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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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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작가 스크랩 지리산 둘레길 9코스
하늘바다 추천 0 조회 401 11.09.16 10:00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지리산 둘레길 9코스

 

덕산마을에서 위태마을까지

 

 

이번에도 광주에서의 모임 뒤 진주를 가기 전

여름 한가운데의 시간 위에서 걷기 위해 섰다.

9코스가 시작되는 덕산, 덕산에 지리산 곶감이 다 모이는가 보다.

덕산장은 5일장으로  매 4, 9일에 선다.

 

 

사리마을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하기도 전에 땀으로 더위를 맘껏 누린다.

오늘은 8월 16일, 현재 시간은 벌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조금은 불안하다, 해가 지기 전까지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곶감 거래 장터 앞, 마을의 담들도 덕산 곶감을 자랑한다.

 

 

우리네 삶, 어쩌면 많은 부분을 자랑이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우쭐한 마음에 가슴을 활짝 펴기도 하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기도 하고

자랑 한마당 잔치 뒤에 나만 알 수 있는 거짓말 때문에

부끄러움이 밀려와 붉어지는 얼굴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도 하는 자랑!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새빨간 거짓말이라 한다.

앞으로는 자랑하지 말아야지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된다.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

여기는 천평인데

다음은 중태라고 한다.

무엇이 천평이고

얼마나 중태일까?

 

우리의 마음 넓이가 천평이 되지 않으면 중태라고 알려주는 것일까?

자랑거리를 천평만큼 지니고 있다면 이미 중태라고 하는 걸까요?

 

 

사리마을,

지난 달에는 저기 저 산을 넘고 재를 넘어 사리마을에 도착했고

오늘은 사리마을을 출발해 강을 건넜다.

 

 

길을 향해 늘어진 나무가지는

메마른 아스팔트 길에 따뜻한 정을 심는다.

 

 

중태마을이 시작된다.

내 영혼에 무엇이 중태인지 마을은 알려 줄 것인가?

호기심과 기대, 살짝 가리고 싶은 부끄러움이 교차한다.

 

 

중태마을의 실명제 안내소

한 번씩 꼭 들렀다 갑시다.

민박집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리저리 전화를 하시더니 7시에 저녁식사를 할 것이니 그때까지 도착하라고 합니다.

시간은 벌써 다섯시를 십 분 남겨 둔 시간인데......

늘 여유롭게 걸었었는데...

내 영혼의 어떤 부분이 중태인지 살펴 볼 겨를도 없습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려면 부리나케 걸어야 합니다.

또 육이 영을 이겼습니다.

 

 

길은 점점 깊어만갑니다

길은 점점 가팔라갑니다.

깊은 만큼, 가파른 만큼 흐르는 물은 속도를 더합니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계곡에 평상을 앉히고 과일을 드시던 분들

가던 길을 멈추고 쉬어가라고 하시지만

일곱 시라는 강박관념에 그만 인사만 하고 지나쳤습니다.

아, 아쉽다!!!

 

 

길가 나무 아래 덩그라니 혼자 서 있는 항아리

무슨 말을 전하려 한 것일까?

가지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담으려는 것은 아닐텐데...

 

어쩌면 우리들 또한 지금 나의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지, 왜 여기 있는지 아무 생각없이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굽이 굽이 휘어지는 길들이 참 많습니다.

굽이지다 시각적으로 끝나는 지점에 빛이 들어올 때

빛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봅니다.

마음까지 살짝 달아오르는 쾌감을 느낍니다.

 

 

도시의 아파트 거실에는 소파들이 일반적으로 놓여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입니다.

이 산 속 길가 나무 아래 놓여진 소파는

누구를 위한 공간입니까?

밭일에 지치고 해가 하늘 한가운데 있을 때

하던 일 멈추고 흐르는 땀 내려 놓으라는 것일까요?

일곱 시, 시간의 압박은 또 흐르는 땀 딱기 위한 머물기를 못하게 합니다.

 

 

마트에만 손수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밭일에 허리굽은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전용 손수레가 있다.

 

 

쉬어야 하는 데

겨우 한숨만 돌린다.

앉지도 못하고 서서 한숨만 돌린다.

