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접착제…'오염'에 갇혀 산다 포름알데히드 기준치 3~6배 초과 예사 공기청정기 과신 금물…환기 자주 해야
대기오염뿐 아니라 실내공기의 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이에 따른 건강피해도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한 주민들이 화학물질 탓에 피부염·두통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이른바 ‘새 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다.
일반인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실내공기가 깨끗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도 지난달부터 전국 지역별로 신축된 지 1년 이내의 공동주택 100여곳과 지하상가.찜질방 등 다중 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오염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새 집 증후군'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새 집 증후군'이 건강을 위협한 지는 이미 오래다. 2001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입주를 앞둔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단지 5곳을 골라 실내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아파트 단지별로 평균 92~383ppb(측정대상 공기무게의 10억분의 1)가 측정됐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실내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607ppb까지 측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치 80ppb나 미국 관련 학회의 권고기준인 100ppb를 크게 초과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환경부는 5월 말 시행할 예정인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 질 관리법'의 시행규칙에 포름알데히드의 기준치를 100ppb로 예시해 놓고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건축자재나 단열재,섬유.합판.가구 등에 접착제로 사용된다. 100ppb 정도의 포름알데히드는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는 수준이지만 높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기종.폐렴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습도가 높으면 더 많이 방출된다.
전문가들은 "방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2~4년이 걸리므로 실내공기를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포름알데히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출량이 많은 건축자재 사용을 피하고 노르웨이 등에서처럼 입주 전 난방을 가동해 열로 오염물질을 날려 보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내공기 오염의 원인은 포름알데히드가 전부는 아니다. 흡연도 실내공기 오염, 특히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오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일본에서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실내 흡연이 독성과 발암성이 강한 벤조(a)피렌의 수치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흡연자가 있는 가정의 실내공기에서는 벤조(a)피렌의 수치가 여름에 0.25ng(나노그램=10억분의 1g), 겨울에는 0.47ng으로 나타났다.
골초가 있는 집에선 1.2ng까지 검출됐다. 흡연자가 없는 경우에 비하면 벤조(a)피렌의 오염이 적어도 40% 이상 심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환기가 안되는 아파트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연소가스가 두통.현기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방사성 물질인 라돈의 경우 시멘트.콘크리트 등에서 가스 형태로 배출된다. 라돈 농도가 높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실내에서 사용하는 경우 공기까지 오염될 수 있다.
사무실의 경우 복사기나 레이저 프린터 등에선 오존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 오존가스는 눈과 호흡기를 자극한다.
◇대책='새 집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 집에 입주하기 전에 건물 전체를 난방으로 가열해 포름알데히드 등 오염물질을 날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건축자재를 사용할 필요도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부터 '친환경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를 도입했다. 건축자재가 내뿜는 화학물질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공기 청정기에 대한 과신도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더라도 실내 환기를 충분히 하고 흡연 등 실내 오염의 원천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이와 함께 실내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야 한다.
겨울철에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집먼지 진드기를 줄여야 한다. 실내온도 23도 이하, 실내습도는 50% 이하가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 집안을 수시로 물걸레로 닦아 먼지 발생을 줄여야 한다.
◇시민환경연구소 총괄.대기 연구팀=권호장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종태 한양대 의대 교수, 김예신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연구원, 임신예 서울시립 서대문병원 의사,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강태선 녹색병원 원진노동건강연구소 연구원
◇취재팀=강찬수.권근영 기자
"공기 나빠 건강 해쳐" 10% "새 집 증후군 시달려" 13% 전국 1009명 설문조사
국민 10명 중 한명꼴로 나쁜 공기 탓에 본인 또는 가족이 건강을 해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집으로 이사하거나 집을 새로 수리한 후 두통.피부염.천식 등의 증상을 보이는 '새 집 증후군'에 시달린 적이 있는 사람도 전체의 12.9%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지난달 9~10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인식이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 응답자 가운데 공기오염으로 건강을 해쳤다고 대답한 경우가 20.1%로 나타나 전국 평균의 2배에 가까웠다.
전체 응답자의 58.8%가 '환경오염이 건강에 심각하게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으며 33.7%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서울지역에선 '심각하게 영향을 준다'는 응답자가 69%에 달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오염관리를 위해 정해 놓은 환경기준이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64.6%에 이르러 환경대책에 대한 불신감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으로는 공기오염을 지적한 응답자가 54.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먹는 물 오염 20.8%, 식품 오염 10.8%, 유해화학물질 6.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먹는 물로 인해 건강 피해를 봤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6%로 나타났으며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지역이 6.3%, 서울이 5.7%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마시는 물은 수돗물을 끓여 먹는 경우가 46.2%로 가장 많았고 수돗물을 정수기로 걸러 마시는 경우도 30.9%를 차지했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경우는 6.4%,먹는샘물(생수)을 마시는 경우 6.9%,약수를 마시는 경우는 9.5%였다.
이와 함께 식품으로 인해 식중독 등의 피해를 봤다고 대답한 경우는 전체의 18.3%에 이르렀다.또 유전자변형 생물체(GMO)를 원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절대로 혹은 가능하면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경우가 83.8%에 이르렀으며 4.3%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11.8%는 GMO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소득이 높을수록 '새 집 증후군'을 경험한 비율도 높아 월소득 1000만원 이상인 응답자의 경우 33.3%가 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50.9%는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대답했고 55.5%는 환경호르몬의 위협을 매우 혹은 어느 정도는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편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주거비용으로 한달에 얼마를 추가로 지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35.3%가 10만원 미만을, 19.4%는 10만~30만원을 추가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는 추가 지불은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