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교회에 교회당 구입이 늘어나면서 교회건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성도들의 증가로 인한 ‘포화상태’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교회의 기능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기존 건물로는 그 기능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교회가 교육과 지역사회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 교회당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교회사역과 활동 프로그램들을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예배당 외에 교육시설과 지역사회 봉사시설 그리고 문화시설들을 중요한 기능으로 갖춘 새로운 교회당으로 대체되어야 했다.
사실 이민사회에서 기존 교회건물을 구입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실정, 설령 구입했다 하더라도 호주교회 건물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 한인교회들이 사용하기에는 비좁은 형편이다. 따라서 교회를 구입한 후 리모델링과 증축하는 교회도 상당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들은 부지를 구입하여 신축한다던가 공장 건물을 구입하여 리모델링과 증축, 교육관 건축 등 기타 부대시설을 포함한 건축이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게 교회건축.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역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따라서는 2-3번씩의 건축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교회건축을 진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과 기도, 협력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까다로운 호주 건축법규가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그간 한인교회들의 교회건축 준비와 집행과정을 보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일으켰고, 지금도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본지는 창간 23주년 특집으로 ‘한인교회 교회건축을 진단한다’라는 제목으로 현장취재를 통해 한인교회 건축을 조명해 보려고 한다. 더 나아가 교회건축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도 제안할 것이다. 우리시대 교회건축에 있어서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한인교회들이 참고한다면 교회건축에서 의미 있는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지 조사에 의하면 현재 호주 내 자체 교회당을 가진 한인교회는 33 교회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시드니 16교회(구입 및 무상 인수 13, 신축 3), 멜본 5교회(구입 4, 무상 인수 1), 울릉공 1교회(구입), 뉴카슬 1교회(구입), 캔버라 1교회(무상 인수), 브리즈번 3교회(신축 2, 무상 인수 1), 골드코스트 1교회(구입), 케언즈 1교회(무상 인수), 아들레이드 1교회(구입), 퍼스 1교회(구입), 타스마니아 2 교회(구입 1, 무상 인수 1)이다. 교회 부지를 구입하거나 건물을 구입해 신축이나 개축예정인 교회도 2교회가 있고, 1교회는 구입한 후 재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에서 첫 번째로 신축한 성전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
시드니 그랜빌(Granville)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담임 어윤각 목사)는 본래 호주한인교회라는 명칭으로 1977년 11월 27일에 창립되었다. 이 교회는 시드니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전통있는 교회다. 버우드 호주그리스도 교회당을 빌려 첫 예배를 드린 후 리드콤, 애쉬필드를 거쳐 그랜빌 지역에 있는 판자집 교회당을 구입했다.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 기공식에서 시삽하는 어윤각 목사 ⓒ어윤각 |
|
이후 1987년 11월 29일 이 교회당을 처분하고 호주그리스도교회 교단의 지원을 받아 현재의 자리에 성전 건축을 시작하여 이듬해인 1988년 11월 27일 교회당을 봉헌하기에 이르렀다. 이 교회당이 호주에서 한국인이 건축한 최초의 교회이다.
▲호주에서 첫 번째 한인교회를 건축한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의 기공식 장면. (1987. 7.19) ⓒ어윤각 |
|
입구에 들어서면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이 철로 만든 조형물이다. 삼위일체 형상을 나타낸 듯, 매우 독창적으로 보인다. 이는 교회의 상징물로서 교회 성도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성도들은 이 조형물을 보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미지를 마음 속에 연상해 볼 수 있다.
교회는 2000스퀘어미터(600여 평)의 대지에 자그마한 단층으로 지어졌다. 요즈음 교회건축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대로 ‘교회 같지 않은 교회’의 모습으로 가벼운 건축 형태로 되어있다. 건물 외장은 벽돌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벽 정면에 십자가가 없었다면 교회로 보기엔 어려운 외형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교회는 뾰쪽한 첨탑과 수직으로 된 긴 창, 스테인드글라스의 모습을 가진 교회다. 그러나 교회건축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사역과 비전에 맞는 새로운 교회당 형태로 변해왔다. 그래서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그랜빌 지역에 있는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 전경 ⓒ크리스찬리뷰 |
|
본당 옆에 기존 건물 1동이 나란히 있는데 교육관과 식당으로 사용한다. 로비를 거쳐 본당으로 들어갔다. 본당은 180여 좌석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으로 뒤로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지어졌다. 각 좌석에서 강단과의 거리가 짧아 엄숙한 느낌은 적지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강단 뒤로 침례를 위한 침례 탕이 마련이 되었고 옆으로 당회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뒤쪽으로는 자모실이 배치되어 있다. 내부 건물 역시 벽돌로 마감되어 있었고 한 쪽 벽에는 이렇게 동판을 새겨 붙였다.
