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標的은 除去되었다!
연대강은 천천히 수림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꾸우우우!
그때 돌연 수림 속에서 무언가 울부짖는 듯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대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으음... 이건 무슨 소리지.)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림 속을 빠져 나오자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솟아 있고
수백 년이나 된 고송들이 청량한 내음을 풍겼다.
연대강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문득 그의 눈에 고송 사이로 움직이는 희끗한 그림자가 스쳤다.
(곰이다.)
연대강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이십 장 정도 떨어진 고송 사이에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웅크리고 있었다.
곰이었다.
크르르르~!
시커먼 털이 난 거대한 흑곰이
땅바닥을 쏘아보며 괴성을 토하고 있었다.
연대강은 급히 화살을 재고 소리 없이 움직였다.
흑곰은 두 마리의 독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흑색빛은 띠운 철갑사(鐵甲蛇)는 어른 팔뚝만한 동체에
길이는반 장이나 되었다.
그 옆에 있는 조금 작은 뱀은 역시 철갑사였는데
얼핏 보기에도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흑곰은 비록 덩치가 뱀에 비해 훨씬 크지만
독이 두려운지 함부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대강은 이 희귀한 싸움을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문득 상처 입은 철갑사가 옆으로 돌기 시작했다.
곰은 흠칫하면서 앞발을 휘둘렀다.
순간 철갑사는 대가리를 흔들어 피하자
한쪽에서 기회만 보고 있던 큰놈이 재빨리 덤벼들었다.
그러자 곰은 괴성을 토하면서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철갑사는 공격이 실패하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곰은 흉성이 격발했는지 포효성을 지르며 맹렬히 앞발을 좌우로 휘둘렀다.
철갑사는 계속 앞으로 피했으나 종내 피하지 못하자 마주 공격을 했다.
연대강은 입을 크게 벌렸다.
{정말 굉장하군. 평생에 두 번 다시 못 볼 진풍경이군.}
여기는 이야기가 뭔가 빠졌나본데 어디서도 찿을수가 없네요
장력이 채 맏닿기도 전에 장년의 무사는 무시무시한 것을 느꼈다.
한 압력에 자신의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했다.
(틀렸다!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무사의 안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연대강의 정신력과 내공은 그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극독에 중독되고 심장이 단검 에 찔린 상태에서도
이토록 강맹한 장력을 토해낼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사실 그의 무예는 연대강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만약 정면으로 부딪쳤다면 그는 십초도 안되어 피를 토할 것이다.
헌데,
[컥!]
연대강은 장력을 쏘아낸 후
갑자기 가슴이 찌르르 하는 고통과함께 기운이 쭉 빠졌다.
퍼펑!
굉음이 터지면서 연대강은 일장이나 날아가서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장년무사는 흠칫했다.
자신을 으깨버릴 듯이 무섭게 들이닥치던
연대강의 장력이 갑자기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오공에서 피를 토하며 나뒹군 연대강의 모습을 응시하던 그는
그제야 어찌된 사정인지 깨닫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자의 기력이 이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군.}
연대강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 최후의 기력을 다 짜내어
장력을 뽑아내었던 것이다.
만일 그의 내공이 찰라지간만 더 이어졌어도
장년무사 역시 오장육부가 박살이 나서 나뒹굴었을 것이다.
연대강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그자의 심장에 꽂인 단검을 뽑았다.
단검이 뽑혀진 연대강의 심장에서는
이미 검게변하기 시작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
돌연 멀리서 은은한 장소성이 들려왔다.
누군가 이곳에서 벌어진 변고를 알아차리고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순간 장년무사의 신형이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수림 속을 파고 들었다.
[우아아아!]
그 사이에도 장소성은 점점 커졌다.
휙_!
이어 하나의 인영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전신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바로 귀견수 조중이었다.
{이럴 수가...}
그는 주위에 널려진 시신을 보고는 망연자실해졌다.
철패사웅의 이미 반쯤 녹아내린 시신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실로 처참하게 죽었군.}
신음하며 주위를 돌아보던 조중은
그러나 다음 순간 숨이 넘어가는 듯한 표정으로 크게 부르짖었다.
