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사진편지 제 1129호 (09/1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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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U자 걷기 (제4구간) 후기
-11월 7일 (마지막 날)-
11월 7일 (토) 맑음
제 4구간 걷기 마지막 날이 밝아 왔습니다.
이날 오후, 우리는 제4구간 최종 목적지이며, 동해안 길 맨 마지막 지점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골인하게 될 것입니다.
되돌아 보면 2008년 4월 7일(월)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를 출발한 이후 2년간에 걸쳐 강릉, 동해, 삼척, 울진, 영덕, 포항, 울산을 거쳐
동해안 길 약 600 여km, 1500여리를 꼬박 24일동안 걸어서 우리는 11월 7일, 드디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한반도의 동해안 쪽 바닷가 길을 우리는 2년 동안 꾸준히 걸어서 동해안 구석 구석에 도장을 찍듯 우리 모두의 발자국을 남기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만일 발자국을 남긴대로 땅을 가질 수 있다면 600km에 달하는 동해안 벨트의 땅은 모두 우리 '한사모'의 땅일 것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었습니다.
감회가 깊고, 일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이날, 11월 7일,
하늘도 그 넓고 푸른 스크린을 깨끗이 닦고 우리를 내려다 보며 축하하는 듯 최고의 날씨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번 제4구간 걷기에서 일주일 내내 좋은 날씨, 감사합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의 망구와 태기 40여명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것이 이날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마음 먹고 뜻을 모은 일들이 머리 속에만 머물면 아무것도 되는게 없지만 만일 그것을 행동으로 실행한다면 언젠가는 그 작품이 완성되어 우리가 볼 수 있는 형체로 다가 온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일찍 잠이 깨어 8층, 객실에서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 외롭게 버티고 서 있는 고목나무를 내려다 보며
아! 마침내 오늘이 왔구나 생각하니 지나간 2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좋은 생각을 머리 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저를 믿고 저와 더불어 모든 어려움을 잘라내면서,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해온 40여명의 망구와 태기가 장하고 위대하고 멋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과 노후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복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호텔 3층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내려와 현관 앞에서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친절하게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해주고 도와준 이 호텔 고미정 이사님이 밖으로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호텔을 출발해서 조금 걸으니 다시 14번 국도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부산이 가까워 오니 가끔 인도가 나오고 갓 길도 좋은 곳이 있어서 어제 보다는 한결 걷기가 낫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은 미역과 멸치가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기장군청 앞에 도달하자 거대한 청사 앞 계단에 국화를 하트 모양으로 장식해 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쉬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참을 더 걸어 기장 시내로 진입해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예약해 놓은 '신라 해장국집'을 찾아 갔습니다.
이날 해장국 점심은 맛이 좋았고 이 맛좋은 점심은 유머학교 교장으로 우리를 일주일 내내 즐겁게 해주신 허필수 회장님이 베풀어 주셨습니다.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으로서 항상 여러가지로 배려하며 솔선해서 봉사해 주시는 허필수 회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점심을 들고 조금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조병국입니다. 지금 어디 쯤 오고 계십니까?"
부산 시내의 중등학교 정년퇴임 교장 선생님들의 등산 모임인 목요등산회 조병국 회장님의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조 회장님을 비롯한 황하순 총무님등 '목요등산회' 회원님들은 우리 '한사모'와 꽤 인연이 깊습니다.
지난 2007년 3월1일, 제8회 해운대 주말걷기 시에 목요등산회 회원 37명이 우리와 처음 만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송정 해수욕장까지 함께 걸었고 송정에서 성대한 뒤풀이도 베풀어 주셨습니다.
부산 해운대-송정 걷기 (2007.3.1)
그 때 조 회장님이 "당신 멋져"라고 건배를 제의한 것을 배워 우리 서울 주말걷기 뒤풀이에서도 "당신 멋져"가 일반화 되었습니다.
서울 북한산 걷기 (2007.6.13)
그 뒤 6월 13일, 우리가 부산 목요 등산회원 17명을 서울로 초청했고, 그해 10월 25일, 부산 팀은 서울 팀 7명을 다시 부산 이기대 걷기에 초대해 주었습니다.
