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할말은 많은데 그것을 글로 옮기려니 무척 어렵다.
남들에게는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 이야기하듯 편하게 써라"고 하면서
막상 내가 글을 쓰려고 하니 잘 안 된다. 마음만 무겁고 머리만 복잡해져 사람만 이상해졌다.
어차피 말을 글로 옮기는 일은 어려운 일, 발딱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면 될 것을,
빨래나 청소 등 머리보다는 육체적인 일을 하면 금방 마음도 편해지고 머리도 가벼워질 것을,
앞에 두어 줄 적어놓은 그것마저 끊어질까봐 선뜻 일어나지 못하고 뭉개고 앉아서 애를 말린다.
그때 유진이 들어와서 "나가자" 라고 한다.
제발 좀 나가자, 나가자 해도 꿈쩍도 안하는 사람이 웬일일까, 심경에 변화가 있었나?
속이 답답하던 차 잘됐다 싶어서 어디로 나갈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래, 나가자" 하고 나왔다.
(제6회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그렇게 하여 나온 곳이 제6회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장이다.
축제는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과 광복동 용두산공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동 제6회 부산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야, 좋구나!" "참 좋다!" "너무너무 좋다!"
깨알같은 글을 보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를 보니 속이 시원하다.
(Let´s Shake Hands)
광복로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장에 웬 신사가 나와서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같이 손 흔들며 Twinkle, Twinkle,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올해도 여전히 트리는 빛나고 아름다운데 예년에 비하면 조금 덜 화려하다.
박근혜정권 들어 가계빚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더니 경제가 완전 바닥인가 보다.
교회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소원 적어서 달기)
소원나무에 소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나도 소원 하나 달아볼까 했더니 용지가 없다.
오늘은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소원용지 나누어 주는 봉사는 주말에만 하는가 보다.
(소원 적어서 달기)
내 가방에도 지펜은 있는데 매달아 놓을 고리가 없다.
노력을 해야지, 말로만 쫑알거리면 누가 들어주나, 소원달기는 생략이다.
이건 무엇인가, 바퀴가 돌돌돌 굴러가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열차는 열차인데,
하늘로 올라가는 소원열차 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크리스마스선물열차 인가?
여기는 동네 꼬마녀석들이다.
이 추운 겨울에 꽁꽁 언 냇가에 종이배 띄워놓고 할딱벗고 놀고 있네.
거위라도 대여섯 마리 띄우지, 지나가는 할머니, 새끼 걱정이 태산이다. "아 들 붕알 얼라"
나는 지금 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광복동 패션거리를 거닐고 있다.
축제기간에는 가게마다 반값세일이니 공짜니 하면서 옷도 싸게 팔고 선물도 듬뿍 주는데,
오늘은 주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세일이란 간판도 안 보이고, 마이크로 외치는 이도 없다.
(캐리커쳐)
아무리 복잡하고 시끄러워도 사람이 끓어야 할 곳에는 끓어야 흥이 나고 재미가 있지,
사람이 없으니 캐리커쳐 그리는 사람도 없고, 골라 골라 하면서 바람잡는 사람도 없고,
나는 무슨 축제든 축제장에 가면 그날의 기념으로 캐리커쳐를 그린다.
이 추운 겨울에 저렇게 손을 놓고 앉아 있는데 한 장 그리고 갈까 하고 쭈빗쭈빗 하다가,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거나, 어정거리거나, 오만 사람 다 보는데 앉아서 캐리커쳐를 그리는 등,
길거리에서 무엇을 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유진 때문에 입도 뻥긋 못하고 그냥 지나왔다.
기린도 나오고, 사슴도 나오고, 선물 상자도 나오고,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양이 안 보인다. 양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몇 해 동안의 축제를 보니 양은 진짜 양을 몰고 오던데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메인 무대)
저 멀리 메인 무대가 보인다.
역시 평일이라 그런지 젊은이들보다는 60대의 아주머니들이 더 많이 나왔다.
너 댓 명씩 뭉쳐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사진도 찍고, 추억의 젊은시절로 돌아갔다.
오늘은 무슨 공연을 하는가?
팜플릿을 안 받아왔더니 누가 몇 시에 무슨 공연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단 가보자, 가보면 노래를 부를 건지 춤을 출 건지 연주를 할 건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불빛이 반짝거릴 때마다 하늘에서 별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렇게 찬란한 빛을 보니 석가탄생일에도 오늘처럼 이런 방식으로 축제를 열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러면 사람도 많이 모이고, 불교 포교도 되고, 각자 시간에 맞추어서 축제를 즐길 수 있으니까.
절에서는 이 말 귀담아 들었다가 내년부터 초파일 등축제도 시내 한복판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니들은 점차 줄어들고 젊은 학생들이 많이 모인다.
