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여러차례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는 동안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혹은 무심히 넘겼던) 김하늘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나를 감동시킨다. 특히 5~8회 까지 억관에 대한 미움과 재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나다. 발성도 많이 좋아졌고, 대사를 치는 호흡도 길어졌다. 예의 그 캐릭터에 동화되는 능력은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넓고 깊어진 만큼 향상되었다. 언제나 처럼 상대 배역을 받쳐주는 본능적 배려심도 여전하다.
내가 연기자로서 김하늘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차례 언급했으므로 동어반복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피아노'를 보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은 김하늘은 스크린이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이다. 영화는 TV드라마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으므로 긴 대사에 의한 메시지 전달은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연기자의 이미지, 표정 등을 통한 감정의 신속한 표현과 전달이 중시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표정연기라 하더라도 감정의 전달력과 호소력이 강해야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감정의 전이가 이루어질수 있다.
피아노 13부에서 김하늘의 이런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수아'와 '재수'의 관계를 눈치챈 '우간호사'가 레코드 가게를 찾아오고 이어 나타난 '재수'와 실랑이를 벌이다 기습적인 키스를 시도하자 그 장면을 목격한 '수아'는 들고있던 CD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허겁지겁 주워담는 '수아'의 모습과 '우간호사'와 입을 맞추고 있는'재수'의 표정이 교차편집된 씬에서 김하늘이 CD을 주워 담으며 짓는 절망적인 표정은 비록 1초 남짓한 순간에 불과했지만 어떤 연기 보다도 인상적이었으며 '수아'의 안타까움과 절망이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 조재현, 고수, 조인성 그리고 기타....
'피아노'는 조재현에게는 그동안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자신의 역량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고수에게는 '엄마야 누나야'에서 보여준 그 어정쩡한 연기를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조인성에게는 정우성, 장혁의 뒤를 이를 차세대 청춘스타로서 도약할 기회를 주었다. 조재현의 연기에 대한 찬사는 언론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너무도 많이 들었으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고, 고수의 연기는 그가 단순한 신세대 스타로 머물지 않고 진정한 배우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마스크는 뛰어나지만 남성 연기자로서 작은 키가 핸디캡이 될 수 있는데 앞으로 나이가 들어가도 몸매관리를 잘해야 될 것이다.
조인성은 시원한 마스크에 훤칠한 키를 가진 한마디로 하드웨어가 좋은 연기자이다. 연기경력이 가장 짧은 그가 '피아노'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 준 것은 자칫하면 그로 인해 망가질 수 있었던 드라마의 작품성을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다. 그의 연기는 보는 내내 아슬아슬한 부분이 많았지만 상당한 집중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눈에 힘을 빼야한다. 그는 조재현과 같은 눈빛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눈에 힘을 준다고 눈빛 연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조재현의 말마따나 소위 '눈빛연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워즈의 C3PO가 아닌 이상, 눈에서 빛이 나올리 만무하다. 연기가 아닌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서 그와 동화될 때, 그가 생각하는 '눈빛연기'가 나오는 것이다. 최민수나, 정우성과 같이 눈에 힘주고 계속 후까시나 잡고 있어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 그가 닮아서도 않되고 닮고자 해서도 안되는 모델들이다.
5) 로망스 (이대영 PD, 배유미 작가, 김하늘, 김재원, 정성환, 김유미)
# 김하늘을 위한 드라마 '로망스'
'로망스'라는 드라마의 지향점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김하늘의 매력을 극한으로 뽑아내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겠다. 그만큼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김하늘의 매력을 부각시키기에 공을 들인 드라마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배유미라는 작가가 버티고 있다. '여선생과 연하의 남학생과의 사랑'이라는 적어도 우리사회에서는 니트로글리셀린 처럼 폭발성이 강한 주제를 다루려다 보니 그것을 안전하게 담아낼 그릇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부각되었다. 어떤 배우가 '김채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방송 안팍에 존재하는 검열자들의 개입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원'이라는 캐릭터에는 첫째, 어떠한 성적 연상도 배제할 수 있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고, 둘째, 제자와의 나이 차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의 젊고 앳된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하며, 세째, 선생과 제자 사이라는 신분적 거리감을 최대한 좁힐 수 있는 발랄하고 푼수끼 넘치는 이미지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김하늘은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에는 부합되지만 세번째 조건은 그녀가 그때까지 연기해온 배역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었으므로 배유미 작가는 극중 '채원'의 캐릭터를 보강하는 많은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김하늘의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를 떨쳐버리려 안간힘을 썼다. 물론 김하늘도 상당한 오버 연기를 감수해야 했지만 결과는 좋았고 김하늘은 로맨틱 코메디에도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게되었다.
