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머지 않아 세계의 골프팬들은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를 경배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골프팬뿐만 아니라 PGA와 LPGA의 유명선수들도 미셸 위 앞에서 겸손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리라. 골프계의 양대 지존으로 추앙받는 타이거 우즈나 애니카 소렌스탐까지 미셸을 숭배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날이 반드시 오리라.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바람이나 희망사항이 아니다. 2004년 1월 15~18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그것은 증명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미셸이 참가할 수많은 골프대회(물론 PGA를 포함해서)에서 입증될 것이다.
미셸 위는 소니 오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골프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한 소녀 정도로 받아들여진 감이 없지 않다. 골프를 아는 사람들은 미셸이 아무리 골프를 잘 해도 한 때이며 골프란 어린 소녀가 간단히 정복할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셸의 장쾌한 스윙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과연 그녀가 20세 전후해 LPGA무대에서 지금 골프전문가들이나 언론들로부터 받는 찬사에 걸맞는 명성을 날릴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들이다. PGA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회의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미셸 위가 2004년 1월8일 미국 PGA투어 메르세데스챔피언십 프로암경기에 초청케이스로 참가했을 때 타이거 우즈와 어니 엘스가 한 칭찬 썩인 충고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미셸의 PGA 참가에 대해 우즈는 “자신보다 나은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어릴 때 우승의 묘미를 자주 맛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역 주니어대회에서 꾸준히 우승할 만큼 실력이 다져질 때까지 전국 대회에 나가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우승 맛을 보면 더 성공할 수 있다. 그 경험은 미셸에게 꼭 필요하다”고 덧붙여 실력으로 볼 때 아직 큰 대회에 나올 때가 아님을 지적했다.
자청해서 미셸과 라운드를 한 어니 엘스는 “어린 나이에 PGA투어에 참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셸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특히 스윙이 아름답다”고 칭찬하면서도 “여자선수들이 남자대회에 출전해 무엇을 증명해보이려는지 모르겠다”며 미셸의 PGA 도전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어린 소녀가 갖고 있는 골프의 천재성에 대한 결론을 유보하는 듯한 언론과 골프전문가들의 시각은 소니 오픈을 계기로 돌변했다. 그것은 타이거 우즈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변해가는 것과 흡사하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보인 타이거 우즈에 대한 골퍼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해 다소 유보된 입장을 보였던 언론과 골프관계자들은 우즈가 어른들이 참가하는 미국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하면서 우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최연소로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땐 동원 가능한 모든 찬사를 우즈에게 쏟고 새로운 골프영웅의 탄생을 기렸다.
골프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 있고 관찰력이 있다면, 특히 심미안이 있다면 미셸 위가 또다른 타이거 우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셸이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여자골퍼들은 물론 타이거 우즈까지 능가할 수 있는 골프의 신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읽을 수 있다.
그동안 미셸이 이룩한 화려한 기록들을 봐도 그녀가 한순간 잠깐 반짝할 선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003년 6월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코스트의 오션해먹골프코스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벌어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하면서 그녀는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리며 새로운 신화창조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1년 11세때 하와이 주니어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등 지역대회 우승은 있었으나 전미국 대상의 성인대회 우승은 처음이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녀는 USGA주관 아마추어 성인대회에서 세운 최연소기록(71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때 로라 바워의 16세)도 갈아치웠다.
그 전에 미셸은 2003년 3월 LPGA 4개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아마추어 최저타(3라운드 66타)를 보이며 공동 9위에 올라 이미 그녀의 골프실력이 지역대외에서나 우승할 수준이 아님을 입증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니카 소렌스탐이 세계여자골프를 지배하고 있지만 13세로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한 미셸은 의문의 여지없이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타전했다. 이 통신은 “이미 타이거 우즈에 비교되는 미셸 위는 엄청난 비거리, 훌륭한 컨트롤,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으로 여자골프계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고의 찬사들이 쏟아졌다. 톰 레먼은 크고 부드러운 어니 엘스(Big Easy란 애칭을 갖고 있음)의 스윙을 상기하면서 우아하면서도 힘찬 스윙을 가진 미셸에게 ‘Big Wiesy’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여성 최고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는 “미셸 위는 내가 본 최고의 골퍼”라고 했고 소렌스탐도 “미셸의 앞에는 위대한 미래가 있다. 그녀는 새로운 세대의 신호”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정말 흔들림없이 수많은 골프코스를 정복해갈 힘과 능력이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그를 칭찬하고 경탄을 금치 못한 사람들 역시 그런 의문을 떨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러나 14살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소니오픈에서 그녀는 이미 어린 골프신동 수준을 지나 있었다. 어니 엘스는 그녀와의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미셸은 여자골프를 한단계 끌어올릴 선수다. 미셸의 앞날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전년도 챔피언인 엘스는 “나는 프로 데뷔 이전의 우즈와 함께 라운드한 적 있다. 미셸과의 연습라운드는 그때의 우즈를 떠올리게 한다”며 미셸에 대한 각종 언론보도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아니카 소렌스탐을 능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LA타임스는 ‘걸 파워’라는 제목으로 “겨우 14세지만 남자프로와 싸울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보도하며 특히 스윙에 대해 “팬케이크에 붓는 시럽처럼 부드럽다”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셸의 재능과 잠재력은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고 칭찬하면서도 다만 너무 어린 나이에 힘든 도전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덧붙였다.
