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797 - 템플 스테이
왜 '절 체험'이라는 우리 말을 보다 '템플스테이'란 말이 더 익숙한가? 그로벌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퇴직 후, 별 할 일이 없는 필자는 점점 쉽고 돈이 별로 안 드는 티브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하는 인스타그램이나 훼이스 북은 익숙하지 않고 자꾸 로그인할 때마다 필요한 비밀번호도 잊어버리고 해서, 기껏 본다는 것이 짧게 스쳐 가는 유트브 영상이 고작이다. 그러니까 주로 티브이 채널이나 돌리고 있는 늙은이가 되고 말았다. 새벽 시간의 습관화된 독서 외엔 주로 세상의 지식을 티브이에서 얻는 구닥다리에 속한다. 우스갯소리처럼 마누라는 없어도 티브이 없이 못사는 인간이 되어 버린 셈이다.
필자는 몇 번인가 티브이에서 방영한 ‘템플스테이’를 본 적이 있다. 주로 연예인이나 잘 알려진 사람들이 방문하는 형식이다. 때론 부러워 한 번 가 볼까 생각만 하다 말곤 한다. 일상의 습관을 단 며칠 동안이라도 덜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담배도 물론 피우면 안 되고 음악도 들어선 안 되고 반복해서 절을 하거나 가부좌 틀고 명상할 만큼 몸이 유연하지도 않고 등등의 게으르기 그지없는 핑계를 대곤 한다.
필자는 절과 스님들과는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종종 ‘산사음악회’에 초대되어 절을 방문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더라도 근처의 숙소 등을 이용하곤 했다. 그러니 필자가 아는 스님들은 대체로 속세의 지인들처럼 익숙한 인간관계에 있었을 뿐이지, 불교적 수행과는 거리가 먼 그저 세속의 냄새만 풍기고 돌아오곤 한 셈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꼭 티브이에서 본 것 같은 절 체험, 아니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다. 점점 세속을 떠나고 싶은 것이거나 비워버리고 싶은 또 다른 욕망일지도 모른다.
더 여린 마음 / 김혜순
시인들에게 보물찾기 하라고 해서
우르르 풀밭에 나갔는데
보물이 물렁한 돌인지 딱딱한 구름인지
전 세계에서 몰려온 시인들이
각자 모국어를 버리고 곧 멸종할 언어를 배워서 연락
하자
공평하게 그러자
그래보듯이
당신이 알아볼까 봐
내가 얼른 우리 비밀을 두 시간짜리 어떤 영화 속에 감
춰두듯이
깜깜한 밤 흰 보자기 펼치고 그 위에다
그 영화를 조용히 돌려보듯이
그리고 비밀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리듯이
영화 속에는 우체통이 서 있고
늘 다시 살아 나오는 아이처럼 비밀이 맺혀 있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시 돌아오느라
영화 속에서 우리는 발을 땅에 두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는 듯이
10초간 꽉 껴안고 난 다음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돌아설 수 있다는 듯이
아물어가던 상처가
한쪽 눈알처럼 떠지고
피 한 방울 어둠 속에
조용히 솟아오르듯이
도대체 이 포에트리 페스티벌은 보물을 어디다 숨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