하지만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김하늘의 오버연기를 강요하는 상황과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내 오히려 부자연스런 결과를 초래한 부분이 후반부로 갈 수록 많이 나왔다. 그리고 김재원의 연기력 부족은 '관우'를 좀더 내면적 갈등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발전시키려는 작가의 의도를 무산시켰고, 그밖의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 조절에 실패함으로써 드라마의 무게 중심이 과도할 정도로 '채원'에게 기울어지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 모든 것이 민감한 소재의 폭발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작가의 강박관념이 빛어낸 결과였고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가 심하게 훼손되었다. 더우기 김하늘은 새롭게 발굴한 자신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게 되었으므로, 곧 시작될 새 영화에서는 비슷한 이미지로 인한 식상감을 주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 '로망스'의 '채원'과 '관우', '신조협려'의 '소용녀'와 '양과'
흔히 우리는 무협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놓기도 민망한 저급한 소비문화의 일종이라는 편견을 갖고 대하기 쉬운데, 중국어 문화권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무협소설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렇지 않다. 멀리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자객 형가'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하여 당(唐)대에 두광정의 '규염객전'과 같은 전기소설이나, 명(明)청(淸)대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수호지'로 연결되는 중국민중문학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정통문학 장르로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협소설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대리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소망판타지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고, 통속적이고 상업적인 드라마 (특히, 미니시리즈)의 내러티브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연전에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MBC 드라마 '허준'의 성공 배경에는 실존인물 허준에 대한 역사성과 실증적 근거를 철저히 무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허구적인 스토리와 플롯으로 구성된 무협소설적 서사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트랜디 드라마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 무협소설적 서사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로망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로망스'는 공교롭게도 중국무협문학의 태산북두라고 할 수 있는 김용의 초기 작품인 '신조협려'와 너무도 닮아 있어 혹시 작가가 이를 의식하고 쓴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무협문학에서 김용이 차지하는 위치는 영문학에서 셰익스피어가 차지하는 그것과 같다. (절대 과장 아니다 !)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대부분 당시에 실재했던 역사적 사건이나 에피소드에 기반하여 쓰여진 것 처럼, 김용의 소설도 항상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소설의 배경이나 등장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대만출신의 와룡생이나 고룡이 철저하게 탈 역사적인 (이는 대만의 장개석 정권의 우민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무협소설을 쓴 것과 대조적으로 역사적 실존인물과 가공의 캐릭터를 함께 배치하여 역사성과 허구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 한다.
특히 김용의 캐릭터 창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인간성의 다면적, 다층적 본성을 꿰뚫고 있는 듯, 생동감 있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는데 그가 창조하고 배치한 캐릭터들은 그 자체 만으로 무수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내러티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김용의 소설을 텍스트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김용의 초기 대표 3부작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중에서 두번째 작품인 '신조협려'는 가장 낭만적인 격정으로 가득차 있는 작품인데 여기서도 '로망스' 처럼 스승과 제자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신조협려'와 '로망스'의 대강의 줄거리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양과는 그의 아버지와 의형제인 곽정에 의해 종남산의 전진교에 일신을 의탁하게 되지만 사부와의 불화로 전진교를 탈출하여, 고묘파의 전인 소용녀의 제자가 된다.
=> 아버지의 자살과 회사의 부도로 졸지에 소년가장이 된 관우는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와 채원과 사제관계가 된다.
- 고묘 안에서 사부이자 누나와 같은 소용녀와 무공을 익히며 헌헌장부로 성장한 양과는 소용녀의 주화입마, 적의 침입, 고묘의 폐쇄 등의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어느새 스승인 소용녀와 남녀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
=> 서로의 신분을 알기 전에 몇가지 사건을 통해 사랑이 싹튼 두사람은 사제지간으로 재회하게 된 이후에도 갈등을 하지만 여관의 화재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여기서 서로의 신분을 알게되기 전에 사랑하게 되는 설정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트릭으로 봐야 한다.)
- 영웅대회에서 백부 곽정을 도와 몽고의 금륜법왕 일파를 물리치는데 공을 세운 양과와 소용녀는 세상물정과 사회규범에 무지한 탓에 자신들이 사제지간이자 연인사이라는 것을 밝혀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고 곧 심한 비난에 휩싸이게 된다.
