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기능과 범죄 예방과 자가격리공간 미래 주거 트렌드가 달라진다.
경향신문, 송진식 기자, 2022. 10. 16.
‘집’이라고 하면 자산으로 인식해 그 ‘가격’에 주로 관심을 갖지만, 애초 집의 본질은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부동산이라는 재화의 개념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가격은 금리나 수요와 공급, 개발호재 유무 등에 영향을 받는 반면 주거공간으로서 집은 사회와 환경, 기후, 문화 등 한 시대가 중시하는 가치가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집을 연구하고 짓는 건설사들은 이 같은 주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미세먼지·기후변화·코로나19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단지와 개별 가구에 공기 정화 및 외기 차단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단지의 편의시설과 기능(비대면 포함)을 확충한 것이 최근 몇 년간 신축 아파트의 대표적 변화였다.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주거안정을 제공해야 할 주거복지 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코로나19를 전후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저출생·고령화 흐름으로 인해 개인이 고립될 위험도 높아진 만큼 주거복지를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 양극화·기후변화 등 주거여건 변화한다.
10월 16일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래 트렌드와 주거의식 변화에 대응하는 주거복지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인구·경제 등의 측면에서 주거에 영향을 주는 요소와 전망을 제시했다.
인구 측면에서는 인구·가구 감소 등으로 주택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수도권 집중 성향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수요에 기반한 적정량의 주택 공급 문제, 노후주택 관리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연은 “국내의 경우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보인다”며 “경제적 취약계층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주거복지 수요 증가와 함께 범죄예방 등 안전·정서적 지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주택유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영향으로 소득보장 수요 증가와 함께 고령가구의 장애 가능성, 건강 악화 및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술이 접목된 주거공간이나 돌봄·생활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저성장으로 인한 소득 감소와 고용의 불안정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거급여 등 주거복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으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격차가 커짐에 따라 ‘내 집 마련’을 통한 자산형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문제도 이슈가 될 것으로 제시됐다.
최근 태풍과 폭우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공간에서 발생하는 침수나 붕괴, 미세먼지에 따른 실내 공기질 악화 등으로 반지하나 쪽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취약계층의 거주여건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노후주택 개·보수를 통한 주택성능 개선, 주거·에너지 빈곤 가구에 대한 비용 보조,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에 따라 주거면적기준 강화, 자가격리에 필요한 임시 거주공간 및 주택 내 외기공간 확보 문제 등도 향후 주거 트렌드로 꼽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50년 탄소중립’ 정책도 주거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요소로 제시됐다.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초기 비용 및 에너지 비용 증가를 불러오고, 추가적으로 신축 및 기존 건축물 성능 개선, 주택 내 생활환경 개선 등이 관련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 빈곤·질병·고독, 주거복지 더 강화해야한다.
주거환경 변화 요소를 보면 주거여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요소들이 더 많다. 집이 기본적인 거주공간으로서 개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고 국토연은 밝혔다.
국토연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부의 불평등, 기후변화 등과 같은 미래 사회 변화는 빈곤, 질병, 고독 등 개인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직면해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주거복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주거급여 및 주거비 보조 확대 등이 꼽혔다. 국토연은 “공공임대는 주거안정성 강화 및 양질의 주거환경 제공,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 지원, 재난·재해 시 임시거처 활용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며 “지속적인 공급과 함께 최근의 주거 수요를 반영해 주택의 면적 상향과 에너지 효율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거급여의 경우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임대료 상승 추세를 감안해 선정기준을 중위소득 50%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최근 한시적 사업으로 진행 중인 ‘청년 월세지원’사업처럼 청년이나 아동이 있는 가구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은 별도의 월세지원사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성인 돌봄, 아동 대상 보육 및 방과 후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의 공급 확대와 함께 위기에 취약한 1인 가구나 돌봄이 필요한 가구의 고립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 연계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시민사회 단체와 정치권에서 개정을 추진 중인 최저주거기준 역시 2011년 이후 변화된 여건 등을 고려해 면적·시설·주거환경 측면에서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한 주거지원 정책이 취약계층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상담 및 사례관리 강화, 지자체 주거복지센터 설치 등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거복지 강화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택의 탈탄소화 실현’, 수요자가 원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선택권 강화’,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통한 ‘주택자산 형성 및 지원’ 등이 향후 주거 트렌드에 따른 정책 수요로 꼽혔다. 국토연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세입기반 약화를 고려해 주거복지 대응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주거복지 대상 및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