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재취업 프로그램 '임원급 재취업'도 많아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유영(55)씨는 2008년말 외국계 항공사에서 부사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강원도 춘천의 대학교를 졸업하고 26세에 상경해 서울 무교동의 여행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8년 만이었다. 아내(55)와 함께 딸(30), 아들(27)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유행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정년퇴임'하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집에만 있다 보니 그것처럼 괴로운 일이 없더군요."
김씨는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무력감이 밀려왔다"고 했다.
김씨는 "재취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와 인맥을 통해 구직에 나섰다. 그러나 50대 퇴직자를 원하는 회사는 없었다. 2008년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젊은이들조차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퇴직 후 1년여가 흐른 지난 2월 말. 김씨는 조선일보에서 '저가 항공사 이스타항공에서 마케팅 및 경영지원 총괄 전무 구함. 근무지 서울 강서구'라는 짤막한 기사를 봤다. 그날로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취업전문 무료사이트 '잡월드'(jobworld.chosun.com 또는 www.ibkjob.co.kr)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온라인으로 입사지원했다. 그러자 20일쯤 뒤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김포·청주·군산에서 제주도 노선을 운영하는 이스타항공이 동남아 노선을 개척할 50대 임원을 찾고 있었다. 이스타항공은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청년취업 2만명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한 '4050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 공고를 낸 상태였다. 김씨는 지난달 31일부터 '마케팅지원실장(전무)' 직함으로 이스타항공에 출근하고 있다. 그는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이스타항공과 '잡월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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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취업 전문 무료 사이트인‘잡월드’(jobworld.chosun.com 또는 www.ibkjob.co.kr)의‘4050채용관’을 통해 이스타항공에 취업한 김유영(55) 전무(맨 오른쪽)와 장경태(56) 부장(왼쪽 남자). 2일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이 회사 최종구 전무이사(가운데 남자), 승무원들과 함께 제주도에 취항하는 보잉 737-NG기를 배경으로 입사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4050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570여명 일자리 구해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올해 '청년취업 2만명 프로젝트'의 주력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4050 재취업 프로그램'이 지난 2월 1일 시작된 이후 5일까지 총 575명의 40대 이상 구직자가 잡월드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찾았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우수 중소기업(신용등급 BB+ 이상)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한 것이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서문춘(43)씨는 '잡월드' 사이트를 통해 옛 직장을 되찾은 사례다. 서씨는 2008년 6월 개인 사정으로 경기도 안양의 중소기업 ㈜피엔텔레컴에서 퇴사했다. 이후 2년여간 수원직업전문학교 등에서 재교육을 받으며 재취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 3월 초 '잡월드'에 등록한 서씨는 피엔텔레컴이 전산담당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입사지원했다. 회사는 다시 돌아온 그를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 입사시켰다.
5일 현재 '잡월드' 사이트 내의 '4050 채용관'과 '임원급 채용관'에는 사무·관리직, 영업직, 현장직 등 40~50대를 위한 정규직 일자리 300여개가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중장년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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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함께 펼치는‘4050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정인영(47) 삼진엘앤디 상무(왼쪽)와 정씨를 뽑은 이경재(65) 회장(오른쪽), 그리고 이들을 서로 연결해준 국내 대표적 헤드헌팅업체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사장이 기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임원급 재취업자도 증가
특히 임원급 채용의 경우 구인기업이나 구직자 모두 무료로 국내 대표적인 헤드헌팅업체인 유앤파트너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정인영(47)씨가 '4050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임원으로 새출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정씨는 전자 계열 대기업에서 11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 창업해 최근까지 10여년간 개인 사업을 했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가정용 전화기를 인도·러시아·중국·미국 등 12개국에 수출하는 업무를 대행하면서 업계에서 '실력 있는 마케팅 전문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씨 회사에 납품하는 전화기 제조업체가 휘청대면서 정씨의 사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올 초 사업을 지인에게 넘기고 재취업하는 길을 택했다. 일단 '잡월드' 사이트에 이력서부터 등록했다.
'전화기 해외 마케팅 전문가'라는 정씨의 이력은 잡월드에서 중소기업 임원급 채용을 무료로 대행해주고 있는 유앤파트너즈의 눈에 띄었다. 유앤파트너즈는 경기도 화성의 중견기업 삼진엘앤디의 이경재(65)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위해 40대 인재를 한 명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적임자를 물색하던 상황이었다. 삼진엘앤디는 올 초부터 신제품인 와이파이(Wi-Fi)전화기와 내비게이션을 인도·러시아·유럽 등지에 판매하려 했으나 마케팅 담당 임원이 없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순신 사장은 "정씨는 직장경험과 개인사업을 통해 CDMA 전화기를 인도 등 수십 개국에 수출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며 "마침 정씨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가들과 삼진엘앤디가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서로를 필요로 했지만 서로를 몰랐던 양측은 만난 당일 입사를 결정지었다. 이경재 회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임원을 새로 채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번에 맘에 쏙 드는 인재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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