=> 반장 윤지수의 고발과 담임선생의 사진 습득으로 인해 그들이 연인 사이라는 것이 교내에 알려지고 심한 비난을 받게 된다.
- 자신의 존재가 양과의 장래에 짐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소용녀는 양과를 떠나 방황하다 절정곡주를 만나 그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 여관화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던 채원은 은석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3년 후 결국 은석과 결혼하기로 한다.
- 절정곡주와 소용녀가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양과는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결국 절정곡주의 비밀을 밝혀내어 결혼을 무산시키는데 성공하지만 곡주의 계략에 빠져 '정화'라는 꽃의 독에 중독이 되고 만다.
=> 은석과 채원의 결혼 사실을 알계된 관우는 은석이 누나의 아기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들의 결혼을 방해한다. 은석은 복수하기 위해 관우가 만들어 납품하기로 한 청바지의 저작권과 관련한 계략을 꾸며 관우를 궁지에 빠뜨린다.
- 소용녀와 양과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속하지만 이미 소용녀는 회복하기 어려운 내상과 중독으로 회생이 불가능해지고 양과는 '정화'의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게되지만 소용녀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 학교 징계 위원회가 열리고 채원과 관우의 징계가 논의되는데, 관우는 모든 것이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 주장하고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한다.
- 소용녀는 양과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16년 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는 글귀를 절정곡의 단장애에 남기고 아래로 뛰어 내린다.
=> 채원은 관우가 자신 때문에 퇴학을 당하게 된 것을 알고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교사직에서 해임된다. 그리고 관우와 3년 후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약 없는 유학길에 오른다.
- 소용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양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정화'의 독을 해독하고 16년을 기다리게 된다. 그 사이 무림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협객으로 성장한다.
=> 3 년을 일편단심 채원을 기다린 관우는 그 사이 자신의 가게를 마련하고 청바지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쌓아가다 한강 어패럴 사장의 눈에 띄어 대기업과의 거래 기회를 잡는다. (원래 시놉시스에는 관우가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드라마 전개가 늘어져 관우의 성공스토리는 생략되고 만다.)
- 약속한 16년 째가 되는 날 양과는 절정곡 단장애에서 소용녀를 기다리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비로소 양과는 그녀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거짓 약속을 남기고 자살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 밤을 꼬박 지새운 양과는 단장애 아래로 몸을 던진다.
=> 약속한 3년째가 되는 날 관우는 진해의 다리에서 채원을 밤새 기다리지만 채원은 나타나지 않는다. 채원은 관우를 만나러 가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약속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만다.
- 단장애 아래에 있는 호수 속에 떨어진 양과는 호수와 연결된 수중 동굴을 지나서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16년 동안 내상을 치료하고 혼자 살고 있는 소용녀와 재회하게 된다. (원래 무협소설에서는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절벽에서 떨어져서는 결코 죽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클리셰인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므로 결국 그들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상징하게 된다.)
=>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 관우와 채원 두사람 사이에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사실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갈등을 하지만 결국 모든 오해가 풀려 다시 결합하게 된다.
- 재회한 소용녀와 함께 단장애를 벗어난 양과는 백부 곽정을 도와 양양성에서 몽고의 침입을 물리친다. 그리고 세상 사람으로 부터 편견과 규범에 극복한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받고 속세를 떠나 은거한다.
=> 양가 부모의 반대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결혼으로 완성한다.
이야기의 전개 순서나 에피소드 간의 인과관계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제와 플롯 상의 몇몇 부분은 놀랄만큼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로망스가 신조협려를 표절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금기를 뛰어 넘는 사랑'이라는 유사한 주제를 갖고 쓴다면 충분히 그런 정도의 유사성은 나올만 하다. 전에 하도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이라 그냥 재미로 비교해 본 것이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압축해서 그렇지 무협소설의 장르적 관습에만 익숙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애절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소용녀와 양과의 캐릭터는 중국어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일상 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언급될 만큼 너무도 친숙한 존재들이다. 그들 나라의 유명 연예인들 중 양과와 소용녀 역에 가장 어울리는 커플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시로 할 만큼 그들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사족
소용녀와 재회한 양과는 그녀에게 왜 하필 16년 후에 만나자고 했는지 물어본다.
