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영등포구 여의도, 강남구 개포동 등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 80여 곳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도시정비조례를 개정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다음달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인 여의도 아파트지구 모습. /최혁 기자
하반기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둘러싼 대형 건설사의 수주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초 도시정비조례를 개정해 당초 ‘사업승인인가’보다 빠른 ‘조합설립인가’만 받으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80여 개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발주 금액만 40조원으로, 지난해 전체(42조원)와 맞먹는 규모다. 지상 50층 이상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인 여의도에서는 한양과 공작아파트 등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현장설명회에 10여 개 건설사가 참석할 정도로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압구정 개포 성수 등 서울 노른자위 단지를 중심으로 래미안 디에이치 아크로 등 고급 브랜드 선점 경쟁이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성수지구 ‘급물살’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하반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86곳에 달한다. 공공재개발과 공동사업시행·신탁 방식으로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 등을 제외한 숫자다. 이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만 32곳이 몰려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선 공작·한양 등 4개 단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지구가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지역은 사업성이 높을 뿐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가 하반기 주목하는 정비사업지로 여의도를 꼽았다. ‘여의도 재건축 1호’인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가 모두 다음달 18일부터 이틀간 입찰을 받는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적극적인 가운데 삼성물산도 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광장, 대교 등 다른 재건축 단지도 줄줄이 시공사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는 두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 등 기술력이 중요하다”며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모두 초고층 아파트로 지어지는 만큼 대형 건설사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9053가구)도 서울시가 최근 50층 높이 제한을 없애기로 하면서 지상 80층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지구는 조만간 열리는 조합 총회에서 80층 계획안과 함께 시공사 선정 여부를 묻기 위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한남5구역(2359가구)이 다음달 건축 심의를 통과하는 대로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등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은 ‘고급화’ 경쟁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고급화 카드가 시공권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5단지(1277가구)는 다음달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개포주공5·6단지(2698가구)는 지난달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개포주공1~4단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단지 내부에 고가 식재로 조경을 만들거나 특화향기, 음악벤치, 복층형 골프장 등을 설치해 고급화 경쟁을 펼쳤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을 다시 짜고 있는 압구정에서도 일부 구역이 변경에 속도를 내면서 하반기 내 시공사를 선정할 단지가 나올 전망이다. 설계 단계부터 ‘디자인 고급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인 신반포4차(1212가구)가 시공사를 선정할 대단지로 꼽힌다.
송파구에서도 대규모 수주전이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송파구 가락프라자아파트(1167가구)의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예상 공사비가 3.3㎡당 780만원으로 높아 일찌감치 건설사의 관심을 받은 단지다. 202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잠실장미1·2·3차(5200가구)는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최대어’로 꼽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https://naver.me/xdfWd8Q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