(전자바이올린 연주)
쿵짝쿵짝 팔딱팔딱, 젊은 여자가 나와서 온 무대를 흔들고 다니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이 추운 겨울에 허연 살을 어디까지 내놓고 팔딱팔딱, 참 좋은 시절이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무슨 곡 무슨 연주를 하겠다고 했는데 음악에 무지인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래도 연주는 신난다. 음악에 맞춰 두 다리 탈탈 틀면서 궁둥이 앞뒤로 빼딱빼딱,
빙글빙글, 오우 예, 앗싸, 신났다.
메인무대 뒤에 남녀가 힘차게 나아가는 동상을 보고,
트리가 조금 덜 화려하고 사람도 조금 덜 붐비는 신창동으로 내려왔다.
여기서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옷, 양말, 가방, 신발, 화장품 등 온갖 잡화가 다 있고,
또 골목으로 들어가면 당면, 김밥, 우동, 떡볶이, 순대, 튀김 등 온갖 먹을 것이 다 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는 것을 싫어하는 유진 때문에,
먹자골목도 생략, 잡화골목도 생략, 옆으로 고개가 돌아가지만 태연하게 앞만 보고 걷는다.
(B&C 빵집)
부산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 B&C 다.
이집만은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유진은 밖에 서 있고, 혼자 들어가서 빵 1개(5,000원) 샀다. 빵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그런데 빵집이 많이 변했다. 건물을 리모델링했는가 보다.
작업장이 크고, 2층까지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서 먹고 그랬는데 공간이 많이 축소되었다.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빵을 못 구워서 못 팔 정도였는데 오늘 와보니 한산하다.
유진은, 아무 맛도 없는 빵 그게 뭣이라고 그걸 사가지고 짊어지고 다니느냐고 한다.
참 내, 부산에 살면서 어떻게 B&C 빵을 모를까, 음식맛은 귀신이면서 빵맛은 왜 모르지?
뭐라고 하든 말든 마음속으로 "흥, 걱정마시오, 빵은 나 혼자 다 먹을 것이니까"
다음 날, 유진이 자고 있을 때 작은방에서 문 닫아놓고 혼자 옴삭옴삭 다 먹었다.
역시 B&C 빵이었다. 달고 부드럽고 치즈향 버터향이 입안에서 샤르르르, 아주 고소했다.
그런데 그 빵 먹고 얹혀가지고 머리가 아파서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했다. 생식겁했다.
조금씩 몇 회 나누어서 먹어야 되는데 그 큰 빵을 한참에 혼자 다 먹은 것이 원인이었다.
B&C 빵집 다음에 세명약국이다. 이 세명약국도 부산에서 알아주는 약국이다.
한 때는 약사만 대여섯 명이 되었고, 멀리 함안 의령 등, 경남에서도 이 약국을 이용했다.
그렇게 부산 경남을 주름잡았던 약국이었는데 오늘 보니 건물은 그대로인데 손님이 없다.
잘 된 건지 잘 못 된 건지 모르지만 의약분업이 세명약국과 약사들을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
(족발상가)
중앙동에서부터 걸어서 광복동-남포동-신창동-부평동까지 왔다.
네온에 비치는 것처럼 부평동 족발상가 이다.
우와, 돼지 발이 저렇게 컸나?
뭉텅한 족발이, 칼로 착착 삐져서 오독오독 씹어먹으면 억수로 맛있겠다.
그러나 유진은 족발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돼지발을 보고 사람이 돼지발을 어떻게 먹느냐고 한다. 그래서 족발도 생략.
조금 내려오니 해물탕 집이다.
문어, 낙지, 전복, 대합, 홍합, 키조개 등, 커다란 솥에 해물을 한 솥 삶아주는 것 같은데,
유진은 해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비리한 갯내가 비위에 거슬린다나 어쩐다나, 해물도 생략.
(부평 깡통 야시장)
부산시 중구 부평동에 있는 부평 깡통 야시장으로 건너왔다.
깡통시장은 옛날부터 유명했는데 최근에 야시장이 생겨서 더 유명해졌다.
어디에 새로운 무엇이 생겼다 하면 남 먼저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처음 생겼을 때 한번 와보고 오늘 두 번째 왔다.
리어카에 튀김, 볶음, 꼬치, 전 등, 먹거리가 많기는 한데, 끌리는 음식은 없다.
10대들이나 좋아하지, 어른들이 먹기에는 소화도 어렵겠고, 잘못하면 탈 날 것 같다.
(부산어묵)
부산의 명물 어묵이다.
어묵도 맛배기를 주네, 어묵 맛배기는 처음 먹어 본다.
냠냠냠냠 "오우, 마싯따"
(부산어묵)
부산어묵이 맛있다는 건 대한민국이 다 아는가 보다.
한 사람이 5만원, 10만원씩, 밤에 엄청 많이 사가지고 간다.
먹거리 골목은 손님 유치를 위하여 갓까지 쓰고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손님이 없다.
역시 평일인데다 아직 아이들이 방학을 하지 않아 더 잠잠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죽이다)
"죽이다 죽"
나는 죽을 좋아한다.