" 어째서 하필이면 16년으로 약속을 했지요? 만약 당신이 8년으로 약속을 했으면 우리는 8년이나 빨리 만날 수가 있었을 텐데."
"나에 대한 당신의 깊은 애정이 짧은 8년 동안에 결코 식어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아! 16년 후의 약속을 믿고 당신은 계곡으로 뛰어들지 않았나요!"
첫댓글헤거..ㅡ..ㅡ;; 디다 ㅋㅋ..꼬투리를 잡을 부분이 없군여...내심 혼자서 우려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작년엔 읽으면서 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데..지금보니 무난하군여...어라~~님두 부산이 고향이신가 보네염..ㅋㅋ 까페에 의외로 부산분이 많다는..역시나 피아노에 대한 언급이 참 좋았구여..역시 저도 통곡을 하면서
보았는데..전 9회부분부터 봤거든요..거기서 부터 봐도..앞부분의 내용은 대충 귀동냥으로 듣고 무조건 재밌다고 아는 여동생이 거품을 물기에..ㅡ.ㅡ;;드라마가 재미있어 봤자? 드라마일뿐이지(제가 트렌디드라마는 거의 치를 떨며 혐오하는 수준이라서..ㅡ..ㅡ) 9회부터 보는 순간 ...정신이 확 들데요..아마 그 순간부터
정신없이 빠져들었나봐염...얼마나 울었던지..거의 드라마보면서 혼이 빠질만큼 운 것이 피아노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가슴바닥까지 훝어내 버리던 지독한 절절함..마지막까지..드라마하나 보구나서..티슈한통 다 쓸 뻔 했다니깐여..넘 가슴이 아팠는데..벌써 2년이나 흘렀군요...ㅠ..ㅠ 이제 슬슬 그 눈물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아염ㅠ..ㅠ 아마 피아노란 드라마가 주고 간 그 지독한 신파가 저를 2년동안 붙잡고 울게 한 건지도 정말 마약이 따로 없다니깐여 ㅡ..ㅡ 시간이 지나 피아노가 언제쯤 가슴에서 머리에서 마음에서 비켜설 날도 있겠지만..그 눈물과 그 사랑과 그 아픔과 그 정은 정말 평생 잊진 못할겁니다..그 추억마저도
우주님이 작년에 읽으실때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네요 ? (그냥 호기심 ^^), 그리고 이때부터 글쓰기에 있어 특유의 늘어짐과 장광설의 악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불행히도 이 악습이 그냥 습관으로 굳어져버리고 말았어요...ㅠㅠ, 이후에는 절대 고쳐지지 않더라구요...아, 그리고 제 고향은
부산 맞습니다. 맞고요...^^ 지금은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경기도민이지요. 그런데 '피아노'에서 은파 피아노 학원과 재수네 집이 있는 동네가 동광동으로 설정되어 있는데(피아노가게 아저씨가 이야기 했지요.), 그렇다면 수아와 재수는 제 초등학교 후배인 셈이죠. 제가 그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출신이거든요.^^
우와~ 님이 수아와 재수의 초딩 선배셨군요. ㅋㅋ 감축드립니다. ^^; 근데, 개인적으론 <해피투게더>와 <햇빛속으로>에서의 하늘씨의 연기가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어요. --; <햇빛속으로>의 경우 하늘씨의 대사가 무척 적었는데.. 그전 드라마에서의 대사 연기력 부족 때문에 그렇게 설정됐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독특한 분위기와 이미지만큼은 참 강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ㅋㅋ 그리고 듣고보니 <로망스>와 신조협려의 이야기 전개가 참 묘하게 닮았네요. 근데, 전 영웅문 시리즈에 김용이 역사적 사건을 차용한 부분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어요. 중화사상이 짙게
배어있는데다 당시엔 그렇게 밀도높지 않았을 민족의식이 너무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긴 어떤 무협지든 마찬가지긴 하지만.. 김용의 경우 무협지에 역사를 끌어들인 덕분에 역사에도 그런 의식이 반영되어 왜곡된 측면이 많았던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역사가 왜곡되는건
저도 삼국지를 좋아하긴 하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거의 목숨걸고 좋아하더라는...어릴때보면..거의 달달 외워버리더군요...난 모 서너번 읽고 아주 감덩하고 그걸로 끝이구만...역시 역사들은 남자들의 소유물인듯...거의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보면요...ㅋㅋ^^* 난 역사는 증말 싫던데...ㅍㅍ ㅡ.ㅡ;; 역시 차이가 남