부산 이기대 걷기 (2007.10.25)
그리고 2008년 5월30일, 부산 팀 18명을 제65회 남한산성 주말걷기에 초청하여 우리와 함께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정을 돈독히 한 바 있었습니다.
남한산성 걷기(2008.5.30)
이번 제4구간 걷기에서는 우리가 부산 광역시 관내를 걷게 되기 때문에 조병국 회장님과 황하순 회원님 등이 우리가 걸을 코스와 숙소, 식당 등의 정보와 자료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답사해서 저에게 제공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 지난 10월, 제3반의 현장 답사 시에는 해운대에서 답사팀을 기다렸다가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고, 숙소도 마련해 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와 주시고 조언해 주신 정말 의리있고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잊을 수 없는 분들입니다.
'목요등산회'의 '한사모'제3반 현장 답사팀 위로회(2009.10.8 밤)
이날 밤 우리가 묵게 될 '아르피나 유스호스텔'도 조 회장님이 교섭해서 저렴하게 예약하여 주신 곳입니다.
이날 우리가 부산 해운대로 걸어오는 것을 알고 조 회장님을 비롯한 10여명의 회원님들이 추억이 깃든 송정까지 우리를 마중 나오신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감동적인 해후가 될 것입니다. 감격적인 만남을 위해 저는 미리 이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회원님들에게는 일부러 알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 회장님께 " 지금 신라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오후 1시에 출발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점심 식사 식당에서 부터는 거의 인도를 따라 걸을 수 있어 마음이 편했습니다.
오후 1시 반경, 송정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시내 버스 종점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조 회장님과 열 분도 넘는 목요등산회 회원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손을 흔들며 달려와 반갑게 포옹하며 뜨겁게 환영해주었습니다.
우리 걷기 팀은 모두 놀랬고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저는 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 후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찡하며 눈가에 물기가 고입니다. 정말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도 그 고마움을 다 전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 자신들과 아무런 이해 관계도 없는 우리를 이렇게 자신들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먼 거리까지 마중 나와 따뜻하게 맞이해 줄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번 제3반과 함께 와서 과분한 대접을 받고 한 달만에 다시 만난 조 회장님과 황 총무님의 손을 잡고 오래 놓지 못했습니다.
거기서부터 해운대까지는 약 8km 정도의 거리였습니다.
이제 해운대까지 가는 것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산 목요등산회원님들이 앞장 서서 우리를 안내하는 대로 뒤 따라 가기만 하면 되었기 떄문입니다.
동해안 마지막 대목의 길을 부산의 목요 등산회원님들과 함께 걷게 되어 더욱 뜻이 깊었고 마음 흐뭇하였습니다.
몹시 피로에 지쳐있던 우리 걷기 팀도 그들을 만나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었고, 훈훈한 사람냄새에 가슴이 푸근해졌습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조 회장님 일행은 우리를 3년 전에 함께 걸었던 그길로 안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길은 왼편 밑으로 동해바다와 동해남부선 철도가 내려다 보이고, 오른 쪽 위로는 유명한 달맞이 길이 지나가는 부산의 환상적인 산책로 'Moon tan road' 였습니다.
일광욕 길이 아니라 낭만적인 '月光浴 길'이었습니다.
햇빛은 강하고 밝고, 센 빛이며 남성적인 빛입니다. 그러나 달빛은 여리고 부드럽고 시적이고 낭만적이어서 그리움의 빛이고 여성적인 빛인 것 같습니다.
햇빛에 타면 검게 변하고 화끈거리지만 달빛에 타면 더욱 예뻐지고 부드러워 질 것 같기만 합니다.
