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 위 댄스(24) 폼나게 파티 즐기는 댄스, 1분이면 배울 수 있죠
중앙일보 2020.03.13
‘춤’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다. 일단 자신은 춤은 못 춘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춤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쉽게는 1분 만에도 배우고 5분, 10분 만에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춤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서로 붙잡고 왔다 갔다만 하는 춤이 가장 많이 나온다. 제 자리에서 체중을 오른발 왼발로 왔다 갔다 하며 이동만 하는 것이다. 이 춤이 가장 기본적인 춤이다. 춤은 교감이 중요하다. 음악에 맞춰 같이 스텝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이 춤은 1분이면 배울 수 있다.
‘슬로 리듬 댄스(Slow Rhythm Dance)’라는 춤이 있다. 서양에서는 파티에서 많이 추는 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시시하다며 천대받는 춤이다. 벽을 향해 대각선으로 남자 왼발 전진 한 박자, 그리고 오른발 전진 한 박자, 오른쪽으로 90도 돌며 왼발 옆으로 가고 한 박자, 그리고 한 박자 더해서 오른발 갖다 붙이는 스텝이다. 그다음은 남자 왼발 후진, 오른발 후진, 왼쪽으로 90도 턴해서 왼발 앞으로 놓고 오른발 붙인다.
마주 잡고 있는 여성은 남성의 반대로 하면 된다. 이 스텝의 반복이다. 그렇게 해서 플로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춘다. 말이 어렵지 실제로 해 보면 역시 1분이면 배울 수 있는 춤이다. 4/4 또는 2/4 박자 춤이면 이 스텝으로 템포가 빠르든 느리든 맞춰 출 수 있다. 원래 IDTA (국제댄스지도자협회) 교사 자격증 모던댄스 시험 종목에도 들어 있는 춤이다.
그다음으로 어떤 정형화된 스텝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춤의 ‘스텝’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춤도 ‘베이직 스텝(Basic Step)’이라는 기본 스텝만 익히면 그 춤은 출 수 있다. 베이직 스텝만으로도 어느 정도 춤의 맛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 보기에 화려해야 잘 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베이직 스텝만 잘해도 멋지게 출 수 있다. 사실 그 이외의 스텝은 베이직 스텝의 응용이다. 박자 내에서 회전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발을 꼬거나 리듬을 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응용 휘겨를 배우는 과정이 초급과정이다.
룸바의 베이직 스텝은 남자 왼발 전진 한 박자, 오른발 제자리 한 박자, 왼발 옆으로 2박자가 기본이다. 후진은 남자 오른발 뒤로, 왼발 제자리, 오른발 옆으로까지 하면 전진과 후진이 한 세트가 된다. 4/4박자인데 3 스텝이다. 이 스텝은 5분 정도면 익힌다. 한 박자는 쉬운데 세 번째 스텝에서 두 박자를 소화해야 하는 스텝 때문이다. 이 베이직 스텝만 잘해도 복잡한 노래방이나 크루즈에서는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 둘이 한 손 잡고 한손은 남자는 여자의 견갑골, 여지는 남자의 어깨 위에 놓고 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 보기에 화려해야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이직 스텝만 잘 해도 멋지게 출 수 있다. [사진 Flickr]
차차차의 베이직 스텝도 룸바와 비슷하다. 다만 ‘샤셰(Chasse) 스텝’이 있어 반 박자씩 옆으로 한 발 벌리고, 다른 발 붙이고, 다시 첫발을 옆으로 떼는 동작이다. 이 스텝이 반박자- 반박자- 한박자로 ‘차차차’ 리듬과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룸바에서 한 남자 왼발 전진-오른발 제자리에 샤셰 스텝을 붙이면 되는 것이다.
후진도 룸바와 마찬가지로 전진 후진이 한 세트가 된다. 샤쎄 동작 때문에 배우는데 5분 정도 걸린다고 보자. 샤쎄 대신 제자리에서 차차차 스텝만 밟아도 된다. 이 베이직 스텝을 남녀가 세로로 비슷한 스텝으로 출 수도 있다. 앞뒤로만 길게 왔다 갔다 하는 ‘포워드 앤드 백워드(Forward & Backward) 스텝’이다.
