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미 수필가 수필선집 『남편의 그녀』 독서토론회
- 이용미 작가의 말
현대수필가 100인 선에 뽑히기를 바라면서도 언감생심, 그 많은 사람 중에 내게 기회가 올까?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는데 행운이 찾아와 기쁜 마음으로 그간 출간된 것 중에서 고르고 준비한 몇 편을 보탰다.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부끄러운 글들이다. 특히나 특별나게 좋아하는 남편도 아니건만, 그런 남편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라 더 그렇다.
내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뱅뱅 돌다 보니 그럴 수밖에. 내 한계임을 어쩌랴. 다음에는, 다음에는 해봐도 아마 똑같지 않을까?
그래도 버리거나 팽개치지 못하는 글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운명일는지.
- 최화경 작가의 감상 및 질문
이용미 수필가의 『남편의 그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용미 선생님의 ‘남편의 그녀’는 신간이 아니고 현대수필 100선입니다. 잠깐 발행 취지에 대해 읽어보겠습니다.
“시대적 추세에 힘입어 수많은 수필 전문지 수필 동인지가 창간되고, 이에 비례하여 신진 수필가도 날로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그 많은 작가, 그 많은 작품 중에서 문학성 높은 작품을 읽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수필가 100인을 선정하고, 작가가 자선한 40편 내외의 작품을 수록한 문고본을 발간하여 이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고자 만든 현대 수필가 100 인선입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자랑스러운 책이죠. 이 현대 100 인선 수필집은 작년에 김재희 씨도 선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22쪽 <남편의 그녀>입니다.
매우 드라마틱한 설정인 것 같고 독특한 방법의 수필 쓰기 같은데 그만큼 남편의 속내를 잘 안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만만하고 남편에 대한 든든한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기 삶을 사랑으로 껴안아 버리는 이용미 선생님 남편의 숭고함이 더 느껴지는 작품으로 읽었습니다.
선생님, 이 작품을 읽은 남편의 품평이나 반응은 어떠했는지 기억나시나요? 듣고 싶습니다.
66쪽 <새엄마>와 109쪽 <이젠 노을이다>입니다.
아무리 진솔한 얘기가 본질인 게 수필이라지만 치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새엄마>, <이젠 노을이다> 이런 작품들은 좀 힘든 소재라고 보는데 어떻게 이런 수필 쓰실 생각을 하셨는지요? 그리고 남편이나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62쪽 <격세지감>입니다.
이 수필의 말미 “그 옛날 곰티 날망에서 꼬부리고 들여다보던 달맞이꽃이 토 오 톡 피는 소리가 날까 귀에 휴대폰을 대본다.” 이런 대목이 있는데 정말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토~오~톡 났나요? 저도 듣고 싶네요.
<금붕어가 되고 싶다> 84쪽에 있는 작품인데요.
이 수필에 이용미 선생님이 버럭버럭 화를 냈다는 얘기, 온갖 짜증과 심술을 다 부렸다는 대목이 있는데 제가 알기론 이용미 선생님은 푸근함과 차분함의 대명사처럼 보이는데 이때는 굉장히 힘드셨던 것 같네요. 그 작고 미미한 금붕어에서 위안받을 수 있었던 겸손함이 이용미 선생님의 본성인듯해 가슴이 찡했습니다. 금붕어의 망각 지수가 3초라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정말인지요?
80쪽에 <채송화>인데요, “채송화는 여름철 내내 땅바닥을 화려하게 수놓으면서도 지치지 않는 꽃이다.” 맞는 것 같습니다. 이용미 선생님을 가장 잘 표현한 듯합니다. 10여 년 전에 저도 <여자, 채송화>란 제목으로 이용미 선생님 얘기를 수필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깐 읽어볼게요.
“그 여자는 유정하다. 다정다감하고 푸근해서 여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목화밭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채송화란 별명답게 뭐든 작고 앙증맞은 여자의 모든 것 중에 가장 큰 게 있다면 그건 마음자리일 것이다. 여자가 표현하는 모든 푸근한 것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맞장구다.”
이렇듯 이용미 선생님의 수필에선 여러 작가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읽게 된다. 신산한 삶인가 싶으면 어느 순간 로맨틱한 드라마가 되는 자신의 이야기, 술 마시는 친정어머니의 비애, 은가락지 사연, 금붕어가 되고 싶은 이야기, ‘그 사람’으로 불리는 선생님의 남편, 분홍빛 연가의 아스라함. 선생님의 세월엔 전설 같은 아득함이 있다. 소설 속에서 막 뛰쳐나온 듯 현실 같지 않은 선생님의 배경은 선생님이 쓰고 다니는 많은 모자만큼이나 다양하고 진솔하면서도 극적인 소설 같은 수필 기대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이용미 선생님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재희 작가의 감상 및 질문
글 전체의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솔직한 내면이 그대로 녹아 있는 글들입니다. 그런 솔직한 면이 제일 부러웠습니다. 그 한 예로 술 이야기였는데 ‘어쩌면 그렇게 술을 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먹는데도 얼굴 어느 한 부분도 붉어지지 않는다니 그 천연덕스러운 표정이 얄미울 정도입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술 한 잔에 온몸이 후끈거릴 정도이니 먹고 싶어도 금기사항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어찌 술 이야기뿐이겠습니까.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꿋꿋함이 스며 있으니 왜소하면서도 야무진 성격 그대로임을 증면하는 글들이 참 마음에 듭니다. 야무지기만 하면 재미없는 성격이지만 크림 같은 부드러운 면을 겸한 속내이니 어찌 멀리할 수 있는 존재이겠습니까. 그 내면이 옴팡지게 스민 글임을 느낍니다.
많은 글 중 왜 하필이면 술에 관한 이야기를 맨 앞에 두었는지 조금 궁금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생활에서 좋은 면을 앞에 넣으려 하는 편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술 이야기가 나쁜 의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에 좀 특이한 사항이라서요, 궁금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최화경 작가님의 간추린 글을 읽고, 이용미 수필가님의 수필을 챙겨 읽고 싶은 생각에 불이 당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