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Ⅱ 172 - Case No.20 여우사냥 첫 사냥. 첫 경험. 첫 살인. 공통점이 뭔지 알아? 너의 몸에 묻어나는 피야. File #02 Madam. Jin “와아~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야?” 굽이굽이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화려한 곳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커브를 도는 순간 드러나는 화려한 별장들의 모습은 마치 외국의 전원 풍경같이 보였다. 짙은 녹음의 산 속에 드문드문 보이는 커다란 별장들은 개인 사생활을 충분히 존중해 줄만큼 거리를 두고 지어져 있었고, 뒤로 보이는 또 하나의 높은 산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저 산에 늑대가 있단 말야?” “늑대가 아니라 여우.” “씨이... 그거나 그거나...” 혜성의 말을 정정해주는 민우의 목소리에 혜성은 짜증스럽게 말하며 쓰고 있던 챙 넓은 모자를 벗어 구겼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은 승민이 설명했다. “원래 사는 게 아니라, 철망을 치고 방목하는 거야. 사냥철을 위해.” “여우 사냥은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져 민가로 내려온 여우가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와 귀족들이 사냥하는데서 유래된 거야. 늑대 사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잘나셨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승민의 설명에 덧붙여 말하는 민우의 말에 입을 삐죽인 혜성은 어느샌가 나타나 멤버들의 곁에 서 있던 석현이 안내하는 별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와아~ 안이 더 멋있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별장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 혜성이 2층으로 뛰어 올라간 사이 1층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정혁이 피곤한 듯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았다. “오빠아~.” 정혁의 눈이 감기 무섭게 별장 안으로 뛰어들며 정혁을 부르는 정유의 목소리에 민우와 승민이 고개를 돌렸지만, 바람같이 달려든 정유는 정혁의 품안으로 단번에 뛰어들었다. “히이익~ 너 무슨 짓이야?!!” 그리고 대체 언제, 어떻게 온 것인지 정유의 뒤를 따라 뛰어 들어오던 진이 정혁의 다리 위에 올라앉은 정유를 끌어내려 했고, 정유는 정혁의 목을 감싸 안은 채 버티며 혀를 내밀어 진을 놀려댔다. 그 모습에 승민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아, 여긴 어떻게 왔어?” “저희 집에도 초대장이 왔길래 제가 왔어요. 웬만한 정재계 집안에는 다 초대장을 돌렸던데요?” “드디어 노망났군.” 진의 대답에 정혁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리자, 정혁의 목에 팔을 두른 정유가 말했다. “아빠가 한 거 아냐. 큰 오빠 지시였어.” “나도 그쪽을 말한 거였어.” “킥킥...” 정혁의 말에 정유는 놀라기는 커녕 귀엽게 웃어댔다. 늘 삐거덕거리는 아버지와 큰 오빠, 그리고 정혁의 관계에 어렸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가족이니까... 아무리 그렇게 싫어하는 것처럼 굴어도 가족이니까... “너 안 내려와?” “왜애? 우리 오빤데?” “씨이...” 마치 유치원생들처럼 두 팔을 휘저으며 토닥거리는 정유와 진을 한꺼번에 밀어낸 정혁이 소파에서 일어나자 그 반동으로 진에게 넘어진 정유와 그런 정유를 받아 안은 진이 밖으로 걸어 나가는 정혁의 뒤로 시선을 돌렸다. “아, 형! 같이가요~” “오빠~ 같이가~.” 정혁을 따라 뛰어나가는 진과 정유의 뒤로 단정하게 서 있던 석현은 옆에 선 승민과 민우, 2층 계단 난간에 서 있는 혜성을 향해 말했다. “그럼 짐 푸시고, 7시까지 저 앞의 별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김동완 형사님과 이선호군은 시간에 맞춰 도착하실 수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승민의 인사에 석현은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목례하고 별장을 나갔다. 