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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필자에게 메일을 통한 임상 토론을 자주 하고 있는 회원님의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임상 토론을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보내주시는 강의 잘 보고 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어 즐겁고요.
오늘 주신 내용 중에 질문이 있어서요.
7세 된 어린이가. (보통 이비인후과 다니는 아이들의 일반적인 증세지요)
비염과 축농증이라며 병원을 다니다가 심해져서 코가 목뒤로 넘어간다며
계속 치료를 하라고 하잖아요/.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하루 종일 뛰어 노는데, 꼼꼼하기도 한 아이랍니다.
아침마다 가래를 뱉어낸다고 하네요.
그런 아이 역시 태음습이 넘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요.
제 나름대로는 아이의 허열이 넘쳐 점막의 기능을 상실해서
그런 과잉의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요.
통통한 편이 아니라면 다르게 생각을 해야 할지..
아니면 어쨌거나 가래를 음으로 보고 태음습이라 생각해야 할지 문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신 질문들을 중요 단락으로 나누어 함께 토론해 보겠습니다.
먼저 만성비염과 알레르기성비염의 증상을 구분을 해 보겠습니다.
만성비염의 증상을 보면 코막힘, 후비루, 끈끈하고 된 콧물, 두통, 두중감(頭重感)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알레르기성비염은 묽은 콧물, 재채기, 입 천장 등의 가려움, 안부충혈, 안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에는 묽은 콧물이나 묽은 가래는 별로 없고 숨이 가쁘거나 심한 콧물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때때로 발작적인 재채기나 기침 등을 하는 증상도 있습니다,
오늘 주신 질문의 병증은 ‘만성비염’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보여지기에 이에 대한 토론을 해 보겠습니다.
먼저 가래를 태음습(太陰濕)으로 보아야 하느냐? 하는 것부터 살펴 봅니다.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육기적기운(六氣的氣運)인 태음습(太陰濕)은 물질적인 것으로 볼 때는 폐와 기관지 등의 호흡기계(呼吸器系)에 촉촉한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의미에서의 점액질 물질이며 임파액과 같은 체액도 여기에 포함시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피부와 기육(肌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각종 호르몬과 같은 체액도 포함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수태음폐경의 정기(正氣)인 태음습(太陰濕)은 이러한 물질적인 것들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인체가 필요한 각종 체액들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흔히 염증성 가래, 염증성 콧물 등도 태음습이냐 하면 그건 그렇지 않지요.
콧물, 가래, 냉대하,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 고름 등의 Discharge나 expectoration으로서의 Sputum(가래 콧물 등) 등의 모든 discharge도 태음습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요. 즉 인체에 병변을 일으킨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사멸시키기 위해 혈액 속에 포함된 백혈구, 림프구 등의 식균 작용을 하는 면역체가 이들과 싸우다가 생긴 부산물로서의 discharge는 폐경(肺經)이나 비경(脾經)이 만들어 내는 정기(正氣)로서의 태음습(太陰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셨기를 기대하면서 만성비염이라는 증상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폐(肺)와 폐계(肺係)에 부속된 호흡기들은 적당하게 촉촉한 상태일 때가 건강한 상태 입니다.
그러나 폐계(肺係)가 열(熱)을 받으면 어떤 상태가 될까요?
열(熱)은 무엇을 낳지요? 네 염증(炎症)을 낳습니다. 염증(炎症)의 염(炎)이라는 단어를 보면 불 화(火)자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염증으로 인한 discharge로서의 sputum은 담(痰)이라고 하지요?
또한 폐계(肺係)가 열(熱)을 득하면 촉촉한 기운으로서의 태음습이 변질되어 끈끈한 담(痰)으로 변하게 됩니다. 마치 묽은 설탕물에 계속 열을 가해 끓이면 진한 조청과 같은 엿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은 압력을 동반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기관지염이나 비염이 경우 기관지가 답답하고 코가 막히는 증상도 발생 하게 됩니다.
