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마을 식구들에게.
어느새 한달입니다. 왜 그런지 이곳에서는 지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 보다는.. 글쎄요.. 지금 순간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아니 지금 순간도 꿈을 꾸는 듯 합니다.
이곳에 와서 8년만에 면전에 욕을 먹었습니다. 고1이 후로는 그런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 들었을 때 그 정신적 외상으로 약간 머리가 어질 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괜찮아 졌습니다. 사실 더 섬찟했던 건 그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절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넒히는 수련의 장인 것 같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이곳에 있는 많은 선임 장교들의 모습을 보면, 아니 군생활을 좀 했다는 사람이면 전부(병사부터 부사관 장교까지) 더욱 속이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순간 순간 화를 내고 조급하고 자기의 맘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는 모습이 아래부터 위까지 똑같습니다. 더 많이 알고 더 익숙하면 기다렬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 훈련을 갔다 왔습니다. 텐트 안 온도 영하 2도, 정말 제 평생 그렇게 추운 곳에서 자본 적은 처음입니다. 겨울에는 21도까지 떨어진다는데 정말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밥먹고 잠자고.. 훈련 중에는 그냥 생존을 위한 활동만으로도 버겨운 것 같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이 서대문 형무소에 있을 때 경험하셨던 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환경이었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훈련은 재밌게 했습니다. 매일 것의 똑같은 행정업무와 노가다만 하다보니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병사들과 주특기를 하면서 부식먹고 얘기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 훈련간에 저희는 병사들이 간부들의 식사와 침구류를 챙겨줍니다. 심지어는 숟가락 까지도 자기들이 들고다니면서 제가 다 먹으면 다시 닦아서 챙겨가지고 다닙니다. 첫 식사후에 숟가락을 달라는 병사의 말에 놀라서 그 다음 식사 부터는 제가 들고 다니면서 제가 관리했습니다. 사실 이건 숟가락의 문제가 아닙니다.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릴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자기 돈으로 부식을 사 놓고도 간부가 통제하면 먹지 못합니다. 자기 돈으로 산 자기 음식을 남의 눈치를 봐가며 먹어야 한다니.. 간부가 해야 할 일을 병사들에게 맡겨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대신 해주는 거니까 조금 못해도 할말이 없는건데 화만 냅니다. 자기 일을 대신 해주면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흑. 비가 오는 날 그 추운 새벽에도 거지 거적 같은 판초우의를 입고 나가는 모습에 안타까울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판초우의를 입고 있으면 병사들이 꼭 사오정같은 모습으로 변신을.. 체육복으로 입고 있는 주황색 추리닝과 제가 입고 있는 질 좋은 깜장색 나이키 체육복을 보게 될 때 정말 쑥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밤새도록 게시판 작업을 하고 있는 행정 계원들을 볼 때 같이 하지 않으면서 너무 수고한다며 과자를 사주는 것 역시 저를 편안하게 하지 않습니다.
순간 순간 마주치는 무엇인가 불쾌하고 기분나쁜 감정의 사건들에 포진해 있는 권력의 구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간디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간디가 마주치는 사건속에 대안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많은 도전이 됩니다. 그냥 냉소적으로 비판만 하다가는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 갈 것 같습니다.
3개월 동안은 영내 대기 기간인지라 나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5월 쯤 되면 나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푸르른 5월이 되면 문산으로 아니면 제가 수유로 가서 보고 싶던 얼굴들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카페 글을 읽으면서 수유에 온 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한아름입니다.
아, 저 BOQ 내려 왔습니다. 아직 컴퓨터랑 인터넷을 설치 안했는데 곧 설치할 예정입니다. 혼자 하는 말씀 묵상이 조금 버거웠는데 같이 하면 좀더 쉽겠죠. ^^(이번주 말씀 묵상 누가 안올렸더라.. ㅋㅋ)
첫댓글 민수야! 이렇게 너의 소식을 카페를 통해 볼수 있어 너무 좋다. 부대에서의 대안~~~ 우리도 삶의 대안들을 잘 찾아 하루하루를 살도록 해야겠다 생각했지^^ 누나 수유로 이사온거 알쥐! 넘 좋다. 잘 지내~~~
그 이해 안되는 모습들이 끝까지 이해 안되는 모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옳지 않음에 적응하지 않고 끝까지 불편한(?) 싸움을 잘 싸워나갔으면.... 민수 힘내라!!~
지금의 순간이 다시 오지않는다면 더 잘 살수 있지 않을까? 카페에서 잘 보자구나...보고싶다.
민수야...이렇게 너의 소식을 들으니까..반갑고 좋다. 병사들의 부당함과 고됨을 안쓰럽고 미안함으로 바라보는 민수의 따뜻한 마음이 병사들에게도 잘 전해지면 좋겠다. 민수야, 건강히 잘 지내라~ ^^
민수야. 너의 글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구나. 함께 잘 살아가도록 하자.
민수가 힘들어 옆을보기 어려울께다만 옆의 병사들의 힘든모습이 아련한 민수 사람 맡네! 말씀묵상 올리지못한 지체 가려네고 확실한 목회! 음~ 건강하게 맑은 마음과 몸으로 만날날을 기대하며 ,기도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