첫댓글 헤거..ㅡ..ㅡ;; 디다 ㅋㅋ..꼬투리를 잡을 부분이 없군여...내심 혼자서 우려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작년엔 읽으면서 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데..지금보니 무난하군여...어라~~님두 부산이 고향이신가 보네염..ㅋㅋ 까페에 의외로 부산분이 많다는..역시나 피아노에 대한 언급이 참 좋았구여..역시 저도 통곡을 하면서
보았는데..전 9회부분부터 봤거든요..거기서 부터 봐도..앞부분의 내용은 대충 귀동냥으로 듣고 무조건 재밌다고 아는 여동생이 거품을 물기에..ㅡ.ㅡ;;드라마가 재미있어 봤자? 드라마일뿐이지(제가 트렌디드라마는 거의 치를 떨며 혐오하는 수준이라서..ㅡ..ㅡ) 9회부터 보는 순간 ...정신이 확 들데요..아마 그 순간부터
정신없이 빠져들었나봐염...얼마나 울었던지..거의 드라마보면서 혼이 빠질만큼 운 것이 피아노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가슴바닥까지 훝어내 버리던 지독한 절절함..마지막까지..드라마하나 보구나서..티슈한통 다 쓸 뻔 했다니깐여..넘 가슴이 아팠는데..벌써 2년이나 흘렀군요...ㅠ..ㅠ 이제 슬슬 그 눈물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아염ㅠ..ㅠ 아마 피아노란 드라마가 주고 간 그 지독한 신파가 저를 2년동안 붙잡고 울게 한 건지도 정말 마약이 따로 없다니깐여 ㅡ..ㅡ 시간이 지나 피아노가 언제쯤 가슴에서 머리에서 마음에서 비켜설 날도 있겠지만..그 눈물과 그 사랑과 그 아픔과 그 정은 정말 평생 잊진 못할겁니다..그 추억마저도
우주님이 작년에 읽으실때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네요 ? (그냥 호기심 ^^), 그리고 이때부터 글쓰기에 있어 특유의 늘어짐과 장광설의 악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불행히도 이 악습이 그냥 습관으로 굳어져버리고 말았어요...ㅠㅠ, 이후에는 절대 고쳐지지 않더라구요...아, 그리고 제 고향은
부산 맞습니다. 맞고요...^^ 지금은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경기도민이지요. 그런데 '피아노'에서 은파 피아노 학원과 재수네 집이 있는 동네가 동광동으로 설정되어 있는데(피아노가게 아저씨가 이야기 했지요.), 그렇다면 수아와 재수는 제 초등학교 후배인 셈이죠. 제가 그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출신이거든요.^^
우와~ 님이 수아와 재수의 초딩 선배셨군요. ㅋㅋ 감축드립니다. ^^; 근데, 개인적으론 <해피투게더>와 <햇빛속으로>에서의 하늘씨의 연기가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어요. --; <햇빛속으로>의 경우 하늘씨의 대사가 무척 적었는데.. 그전 드라마에서의 대사 연기력 부족 때문에 그렇게 설정됐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독특한 분위기와 이미지만큼은 참 강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ㅋㅋ 그리고 듣고보니 <로망스>와 신조협려의 이야기 전개가 참 묘하게 닮았네요. 근데, 전 영웅문 시리즈에 김용이 역사적 사건을 차용한 부분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어요. 중화사상이 짙게
배어있는데다 당시엔 그렇게 밀도높지 않았을 민족의식이 너무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긴 어떤 무협지든 마찬가지긴 하지만.. 김용의 경우 무협지에 역사를 끌어들인 덕분에 역사에도 그런 의식이 반영되어 왜곡된 측면이 많았던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역사가 왜곡되는건
못 참거든요. ㅋㅋ '삼국지' 정도면 봐줄수 있지만.. 전 '삼국지' 왕팬이에요. 소설이든 게임이든.. ^^*
저도 삼국지를 좋아하긴 하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거의 목숨걸고 좋아하더라는...어릴때보면..거의 달달 외워버리더군요...난 모 서너번 읽고 아주 감덩하고 그걸로 끝이구만...역시 역사들은 남자들의 소유물인듯...거의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보면요...ㅋㅋ^^* 난 역사는 증말 싫던데...ㅍㅍ ㅡ.ㅡ;; 역시 차이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