서서 잠깐 쉬는 동안에 뒤돌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이 참 아름답구나!"

 

내 인생의 한 점에서도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중태를 벗어나면?

'위태'

그냥 쉽게 중태에서 위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깔딱 고개 하나 넘어야 하나봅니다.

숨 한번 크게 넘겨야 하나봅니다.

 

 

 

 

갈치재에 도착했습니다.

얼마나 허겁지겁 쉬지도 못하고 왔는지

밥 못 먹을까, 잠 자리 찾아 헤매야 할까봐

그리고 시간을 봤습니다.

아~~ 때늦은 깨달음(?)

눈으로는 다섯시를 보고서도

마음은 여섯시로 해석합니다.

그리고는 시간 없다고 허겁지겁 생고생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밥과 잠 생각에 한 시간을 앞서 갔습니다.

 

내 생각과 판단이 주위의 상황에 따라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큰 깨달음을 또 길에서 얻습니다

 

 

갈치재를 넘으면 대나무밭이 계속됩니다.

바람 소리가 댓잎을 통해 세상에 알려집니다.

떨어진 댓잎들이 길 위에 양탄자로 놓여있습니다.

 

 

이 어디쯤에서 모자를 잃어버렸습니다.

대밭을 지나다 모자 하나 떨어져 있으면 그 모자는 제 모자입니다.

 

 

 

 

구불구불 대밭을 빠져 나오면

눈 앞이 확 트이고

그 자리에 지리산이 우뚝 서 있습니다.

 

 

위태마을 들판이 보이고

난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는지 몸을 흔들어봅니다.

'이상 없음'

 

 

 

9코스가 끝나고 10코스가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휴~ 뿜어내는 긴장

그리고 몰려들어오는 행복!

6시 25분, 참 빨리도 걸었다.

제대로 쉬지도 않고

 

민박집에 전화를 건다.

도착했다고

"아니, 어떻게 이리 빨리 도착하셨습니까?"

놀라워하는 목소리의 민박집 주인장 이리저리로 오라고 하신다.

 

 

사리에서 덕산

덕산에서 천평

천평에서 중태로

중태에서 위태까지....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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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9.16 10:07

    첫댓글 밥도 먹고 잠도 자기 위해 허겁지겁 걸었습니다.
    후회할 틈도 없이 멋진 민박집 주인장을 만났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마 10코스에서...

  • 11.09.16 12:17

    중태, 위태... 이름이 재미있네요. 민박집 주인이 멋진 객을 만난거지요. ^^

  • 11.09.16 13:32

    영과 육의 혼란스러움... 길위에서 신부님의 귀한 묵상이 저에게도 큰 가르침으로 돌아옵니다.

  • 11.09.16 23:57

    저 대나무 길 걸을 때, 대금 소리 나던가요. 아니면 소금 소리 나던가요. 그도 저도 아니면 향피리 소리 들으셨나요. 참 부럽? 아니 저도 한 번 갈 길 있겠지요.....

  • 11.09.17 02:17

    중태, 천평이라고 쓴 표지를 가로로 읽으니 (가로본능??ㅋㅋ) .. 중천, 태평이 되는군요.. 함께 쓰여진 네 글자가 조합을 달리 하니 중태에서 태평으로 가기도 하네요..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마음먹기 나름인가봐요...

  • 11.09.18 20:29

    그렇습니다. 영어는 세로쓰기가 없으니 우리 한글 음절문자에 있는 묘미입니다. 중천에 태평이 있으면 이 보다 좋을 수가 없겠습니다.

  • 11.09.17 13:46

    다음 민박집이 기대됩니다. 딸래미랑 둘레길 걷기 할 때 신부님의 이 노선을 참작하리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 11.09.19 01:23

    저 대나무 길로 신부님 모자 찾으러 가야겠습니다.ㅎㅎ 알려주신 길 꼭 가볼께요. 눈과 마음을 동일시 하며!~ㅎㅎ

  • 11.09.20 15:11

    신부님 모자 줏으러 가고싶은데.......'오늘도 육이 영을 이겼다!' 어쩜 저에게 해당되는 말인지...고개 숙이고 한참 있었습니다.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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