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의 정의
식충식물(食蟲植物, 벌레잡이식물)이란 용어 그대로 "곤충(벌레,蟲)을 잡아먹는(먹다,食) 식물(植物)"을 의미하며, 때로는 식육식물(食肉植物) 또는 육식식물(肉食植物)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insectivorous plant 또는 carnivorous plant 라 하는데, insectivorous 및 carnivorous는 각각 다음 의미를 갖는 합성어이다.
[ Insectivorous = Insect(곤충) + vorous(-을 먹는) ]
[ Carnivorous = Carnal(육체) + vorous(-을 먹는) ]
아시아에서는 insectivorous를 많이 사용하며, 구미에서는 carnivorous를 선호하는 편이다. Carnivorous는 carnival(사육제,謝肉祭)란 단어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된다. 나의 생각으로는, 식충식물이 곤충 뿐만 아니라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까지도 포획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insectivorous보다는 carnivorous가 더욱 적당하다고 보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어떠한 식물이 식충식물인가?
1. 세가지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충식물은 다음 세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일컫는다.
- 먹이감을 유혹한다 : 향, 색, 과즙, 등등
- 먹이감을 포획하기 위한 독특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 끈끈이함정(flypaper trap), 주머니식 함정(pitfall trap), 두껑달린 함정(clamshell trap), 등등
- 포획된 먹이감을 이용하기 위한 조직이 있다 : 소화효소(digestive enzymes), 공생균류(symbiotic fungi), 박테리아(bacteria), etc).
3. 소화효소가 가장 중요하다.
식충식물의 구분은 위의 3가지 조건의 유무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화효소의 유무이다. 어떠한 형태의 함정이 없어도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식물은 식충식물로 분류되며, 주왕산에서 볼 수 있는 등칡 (쥐방울과)과 같은 식물은 네펜데스(벌레잡이통풀)의 함정과 유사한 형태의 꽃을 피우며, 간혹 그 안에서 포획(?)된 곤충들이 발견되지만 식충식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이것은 식충식물의 정의 ("곤충을 먹는" 또는 "고기를 먹는" 식물)로부터 곤충을 포획하는 목적이 "먹기(食)" 위한 것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3. 진화로 설명한다.
동물이 식물을 먹는다는 상식을 뒤엎고 곤충이나 동물을 잡아 먹는 식충식물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식충식물은 산성 습지나 석회암 절벽지대 등과 같이 자양분이 매우 빈약한 환경에서 동물을 잡아 잎에서 그 체액을 직접 흡수하는 방법으로 살아간다. 과학적으로는, 그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 그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나가기 위해 식충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하나의 진화 방식으로서 설명될 수 있다.
Jan Schlauer는 식충식물의 정의와 분류를 진화와 관련지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There is no dividing line because there is no conditio sine qua non for carnivory in plants. It is a syndrome rather than a point mutation, and it certainly has evolved (and *is* evolving, of course) at different times from very different lines. ??(식물에 있어서 식육에 대한 아무런 conditio sine qua non (무슨 의미죠?)도 없기 때문에 구분선이 없다. 그것은 돌연변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증후군이며, 확실하게는 전혀 다른 진화 계통들로부터 다른 시점에 진화하였고 물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식충식물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선은 정확하지 않으며, 진화계통상으로도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얼마나 많은 식충식물이 있나?
1. 전세계적으로 600여종의 식충식물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600 여종 이상의 식충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식충식물들은 때로는 매우 아름다운 식물로서 적당한 배양 조건만 주어지면 집이나 정원에서 매우 용이하게 기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충식물은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며, 우리나라에서 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실과 같은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
2. 분류상의 식충식물의 종
현재로는, 다음과 같은 종(種,genus)들이 식충식물인 것으로 간주된다: Aldrovanda, Byblis, Cephalotus, Darlingtonia, Dionaea, Drosera, Drosophyllum, Genlisea, Heliamphora, Nepenthes, Pinguicula, Sarracenia, Triphyophyllum and Utricularia.
그외에 다른 몇가지 종들이 식충식물로 간주되기도 하며, Roridula 종 같은 경우는 이전에는 식충식물로 간주되었지만 소화효소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식충식물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3. 한국에서 3개과 8개종의 식충식물이 자생한다.
한국에는 벌레잡이풀과 Aldrovanda의 벌레잡이풀, 끈끈이귀개과 Drosera의 끈끈이주걱, 긴잎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통발과 Pinguicula 및 Utricularia의 이삭귀개, 땅귀개, 들통발 및 통발 등의 8개 종의 식충식물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한국 자생종 식충식물들은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외래종 식충식물들보다도 보기가 힘든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