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여성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고 실랑이를 벌였던 우크라이나 모델 사와 폰티지스카가 영화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30일 전했다. 폰티지스카는 같은 여성 안전요원의 제지를 받은 여러 초청 인사 중 한 명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인 우리 스타 임윤아도 이들 가운데 포함돼 국내에서는 문제의 여성 요원이 인종차별 때문에 레드카펫 위에서 지나치게 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됐다. 앞서 이 요원과 언쟁을 벌였던 미국 가수 켈리 롤랜드, 도미니카 여배우 마시엘 타베라스, 그리고 임윤아까지 모두 이른바 유색인종이어서 이런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 요원이 우크라이나 출신 백인인 폰티지스카와도 실랑이를 벌인 동영상이 공개돼 인종차별을 주장한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패션 TV 진행을 맡기도 한 폰티지스카는 마르첼로 미오 시사회에 정당한 입장권을 갖고 들어가려 했으나 "잔인하게" 제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영화제가 "신체에 공격을 가하고 심리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어 자신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며 10만 유로(약 1억 49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영화제 조직위는 아직 코멘트 요청 답하지 않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문제의 여성 안전요원이 지난 21일 레슬링하듯 두 팔을 둘러 폰티지스카의 허리를 감싼 채 밀어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틱톡에 올라와 지금까지 1600만회 이상 사람들이 봤다. 폰티지스카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 하다가 말리는 이 요원에 의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뻔했다. 더 많은 안전요원들이 달려와 폰티지스카를 실내로 들여보냈다. 폰티지스카는 "곰이 껴안듯" 해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난 빠져나가려 했다. 내려가 되돌아가려고 층계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요원은 날 한사코 안으로 밀려고 했다. 해서 이 요원이 날 상대로 하는 짓을 누구도 볼 수 없었다. 그 때 그 요원은 날 뒤에서 붙잡아 밀어냈다"고 말하며 억울해 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으며 그 뒤 조직위와 접촉해 사과를 받으려 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장에는 그녀가 "수천 명 앞에서 안전요원 중 한 명에게 폭력적인 위협을 받았다"며 완력을 사용한 것 때문에 "지독한 통증"과 함께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다고 적혀 있다.
문제의 여성 안전요원은 2주 동안 진행된 영화제 내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 가장 먼저 시비를 벌인 상대는 그룹 '데스티니 차일드' 출신 롤랜드였다. 롤랜드는 AP 통신 인터뷰를 통해 "그 여성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나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나는 선을 지켰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와 생김새가 그다지 닮지 않은 다른 여성들도 그 카펫 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조롱 당하지도 떠밀리지도 나가란 소리도 듣지 않았다. 난 내 입장을 고수했고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희생자인 타베라스는 레드카펫으로 가려고 여러 차례 몸부림을 치며 그 요원을 떠밀려는 것처럼 보였고, 문제의 요원은 임윤아를 실내로 떠밀기 위해 임윤아의 몸에 손을 갖다대는 등 무람한 행동을 했다고 팬들은 분노했다.
칸 영화제는 레드카펫 위의 게스트들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보도한 할리우드 리포터의 크리스 가드너 기자는 대다수 참석자들이 "늘 카펫 위에서 몰려나 층계 위로 올라간다"면서 "대부분 안전요원의 일이란 흐름을 원활하게 해 모두가 예정된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사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심사위원들, 영화제 후원사를 대신하는 유명인들, 다른 A급 스타들, 영화제의 단골 손님들에게는 조금 더 많은 여지가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인종차별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은 우리의 자격지심일 수 있으며, 다만 위에 열거한 이들에 견줘 박절한 대우를 받을 수는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임윤아도 주얼리 브랜드의 앰배서더 자격으로 당당히 초청받아 칸의 팔레 드 페스티발에 섰다. 경위야 어떻든 같은 여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의 몸에 손을 갖다대는 것은 옳지 않다. '내 할 일 했을 뿐'이라고 이 여성 안전요원이 강변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