따라서 세균성이든, 음허화동(陰虛火動) 성이든지 간에 적당한 치료법은 열(熱)을 꺼주고 열로 인하여 폐계에 담(痰)이 끈끈하게 붙어 있게 된 것을 촉촉하게 해 주어 몸 밖으로 배출 시켜 버릴 수 있는 요법이 되겠습니다.
비염의 경우 고약한 증상 중에 하나가 바로 후비루(喉鼻漏) 입니다. 이것은 왜 생길까요? 코의 비강(鼻腔) 내에는 식균(食菌)과 집진(集塵) 작용을 위해 건강한 상태의 점액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열로 인해 또는 세균 등에 저항하다 발생한 부산물로서의 염증성 객담(喀痰)같은 것이 계속 비강 내에 머물게 되면 호흡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므로 이를 배출 시키기 위한 조건반사적 액션으로 후비루 등의 증상을 수반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끈끈한 담(痰)이 생겼을 경우 인체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요? 네, 기침을 통해 이를 배출 시키려는 액션이 취해지게 됩니다.
유아들의 경우 기관지염이나 비염 등이 오래 가는 경우는 바로 이러한 배출 기능이 약해 그렇습니다.
기관지에 담(痰)이 꽉 차있으면 이를 기침을 통해 뱉어내야 합니다. 비강 내에 담(痰)이 꽉 차있으면 코를 풀어 이를 배출시켜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유아들은 이를 스스로 잘 하지 못해요. 기관지염에 걸린 유아들의 가슴에 귀를 대고 있으면 가래가 그렁그렁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도 이를 그 아이 스스로 기침을 통해 뱉어내지를 못해요. 또 아이의 기관지에 가래(담)가 꽉 차 있으면 이를 배출시켜버리기 위해 조건반사적으로 기침이 나오는 것인데도 자꾸 기침만 억제시키려 들면 기관지 내의 담은 더 오래 기관지에 머물게 되고 이는 병증을 크게 확대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병증이 만성으로 확대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에 따른 치료법을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폐(肺)와 폐계(肺係)가 바싹 말라있고, 열기(熱氣)가 승하다는 조건으로 보이는 비염(또는 기관지염)의 경우에는 통통하지만 않다면 폐보법(肺補法)이 가장 적당한 요법이 되겠습니다.
폐(肺)와 폐계(肺係)에 열기(熱氣)도 승(勝)하고, 끈적끈적한 담(痰)도 많은 비염(또는 기관지염)의 경우 보통 이상으로 통통하다면 대장보법(大腸補法)이 매우 잘 듣습니다.
그런데 통통한 체질의 경우 비염이나 기관지염 등의 구분에 있어 대장보법증인지 아닌지를 잘 구별해야 합니다.
한 임상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끈끈한 담(痰)도 많고, 기관지에 착 달라붙은 담(痰)이 있는지 수시로 킁킁대며 기침(헛기침)을 하는 습관이 있는 통통한 체질의 중2 소녀를 본 적이 있었어요.
코가 늘 답답한 비염 증상도 갖고 있어 대장보법(大腸補法)을 그 부모에게 권유를 했는데 말끔한 치료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전갈이 왔어요.
그래서 상세하게 문진을 해 보니 재채기를 수시로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래를 뱉어내려고 기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여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또한 잠 잘 때도 기침을 자주 한다고 그래요. 또 아침 찬 공기를 만나면 재채기를 수 없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소녀는 알레르기성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증세와 만성비염 증세가 혼재 되어 있는 증상으로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삼초보법(三焦補法)을 권유했습니다.
