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한 흥분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소리를 지르다 기절까지 하는 형태가 있고,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는 형태가 있다. 전자의 경우 그 음악의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주로 저음이며, 예를 들면 윤도현의 라이브 무대 같은 것이다. 후자의 경우 그리하는 것은 주로 중음 이상 대역이며, 예를 들면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같은 것이다.
가정에서 오디오를 들으며 기절까지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현장에서의 그 음압, 즉 현장적인 저음을 위해 강력한 서브우퍼를 여러 대 동원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눈물을 흘릴 수는 있을 것 같다.
트위터는 스피커 시스템에서 고음, 특히 그 배음을 담당한다. 바꿔 말해 연주나 가창에서의 미묘한 분위기 차이를 모니터링한다. 만약 트위터가 없다면 밀스타인인지 셰링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 음악정보가 바흐의 파르티타임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미묘한 분위기 차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연주자나 가수의 분위기에 빠져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트위터는 한 스피커 시스템의 특징을 가장 크게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트위터의 재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스피커 시스템을 지칭한다. 즉 트위터가 실크 트위터면 실크 시스템이 되는 것이고, 리본 트위터면 리본 시스템이 되는 식이다.
물론 실크 트위터는 콘의 재질이 헝겊인 트위터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실크 트위터를 만드는 유닛업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는 덴마크의 스캔스픽이다. 오늘날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실크 시스템으로서 스캔스픽 트위터를 채용하지 않은 시스템은 매우 드물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현대는 마케팅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만큼 제품이 충실했기 때문에 한 세대 이상에 걸쳐 꾸준히 팔렸다고 해야 옳다.
스캔스픽을 대표하는 트위터를 몇 가지 꼽는다면 나는 D2010/8513, D2905/9900, R2904/7000-05를 꼽고 싶다. 1970년도 스캔스픽이 창설된 이래 이 트위터들은 매 단계마다 오디오의 한 유행을 이끌었고, 그것도 거의 분수령 격으로 이끌었다. 해서 오늘은 먼저 D2010/8513에 대한 얘기다.
유닛업체의 일차적인 주요 고객은 그 유닛을 사서 스피커 시스템을 만드는 시스템 업체다. 즉 스피커 시스템 회사를 차릴 정도로 스피커에 대해 나름대로 자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상대가 이러한 전문가일 때 일반 소비자에게 뻠뿌하듯 뻠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원음의 향연’이라던가 ‘음악성이 넘친다’던가 하는 주관적인 표현, 또는 광고적인 표현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해서 아예 그런 식의 말 자체를 누구도 꺼내지 않고, 오히려 꺼내는 사람을 웬 호구!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단지 유닛업체 사람이 뭐라고 말하면 시스템 업체 사람은 ‘알았어, 내가 판단할게’ 정도가 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트위터가 30년 이상 계속해서 팔리기란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그 경쟁업체에서 반드시 그에 필적하는 트위터를 더 좋은 조건으로 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D2010/8513은 지금까지 30년 이상 동안 팔리고 있다. 이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장수할 거라고 예상한다.
일반적으로 트위터의 진동판, 그 콘지의 지름은 1인치다. 이에 반해 D2010/8513은 3/4인치다. 진동판은 크기가 작을수록 화각이 좁다, 청감적으로 이것은 단정함이나 아기자기함, 수수함 등으로 작용한다. 즉 화사한 광채라던가 생동감은 약간 줄어든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인 3/4인치 트위터들 얘기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 영국을 주축으로 한 유럽제 소형기들이 전 세계 오디오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던 시절이 있다. 하베스나 로저스, 스펜도어, KEF 등이 그 대표였으며, 여기에 디아파송이나 로이드, 프로악이나 루악 등이 가세하는 식이었다. 이때를 마니아들은 브리티쉬 사운드의 황금기, 또는 유럽제 소형기의 황금기란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운드의 만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D2010/8513이었다. 3/4인치 트위터답게 단정하고 아기자기했지만, 전 시대와 차등될 만큼의 생동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멍청하면 사실상 튜닝이란 것의 의미가 사라진다. 이미 말했지만, 트위터는 음악의 분위기를 관장한다. 즉 트위터가 멍청하면 이리 튜닝해도 그런 분위기, 저리 튜닝해도 그런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결과 시스템 브랜드들끼리의 차별화가 그만큼 덜 이뤄질 수밖에 없다.
D2010/8513은 KEF나 TDL 등 몇몇 영국제 트위터가 갖고 있지 못했던 생동감을 갖고 있었다. 실로 좋은 대안이었다. 이제는 자리를 완전히 잡고, 더욱 더 발전하는 CD 음원까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CD가 들려주는 재생음은 LP가 들려주는 재생음과 비교할 때 2010년인 지금까지도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노앰프 탓이었든 바늘 탓이었든 저음 특성은 CD 쪽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이에 맞춰 미드/우퍼는 여러 가지가 개발되었다. 노르웨이의 시어스나 프랑스의 오닥스가 이 작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이 와중에 페이퍼뿐이었던 미드/우퍼의 콘지에 다양한 소재가 도입되었다. 당연히 기존의 페이퍼콘들 역시 CD의 다이내믹함을 수용하는 쪽으로 개량되어야 했다.
하지만 미드/우퍼가 개량되었다고 해서 스피커 시스템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시스템은 밸런스이기 때문이다. 즉 그렇게 새로 개발된 미드/우퍼에 D2010/8513이 매우 적합하게 매칭되었다는 것이다. 이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가 하면, 프로악 같은 브랜드는 아직도 이때 개발한 2웨이를 현역으로 팔고 있을 정도다.
위 그래프는 스캔스픽이 스캔스픽 홈피에다 올려놓은 D2010/8513의 주파수응답특성이다. 아래 그래프는 내가 측정한 주파수응답특성이다. 기본적으로 그 경향은 동일하다. 스캔스픽은 공개를 위해 피크와 딥을 최적의 위치에서 최대한 평탄해 보이도록 했을 것이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한번만 계측했을 뿐이다.
물론 이 트위터는 시스템으로 제작시 아무렇게나 해도 쉽게 소리날 수 있는 그런 스펙은 아니다. 프로악 2.5, 다시 말해 이 트위터가 채용된 그 2.5는 오디오리서치나 BAT 같은 진공관 앰프와 매칭 좋다는 말도 상당 부분 트위터의 이러한 피크로 인해 나온 말일 것이다. 이 말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보다 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합의된 의견은 대부분 스펙과 동일하다.
첫댓글 어렵습니다....
참 좋은 트위터입니다.
여타 상위 트위터에 비해서 값도 무척 저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