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한 남강변 대숲서 자연 만끽 - 식물원-메타세쿼이아-동물원 등 - 경남수목원 1시간 산책코스 추천 - 실안 일몰·삼천포대교 야경 좋아
주말이면 가족과 나들이를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스럽다. 그렇게 멀지 않고 역사 탐방과 휴양을 겸한 여행지를 가고픈 생각이 든다면 경남 진주를 추천할 만 하다.
진주 촉석루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주시 무형문화재 토요상설공연'이 무료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진주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이반성면 경남산림환경연구원의 수목원에서 산책도 할 수 있다. 해가 질무렵 사천 실안에서 일몰과 창선삼천포 대교에서 야경도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하다.
■촉석루에서 예술의 향기를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진주 촉석루에서는 '진주시 무형문화재 토요 상설 공연'이 열린다. 진주 검무는 목이 붙어 있는 칼로 춤을 추는 것으로, 남성적인 호쾌함과 여성적인 섬세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촉석루는 공연장으로 바뀐다. 진주검무를 비롯해 진주 오광대, 진주 포구락무, 진주 삼천포 농악을 이곳에서 보여준다. 보통 누각은 올라가보지 못하고 곁에서 보기만 해야 하는데 직접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게다가 누각의 지붕이 있으니 그늘이 있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거기서 우리 음악과 춤을 즐기니 더욱 흥이 났다.
진주 검무는 색동 한삼을 들고 춤을 춘다. 196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받았다. 보통 8명이 춘다고 해서 진주팔검무라고도 부른다. 남색 치마에 옥색회장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겉은 짙은 남색이고 안은 붉은색인 전복을 덧입는다. 아래가 트인 긴 조끼 같은 전복을 연두색의 사대로 허리춤에 고정해 둔다. 이 복색은 군졸의 것을 본뜬 것으로 진주 검무의 남성적인 기개도 표현해 준다.
진주 검무는 다른 검무와 달리 목이 꺾이지 않는 칼을 사용한다. 여배우 하지원이 황진이로 열연한 KBS2 드라마 '황진이'에서 추었던 검무에는 목이 꺾여 찰캉대는 소리가 나는 칼로 춤을 춘다. 진주검무보존회 김태연(66) 회장은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목이 꺾인 칼은 손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동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목이 꺾이지 않는 칼을 쓰기 때문에 손목의 움직임을 연마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연에서도 보다 남성적이며 호쾌한 춤사위가 가능했다.
장단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알리는 박이 짝 소리를 내자마자 색동 한삼을 끼고 대형을 이동하는 부드러움 춤사위가 시작된다. 이어 한삼을 빼고 나서는 움직임이 좀 더 빨라진다. 그리고 전복을 허리 뒤로 묶더니 전복의 자락을 잡고 앉아서 쓸기도 하고 뒤로 날리기도 하는 전복 자락사위를 선보였다. 하이라이트에 이르자 칼을 들고 원을 그리며 앉았다 일어서면서 도는 연풍대가 펼쳐졌다. 팔과 다리의 큰 움직임이 호쾌한 기상을 보였고 날리는 치맛자락에서 여성적인 미도 느껴져 무척 매력적이었다.
진주검무보존회 유영희(67) 이사장은 "진주 검무는 장단의 변화가 많다. 움직임이 무척 크고 대단히 호쾌한 춤이다. 복색의 아름다움과 함께 칼을 가지고 보여주는 남성적인 매력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한켠에서는 한국 오성다도회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차(茶)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식으로 절편도 마련해 관람객들의 입까지 즐겁게 해줬다. 가족과 나들이를 온 신석원(43·경남 진주시) 씨는 "딸 아이의 사생대회 때문에 왔다가 아이가 꼭 보고 가자고 해서 참석했다. 역사교육이 자연스럽게 되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남강변의 대숲 산책
토요 상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오성다도회에서는 차와 다식을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촉석루 건너편과 의암이 보이는 남강변에는 대나무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평지라 유모차를 끌고 걷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양쪽으로 빼곡히 솟아있는 대나무가 그늘을 드리워 더위를 피해 걸을 수 있다. 야간에는 죽순 모양의 조명이 마련돼 있어 해가 지고도 문제가 없다. 강 건너편에서 음악이 들려오고 촉석루와 의암을 멀리 떨어져서 감상하는 눈맛도 시원하다.
■경남산림환경연구원 수목원
경남산림환경연구원 수목원 안에는 동물원도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코스는 시간대 별로 다양하다. 1~4시간 코스 모두 가능하므로 동반 가족의 체력과 방문시간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1시간 정도의 산책코스가 적당하다. 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가능하다. 입구를 통과해 연대식물원, 화목원, 방문자센터, 잔디원, 메타세쿼이아, 분수대, 동물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1시간 정도면 된다. 그 중에서도 메타세쿼이아가 양쪽으로 줄지어 심어진 산책로는 그늘이 있어 산책하기에 더욱 좋다. 중간중간에 나무로 만든 덱이 설치돼 있어 나들이 가족들은 돗자리를 펴고 좋은 공기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곁은 넓은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있었다.
분수대는 6월~9월 기간의 주말과 공휴일에만 가동된다. 하루에 세 차례. 낮 12시, 오후 1시, 오후 2시에 각각 시작해 40분간 물을 시원하게 뿜어낸다. 도착시간을 잘 맞추면 분수대에서 시원하게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이곳을 지나 만나게 되는 동물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특히 인기가 있는 동물은 미어캣으로, 무리 중 하나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망을 보고 나머지는 굴을 파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조, 공작,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어 관찰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하절기인 3~10월에는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인 11~ 2월에는 오전9시~오후 5시까지 운영하므로 입장시간과 돌아볼 시간을 고려해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바람직 하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군인 1000원, 어린이 500원. (055)254-3811
■가는 길과 당일 코스
진주 남강변을 따라 조성된 대나무숲.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오전 중 부산에서 출발해 남해고속도로의 진성 IC로 빠지면 된다. 그 곳에서 이반성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경남수목원 표지판을 보고 10분 정도 더 달리면 수목원에 닿는다. 1~2시간 수목원에서 시간을 보낸 뒤 진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부터 남강 옆 촉석루에서 진주시 무형문화재 토요상설 공연을 관람한다. 취재 당일에는 촉석루의 공연부터 관람해 수목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빠듯했다.
오후 4시 정도에 공연을 마치면 남강변을 따라 조성된 대숲에서 산책을 한 뒤 저녁을 먹고 사천 실안에서 일몰을 즐길 수 있다. 요즘 일몰은 오후 7~8시 사이가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실안까지 가는 30분을 잘 계산해 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라면 창선삼천포대교의 야경까지 보고 오기를 권한다. 부산에서 진주까지는 승용차로 1시간30분 정도이므로 당일 코스의 가족 여행으로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