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5분, 광주를 출발해 새벽 0시 15분에 광주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하루 다녀왔습니다.
9시 30분부터 발권하는 매표소 앞에서 30분 넘게 줄을 서서 3장의 표를 구했지요.
11시 - 성(미하엘 하네케)
5시 - 카프카 특별전 : 단편
8시 - 마스터(폴 토마스 앤더슨)
표를 구입한 후 배도 고프고 감기약도 챙겨먹어야 했기에,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삼백집 옆 삼일관에 가서 요기를 했지요.
발걸음을 옮겨 헌책방골목에 위치한 일신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하다가 오전 영화가 끝나고 다시 들리겠다고 말하고 첫 영화를 만나러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11시 - 성(미하엘 하네케)
1997년에 미하엘 하네케가 TV용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감기 기운에다가 피곤했던지 제 몸이 영화를 대적하지 못하고 패하고 말더군요.
카프카의 <성>을 각색한 영화답게 K가 쉽게 성에 다다르지 못하는 초반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하엘 하네케는 성에 다다르지 못하는 이미지를 K가 눈밭을 한없이 걷는 것으로 형상화하고 있더군요.
여튼 K가 눈밭을 계속 걷는 장면이 수평트래킹으로 줄기차게 보여 집니다.
주목할 것은, K의 눈밭 행군의 반복도 그렇고, 화면 중간 중간에 쉴새 없이 블랙프레임을 두어 단절의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프카의 주제인 소통의 부재에 더없이 어울리는 형식의 영화적 표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영화를 접한 후 다시 서점으로 향해서 2시간 넘게 책을 탐했습니다.
객지에 나오면 배가 고프게 마련이어서, 근처의 왱이집에서 다시 콩나물국밥을 먹었지요.
어제 과음을 해서인지 콩나물국밥을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5시 - 카프카 특별전 : 단편
총 4편의 단편영화와 마주했습니다.
물론 카프카와 연관된 영화들이었지요.
두 편은 카프카와 연관된 이야기를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고,
두 편은 카프카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더군요.
옮긴 소설은 <변신>과 <시골의사>였습니다.
4편 다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것보다는 카프카와 관련한 느낌과 정서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귀한 영화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겠지요.
8시 영화를 앞두고 또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전주영화제 가면 한번 씩 가는 백반집에 들러서 요기를 했지요.
할머니 두 분이서 하는 이 음식점은 맵고 짠 것이 특징입니다.
맵고 짠 것을 잘 먹는 저는 밥 한 공기를 맛나게 비웠지요.
시간이 조금남아서 근처 카페에 앉아서,
낯 시간에 서점에서 구입한 책 중에 <카프카전집1 - 변신>(솔출판사)을 펼쳐서 <어느 단식 광대>를 읽었습니다.
카프카의 단편 중 뛰어난 걸작 중의 한 편인 이 소설은, 작고하신 이청준선생이 좋아했던 소설이기도 하지요.
8시 - 마스터(폴 토마스 앤더슨)
폴 토마스 앤더슨은 임권택감독이 <취화선>으로 칸느에서 감독상을 받을 때, <펀치 드렁크 러브>로 감독상을 공동수상했던 감독이지요.
데뷔작인 <리노의 도박사(하드 에잇/8땡)>를 포함해서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등 내놓는 영화들마다 걸작을 선보이는 젊은 거장이지요.
그의 신작인 <마스터>는 미국의 어두운 뿌리인 종교를 건드리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신흥종교 교주로 등장하여 능청스런 연기를 선사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묵직한 영화였습니다.
첫댓글 <성>은 저도 보고싶었는데, 표를 구하셨군요. 전주영화제 자체는 별로 가고싶지 않지만, 다녀오신 후기를 보니 부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네요.
'마스터'기대가 됩니다..하반기쯤 개봉 예정이라는 거 같던데 빨리 보고 싶네요..
하루를 꽉 채워 다녀오셨네요~
영화를 오래 보기위해서라도 체력관리가 필요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