사실 호흡기계 증상의 경우 침법을 적용 했을 때 하루 혹은 이틀 안에 득기가 전혀 확인이 안 되거나 수 주일 치료를 했는데도 말끔한 마무리가 안 되면 이는 요법 적용이 잘 못 된 거라 볼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주증(主證)이 아니라 객증(客症)만 잡는 요법을 적용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소녀의 경우 대장보법으로 어느 정도 치료는 되는데 말끔한 마무리가 안 되고 있었다는 것은 그 동안 대장보법을 통해 객증만 잡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객증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열체질로 보였지만 자세히 문진을 해 보니 누런 된 콧물과 가래는 별로 없고 가래를 뱉어도 그리 색깔이 진한 농도가 아닌 것으로 보아 염증이라는 증상은 심한 것 같지 않아 보였어요. 이 때 대장보법을 쓰면 일시적으로는 양명조금이라는 말리는 기운으로 담(痰)의 원천인 습(濕)을 억제해 주어 일시적으로는 듣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장보법을 쓰면 열도 꺼주기 때문에 만약 폐계가 그리 열한 조건이 아니라면 폐계에 열도 꺼주기 때문에 습은 억제 되기도 하겠지만 지나치게 냉한 상태로 만들기에 이로 인해 일종의 결로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채기와 기침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대장보법으로 억제된 습 제거는 일종의 객증만 잡은 것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객증만 잡는 게 아니라 병주고 약주는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은 삼초보법으로 바꾸어 구사한지 이 삼일 만에 비염 증상과 기침(헛기침)등의 증상이 많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또한 이 학생은 피부 알레르기 증상도 갖고 있었다는데 그 증상 역시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소녀의 증상 원인은 몸 전체에 퍼져있는 과도한 습이 정체되어 몸이 늘 흐린 날씨와 같은 상태, 즉 저기압 상태였던 것이 원인 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몸을 산뜻하게, 뽀송뽀송하게 말려 주는 기운인 삼초보법이 더 맞는 요법이었던 것이지요. 앞으로 삼초보법편에 대한 강의록에서 자세히 밝혀 드릴 예정입니다만, 흔히 대장보법의 정증 여부를 확인하는 이하(耳下)의 핵(核)도 삼초보법증 체질이 있습니다.
삼초경이 유주하는 경락에 임파액이 많이 흐르는데 이하(耳下)의 임파선도 삼초경에 분포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대장보법증과 삼초보법증 토론 때 자세히 살펴 드리겠지만, 통통한 체질의 경우 이하의 핵이 있을 때 무조건 대장보법만 생각하지 말고 삼초보법증은 아닌지?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 다음 적절한 요법을 선택해 시료를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간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는데요.
간질 역시 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열로 인해 우리의 신경계가 망가졌다고 어렴풋이 아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 드려도 될른지요.
네, 간질에 대해서는 필자가 임상 경험이 많아 보다 자세히 말씀 드릴 수 있는데, 먼저 간질의 원인을 현대의학에서는 어떻게 말하는지를 간단히 살펴 보겠습니다.
간질[癎疾, epilepsy]
뇌신경세포에 생긴 돌발적인 기능이상(機能異常) 때문에 정신기능이나 의식상태, 감각, 운동기능의 장애가 돌발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질환.
[개요]
간질에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팔다리가 떨리는 것과 같이 전신적인 경련이 일어나는 대발작(grand mal), 순간적으로 의식만 잃는 소발작(petit mal), 몸의 일부분에만 운동 및 감각기능 이상이 생기는 병소발작(焦點發作 focal seizure)과 그밖에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기억이상, 착각, 환각, 기분의 변화 등을 나타내는 간질이 있다. 간질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질환은 아니고 뇌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에서 생기는 하나의 복합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뇌발작(cerebral seizure)이나 경련성질환(convulsive disorder)은 간질과 같은 뜻이다. 간질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유병률(有病率)은 전체 인구의 0.5% 정도이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조금 더 많고(10:8 정도), 전체 환자 가운데 70% 이상은 20세 이전에 첫 발작이 생긴다.
[간질의 종류]
간질은 발작형태에 따라 대발작·소발작·정신운동성간질(psychomotor epilepsy)·영아연축(兒攣縮 infantile spasm)·간질대리증(癎疾代理症 epileptic equivalent)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실제는 여러 가지 증상이 섞여 나타나는 환자가 많다. 가능하면 모든 간질은 임상적인 양상, 뇌에서의 발생 부위, 뇌 기능이상의 원인 등과 같은 3가지 방법으로 분류하는 것이 좋다.