흰죽부터 시작하여 팥즉. 콩죽, 깨죽, 녹두죽. 호박즉, 전복죽, 대합죽, 쇠고기죽 ...
유진은 죽도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싫어한다. 죽 끓여 먹자고 하면 죽으려고 한다.
죽은 죽을 때 먹는 것이지, 멀쩡하게 성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죽을 먹느냐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죽이 먹고 싶어서 한 그릇 먹을까 하고 들여다봤더니 위생이 엉망이다.
옛날에는 속에만 들어가면 삭혔지만 지금은 위험하다. 저 죽 먹었다가는 큰일날 것 같았다.
그래서 죽도 생략.
(떡)
살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들여다보고,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왜 모여 있는지 파고 들어가서 보고,
(한우 세일)
한우 세일을 한다는데 한우를 한 근 사가지고 가서 구워 먹을까.
에이, 빵은 짊어지고 다녀도 고기는 짊어지고 다닐 수가 없다.
뜨뜻한 등에 붙어서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면 그걸 누가 감당할 것인가, 쇠고기도 생략.
(아구찜 골목)
다시 돌아서 부평동 어딘가에 있는 아구찜 골목으로 왔다.
화송집, 환영집, 부산집, 옛날집, 진주집, 한참에 나란히 다섯 집이나 있다.
그런데, 옛날에 유진이 직원들과 맛있게 먹었다는 욕쟁이할매 대복집은 없다.
생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맵고 짜고 질긴 콩나물건더기 씹히는 아구찜은 어떻게 먹었을까?
어쨌든 낮에 와서 한번 먹어볼까 했더니 영업시간이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7시 까지다.
밤에만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이 전부 유흥업소인지라 그들을 상대하는가 보다.
크리스마스트리 구경도 잘 하고, 야시장 구경도 잘 하고, 족발, 해물탕 구경도 잘 하고,
중구 일대를 뱅뱅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구경은 잘 했는데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다.
이럴 때 맛집을 잘 아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좋은데, 우리는 둘 다 아는 데가 없다.
한때 중구(광복동, 남포동, 부평동)를 주름 잡았다고 하는 유진도 식당은 아는 데가 없다.
"야, 깨(게)다"
"깨가 살아서 뒤뚱뒤뚱 옆으로 기어 가네"
언젠가 강구까지 가서 게를 못 먹고 왔던 것이 섭섭하여 게를 보고 소리질렀다.
옆으로 뒤뚱뒤뚱 기는 게와 김이 폴폴 나는 찜통을 보고 "저거 삶아 먹고 가면 안 되는가?"
그러나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고 배가 부른 내가 게 먹고는 못 산다.
(남포동 포장마차거리)
오늘 엄청 많이 걸었다.
중앙동-광복동-신창동-남포동-부평동-남포동
(돼지고기수육백반+돼지국밥=8,000+6,000=14,000원)
아이구 참말로, 식당 찾아 삼만리다.
집에 가서 물에 손 넣기 싫어서 남포동에서 지하철 타고 법일동 돼지국밥촌까지 왔다.
쓱쓱 끓는 돼지육수에 쫄깃쫄깃한 수육하고 땡초 얹져서 상추에 싸서 맛있게 잘 먹었다.
저녁 7시에 나가서 집에 오니 밤 11시30분, 휴우, 힘은 들었지만 세상구경 한번 잘했다.
Twinkle, Twinkle,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여러분! 새해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뜻하는 바 소원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부산의 번화가군요. 예년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하지 않다고 해요.
문화도 변해가는지, 성탄 축제가 예전과 다르네요. 서울 명동도 조촐하더라고요,
그래도 부산의 거리가 깨끗하고 멋지네요. 먹거리가 맛나 보여요. 부산 여행을
하다 보면 음식값이 저렴하고 푸짐하더라고요. 다시 가고 싶도록 하는 것은
그 너그러운 인심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깔끔한 상이 맛있어 보여요.
님이 계셔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
윤정하 님!! 성탄절 즐겁게 보내세요!!^^
시끄럽고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크리스마스니 뭐니 하고 떠드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사람인데,
그래도 해마다 화려하게 축제를 열던 크리스마스트리축제가 6년만에 찌그러져 가는 것을 보고 서글펐어요.
사람들도 사는 게 몹시 힘든가 봐요 표정이 없어요. 말문을 닫아버린 것 같아요.
부산은 음식도 맵고 짜고, 사람도 불같이 화통한 사람들인데 영 시들했어요.
어제는 뭐하셨나요. 저는 제주도 한라산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정하 부산 음식이 좀 짜죠. 요샌 많이 싱거워졌더라고요.
사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 보니 길 가다 물어도 시큰둥 그냥 가요. ㅠㅠ
어제 제주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
제주 간 지 3년 되었나 봐요. 언제 가려나.....
오솔길 회원 모시고 대구 간다 하고
제가 그동안 일이 많아 미루고만 있으니 원,
여유로운 날이 오리라 믿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