In memory of Pastor S. B Hibbard(1942-1974) His vision has been realized'
'히바드 목사님(사역기간 1942-1974)의 소원이 실현되었음을 기념합니다.’
▲교회당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히바드 목사 기념비 ⓒ크리스찬리뷰 |
|
화려한 인테리어 연출은 없었지만 구석구석 솔직한 건축적 미감을 통해 전체적으로 단아한 느낌을 갖는 교회로 완성되어 있었다.
교회의 총 건축공사비는 20만 달러 넘게 소요되었고 한다. 어윤각 목사는 “지금으로 따지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 당시는 큰 금액이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교회당은 1988년 11월 완공한 때의 그 모습이다. 교회당 뒤로 돌아가면 함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쾌적한 마당을 경험할 수 있다. 그간의 건축 과정과 소감을 들었다.
▲35년 전(1977. 11.27) 창립된 호주한인그리스도교회는 1987년 교회 건축을 시작, 1988년 11월 봉헌했다. 사진은 창립예배, 기공식, 봉헌예배 창립 30주년 기념예배 등이다.ⓒ크리스찬리뷰 |
|
- 예배당 건축을 하게 된 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호주 교회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다 보니까 문제가 많이 일어났어요. 특별히 한국 사람들은 예배를 드리고 난 다음 식사를 하는데 김치 같은 것 먹으면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냄새가 나니까 호주 사람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후 교회당을 찾기 시작했지요. 마침 리드콤에 작은 교회당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와서 사용하라고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그 교회당을 사용하게 됐는데 그 교회 한 장로가 싫어하대요. 동양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나가라고 그래요.
그런 후 애쉬필드 침례교회당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또 문제가 일어난 겁니다. 식사문제가 일어나고 화장실도 더럽게 사용한다느니 불평이 많았어요. 화가 많이 났지만 어떡합니까. 그때 이래서는 안 되겠다, 우리 자체교회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교회당 문제를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죠. 마침 호주그리스도교회 총무 목사가 그랜빌에 작은 교회당이 있는데 5만 5천 달러면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어요. 판자 교회당이었는데 물불을 가릴 수 있었나요 뭐. 그 교회를 덜컹 샀어요. 그런데 공간이 너무 좁고 비가 많이 오면 하수구가 넘쳐흐르고 도둑도 들어오고요.
그랬는데 마침 이 교회당을 소개받은 거지요. 원래 이곳은 히바드 목사님이 그리스도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개척한 교회입니다. 자신이 직접 땅을 사서 판자로 작게 예배당을 짓고 소수의 교인들이 예배드려 오다가 히바드 목사님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 후 그의 딸이 주축이 되어 협동목사를 초청하여 계속 예배를 드려왔으나 교인이 점점 줄어들면서 폐교 직전에 있을 때 우리 교회가 이곳으로 와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교회건축을 하게 된 거죠.”
- 건축공사비는 어떻게 마련하였는지요?
“건축공사비는 처음 견적이 14만 달러였는데 짓다가 보니까 20만 달러가 훌쩍 넘었어요. 사실 땅이 교단 땅입니다. 우리는 건축만 한 거지요. 이전에 있는 교회당을 팔았죠. 그리고 교단에서 좀 빌리고 나머지는 헌금으로 충당했는데 7년 전 빚은 다 갚았습니다. 저는 교인도 얼마 되지 않고 헌금도 적게나와 건축헌금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땅은 무상으로 받고 해서 건축비가 얼마 안 들은 거지요.”
- 건설회사는 어떻게 선정을 하였습니까?
“호주그리스도교단에서 지원을 해줬습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말입니다. 경험이 많은 유명회사였지요.”
- 교회건축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습니까?
"우리는 감사하게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원래 교회 터였으니까요. 그러나 새롭게 교회를 지으려고 하면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겁니다. 이웃사람들에게 허락을 받는 문제도 어렵고요. 그리고 호주 건축법이 자꾸 강화가 되잖아요. 저쪽 교회에 있을 땐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그리고 저는 그린에이커 그리스도교회와 카슬힐 그리스도교회를 주로 본받아 설계를 했는데 지금 와서 아쉽다 하는 부분은 창문틀을 나무로 하는 것이 좋게 보인다고 해서 했는데 알루미늄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비가 오니까 빨리 상하더라고요.”
- 예배당 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교회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목사님들이 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카운슬과 상의해서 카운슬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일을 진행시켜야지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절대로 안 돼요.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택가 한 가운데 숨어 있는 듯 위치한 호주 한인그리스도교회. 내실있는 모습으로 호주 한인교회 중 최초로 성전을 건축한 것처럼 이웃을 위한 적극적인 봉사와 헌신을 수행하는 교회로 거듭나게 되길 기도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