비록 첫 라운드에서는 2오버파, 둘쨋날 2 언더파를 기록해 한 타 차이로 아쉽게도 PGA사상 첫 여자선수 컷오프 통과라는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미셸은 그야말로 빛나는 실력을 발휘했다. 144명의 참가자 가운데 공동 80위였다. 80위에는 짐 퓨릭, 케니 페리, 제프 매거트, 스투어드 애플비, 벤 커티스, 대런 클라크가 포함됐는데 이들과 같은 타수를 기록했다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 쿠크, 스콧 호크, 애담 스콧, 노타 비게이3세, 크래그 스태들러, 스키프 캔들, 크리스 스미스, 제프 슬루먼, 매트 쿠차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쟁쟁한 선수들이 미셀 위보다 못쳤다는 말이다.
스코어도 놀라왔지만 미셸 위가 갖고 있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힘차고 우아한 스윙,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 무엇보다 골프라는 게임을 즐기는 자세 등과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잠재력에 쏟아진 언론과 유명인사들의 찬사는 차라리 경외의 헌사였다. 3,000~5,000명의 갤러리를 몰고다니는 미셀 위는 이미 골프의 여신으로 부상한 느낌이다.
PGATOUR.COM의 수석기자 데이브 쉐드로스키는 “미셸이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14세의 골프천재는 경외로운 재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미셸은 타이거 우즈 이래 가장 관심을 끄는 아마추어 골퍼로서 자리를 굳혔다”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았다”고 극찬하고 일부 비판론자, 회의론자들이 이제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AP통신도 “매우 성숙하고 강하다. 놀라운 자질을 갖추고 있다. 스타가 될 능력을 갖췄다.”(톰 레이먼) “미셸에게는 훌륭한 미래만이 있을 것”(크레이그 보든)는 선수들의 칭찬을 소개했다.
11세때 미셸을 만났던 NBC 아나운서 마크 롤핑은 “전에는 좋은 샷을 했는데 지금은 훌륭한 골프를 한다”며 성숙을 축하했다. 그녀와 이틀간 라운드 한 케빈 하야시(하와이 클럽 프로)는 “굉장한 날이었다. 14세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플레이했다”고 소감을 밝혔고 지난해 5월 뱅크 오브 어메리카 콜로니얼대회에서 소렌스탐과 두 라운드를 함께 돌았던 딘 윌슨은 라운드를 마친 미셸에게 달려가 훌륭한 플레이를 축하해주었다. “소렌스탐의 플레이를 보면 정말 멋있다. 미셸의 플레이는 거의 보지 못했지만 오늘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의 스윙은 힘차고 강력하다. 그녀의 미래는 위대하다”고 칭찬했다.
잭 니클러스, 아놀드 파머와 함께 살아있는 전설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남아공의 게리 플레이어의 캐디 출신으로, 이번에 미셸의 골프백을 메었던 보비 버웨이는 “미셸의 스윙은 내가 본 스윙중 최고다. 그녀의 플레이는 위대했다”고 극찬했고 지난해 5월 콜로니얼대회에서 아니카와 함께 라운드 했던 예스퍼 파네빅은 “그때보다 100배나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경이 그 자체”라고 감탄했다. 이때 소렌스탐은 2라운드 합계 4오버파로 컷오프에 탈락했었다. LA타임스는 “그녀가 어떤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이미 팡파레는 울린 셈”이라고 보도했다.
찬사의 홍수는 야단법석이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184cm 70kg의 이상적인 체격, 힘과 스피드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조화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스윙, 나이를 의심케 하는 훌륭한 자제력과 골프에 대한 열정, 그리고 항상 미소가 떠날 줄 모르는 아름다운 외모 등 최고의 골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완비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스윙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그녀의 곁은 떠나지 못하는 것은 스윙의 극치나 진배없는 미셸의 스윙을 보는 기쁨을 얻기 위함이다.
골프라는 스포츠의 속성상 영원한 천재가 나타나기란 정말 힘들다. 어렸을 때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가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타이거 우즈는 타고난 천재로 예외에 가깝다. 많은 경험과 정신적 성숙, 평정심 등 어린 나이에 터득할 수 없는 요인들을 많기 때문이다.
미셸은 타이거 우즈를 능가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그리고 곧 입중해줄 것이다. 14세에 저 정도의 완벽한 스윙과 코스공략을 할 수 있다면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면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골프세계를 구축해갈 것이 틀림없다.
미셸의 골프셔츠에는 “Wie Go”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고 모자 챙에는 “Michelle No Ka Oi”라는 글이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하와이말로 “미셀은 최고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미셸이 배지에 새겨진 대로 세계 최고의 골퍼로서 세계의 골프팬들로부터 경배를 받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그리고 새로운 골프역사가 쓰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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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일보 논설위원님인 방민준 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