가장 중심에 있는 별장은 멤버들이 머무는 별장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별장들의 10배는 되는 대저택이었다. 중세 시대 유럽의 고성(古城)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대리석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한 혜성이 살짝 주눅 든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쯤 되면 별장이 아니라 완전 성인데?” “어느 외국인 소유라는데, 우리 가족이 종종 놀러오는 곳이예요.” 어느새 샛노란 미니 드레스로 갈아입은 정유는 머리에 드레스와 같은 색의 노란 꽃을 달고 나타나 정혁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생글생글 웃으며 혜성에게 말했다. “너희 집 저택이 아니란 말이야?” “오빠들이 묵는 별장은 우리 집 소유지만, 저 저택은 아니예요. 누구 건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정유가 철들기 이전부터 제집처럼 드나들던 저택이었지만, 정작 문 의원집 소유는 아니라 했다. 늘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는 정유 역시 들은 적이 없었다. “어서오십시오. 이쪽입니다.” 저택에 들어서자 평소처럼 포멀 슈트차림의 석현과 검은 턱시도를 입은 나이든 집사, 검은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 차림의 젊은 여자들이 문 앞에 서서 인사를 했다. “와아. 점점 기가 죽는 걸?” 혜성의 귀에 속삭이는 승민의 말에 혜성도 눈을 똥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정혁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갔을 때도 그 규모에 놀랐는데, 별장이라는 곳의 모습에 더욱 놀랐다. 마치 17세기 유럽의 대부호의 저택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고상하고도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왔어?” “동완 혀엉~. 선호야!” 보통 건물 2층 높이의 천장이 있는 커다란 식당으로 들어가자 새하얀 꽃과 양초로 꾸며진 식탁 앞에 앉아있는 동완과 선호의 모습에 혜성이 반가운 표정으로 선호에게 달려갔다. 몸조리를 위해 동완의 집에 가 있는 선호를 못 본지도 벌써 2주가 넘어갔기에 다시 통통하게 볼에 살이 오른 선호의 얼굴이 반갑기만 했다. 혜성은 턱시도에 어울리게 단정하게 빗어 넘긴 선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동완을 향해 물었다. “언제 왔어요?” “방금 전에. 내가 일이 늦게 끝나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어.” 호스트가 준비한 저녁 식사에 늦어선 안된다는 나름의 룰 때문에 미친 듯이 차를 몰아 도착한 동완의 표정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깔끔한 턱시도 정장을 차려 입은 모습이 멋있었다. 동완과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한 디자인의 턱시도를 입고 있는 선호에게 다가간 승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 좋아 보인다.” “네에.” “그래.” 분홍빛이 감도는 선호의 볼을 쓸어내린 승민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선호의 눈이 다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하지만 선호는 밝게 웃었다. “신사 분들은 모두 모이셨네요?” 변함없이 화려한 코발트블루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요란스럽게 등장한 다린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벌써 자리에 앉아있던 정혁만이 아무 반응 없이 물컵을 들어 올려 입술을 댔다. “동완씨 자기 오늘 멋진데?” 우아하게 걸어와 동완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는 다린과 그런 다린의 등에 살짝 손을 얹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동완의 모습에 혜성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오랜 미국 생활로 그 정도의 인사는 크게 어색하지 않은 선호와 승민에게는 놀랍지 않은 광경이었지만, 그런 인사는 처음 보는 혜성의 얼굴을 새빨갛게 변했다. “혜성이도 안녕?” “네. 아, 안녕하세요?” 