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의학의 도를 말하다
생강 한 쪽이 산삼보다 낫다
ㅡ 최진규(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옛날, 어느 고을에 한 장수촌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특별히 오래 사는 한 집안이 있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120세, 그 노인의 아들은 102세, 그 노인의 아들은 70세, 그 노인의 아들은 40살, 그 아들은 22살, 그 아들은 3살로서 모두 6대가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부자가 살았다. 돈이 몹시 많아서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창고에는 돈과 재물이 가득 쌓여 있고 또 아들이 현청의 관리인 까닭에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누리고 있었다. 부자는 돈과 권력을 지닌 채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었다.
어느 날 부자는 보물을 많이 갖고 오래 사는 집을 찾아가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한테 말했다.
“당신의 집안은 대대로 장수한다고 들었소. 그 비결을 좀 가르쳐 주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소.”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우리 집안에 전해 오는 특별한 장수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나는 지금 밭에 일하러 가야 합니다.”
노인은 괭이를 들고 밭으로 일하러 가버렸다. 부자는 몹시 실망하여 보물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자는 오래 사는 노인이 장수비결을 일부러 가르쳐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날 있었던 일을 편지로 써서 현청에 관리로 있는 아들한테 보냈다. 편지를 받아 본 아들은 몹시 화가 났다. 아들은 그 지방을 다스리는 하급관리한테 반드시 그 집안의 장수비결을 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급관리도 장수비결이 탐이 나서 곧 나이가 가장 많은 노인을 관청으로 불러들였다.
“너희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장수비결이 있다고 들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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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안에 장수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희 집안은 대대로 장수를 누리고 다른 집안은 그렇지 못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수명은 하늘이 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비결을 말하지 않으면 목을 베어 버리겠다. 빨리 그 비결을 말하라!”
“정말로 우리 집안에는 감추어 둔 장수비결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안에서는 모든 가족이 날마다 무즙과 생강즙을 마시고 고기를 먹지 않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 말고 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관리는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다.
“나는 너보다 늘 좋은 음식을 먹고 편하게 사는데 너희들보다 장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꾸물거리지 말고 감추어 둔 비결을 말하라.”
“목이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없는 것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발 분노를 풀고 저를 돌려 보내주십시오.”
관리는 몹시 화가 나서 노인을 감옥에 가두었다. 나이가 120살이 된 노인이 감옥에서 고초를 겪다 보니 한 달 뒤에 감옥에서 죽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노인의 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서 관청의 벽에다 붙였다.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으면
밤에 자기 전에 무즙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강즙을 마셔야 하네.
고기와 생선을 먹지 말고
채소를 많이 먹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자며
많이 걷고 열심히 일해야 하네.
관리는 그 노래를 몇 번이나 읽어보았지만 그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관리는 의사를 불러서 함께 장수마을로 가서 조사를 해 보기로 하였다. 관리는 먼저 장수하는 집안의 이웃을 찾아갔다.
“저 집안 사람들이 왜 장수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가?”
“잘 모릅니다. 운이 좋았겠지요.”
“저 집안에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우리와 꼭 같은 것을 먹습니다. 다만 고기와 생선을 전혀 먹지 않고 날마다 밤에 무즙을 마시고 아침에는 생강즙을 마십니다.”
“저 집안 사람들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가?”
“해가 저물면 저녁을 먹고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서 마을을 3-4바퀴 돌고 와서 생강즙을 마시고 반 시간 뒤에 아침밥을 먹습니다.”
관리가 이웃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노래에 적힌 내용과 이웃 사람들의 증언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감옥에서 죽은 노인한테 죄가 없다는 것을 온 고을에 알리고 노인의 가족들한테 상금을 후하게 내렸다. 그리고 온 고을에 사는 백성들한테 무와 생강을 먹고 장수하는 방법을 널리 알려 실천하게 하였다. 그 뒤로 그 고을에서는 백 살이 넘도록 오래 사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낡은 살을 없애고 새살이 돋게 하는데 제일
우리 조상들은 생강을 모든 독을 푸는 해독제로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조상들이 만든 약 중에 강부탕(薑附湯)이라는 약이 있는데 생강과 부자(附子)를 같이 넣고 달인 탕약이다. 강부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가 좋은 약이다. 부자에는 독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부자를 먹으면 온 몸의 혈관이 터져서 죽는다. 옛날에 임금이 죄를 지은 신하한테 내리던 사약(死藥)이 부자였다. 그러나 부자를 생강과 같이 달이면 부자의 독성이 줄어들고 성질이 순해져서 약성이 아주 좋아진다. 부자의 열독(熱毒)을 생강이 중화하는 것이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면역력을 늘려 준다. 모든 전염병이나 감기 같은 병은 체온 저하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체온이 낮아지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그 틈을 타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하여 병이 나는 것이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면역력을 늘리고 온갖 질병을 예방한다.
생강은 온갖 약재의 약성을 서로 조화하고 순하게 하고 독을 푸는 기능이 있다. 생강은 성질이 뜨거운 부자를 만나면 부자의 열을 내려 주고, 설탕처럼 성질이 차가운 것을 만나면 그 차가운 성질을 없애 준다.
이를테면 반하(半夏)라는 약초가 있는데 독이 아주 많다. 콩알 만한 반하 두세 개를 먹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반하는 담(痰)을 삭이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반하를 달일 때 생강을 같이 넣고 달이면 반하의 독성은 없어지고 약성만 남는다. 또 반하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 생강을 먹으면 해독할 수 있다. 생강은 반하의 독성 뿐만 아니라 식중독, 복어독, 뱀독, 지네독, 옻독 같은 온갖 종류의 독을 풀 수 있다.
임산부한테는 마땅히 쓸 만한 약을 찾기 어렵다. 산후(産後)에 임신중독으로 인해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눈이 안 보일만큼 부었을 때에도 생강 한 가지만을 물로 달여서 먹으면 부은 것이 금방 내린다. 다른 어떤 약을 쓰는 것보다 효과가 빠르다. 예전에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서 단백질 부족으로 부항이 들어 피부가 누렇게 뜨고 퉁퉁 부었을 때에도 생강탕을 열 첩만 먹으면 씻은 듯이 부기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생강은 동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발에 동상에 걸리면 겨울철보다는 이른 봄철 추위가 풀리기 시작할 때 가려움과 통증이 더 심해진다. 발이 몹시 부어올라서 구두나 고무신 같은 것을 신을 수 없고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발을 손으로 한 번 누르면 쑥 들어간 손자국이 한 시간 이상 남아 있고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증상에도 생강탕을 먹으면 일주일 안에 동상이 낫고 부기가 싹 빠진다.
또 여름철에 상한 음식이나 찬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이나 식중독, 황달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에도 억지로 입을 벌리고 생강즙을 몇 숟가락 떠 먹이면 곧 정신이 돌아온다.
홍역으로 인해 열이 치솟을 때에도 생강이 좋은 치료약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대로 열로 열독을 푸는 것이다. 홍역으로 인해 열이 40도 넘게 올라갈 때에도 생강탕을 먹이면 열을 세기 전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한다.
생강은 번식력이 아주 뛰어난 식물이다. 손가락 한 마디만한 뿌리 한 조각을 밭에 심어 두면 옆으로 한 마디씩 한없이 뻗어나가서 큰 밭 하나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이처럼 생신력이 강하고 잘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생강은 거구생신(去舊生新) 곧 낡은 살을 없애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데 제일 좋은 약이 된다.
옛날에는 여자들한테 유종(乳腫)이 많이 생겼다. 유종으로 인해 젖통이 곪아서 고름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