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3세대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호가 2011년 11월말 지구를 출발하여 8개월여의 우주비행 끝에 2012년 8월 6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각) 화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였다. 2004년부터 25억 달러(약 2조 8337억 원)를 들여 준비한 이번 탐사의 목적은 물의 흔적 정도만 찾던 과거 탐사와 달리 미생물 등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있다고 하는데 독자적으로 우주로켓을 쏘아 올리지 못하고 러시아에 의존한 채 나로호를 두 번이나 발사 실패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우주에 대한 연구와 탐사는 이제 단순한 학술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ㆍ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분야이며 미래에는 자원획득과 우주공간 활용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주변국가와의 우주경쟁에서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NASA의 이번 화성탐사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나 별자리에 관한 신간이 나오면 빠지지 않고 읽는 편인데 이번에 출간된 『밤하늘의 문을 열다』란 책을 읽고 참 괜찮은 책이다 싶어 얼른 글을 올려 본다. 국내 본격적인 민간 천문대 1호인 ‘코스모피아’를 직접 운영하신 아니 운영하고 계시는 이세영 천문대장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밤하늘의 이야기를 쓰셨는데 천문학을 전공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오히려 더욱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것 같아 별자리와 우주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나 어린 시절부터 밤하늘을 동경해 오던 본인 같은 어른들이 읽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책은 계절별 별자리의 소개부터 시작되는데 직접 찍은 다양한 컬러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마치 함께 별자리를 망원경을 통해 보면서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견학한 과학관에서 플로레타리움으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는 그만 그 아름다움에 꽂히고 말았다. 그 당시에 본 영상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뇌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두 번째 떠오르는 장면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겨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형과 함께 강원도 원주에 계시는 이모님 댁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추위에다 날이 저물어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길마저 잃어 정처 없이 국도 변을 걸어가고 있을 때 저 멀리 산위로 보이던 선명한 오리온은 지금도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가 되었다. 이후 틈만 나면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일식, 월식, 유성우와 같은 천문 이벤트만 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챙겨 보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아들도 장래 진로를 천문학자로 잡아 놓고 있는 듯 하여 내심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천문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입문용으로 읽기에 무난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천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고전일 테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초보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반면 국내의 대표적인 천체전문가이신 조상호 교수님께서 쓰신 『아빠, 천체관측 떠나요』는 천체관측 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밝히고 있고 실제 망원경의 구입에서부터 관측하는데 필요한 자세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어 『밤하늘의 문을 열다』와 함께 보면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12’라는 수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것을 목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목성의 태양 공전주기가 12년이기 때문이라고 하며 그에 따라 황도 12궁을 정하고, 12년마다 다시 제자리로 온다는 목성의 공전주기 12와 달의 변화로 1년을 12개월로 나누었던 12로 12진법이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 뒤 시간의 단위도 12에 익숙해지면서 하루 낮과 밤을 12시간씩 쪼개고 분, 초 단위도 12진법인 60으로 나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인 것 같다. 아울러 2006년 국제천문연맹총회에서 명왕성이 76년 간 유지해오던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퇴출 이유였던 크기와 질량 그리고 타원 궤도와 공전궤도의 기울기 등의 과학적인 이유 외에 9개 행성 중 미국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 명왕성이었는데 유럽으로서는 미국이 인류 역사 최초로 지구 외의 천체인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고 1970년대에 발사한 보이저호는 최초로 태양계 밖으로 인류의 메시지를 보내는 쾌거를 이루고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화성 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연합, 러시아 등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는 미국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연합의 단합된 힘을 보여 주었다는 설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저자는 천문대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를 들려주지만 각 도, 대도시, 심지어 군단위로 운영되는 천문대의 난립으로 인해 2011년, 14년간 운영해 오던 천문대 코스모피아를 당분간 쉬기로 결정한다. 코스모피아는 직접 별을 보는 체험 위주로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천문대는 천체투영실과 견학위주로 운영하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코스모피아를 다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원고를 정리하는 동안 이 생각이 점점 구체화 되어 2012년 6월에 재개장을 하게 된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중간 중간에 수록된 메시에, 코페르니쿠스,케플러, 갈릴레이를 소개한 ‘천문학자 이야기’와 공전과 자전, 천체 망원경에 대해 설명해 놓은 ‘더 궁금한 이야기’도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만하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이라 했던가! 이 책을 밑천 삼아 오늘밤 옥상에라도 올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세상사 시름 잊기를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