동완에게 한 것과 똑같이 인사를 하는 다린의 모습에 더욱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말하는 혜성의 모습에 다린이 작게 웃었다. “오늘은 더 예쁘다.” 연한 복숭아빛 롱드레스를 입은 사린의 볼에 입을 맞추며 인사하는 승민의 목소리에 사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긴 생머리를 우아하게 틀어올리고 드레스와 같은 복숭아빛 장식을 단 사린은 청아한 모습이었다. “오빠~.” 저택 안으로 들어오면서 소리도 없이 사라졌던 정유가 샛노란색 미니 드레스 차림으로 식당으로 들어오며 정혁을 향해 다가서자 정유의 가느다란 팔목을 잡아 쥔 진이 투덜거렸다. “너 자꾸 까불래?” “전.진.씨야 말로 자꾸 우리 남매 사이에 끼어들지 마!” 서로 투덜거리며 싸우는 정유와 진의 사이에서 자신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앉아있는 정혁의 뒤로 다가선 한 여인이 정혁의 뺨에 키스하며 인사했다. “정혁씨. 오랜만이야.” “히익?-” 그 모습에 똑같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겁한 진과 정유가 뒤를 돌아보자 그리스 여신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인이 칠흑같이 검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자랑하며 고혹적인 자태로 서 있었다. “오늘 올 줄 몰랐어요. 지난 번 문 의원님 생신 이외의 행사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아서. 역시 정유양의 사교계 데뷔 파티라 온 거예요?” “뭐...” 여신 같이 우아한 태도로 묻는 여자의 말에 작게 중얼거리며 와인을 마시는 정혁의 모습에 정유의 눈꼬리가 샐쭉 올라갔고, 진의 눈이 번뜩였다. 진이 그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낮추어 정유에게 물었다. “누구야?” “세윤 기업 외동딸. 윤여진.” “그 건설업으로 유명한 세윤 기업?” “응.” “저 여자 정혁 형 좋아하냐?” 진이 여전히 여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묻자, 정유 역시 여진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아마도...” “대답이 뭐 그래?” “정혁 오빠랑 약혼 했던 사이니까.” “히이익! 뭐어?!!” 정유의 대답에 이상한 비명소리를 내는 진에게 넓은 식당 안의 백여 개의 시선들이 쏟아졌다.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한 진이 정유의 손목을 잡아 한쪽으로 당기며 다시 작게 물었다. “약혼? 진짜?” “응. 뭐, 지금은 파혼했지만...” “하아... 다행이다. 어? 근데 왜 파혼한 거야?” “나도 몰라. 어른들의 일이라나 뭐라나.” 진의 물음에 새침하게 대답하고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은 정유는 깔끔하게 손질된 손으로 투명한 유리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그럼 S대 음대생이세요?” “네.” “와아. 그럼 무슨 악기 연주하시나요?” “이것 저것 다 좋아하지만, 제 전공은 하프예요.” “하프요? 그 돈 많아야 한다는 하프?!!” 혜성의 말에 작게 웃은 여인, 여진은 우아한 모습으로 와인잔을 들어 와인의 향을 맡았다. 식당을 메운 손님들은 꽤 많았다. 40명이 넘는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은 은은한 클래식 음악 속에서 작은 대화들로 가득 찼고, 순서대로 나오는 코스 요리를 즐기며 모두들 조금씩 기분이 풀어지고 있었다. 정혁과 진, 정유, 동완과 선호, 다린, 승민, 사린, 민우와 혜성, 여진이 앉은 식탁에는 이미 전에 만났었던 민속 소설가 호석도 앉아있었다. 조카인 은아가 생팀이자 여우의 생명을 지키려 그렇게 노력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삼촌인 호석이 여우 사냥을 위한 이 자리에 나오는 것이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혜성은 메인 요리로 나온 T-bone 스테이크를 자르며 호석을 향해 물었다. “근데 이 작가님도 여우사냥 좋아하세요?” “아뇨. 전 한 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오신 거예요?” “여진씨 아버님의 초대로 왔습니다.” 호석은 여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이호석 작가님 팬이시거든요. 저희 집으로 온 초대장으로 초대한 거예요.” “초대장?” 여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혜성이 중얼거리자 다린이 웃으며 설명했다. “이건 정유양의 사교계 데뷔를 겸한 여우사냥 파티예요. 