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찬바람이 불때면 갈비탕이 생각나네요..
울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갈비탕...
없는살림에 초등학교 5학년때 반 남자아이의 실수로 리코오더
머리부분에 오른쪽 눈을 맞아 눈흰자위가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연락을 받고 놀라 달려오신 ..
아버지는 페인트가 덕지덕지 뭍은 작업복을 입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오시고
엄마는 그나마 침착하게 혹 큰병원 가야할까봐
옷대충입고 지갑까지 들고 오셨더랬죠..
그리고 시골병원 수술이 안된다는 의사샘말에 소견서를 가지고 광주큰병원가서
바로 가자마자 수술받고 그렇게 두달을 광주삼촌집에서 학교도 못가보고 지냈내요..
퇴원하고 집으로 와서도 일주일에 한번은 병원을 가야하는터라
아버지는 항상 내손을 잡고 먼 3시간거리를 멀미를 하는
나를 데리고 병원을 두달가량 다녔네요
병원가는날이면 철없는 꼬마는 아픈것도 잊고 그저 광주가면
아빠가 또 갈비탕 사주실거란 생각에 더 들떠있었고..
왜그리 철이 없는지.. 그렇게 지내다 고1때 갑작스럽게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철없는 막내딸은 아버지의 마지막만은 집에서 보내고 싶어
서울 큰병원계시다가 맘에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엄마는 아버지를 모시고 내렸왔고
엄마가 병수발을 하실때 난 그냥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나 살기 바빴네요..
돌아가시던날 하필 엄마가 아버지 진통제가 떨어졌다고 약국가서 사오라고 하셔서
밤에 약국들려 진통제 사고 들어가던중
만화가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들어가서
기어이 열권을 보고 집에가니 아버지는
마지막숨을 가쁘게 쉬고 계셨고 전 죄책감에 울기만 했고...
그렇게 그날밤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뭐가 무서웠는지
아버지 입관하실때 무서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아버지 뵈라는 엄마의 말도 듣지도 않고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방에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하여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뵈지도 못하고 보내드렸네요..
고2때 수술한 눈에 백내장이 와서 또한번 수술을 하고 병원을 혼자 다녀야 할때
촌년이 도시가서 차타는게 무서워 1시간 거리를 걸어다니고..
병원갔다 삼촌집에 돌아가는길 우연히 길가에 갈비탕 집을 봤네요
먹고 싶은마음보다는 혼자 들어가야하는 무서움에
그냥포기하고 그렇게 치료를 받으며 살았네요...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할 무렵
난 내눈이 두번의 수술로 인해 사시경향이 있는걸 알고 웨딩포토를 찍기위해
또한번의 사시교정 수술을 받고..도합 세번의 수술과 써클렌즈로 인해
내눈은 지금 보통 사람이 보면 알지못할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눈에대한
나의 생각은 항상 난 병신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네요..
그리고 결국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장애인 수첩을 발급받았네요..
얼마전 사촌동생 결혼식날 엄마 친정오빠 울딸 나 이렇게 서울로 가는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먹는데 갈비탕을 시켰네요
울딸 국물에 밥먹일려고 내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막상 갈비탕을 보니
갑자기 아버지 보고싶어 울컥했네요 한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겨우 진정하고 먹다가 말했습니다.
갑자기 갈비탕 보니 아버지 보고싶다고 그랬더니
울엄마 너 아버지가 병원데리고 다닐때 갈비탕 아버지 용돈 쪼개고 쪼개서
니 갈비탕 사먹인거라고 눈하나 잃어버린 딸자식 결혼이나 제대로 할까싶어
짠한마음에 먹는거라도 맛난거 먹인다고 막노동까지 하시고 했다는군요...
저 할말을 잃었습니다. 난 아버지가 항상 병원 데리고 가면
늘 사주던 갈비탕이 그런 값진것인줄도 모르고 맛나게
아버지꺼까지 뺏어먹었으니.. 먹다가 울컥해서 체할뻔 했네요...
울오빠 옆에서 그러네요 사실 니가 병원다닐때 자기도 어린마음에 부러웠다네요
아버지가 항상 나데리고 병원갔다온날이면
내가 오빠에게 오늘도 갈비탕 먹었다고 자랑을 해서
자기도 먹고싶은데 먹을수가 아니 구경조차 못해봤으니..
근데난 그 갈비탕이 아버지의 피땀으로 사주신
그 갈비탕이 맛있었다고 자랑이나 하는 철없는 막내였으니...
그러면서 그날은 다들 아버지 생각에 갈비탕을 쉽게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돌아가신지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추운날 갈비탕만 보면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보고싶어 미칠것 같아 꿈에라도 뵈면 깨서 혼자 운적도 많은데..
요샌 통 제꿈에도 안오시네요... 하늘나라에서 바쁘신지...
너무 보고싶어 죽겠네요 생각만으로 눈물이 나네요..
지금은 결혼해서 딸하나 낳고 아웅다웅
알콩달콩 잘살고 있는모습 보여드릴수도 없어 더 보고싶네요...
오늘하루 종일 아버지 생각에 갈비탕이 먹고싶어
낼은 신랑보고 갈비탕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네요....
임종은 지켜드렸지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와서 진통제 놔드렸다면
조금은 편하게 가실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죄책감과 죄송한 마음에
아직까지 그게 가슴이 한이맺혀 그날이후 만화책은 안보지만
이제와 후회한들 가신분 어쩔수없어 혼자 가슴만 치고 사네요
아버지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어요..
오늘밤꿈에는 꼭 오실수 있으시죠
오셔서 제 손한번만 잡아주세요...
제가 그날 아버지 마지막날의 잘못을 빌고 용서받을수 있게 해주세요...
부디 편히 쉬시고 오늘 오실거라 믿을께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