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마임 (Pantomime)
달빛을 타고 그가 온다
얇은 먹지 한 장으로 구겨진 채,
눅눅한 소리를 내며 온다
골목 따라, 모퉁이 어둑한
소리 밟으며 벽담을 탄다
그 거뭇한 기척이 느껴지면
벽에 걸린 심장이 쿵쾅거린다
갯지렁이처럼 움직이는 그가
엷은 촉수를 내게 옮겨 붙인다
밤을 뜯는 긴 손가락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옅은 그림자가 떨면
두려움에서 벌어진 적막이
두꺼운 솜이불처럼 우릴 덮고,
앙상한 몸을 갉아 든다
딱딱한 웃음을 조각하는
침묵이 멈추고, 그는
갯지렁이로 돌아간다
그의 저주스러운 아름다움,
절규하는 비애마저
사랑하게 만드는 달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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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좋다^^ 그의 옅은 그림자가 떨면 : 그의 를 뺄 것^^ 중간 부분, 시제 일치를 시켰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