명목은 정유양의 사교계 데뷔이지만, 실은 유명 인사들과 안면을 익히는 게 목적인 사람들도 많죠.” 다린의 다소 날카로운 비판이 섞인 말투에도 여진을 부드럽게 웃으며 와인을 마셨다. 정유가 다린의 말을 이어 설명을 계속했다. “오늘 저녁에는 저녁 식사와 와인 파티, 내일과 모레 낮에는 여우사냥, 저녁에는 제 사교계 데뷔를 기념하는 파티가 있어요. 내일 사교파티와 별개로 오늘 저녁 식사와 내일 여우사냥에는 별도의 초대장이 발송되었고요. 초대장들은 김 비서님과 큰 오빠가 정한 집안들에 두장씩 발송되었는데, 보통 이런 경우 그 집안의 젊은 후계자들이 오거나 친분이 있는 손님을 대신 초대하기도 해요.” “아아...” 장난기 어린 평소의 모습과 달리 또박또박 설명하는 정유의 모습에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역시 귀한 집 자제다 싶은 모습에 혜성은 힐끗 민우를 바라봤다. 마치 이 집과 파티 자체가 그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 앉아있는 정혁과 그런 정혁의 양 옆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는 진과 정유, 진의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동완과 선호는 이런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아있는 다린은 마치 이 정찬의 호스티스라도 된 듯 테이블을 리드해 나가고 있었고, 사린은 표 나지 않게 승민을 챙기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왔다는 듯 식사를 하고 있는 넓은 식당의 수많은 손님들의 모습이 오히려 어색한 혜성은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심정으로 민우를 바라봤지만, 민우 역시 묵묵히 식사만 하고 있었다. “에구, 에구... 이제 좀 살 거 같다.” 어색한 저녁식사 분위기 덕분에 잔뜩 긴장해있던 혜성은 이어지는 와인파티를 위해 또 하나의 넓은 홀에 들어서는 순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식당과는 다른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 공간은 그나마 덜 긴장된 공간이었다. 넓은 홀의 곳곳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고풍스런 스툴과 의자들이 불규칙적이지만 아름답게 놓여 있었고, 홀 이곳 저곳에 와인과 간단한 안주거리들이 꽃과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홀의 중앙에 놓인 여러 개의 의자 중 가장 오래된 듯 보이는 의자에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붉은 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든 채 여진을 향해 말했다. “여진양. 분위기도 좋은데 연주 한곡 부탁하면 실례가 될까요?” “아뇨. 그럼 오늘 생일을 맞은 정유양을 위해 한 곡 연주할까요?” 오늘의 주인공인 정유가 앉은 의자의 앞에 마련된 공간에는 이미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하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프 앞에 우아하게 앉은 여진은 부드럽게 하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여신같이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새까만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연주하는 여진의 모습은 진짜 여신 같았다. “역시 여진양의 연주는 최고예요.” 정유의 옆에 앉아있던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인이 크게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붉은 립스틱과 타는 듯 붉은 드레스가 눈에 띄는 여인이었다. 그것이 시작 신호라도 되는 듯 여기 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여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게 인사했다. 여진의 연주가 끝나자 이어지는 박수와 환호에 섞여 정신없이 박수를 치는 혜성은 처음 들어보는 진짜 하프의 음색에 푹 빠져버렸다. 마치 혼을 빼앗아 가는 듯 아름다운 음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인 정유양의 피아노 연주 솜씨를 들어볼까요?” 