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7천보쯤 걷다가 너무 피곤하여 더 걷지 않고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양재천 영동 3교 아래 다른 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층계에 앉아 있었다. 아마 야외 극장에서 영화를 돌리는 모양이었다.
영동 3교 아래서는 주말이면 음악회도 하고 영화도 보여주곤 하는데 운이 좋으면 좋은 영화도 볼 수 있다.
타이틀을 보았더니 <노마드랜드(Nomadland)>, 미국영화인데 괜찮은 영화라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여자 주인공 '펀' 역을 맡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오스카상을 세번이나 받은 배우였다.
시간을 보니 저녁 8시도 넘었는데 시작된지 30분 이상은 되었을 것 같지만, 서서 잠깐 보아도 화면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깊고, 매력이 있는 영화일 것 같았다. "지금 영동 3교 '내집앞 영화관'에 있어요" 우선 그에게 알려서 기다리지 않게 하고 층계의 빈 자리에 앉았다. 일찍 왔으면 방석이 깔린 자리도 있을 텐데 나는 맨바닥 층계에 앉았다. 방석이 작아서 오히려 귀찮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개봉할 때 얼핏 아카데미 작품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노마드,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유랑하면서 사는 사람들, 일정한 집을 소유하지 않고 밴을 구입하여 여행하듯이 돌아다니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여행하면서 일자리가 있으면 일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차를 몰고 다니면서 생존하는 삶이다.
몽고여행을 할 때, 가는 곳마다 겔을 치고 양떼를 몰고 자리를 옮기면서 사는 몽고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할까 싶었다. 그리고 우리가 유목민이 아닌 농경민으로 문패를 걸고 살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영화 속의 노마드는 노마드로서의 가치관과 철학이 있었다. 중도에 자식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 데이브가 주인공 펀을 초대하여 함께 지낼 것을 권유했지만 황망하고 불편힌 문제 속에 살면서도, 펀은 다시 밴을 몰고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오늘 하루종일 그 마지막 장면이 나를 붙들고 있다. 집에서 살아도 유랑하는 삶도 있고 유랑하며 살아도 정착된 정신의 삶도 있는가.
첫댓글 방랑벽은 끼라고도 하겠는데 아마도 유전자가 있을겁니다. 나이 40에 멀쩡히 가족과 살던 사람이
그림을 그리려고 타히티로 간 사건이 서머싯 몸의 소설 " 달과 6펜스''에 있습니다. 제주위에도 은퇴하고
오트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닌 사람을 봤습니다. 물론 부인과 이혼했습니다.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구속을 싫어하고 자유를 원했습니다. 더운 여름에 밖에서 영화를 보는것도 재미있지요 ?
달과 6펜스를 고흐의 이야기라고 읽었는데 고흐를 주제로 다룬 다른 소설과 매우 달랐습니다. 고흐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팔자가 정말로 기구합니다. 엊그제 본 영화에서의 유랑은 삶의 어느 기점에서 엉키기 시작하여 제대로 풀리지 않지 그 변화된 생활형태를 합리화하는 면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고도 하지만 어떤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특이한 引力을 느끼기도 하나 봅니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습니다.
좋은글 읽었습니다.
여기서라도 만나니 다행입니다, 반갑습니다. 평안하시지요?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지금 우리집 임선생이 통풍으로 입원 한지 10여일 되었기에
혼자 집 지키고 있네요.
입원하신 지가 오래 되었군요. 걱정이 됩니다. 통증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