짧은 순간이나마 의식이 없어지며, 영아나 아동기 초기에 생기는 전신경련으로, 먼저 강직성의 근육수축이 있은 다음 사지의 간헐적인 굴곡을 일으키는 간질은 뇌의 특정 부위가 원인인 국소적 발작이라기보다는 뇌 전체 또는 대부분에 이상이 있는 전신성 간질이라고 할 수 있다. 국소적으로 생겨서 번져나가는 발작은 초점운동발작·초점감각발작·정신운동성발작·실어성발작·정신성발작·내장성발작의 6가지 형태가 있다. 전신성간질 환자의 50% 이상에서는 발작이 국소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 몇 가지 증거가 있는데, 몸의 어느 한 부분의 운동기능이나 감각이 먼저 이상해진다든지 간질이 시작되기 전에 짧게는 몇 분의 일 초에서 길면 몇 초간 지속되는 간질성전조(癎疾性前兆)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뇌의 특정 부위의 이상으로 생기는 전조증상으로는 주위 환경이 이상하게도 익숙한 것 같은 착각현상이나 환청 또는 환시(幻視),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기분 나쁜 냄새나 맛을 느끼는 것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간질성전조도 간질현상의 일부이지만 곧 뒤따라오는 간질의 예고증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진단]
발작이 여러 번 반복해서 생긴 사람은 간질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의식 변화, 불수의적 운동(involuntary movement)과 같은 임상 양상에 근거하여 진단한다. 이때 치료가 가능한 원인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하며 병력(病歷)을 철저히 물어보고 이학적(理學的) 검사 및 신경학적 검사, 그밖에 필요한 임상검사를 해야 하고 때로는 두개골 X선 촬영, 혈액 및 뇌척수액검사 등도 해야 한다. 초음파뇌조영술과 뇌파검사(腦波檢査)도 확진 및 발생 부위와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하다.
다른 검사방법으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의학 검사, 뇌혈관조영술 및 공기뇌조영술(空氣腦造影術) 등이 있다.
[치료]
치료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뇌종양, 감염질환, 대사 및 내분비 이상, 뇌손상 등이 있다. 간질을 유발하는 뇌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은 병소가 한 부위에 국한되어 있으며 수술적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일부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대부분 환자에게서 뇌손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는 약을 사용하여 발작을 예방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항경련제(抗痙攣劑)를 투여하는 것인데 현재 약 20여 종이 사용되고 있다. 대개 항경련제는 발작이 없어진 뒤에도 몇 년간 더 복용해야 한다.
이상은 현대의학적으로 보는 간질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본 것입니다만, 대개 간질의 원인으로 뇌신경계의 이상을 들고 있군요.
그런데 이러한 원인 분석을 내 놓아도 뇌종양 등의 외과적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 하고는 대부분 항 경련제 투약이 대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항 경련제는 간질 뿐만 아니라 삼차신경통에도 다용하는 약제 이지요. 그야말로 항 경련, 즉 경련을 억제 시킬 뿐 그 원인마저 제거하는 요법은 아직 요원한 입장입니다.
그러면 한방에서는 간질의 원인을 어떻게 보며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먼저 원인을 살펴 봅니다.
뇌 신경에 이상이 있어 발작이 일어난다는 것에는 우선 동의를 하지만 왜 뇌신경에 이상이 생기느냐는 것이지요.
그것은 지적하신 것처럼 열(熱)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컴퓨터는 퍼스널 컴퓨터이든, 슈퍼컴이나 그에 버금가는 컴퓨터이든 대부분 열에 약합니다. 그리고 특히 컴퓨터의 뇌(腦)에 해당하는 CPU는 열을 오래 받으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또 컴은 습기에도 약합니다. 대기업의 전산실을 보면 컴 자체가 열을 안 받도록 열 방지 장치도 해 놓지만 전산실 자체에도 열과 습기 또는 먼지 등에 영향을 안 받도록 만반의 설비를 갖추어 놓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체의 두뇌 역시 열에 약합니다.