여진의 연주가 끝나자 천천히, 그렇지만 누구라도 시선을 뗄 수 없이 매력적인 태도로 고개를 돌리며 정유를 향해 말하는 붉은 립스틱의 여인의 말에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일어선 정유는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파티가 이어지는 내내 파티를 리드하는 붉은 립스틱의 여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혜성이 벽을 등진 채 꽃게처럼 슬슬 옆으로 걸어 슬쩍 사린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저 분은 누구세요?” “누구? 아... Madam. Jin말이구나.” 화이트 와인잔을 들고 정유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던 사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마담 진?” “응. 한국 정재계에서 유명한 큰손이야.” “큰손?” “그래. 수많은 재벌가 회장과 정치인들의 정부이자 본인 스스로도 거액을 움직이는 여자지. 소문에 의하면 중소기업 하나쯤은 한두 시간 만에, 대기업도 일주일이면 파산 시킬 수 있다고 해.” 어느새 혜성의 곁으로 다가온 다린이 붉은 와인잔을 든 채 팔짱을 끼고 마담 진을 바라보며 혜성에게 말했다. “아아...” “저 여자 몇 살이나 되 보여?” “한... 서른 셋?” “그렇지? 가까이서 봐도 그래. 근데 저 여자가 우리나라 요인들의 정부가 된지도 30년이 넘었다는 거지.” “에엑?” “아무리 의학이 좋아졌다고 해도 나이를 먹지 않는 모습에 마녀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지. The Witch Madam. Jin.” 다린은 스스로 말해놓고 웃긴 건지 작게 몸을 흔들며 웃었다. “마녀 마담 진...” 어느새 다른 손님들과의 대화에 끼어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다린의 모습에 아까 다린이 설명해주었던 마담 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혜성은 몸을 돌리다가 테이블에 부딪혔다. -쨍그랑! “아얏!”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와인잔이 깨지며 와인이 쏟아졌다. 다행히 조금 남아있던 화이트 와인은 옷에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깨어진 와인잔에 손을 벤 혜성이 피가 배어나오는 자신의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에 넣었다. 그걸 보고 있던 민우가 다가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괜찮아?” “아야... 괘안아...” 입에 손가락을 넣고 우물거리며 말하는 혜성의 모습에 민우는 미간을 구겼다. “쳇! 나 손 닦았다, 뭐! 내 손가락 내가 물겠다는데 되게 까탈스럽게 구네? 언제 내가 너한테 손가락 빨아달랬냐?” “너...” “어? 히힛! 피 멈췄다. 많이 안 베었었나 보네?” 배어 나오던 피가 멈춘 손가락을 보고 신나서 웃는 혜성을 보는 민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혜성, 너 언제부터...” -퍼엉!!! “까아아아악!!!” “무슨 일이야?!!” 민우가 혜성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밖에서 들리는 폭발음에 와인 파티장 안에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파티장안에 있던 남자들은 일제히 창가로 달려갔다. 파티장의 커다란 창 밖에는 활활 타오르는 별장이 보였다. “저건...” 정혁 일행이 묵기로 했던 별장이었다. 저택의 집사의 명령에 따라 일하던 웨이터들과 저택의 관리인들이 소화기를 가지고 달려 나갔고, 동완과 승민, 민우와 혜성도 따라가 불길을 잡는 것을 도왔다. 다행히 불길은 생각보다 거세지 않아 금방 불길이 잡혔지만, 이미 소화 거품과 물로 범벅이 된 별장은 더 이상 손님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소방대원들이 검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불길은 완전히 잡혔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그럼 우린 돌아가야 하나?” “안돼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일어날 화재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화재로 망가진 별장 덕분에 더 이상 머물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혜성의 목소리를 들은 정유가 크게 소리쳤다. “오빠들은 여기 있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네. 그러시죠. 