{연공자__!}
그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퉁퉁 부어 오른 시신의 가슴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내리고 독에 중독된 듯 얼굴도 부었지만
조중은 그 시신이 틀림없는 범천대공 연대강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조중은 비틀거리며 연대강의 시신에게 다가갔다.
{부전주님_!}
비통하게 울부짖는 그의 뒤로 한 무리의 사람이 들이닥쳤다.
장차수, 사공표를 위시한 흑건추혼대이었다.
장내를 둘러본 그들은 다음순간 동시에 경악성을 토했다.
{연공자님이...?}
{이럴 수가...!}
한 동안 장내는 죽음 같은 침묵이 흘렀다.
쏴__ 아!
문득 한 줄기 바람이 장내를 스쳤다.
조중은 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다급히 품속에서 하 나의 길쭉한 통을 꺼내어
하늘을 향해 치켜올렸다.
슈우웅__
펑__ 펑!
갑자기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며 붉은 연기를 뿌렸다.
창공을 수놓은 듯이 꺼지는 붉은 연기는
보기에 장난 같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신호였다.
단숨에 웅수림을 빠져나온 장년의 무사는
상가현을 향해 비조같이 날아갔다.
이윽고 상가현에 도착하자 그는 경신술의 구사를 멈추고
태연히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마을에는 무림맹의 무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골목에 접어들자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이 묵고 있는 노부부의 집 앞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담장을 따라 뒤꼍으로 돌아갔다.
뒤쪽 담장에 이른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주위를 살펴보았 다.
사방은 죽은 듯이 고요했고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음순간 발 끝에 힘을 주어 담장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어 재빨리 헛간으로 들어선 그는
급히 옷을 벗고 얼굴의 칠과수염을 떼어냈다.
잠시 후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헛간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바로성실하기로 소문난 붓장수 이호자였다.
마침 그때 집주인 노인은 밖에서 들어오다가 그를 보고는 근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아직도 장사를 안 나갔나?}
{예,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지금 나가는 것입니다.}
노인은 안스러운 듯 허리를 찼다.
{이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쉬어야지,
무어라고 해도 몸이 건강해야 장사를 할 게 아닌가?}
이호자는 빙그레 웃으며 걱정달라는 듯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노인어른. 이제는 괜찮읍니다.
나중에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집을 나섰다.
등 뒤에서 노인이 무어라고 했으나
그는 들은 척도 않고 급히 걸음을 옮겼다.
거리로 나온 이호자는 동쪽으로 향했다.
상가현을 나오자 관도에는 무림맹의 무사들이
들어오는 사람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방무사님.}
이호자는 평소 안면이 있는 말대가리 형상을 지닌
무림맹 무사 에게 넓죽 허리를 숙였다.
방무사라고 불리운 그 대한도 이호자를 보자 아는 척을 했다.
{이노제 아닌가? 벌써 물건이 다 팔렸나?}
이호자는 히죽 웃었다.
{예, 이번에 장사가 잘되어 물건이 동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개봉성에서 물건을 해올 생각입죠.
올 때 좋은 선물도 함께 가져올 테니 기대하십시오.}
방무사는 입이 크게 벌어졌다.
{헐헐 그럼 잘 다녀오게.}
이호자는 다시 넓죽 절을 하고는 관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방형, 저 놈을 잘 아나?}
한쪽에 있던 무사가 이호자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물었다.
{걱정 말게. 저 놈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방무사는 대답을 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 동안 몇 번이가 이호자에게 술을 얻어먹은 방무사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허나, 그가 조금만 생각을 해본다면 이호자는 이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돌연 그때 방무사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저걸 보게. 저 붉은 연기는 일급 경계령을 나타내는
홍무탄(紅霧彈) 아닌가?}
흠칫한 무사들은 급히 서쪽 하늘로 향해 눈을 돌렸다.
웅수림이 있는 하늘에는 붉은 연기가 넓게 퍼져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시진 후,
무림맹의 주위 백 리 안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한 행동이었다.
허나 자신의 할 일을 마친 이호자는
이미 유유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