룸바와 차차차는 같은 4/4박자의 춤이다. 룸바는 템포가 느리고 차차차는 빠른 템포다. 느린 춤을 좋아한다면 룸바가 좋고 빠른 춤을 추고 싶다면 차차차가 좋다. 여기서 더 발전해서 옆으로 가면서 팔까지 드는 동작이 다음 초급 스텝인데 회전까지가 기본 동작으로 룸바와 차차차는 초급 루틴이 같다. 베이직 스텝에서 10분 정도 더 추가하면 익힐 수 있는 스텝이다. 그러므로 크루즈 여행을 갈 사람이라면 룸바와 차차차는 배워두는 것이 좋다.
3/4 박자 춤으로 ‘슬로 왈츠’와 ‘비에니즈 왈츠’가 있다. 슬로 왈츠를 그냥 ‘왈츠’, 비에니즈 왈츠는 ‘비엔나 왈츠’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3박자에 상당히 고전한다. 대부분의 대중가요 등이 4/4박자라서 3박자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엔나 왈츠는 남자 오른발 전진-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왼발 옆으로- 오른발 왼발에 붙이는 스텝이 베이직 스텝의 절반이다. 거기서 왼발 뒤로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왼발 붙이면 기본 스텝은 끝이다.
비에니즈 왈츠 음악은 빠른 편이지만, 느린 템포도 있다. 역시 외국 영화에 자주 나오는 춤이다. 원래는 한번 회전할 때 180도씩 돌아야 하지만, 사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공간을 봐가며 적당히 회전하면 된다. 세 번째 박자에서 발을 모으다 보니 처음에는 그다음 스텝으로 어느 발이 나가야 할지 헷갈린다. 춤은 왼발, 오른발 교대로 체중을 옮기는 것이 기본이므로 그 원칙만 잊지 않으면 된다.
왈츠의 베이직 스텝을 익히게 하기 위해 '박스 스텝(Box Step)이 있다. 남자 왼발 전진- 오른발 옆으로- 왼발 갖다 붙이기의 스텝이다. 후진은 오른발 후진- 왼발 옆으로- 오른발 갖다 붙이기로 이렇게 이어서 하면 사각형 박스 모양이 된다 하여 박스 스텝이라고 한다. TV광고에 이 스텝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을 바꿔서 오른발부터 시작해도 된다. 여성은 반대로 하면 된다.
후진하는 대신 전진해도 된다. 발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초급 연습 때는 박스 형태의 스텝과 앞으로 두 번 나가고 뒤로 두 번 나가는 연습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아쉬운 대로 플로어를 돌면서 출 수 있다. 이 스텝을 익히는 데는 눈으로는 10분이면 되지만, 모았던 발에서 발이 자연스럽게 다음 발로 연결되는 연습 때문에 30분쯤 잡으면 된다.
춤 배우는데 어느 정도 걸리느냐는 질문의 답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베이직 스텝만으로도 출 수 있으니 10분이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댄스 강습은 대부분 한 종목당 3개월로 잡는다. 일주일에 한 번 90분 수업 꼴로 잡은 것이다. 한 번에 휘겨 한두 가지를 배운다면 한 학기에 10개~20개 휘겨를 배울 수 있다. 배울 때는 순서대로 하지만, 실제 파티에서는 적당히 섞어서 남자의 리드에 맞춰 추면 된다. 그러므로 한 종목 배우는 데 3개월 걸린다고 보면 된다. 한 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그 종목의 춤은 제법 출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춤 배우는데 어느 정도 걸리느냐는 질문의 답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베이직 스텝만으로도 출 수 있으니 10분이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물론 남의 눈에 띌 정도로 잘 추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춤이 스텝만 익혔다고 해서 잘 출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자세에서부터 바디 무브먼트까지 구사하려면 오래 걸린다. 춤을 오래 배웠다고 잘 추는 것은 아니다. 베이직 스텝이 잘 되어 있어야 하고 자세도 제대로 몸에 익어야 한다.
휘겨를 많이 안다고 해서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휘겨에만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새로운 휘겨는 호기심이 생기고 새로 배웠을 때의 희열이 있다. 휘겨는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다. 단, 파트너가 그 리드를 받을 수 있어야 활용이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춤은 어렵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춤은 너무나 쉽다고도 말할 수 없다. 1분, 5분, 10분 만에도 배울 수 있는 게 춤이다. 10년이 넘어도 계속 배우는 이유는 예술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춤은 예술의 속성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