편의를 위해 손님들께 별장을 제공했지만, 불편하시지 않으시다면 저택의 게스트룸을 이용하시죠.” “오빠~ 응?” 집자의 말에 정혁의 팔에 매달려 조르는 정유의 목소리에도 정혁은 대꾸하지 않은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여기서 잘 거지? 갈 거 아니지?” 결국 아무 대꾸 없는 정혁의 팔에서 떨어져 진의 옆으로 걸어간 정유가 시선을 돌린 채 묻자 진이 웃으며 정유의 이마에 꿀밤을 놓았다. “알았어. 이 고집쟁이 아가씨야.” “씨잉...” “어? 문정유 욕한다.” “아냐! 욕한 거 아냐!!!” “그럼 게스트룸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토닥거리는 정유와 진의 옆에 서있던 석현이 앞장서며 말했다. 3층에 마련된 게스트룸은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ㄱ자로 꺾어진 복도에 늘어선 게스트룸의 방문들은 정혁 일행이 머물던 별장과는 사뭇 다르게 웅장했고, 그래서 더욱 크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짙은 밤색의 원목으로 이루어진 저택의 내부에는 이미 주조명이 꺼진 채 희미한 보조 조명만이 밝혀져 있어 조금 음산하기까지 했다. “꼭 흡혈귀 저택에 온 것 같다.” 별장에서 챙겨온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창가로 다가가 이미 불타버린 별장을 내다보며 중얼거리는 혜성을 힐끗 바라 본 민우가 욕실로 들어섰다. 확실히 별장이라기 보다는 대부호의 저택 용도로 지어진 것인지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모두 고풍스러웠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진짜 혜성의 말처럼 흡혈귀의 저택처럼 음산하게 느껴졌다. 분명 저녁 식사 때나 와인 파티 때 느꼈던 저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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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집에 일찍 온 보람이 있네요ㅠㅠㅠ 드디어 본격적인 여우사냥이 시작되었네요!! 근데 민군이 혜성군에게 하려던 말은 뭘까요???? 러브님!!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혹시나하고 들어왔더니 이런 수확이 ㅋㅋ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담이야기를 기다리며 또한층 기대하고 돌아갑니다 ㅎㅎ
뭐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언제부터 뭐!! 뭐!! 뭐!!! 으악!!! 궁금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너무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정유씨 귀엽군요.
선리 후감상요~ㅎ
아. 저 민우가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가 궁금해서 따른 게 손에 안 잡혀요!! ㅜㅜ 절묘하게 끊어 버리시다니~~~~ 악!
아- 민우씨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만 걸까요? 아아- 궁금궁금!! 얼른 다음편 나왔으면 좋겠네요~ 기대됩니다~
'신혜성 너언제부터.." 이거 담은 뭐죠? ㄷㄷㄷㄷㄷㄷ... 뭐지 궁금해요~ㅋㅋㅋ
민우씨의 다음 대사가 너무 궁금해요!!!!!!!! T-T 심심해서 뒹글거리다가 그냥 들어와 봤는데 퇴마연의가!! 잘 보고 가요~ 더운 여름 날려버릴수 있는 시원한 이야기 부탁드려요~ 물론 러브러브도 좋구요 ㅎㅎㅎ
아아~~궁금해요궁금해,ㅠㅠ또 어떻게 다음편을 기다릴지,.,.에휴~~ㅎ
궁금궁금 히히히 맨날 비가 왔으면 좋겠네요.. 오우!!! 잘보고 갑니다.
뭔가 큰 일이 터질것만 같은 복선만 가득한채 담을 기대해야 겠군요^^; 서늘한거 쌩유예요~ㅋㅋ 아우!!! 워낙 더워서..........
민우님이 다음에 무슨말을 할지가 너무 궁금해요.......................................ㅠ_ㅠ저도 비오는날 퇴마연의를 보게되서 좋아요1
민우가 뭐라고 하려던거였을까요?? 갑자기 별장에 불도나고 뭔가 사건이 터질것 같은 불안감~ 마담진도 불안하고;;역시 퇴마연의는 러브님의 커팅신공!!이 빛을 발하는것 같아요~
흐음 무슨일이 일어날런지... 비가왔으면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쳤네요. 그래도 잘읽고가요~ ㅎㅎㅎㅎㅎ
민우오빠가 무슨말을 하려고 했던걸까요...궁금해궁금해궁금해!! 저택엔 왜 갑자기.....비가 오면 퇴마연의가 올라와서 좋아요 ㅋㅋ
우와... 정말 민우가 하려던 말이 궁금하네요 ㅎㅎ 건필하세요! 항상 러브님 싸랑해용ㅎㅎ!
