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가지치기 합시다
내가 약 26년 전 처음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시드니에 연고가 있는 사람도 전혀 없었고 또한 교민도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혀 지리도 알지 못하는 나는 공항에서 나와 무작정 시티 쪽으로 가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주변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호텔 방에서 T.V.를 보는데 그 때 보았던 호주 드라마가 ‘neighbours’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호주에 와서 보았던 것이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neighbours’는 erinsborough라는 조그만 읍내의 중산층인 여섯 가정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가 1985년 3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방송을 하고 있으니 장장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 호주 국민드라마이며 또 장수 드라마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이 인기 드라마에 동양인 소녀가 한 명 나온 적이 있었고 나는 그 소녀를 눈 여겨 본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호주 드라마에는 현재까지도 동양인들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백호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인기 드라마에 한국인 소녀가 2008년도에 등장하여 약 2년 동안 아시안 교환 학생인 써니 역할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소녀의 이름은 이하니입니다.
지금은 성인이 된 이하니 양이 기억에 남는 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드라마에서 ‘당근이지’라는 그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는 유행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하니 양은 학교에서 왕따를 많이 당해 친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엄마와 대화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에서 한국 말로 말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한국말을 잘 한다고 했습니다.
연기자가 되기 위해 많은 악기들도 다루었고 모든 운동에도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솔로 가수로도 활동했고 여러 가지 춤도 잘 소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다방면에서 노력하면서 혹시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항상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스스로 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국민 드라마인 장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한국 T.V. 사상 최 장수 드라마라는 기록을 세우며 22년 2개월 동안 꾸준히 방영되었던 전원일기가2002년 말에 1088회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잘 보지 않았던 전원일기를 한국을 떠나 머나 먼 타향살이 속에서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며 보던 한국적인 드라마가 막을 내리니 왠지 섭섭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전원일기를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아주 옛날(?)에 보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과수원을 경작한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인 양촌리 김 회장인 최불암 씨가 입양해 온 막내 아들인 어린 금동이와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과수원의 가지치기를 하는 시기가 되어 아버지는 어린 금동이에게 과일 나무들의 가지들을 쳐주면서 가지치기 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때 금동이는 아버지에게 “왜 죽지도 않은 나무들의 가지를 쳐야 하느냐? 나무가 불쌍하지 않느냐? 이 가지들을 치지 않으면 이 가지들에게서 더 많은 과일들이 맺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때 아버지는 금동이에게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과수원을 경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멀쩡한 나무들의 가지를 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무가 불쌍하다고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그 가지들 때문에 다른 가지들 까지도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 그리고 심할 경우 그 가지 때문에 나무 자체가 죽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쓸모 없는 가지들을 쳐주면 다른 가지들이 영양분을 더 많이 받아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또 나무도 더 잘 자랄 수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온 어린 금동이가 그 때 아버지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했습니다. 금동이는 전원일기에 출연할 때 그만 질이 안 좋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금동이는 자신이 쳐 버려야 할 가지들을 과감히 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그만 인생의 허망한 길로 빠져 버렸습니다. 1993년에는 본드를 흡입한 상태에서 가정집에 침입해 절도를 저질렀습니다. 방송정지처분을 받은 후 연예계를 떠나 해외에서 혼자 생활을 하다가 2011년, 34살의 젊은 나이에 그만 객사하고 말았습니다.
하루는 예수님께서 기도하시기 위해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는 도중에 유명한 포도나무 비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신은 포도나무요 하나님은 농부라고 말씀하셨고 우리들은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가 있으면 농부이신 하나님께서 직접 가지치기를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요15:1-2)
‘나’라는 나무의 가지를 봅시다. 나의 가지들은 열매를 맺고 있는지, 아니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지. 만약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가지라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면 그리고 도저히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없는 가지라면 그것이 아깝다고 방치하지 말고 그것을 가지치기 하듯 과감히 쳐야 합니다. 그것이 아깝다고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직접 쳐버리실 것입니다.
지금 마음이 아파서 자를 것을 잘라내지 못하고, 아쉽다고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불쌍하다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나의 인생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때 가지치기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막고 있는 땅의 것들이 무엇입니까? 지금 당장 가지치기 합시다. 지금 당장 잘라 냅시다. 지금 당장 죽입시다. 그래서 추수하러 이 땅에 오시는 주님께 많은 열매를 맺은 나 자신을 드립시다.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숭배니라”(골3:5)
(김해찬 / 시드니하나교회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