그래서 무냉통(頭無冷痛) 복무열통(腹無熱痛), 즉 두통은 냉으로 인한 것이 없고, 복통은 열로 인한 것이 없다’ 라는 한방의 원칙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궐음두통과 같이 머리가 너무 차서 생기는 두통도 있지만 일반적인 원칙이 그렇다는 겁니다.)
인체 내에서 컴퓨터의 CPU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두뇌 또는 뇌신경이라 할 수 있겠지요?
대뇌가 열을 받으면 뇌신경의 혼란이 오게 되고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증상들은 실로 다양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뇌막염, 뇌일혈 등의 증상도 대뇌에 열이 승(勝)하면 발생할 수 있는 증상들이지요.
간질 역시 그러한데 이를 방약의 처방으로 생각해 봅니다. (교재 제 2권 261쪽~267쪽 참조)
방약합편에 보면 가미소요산(加味逍遼散)이라는 처방이 세 개가 나오는데 방약합편(남산당 간) 300쪽의 가미소요산 처방을 보겠습니다.
'간경(肝經)에 울화(鬱火)하여 흉협(胸脇)이 창통(脹痛)하고, 혹은 한열(寒熱)의 작용이 심하면 풍기(風氣)가 발생(發生)하여 어지럽고 비틀거리며, 발경(發痙)하여 이를 악물고, 비뚤어지고 손이 뒤틀리는 증을 다스린다. 또는 노기가 발동하면 간기가 불화하므로 목울(木鬱)이 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간경(肝經)이 울화(鬱火)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소양상화지기(少陽相火之氣)라는 열기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열기가 심하면 주로 나타나는 증상 중에 무엇이 있지요? 네, 바로 뇌일혈과 같은 중풍 증상이 발생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뇌신경에 열기가 미치면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간질 역시 그래요. 간질의 원인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뇌신경에 미치는 열기(熱氣)를 들 수 있습니다.
방약합편 300쪽의 가미소요산 처방을 보겠습니다.
시호(柴胡), 감초(甘草), 백복령(白茯苓), 백출(白朮), 당귀(當歸), 백작약(白芍藥), 목단피(牧丹皮), 산치자(山梔子) 각 3,75그램. 박하(薄荷) 1.87그램/ 임상중에는 상기 용량을 두 배로 늘려 두 첩으로 조제를 해야 합니다.)
이 처방을 보면 목단피는 파혈지제로서 혈열을 다스리고, 산치자는 상초의 열을 주로 다스리고, 시호는 간열을 다스리는 약제인 것을 보면 선현(先賢)들은 간질 증상 원인이 혈열, 간열 등으로 인해 뇌부(腦部)에 영향을 미쳐 발생한다는 것을 임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62쪽에도 같은 이름의 처방이 나오는데 이를 인용해 보면 ‘부인이 산후에 전광(癲狂)하여 지붕에 올라가 노래하는 증세를 다스리는데 이는 영혈(營血)이 심포에서 방황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고 처방에 도인(桃仁), 소목(蘇木), 홍화(紅花)와 같은 파혈지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혈열(血熱)이 심하면 미치광이 증세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바로 혈열(血熱)이 뇌신경에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이런 처방이 나온 것이지요. 또 하나의 간질과 관련된 처방을 살펴 볼까요?
'흉복부(胸腹部)가 두근거리고 잘 놀라며, 두려워 사람을 피하고, 혼자 앉아있기를 좋아하고, 주야(晝夜)로 잠을 잘 못 이루고 혹 질투(嫉妬)를 하고, 의심(疑心)이 많으며, 불안(不安)해 하는 증상 들이 있으며, 또 간질증(癎疾症)으로 한열(寒熱)이 교작(交作)하며, 울울(鬱鬱)하게 근심하고, 슬퍼하며, 꿈이 많고, 잠이 적으며, 인접(人接)을 싫어하며, 어두운 곳에 있기를 좋아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가득하여 상역(上逆. 미식 거리는 증세나 잦은 구토) 하는 증상을 수반하면서 한 달에 두 세 번 씩 간질(癎疾) 증세를 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생약 처방을 상복(常服)하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네, 상기 증(證) 역시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증상으로서 간울로 인한 혈열이 뇌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하는 증상 입니다. 처방은 뭐죠? 네, 바로 시호가용골모려탕(柴胡加龍骨牡蠣湯)입니다.
