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808 - 막걸리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화가이자 자칭 아웃사이더 행위예술가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나이가 육십이 넘어서이니 청장년기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잘 모른다. 필자가 처음 그의 퍼포먼스를 보았을 땐 그저 치기 어린 놀이 정도로 읽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끼와 해학으로 삶을 풀어내는 그의 퍼포먼스는 필자에게 녹녹찮은 인상으로 다가왔고 필자도 모르는 사이 그의 팬이 되었다. 요즘은 주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자제하는 것도 같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음에도 늘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어 하고, 베풀기를 좋아하고,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그의 가장 다정한 친구는 아무래도 막걸리인 것만 같아, 그를 생각만 해도 막걸리가 떠오르곤 한다.
평생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필자도 그와 막걸리 한 잔쯤 마시고 싶지만, 생을 잘 관리하지 못한 탓에 상복해야 하는 약도 많고, 몸에도 받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늘 제정신이 아닌 필자의 취기醉氣를 읽어주길 바란다. 그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저 필자의 엄살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긴, 엄살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할 말이 많다
아직 할 말이 많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비록 허접하더라도, 내 인생이므로. 나는 시를 쓴다. 단지 나는 아직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언제가 할 말이 사라지면 그때 나는 내가 쓴 시들을 찬찬히 읽어볼 것이다. 그곳엔 흘러간 시간들과 그대들이 거짓말처럼 그 속에 에 갇혀있을 것이다.
작별의 공동체 / 김혜순
날아라 병원
눈을 감고 떠오르고 있으면
마취 중인 사람 속을 떠가는 기분
달은 눈동자 속의 수정체처럼 빛나고
그 눈동자의 흰자에 올라앉은 내가
그 사람의 슬픔을 샅샅이 훑어보는 기분
불안정한 기류 속입니다 안전벨트를 매세요
듣는지 마는지 모두 잠들었는지
고층 빌딩에서 유리창 닦는 사람의 줄을
누군가 창문 열고 끊어버려서
그의 아내가 밤새도록 울부짖는 어제의 뉴스
병원에도 장례식장에도 비행기처럼 일등석 이등석 삼
등석이 있어요
침대별로 나누어져 묶인 채 하나씩 둘씩 여섯씩
견디고 있는 사람들
눈앞은 침몰한 배 울고 있는
바닷속을 비추는 화면처럼 흐릿하기만 한데
병상의 아빠들마저
엄마 엄마 부르고 있는데
무덤 속 엄마들은 다 어떡하라고
엄마를 찾고 있는데
무서운지 무서워하는지 눈빛 두 개가
쌍라이트처럼 얼어붙은 창가에 달라붙고
병원이 대관람차처럼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멀리멀리 날아가는 밤
안은 삶이고 밖은 죽음이로구나
밀봉이 이 생이로구나
나는 이 창살 두른 침대가
날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저 아래 항구에서 첫 고깃배들이 출항하고
산속에선 거대한 산불이 발아하는데
쥐들이 강의 발원자의 물처럼
쉼 없이 새끼를 낳고 있는데
어두운 내 눈매 속을 날아가는
화물칸에선 애완견들이 짖어대는데
영안실의 관들에도 비행기처럼 일등석 이등석 삼등석
이 있어요
내가 조용히 좀 하자고 거칠게 항의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
하늘 호수를 삐그덕삐그덕 저어 가는 밤 병원
살려주세요 엄마 살려주세요 엄마
죽은 아빠, 너의 잠꼬대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철새들이
귀를 막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