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9.27일 화요일 연습일지
안녕하세요. 낭독극 작은 아씨들의 연출을 맡은 53기 박민수입니다.
건대극장 가을 공연이 막을 내리고 다음 달에 바로 낭독극이 잡혀서 시간이 참 촉박한데요. 오늘! 드디어 낭독극 공연팀 이름과 구호가 전해졌습니다.
먼저 공연팀 이름은 ‘민수형과 아씨들’입니다.
이름 설명에 앞서 해명을 하나 하자면 배우들이 낸 아이디어 입니다, 지금 공연팀 이름은. 어제 배우들이 냈던 아이디어 중에 4할 정도가 민수000였는습니다…제발 민수가 들어간 이름은 안걸렸음 했는데 네…이렇게 됐네요.
각설하고 공연팀 이름의 의미는 보이는 바와 같이 제가 연출이고 작품의 주인공이 네 자매 즉, 작은 아씨들이기 때문이라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이유였습니다.
공연팀 이름 선정은 다른 후보들도 쟁쟁했던 탓에 사다리 타기로 결정했습니다(설마 진짜 걸릴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근데 아마 배우들 투표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테지요ㅠㅠ)
공연팀 이름을 정하고 다음은 구호도 정했습니다.
구호는 작품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아가씨 삼행시 입니다. 연출인 제가 아가씨의 구절을 띄우면 배우들이 답하는 방법으로
아->’아따!’
가->’가보자고!’
씨—>’씨입어 먹자!’
입니다.
구호를 정한 뒤에는 지속적인 대본 리딩과 함께, 대본 분석 방법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사실 계속해서 인물을 분석하고 시대상을 이해하고 말을 입에 붙이는 연습을 했으나, 배우 중에 연기가 처음인 친구들이 많았던 탓에 오늘은 조금 더 희곡 문학의 특성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배우들이 연기의 방향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연극에서 핍진성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많은 동문 선배님들께서 핍진성의 중요성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에 해당 개념을 접하게 돼 여러 방면으로 찾아봤고, 과거 제 작품들이 가지는 한계가 이로한 핍진성을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점을 자각하게 됐습니다.
핍진성이란 독자 혹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그 안에 인물들의 행동 등을 납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개연성이랑 비슷하게 보일 수 있으나 둘은 큰 개념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연성이 서사에 중점을 두어 서사의 전개의 인과성에 중점을 두는 것에 반해 핍진성은 어떠한 인물의 행위 혹은 인물들에게 작품의 상황을 두고 독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핍진성을 충족한다면 아무리 시대극이라도 해도 고증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에서 인물들은 중세국어 표현 대신 하오체라는 말투를 사용합니다. 이는 고증적으로 잘못된 표현이지만 핍진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세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사실감있게 다가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에서의 핍진성은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서술 혹은 대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는 소설의 닫힌 문학 즉 글 안에서 모든 걸 보여주는 문학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희곡은 다릅니다.
희곡은 대사와 지시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설에 비해 열려있고 자유롭습니다. 이때 희곡내에
핍진성을 채우는 방법이 배우의 연기입니다.
흔히 말합니다. 배우는 무대에서 살아있어야 한다고 해당 표현은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핍진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연기의 핍진성을 무엇을까요, 바로 대사 외에 보여줄 수 있는 반응과 행동입니다.
예술이란 수용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하고 전달하지 못하면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흔하디 흔한 형상 혹은 물체에 불과합니다. 이때 배우가 할 수 있는 설득은 그 순간의 인물의 감정 행동의 인과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인과성은 인물의 대사와 상황에서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드러내야 합니다.
(라는 내용을 압축해서 배우들에게 설명했는데 잘 전달 됐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이 인물의 행동에 납득하지 못하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본 자체의 빈약함 일지도 모르지만 배우 스스로 대본을 읽으면서 대사 사이에 어떻게 하면 핍진성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의 부재에서 오기도 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계속해서 질문했습니다. 배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의 감정, 그 이전 대사에서 어떤 상황이 있었고 인물은 어떻게 생각했느냐 그렇다면 그 생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신입생들한테 어려운 질문이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 한걸음을 내딛는데 성공한다면 분명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밀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우려대로 배우들 역시 질문은 어려워하는 게 보였고 우선은 제 의견을 제기함과 동시에 다음 주까지 대본 전체에 자신이 취할 행동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어제 연습을 하면서 새삼 느꼈지만 극중 인물을 설득력있게 모사하는 역량을 기른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걸 어렵지 않게 해내는 배우들은 말 할 것도 없이 대단한 분들이고요.
아직도 갈 갈이 멉니다. 공연팀끼리 재미있게 올리겠다는 마음 외에 배우와 연출 그리고 스텝들이 서로서로 많은 걸 배우고 받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공연은 한동안 화수 금 저녁 6시~10시 동아리 방 혹은 노천극장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민수형과 아씨들’ 공연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연연습시간 화수금 저녁 6시~ 10시
장소 : 건대극장 동아리방
문의 101-8711-5578(박민수)
첫댓글 욜
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