시호(柴胡). 반하(半夏) 각 8그램. 용골(溶骨). 모려(牡蠣). (용골. 모려는 곱게 분말한 것을 쓴다.) 생강(生薑). 황금(黃芩). 인삼(人蔘). 계지(桂枝). 백복령(白茯岺). 대추 각 6그램. 변비(便秘)가 심하게 있으면 대황(大黃)4그램을 넣고 변비(便秘)가 심하지 않거나 없으면 뺀다.
그런데, 방약합편의 가미소요산증 중에 첫 번째 증(證)과 시호가용골모려탕(줄여서 흔히 ‘시모탕’이라고도 한다)에는 수독 증상을 해(解)하기 위한 처방으로 백복령(白茯苓)이 들어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와 같이 간질 증상은 혈열(血熱), 간열(肝熱), 간울(肝鬱) 등의 열기(熱氣)가 뇌신경에 영향을 미칠 때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며, 또한 습기(濕氣)가 온 몸에 퍼져 있거나 뇌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암오행침법으로는 혈열과 간열, 간울의 경우에는 간사법(肝瀉法)을 주로 쓰며, 몸 전체에 습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음습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 역시 정신이 몽롱해 지는데 이 때 뇌신경이 혼란을 일으키게 되면 간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음습(陰濕)한 곳에서 긴 시간 잠을 자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꿈도 몹시 사납고, 때론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가위 눌리는 증상도 발생 하기도 하지요.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이른바 귀신 나온다는 흉가 집에 들어가 보면 스산하고 음산한 냉습기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생기는 병이 바로 전광(癲狂), 즉 정신이상 등의 증상과 신경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볼 때 습기 역시 정신병이나 간질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때 체질이 몹시 냉 하면 폐사법(肺瀉法)을 쓸 수 있겠고, 간질 증상을 갖고 있는 보통 혹은 그 이상의 통통한 체질인데 성격 또한 매우 소극적이고 자폐아처럼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성격이 밝지 못한 냉습체질은 삼초보법을 써서 간질 증상을 치료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주신 질문 중 비염과 간질 증상들에 관해 토론을 정리하고 다음 질문을 살펴 봅니다.
그리고 다른 의미는 다 이해가 되는데요.
경혈을 몰라 그런지, 자경, 화혈.......등의 의미가 좀 헷갈려서 머리가 아픕니다.
먼저 경락의 용어 설명을 이런 식으로 이야기처럼 해 주실 수는 없는지,
다른 분들은 이미 다 공부가 되신 상태라서 염치가 없지마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경락의 의미는 알겠는데, 용어부터 확립이 되었으면 합니다.
혼자서 책보고 공부하기 힘들어 가입했던 거라서요.
정말 눈이 뜨이고 늘 궁금하던 것이 구름 걷히듯 해결이 되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저도 실력이 늘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기를 기도 드립니다.
경혈, 경락, 경맥 등 경혈학은 이미 경혈학에 유창한 분들도 오행침법을 올바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피드백(feed back)차원의 공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에 보다 명쾌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암오행침법에서 주로 사용하는 경혈들을 경혈학 책의 그림 외에 사진을 직접 찍어 설명 드리려고 현재 준비 중에 있답니다. 그 전에는 기본적인 경혈론에 대하여 간간히 관련 게시판에 글을 올려 놓기로 하겠습니다.
좋은 질문을 주시어 매우 유용한 임상토론을 할 수 있었음을 감사 드리며 종종 이와 같은 토론 주제를 계속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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