뭘 말하려는 걸까요.ㅠ
꺄, 설마하고 들어왔는데 new보고 너무 놀랬어요 ㅎㅎㅎ 너도 궁금하네요, 민우가 하려던 말 ... 뭘까 뭘까 뭘까.............. 빨리 빨리 많이 많이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어제 비와서 쫄딱 맞았지만 퇴마연의를 볼 수 있다면!! ㅗㅗㅗ
신혜성 너 언제부터...에엑. 러브님은 역시 뭔갈 아시는분이세요. 어쩜 거기서 딱 끈어요? 담편도 기다릴께요.
민우의 뒷 말이 너무 궁금해요..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비가 안오면 다음편이 안나오는건가요 ㅠㅠ 기우제라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민우군 무슨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궁금~`ㅋ
아침 출근길에 비가 막 오길래 문득 퇴마연의 생각이 나길래 들어왔더니... ㅎㅎ 역시나... 다음편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러브님 언제 시간되시면 인물관계도 이런거 만드실 생각 없는지... 출연자가 너무 많아 가끔 헷갈려요~~ㅠ..ㅠ ㅎㅎ 건필하시고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용~~
왠지 흠혈귀가.....ㅋㅋㅋ 다음편이 얼렁 보고싶네요!!!!!
저 이 글 다 읽고 나온 말이 악!이었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고 빠져읽다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쉬움을 토로한거죠ㅋㅋ
민우군..........무슨말을 하려고했던거죠 ? 궁금해요 ㅜㅜ
민우오빠 다음말도 정말 궁금하고... 그 마담 진이라는 분 왠지 요괴삘+이번 사건의 배후삘이 팍팍 나는 걸요.
오랜만이여요.. ㅎㅎ 그래서 두편이나 올라온 것 보니까 너무 좋아요. 내용도 흥미진진....다음 편 왕 기대되요. +_+ 그럼 언제 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ㅎㅎ love님 다음에..뵈어요.
꺄악 또 새로운 편이 올려져 있네요 ㅋㅋㅋㅋ 아놔 자꾸 빠지면 안되는데 ㅋㅋㅋ 너무 재밌으니까 자꾸 빠져드는거자나요 ㅋㅋㅋㅋ러브님의 글쏨씨에 퐁당!!! ㅋㅋㅋㅋ
아 완전 재밌어요 ㅜㅜ 얼른 다음편 궁금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신혜성 너 언제부터..." - 퍼엉!!! ...... 절묘한 타이밍이네요ㅠㅠ 마담 진이라는 님 왠지 정이 안가요ㅠ 다음편 기대할께요!!~>_<
여우사냥! 누가 여우일까요?!
아..완전궁금ㅠㅠ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마담진 이상해!!!!!또 불은 왜 난거니? 저 곳은 어디야!!! 어디로 끌려 들어가는거 같아!!! ㅠㅠ 민우님 무슨말을...ㅠㅠㅠ 궁금하다!!!!!!!! 아악!!!!!!!!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담편...보고 싶구나..........ㅠㅠㅠㅠㅠㅠ언넝 돌아오세요!!!!ㅠㅠㅠ
오옹~! 밤새가면서 읽고 있어요! 하핫- 민우군의 말! 혹시 전생전생?! 궁금해요~ 얼렁 돌아오세요 ㅠ.ㅠ!!
너 언제부터.. 다들 이 멘트를 궁금해하시는군요..ㅎㅎ 저도...ㅠㅠ
혜성이 한테 무슨일이 생기는거 같애요,, 그럼 안되는데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