아직 달빛은 흐르지 않았지만 솔밭 길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근래 수해로 군데군데 산책로가 끊어져 몇 군데 험한 길이 있어서 많이 지친 우리 팀을 이 길로 안내한 조 회장님은 어려운 대목이 나올 떄 마다 퍽 미안해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해운대로 가는 지름길이고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갓 길도 없으며 구불구불 돌아서 가는 달맞이 길을 피해 갈 수 있는 조용한 길이어서 부득이한 선택이었고,
우리를 실질적으로 돕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었기 떄문에 조 회장 님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걷기 도중, 오랜만에 만난 부산의 양영춘 회원님으로부터 부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 금년에 많은 고생을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서울의 큰 병원에도 다녀 갔다는데 아무 도움도 못된 것이 안 되었고 미안했습니다. 그저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구덕포, 청사포, 미포 3포를 지나 해운대 백사장이 내려다 보이는 달맞이 고개길 끝자락의 나무 보도 위에 섰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곧 어두어질 것에 대비해서 골인 지점으로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어두어지면 골인 기념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지기 떄문이었습니다.
모두 지쳐있었 때문에 힘들어 했으나 서로 독려 해서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 끝에 보이는 웨스틴 조선호텔 앞까지 신속하게 이동하였습니다.
드디어 오후 5시 10분, 우리는 제4구간 목적지이고 동해안 최종 목적지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끝에 골인했습니다.
회원님들은 지난 일주일 간의 피로도 잊은채 서로 얼싸 안고 감격적인 골인을 기뻐하며 서로 축하했습니다.
짧지만 이 순간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걷는지도 모릅니다.
제 4구간 전 코스를 완벽하게 인도한 제3반 신원영 반장님과 김태종 위원님의 임무완수 기쁨
윤종영 고문님이 계단의 높은 곳에 올라서서 제4구간 완주를 축하하고, 최종 목표인 임진각까지의 골인을 염원하며 목요등산회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사하는 만세 3창을 했습니다.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의 감격과 기쁨은 우리 모두의 끈질긴 노력과 단합과 배려와 주변의 많은 아름다운 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값진 결과였습니다.
서울과 부산 회원 합동 기념 사진
골인 지점에 미리 와서 기다렸던 부산 해강고등학교 이주형 연구부장님이 우리들의 골인 기념 사진과 스냅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이주형 님의 관심과 배려와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이날 저녁 식사는 제4구간 완주를 축하하는 만찬으로 부산 외국어 대학교 류선규 총장님이 해운대의 유명한 식당 '외식일번가'라는 불고기 집에서 배풀어주시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과거 교육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분으로 우리 일행의 정형진 님과 김태종 님, 이경환 님 등과는 같은 부서에서 오랜 동안 동고동락한 절친한 관계였고,
편수국의 편수과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어 윤종영, 김동식, 소정자, 이창조, 박찬도 님을 비롯한 저와도 심정이 잘 통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류 총장님은 과거 동료들 뿐만 아니라 우리 걷기 팀 전체와 부산 목요등산 회원님들까지 모두 합해서 대부대를 고맙게도 초청해주셨습니다.
오래만에 맛있는 쇠고기 구이를 실컷 먹으며 피로를 풀며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류 총장님은 고급 위스키를 들고 와서 회원님들을 찾아다니며 술잔을 돌렸고 정성을 다해서 우리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술과 고기와 정담과 의리와 사랑이 바다처럼 넘쳐 흐르는 사람냄새 진동하는 부산 해운대의 뜻깊은 밤이었습니다.
류선규 총장님의 마음속으로부터 울어 나온 환대와 융숭한 대접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류 총장님과 함께한 해운대의 밤은 우리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오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궁전 같은 식당에서 성대한 만찬이 끝난 후 우리는 바로 인근에 위치한 '유스호스텔 아르피나' 숙소로 향했습니다.
이곳의 객실은 싱글 침대가 3개씩 있는 3인실을 예약했기 때문에 이번 걷기에서 처음으로 3인1실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 밤을 자면 제4구간 걷기를 완전히 마치고 11월 8일(일) 아침 식사 후 오전 8시에 서울로 귀가합니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TV의 일기 예보가 나왔습니다.
"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잘 참아 주신 하늘에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얼마든지 쏟아 부어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일주일 분의 제4구간 걷기 후기를 다 끝냈다.
만세! 속이 시원하다.
점점 수월해져야 할 6일분의 후기 쓰기가 이제는 나에게 정말 너무나 고통스런 작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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